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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들으면 왜 절로 흥이 나지?”

남산국악당서 ‘2011 아리랑 한마당’…지역별 특색 담긴 아리랑 선율 선보여

2011.12.29 정책기자 박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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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함께 넘어갈까요? 오늘 한번 신나게 놀아 봅시다!”

27일, 올 겨울 들어 가장 춥다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서울남산국악당 대강당의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아리랑 세계화의 근간이 되는 지역 아리랑 활성화를 위해 대한민국 17개 지역 아리랑 관련 단체들을 모두 초청, ‘2011 아리랑 한마당’을 마련했다.

우리나라에는 정선아리랑문화재단을 비롯해 밀양아리랑보존회 등 아리랑 관련 20개 이상의 지역 보존회와 정선, 진도, 성북구, 대마도 등 12개 아리랑 관련 축제가 존재하고 있지만, 정작 아리랑을 노래하는 사람들끼리의 상호 소통과 협력활동은 미비한 실정이었다.

‘2011 아리랑 한마당’은 27~28일 이튼 간 두 마당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제 1마당 ‘아리랑, 소리에 서다’는 주제로 향토적 색깔이 짙은 10개 지역의 아리랑을, 제 2마당 ‘아리랑, 문화를 소리 하다’에서는 굴곡의 시간 속에서 국내를 넘어 국외까지 나아가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는 7개 지역의 아리랑을 감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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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는 아리랑 세계화의 근간이 되는 지역 아리랑 활성화를 위해 대한민국 17개 지역 아리랑 관련 단체들을 초청해 ‘2011 아리랑 한마당’을 마련했다.

행사 첫날, 제1마당 ‘아리랑, 소리에 서다’에는 400여 명의 관객들이 참여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번 아리랑 공연의 특징은 공연에 강의를 접목시켜 아리랑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를 높였다는 것. 노래와 노래 사이, 지역별 아리랑의 특징과 역사에 대한 강등학(강릉원주대 국문학과) 교수의 설명이 덧붙여져 각 지역 아리랑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아리랑은 크게 긴 아라리, 자진 아라리, 엮음 아라리로 나뉘는데, 긴 아라리는 다소 느린 박자로 단순하게 부르는 형식이다. 자진 아라리는 독특한 리듬으로 다소 빠르고 경쾌한 것이 특징이다. 내용도 익살과 해학을 중심으로 우스꽝스러운 것이 많아 가볍게 즐길 수 있다. 또 엮음 아라리는 대중음악의 ‘랩’처럼 우스꽝스러운 단어들을 빨리 읽어주며 흥을 돋운다는 것이 특징이다.

“아리랑은 본디 강원도를 중심으로 그 인근 지역에 향촌 문화로 존재한 노래로, 이를 두고 향토민요 아리랑이라고 부릅니다. 향토 민요 아리랑은 나무하기, 모심기, 밭매기 등의 일을 할 때는 물론이거니와 여럿이 어울려 놀거나 혼자 있어 무료할 때 부르던 민중들의 일상적 노래입니다.”

강 교수는 “무엇보다 아리랑은 약자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언론 도구적 기능을 해왔으며, 현실의 고난을 견디게 하는 도구적 역할을 수행해왔다.”며 아리랑에 담겨진 역사적 의미를 설명했다. 그의 설명이 끝나자 지역별 아리랑이 차례로 흘러나왔고, 관객들이 하나둘 따라부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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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아리랑의 특징은 지역적 특색을 반영해 고랭지 농사를 지으며 겪은 애환을 담았다. (사진=(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육백마지기 돼지마 감자를 첫 찜 드려놓고, 곤드레 쌈에 된장을 발라서 많이 드시고 가세요.”

이윽고 관객들의 뜨거운 함성과 환호 속에 평창아리랑보존회 회원 10여 명이 무대에 올라 ‘평창아리랑’을 불렀다. 평창아리랑은 ‘긴 아라리’ 형식의 느린 박자로 당시 삶의 모습을 그대로 나타냈다. 평창이라는 지역적 특색을 반영해 고랭지 농사를 지으며 겪은 애환이 담겨 있다.

평창아라리보존회 박원홍(71) 단장은 “평창아리랑 보존은 면사무소 주관으로 주도하다 보니 자발적이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며 “평창아리랑 보존과 전승을 목표로 2005년 평창군 미탄면 주민들 60명이 모여 만든 단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무대에 오른 주인공들은 평균 연령 60을 훌쩍 넘긴 현지 주민들이엇다.

