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길,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가보훈부 외벽에 ‘위대한 헌신 영원히 가슴에’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지난 6월 5일 국가보훈부가 공식 출범하면서 현수막에는 바뀐 이름이 걸려 있었다. 1961년 군사원호청이란 이름으로 시작해 원호처, 국가보훈처를 거쳐 62년 만에 부(部)로 승격한 것으로 의미가 깊다. 국가보훈부는 부 승격에 따라 장관이 국무위원으로서 국무회의 심의·의결권을 갖고, 헌법상 부서권과 독자적 부령권도 행사하는 등 권한과 기능이 대폭 강화됐다.
국가보훈부 승격 및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많은 보훈 관련 행사들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부 승격에 따라 국민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무엇이 있을지 살펴봤다.
먼저 지난 6월 22일 세종시에서 세종국가보훈광장 개원식이 열렸다. 세종국가보훈광장은 세종국립수목원에 인접한 중앙공원 안에 조성되어 시민들이 쉽고 가까이 접할 수 있으며 보훈을 주제로 한 