무대에 오른 10여명의 어르신들이 나와 농사를 지으며 아리랑 한 소절씩을 불렀다. 60대가 훌쩍 넘은 주인공들은 구수한 목소리와 손짓으로 관객들을 빠져 들게 했다. 공연이 막바지에 이르자, 관객들 사이에서는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파이팅!”이라며 응원의 함성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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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아리랑의 특징은 ‘긴 아라리’ 형식으로, 일판이든 놀이판이든 노래가 필요한 자리에서 두루 불리며 지역민들 사이에 넓게 뿌리를 내렸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사진=(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박 단장은 “들과 산이 전부인 평창의 지역적 특색을 살려 부녀자들의 노래판, 남성들의 술판, 각종 잔치자리, 들과 산의 온갖 일판에서 느낀 소소한 일상들을 소재로 삼은 것이 특징”이라며 “평창 사람들의 삶의 일부를 오랜 시간동안 호흡하고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의 혼이 담긴 아리랑을 지켜나가기 위해 초, 중, 고교에 가서 재능기부 형식으로 아리랑 교실을 열 계획”이라며 “사람들이 한국하면 ‘아리랑’을 먼저 떠오르지만 이것을 전수하고 지켜나가기 위한 활동은 부족한 것 같다. 우리의 살아 있는 문화유산인 ‘아리랑’을 미래의 꿈나무인 청소년들에게 많이 알려나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어둔골 연자방아는 사시사철 도는데, 시집 못 간 뒷집 처녀는 안달이 났네.”

두 번째로 무대에 오른 강원도 횡성아리랑. 한복을 곱게 입은 6명의 여성들이 나와 시집 못 간 여성들의 삶을 유쾌하게 풀어나갔다. 연자방아는 사철 변함이 없는데, 뒷집 처녀는 결혼을 통해 자신의 밋밋한 일상에 변화를 주고 싶어 하고, 그 처녀를 바라보는 제 3자의 시선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횡성아리랑의 특징은 ‘긴 아라리’ 형식으로, 일판이든 놀이판이든 노래가 필요한 자리에서 두루 부르며 지역민들 사이에 넓게 뿌리를 내렸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횡성 지역에서는 ‘어러리’란 명칭으로 부른다고 한다. 횡성 지역에서는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4호인 횡성회다지소리를 전승, 보존하고자 지난 1986년부터 100여 명의 회원들이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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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열린 ‘2011 아리랑 한마당’ 공연을 관람하고 있는 관객들이 환한 미소를 띄고 있다. (사진=(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어 등장한 태백 아리랑은 노랑 저고리 연분홍 치마를 입고 탄광으로 시집와 고생스러운 여성들의 마음을 토로했다. 중원 아리랑은 영남 지역의 모심는 소리인 ‘정자소리’의 영향을 받아 오늘 심은 모가 탈 없이 잘 자라 가을이면 풍년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감정을 노래로 표현했다.

강릉 아리랑은 빠르고 경쾌한 ‘자진 아라리’로 직접 모판을 무대에 올렸다. 관객들도 흥이 났는지, 아리랑 소절에 맞춰 신나게 박수를 쳐댔다. 손을 빠르게 놀려 모를 심는 모습이 노래 가락과 잘 맞아 떨어지면서 고된 노동을 순화하는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인제 아리랑은 벌채한 재목을 뗏목으로 엮어 북한강을 통해 서울로 운반하는 과정에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불려졌다. 청주아리랑은 호된 시집살이를 시키는 시어머니가 죽으면 마냥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시어머니가 죽고 나자 마음이 달라졌다며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음을 아리랑 가락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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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아리랑은 문경새재를 소재로 한 아리랑 가사로 홍두깨를 치며 여인들의 삶을 표현했다. (사진=(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두 시간에 걸친 아리랑 축제는 마지막 무대가 펼쳐질 때까지 감동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직장인 최 모(50)씨는 “어릴 때부터 아리랑을 들어왔지만 어떤 의미인지, 이것을 왜 부르고 전승하는지는 알지 못했다.”며 “아리랑에 대한 어르신들의 열정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 모(27)양도 “아리랑은 그저 70대 이상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전통문화라고만 생각했다.”며 “이렇게 가까이서 접하게 되니 아리랑 속에 담긴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오롯이 전달되는 느낌이다. 아리랑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아리랑 속에는 한국의 역사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한국인의 근성이 담겨 있다고 한다. 세계인들은 ‘한국’ 하면 ’아리랑’을 떠올리는데, 정작 한국인이 우리가 아리랑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다면 부끄러운 일이 아닐까. 우리 같은 젊은 세대들이 적극 나서서 우리 삶 속에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아리랑’에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정책기자 박이슬(직장인) loiny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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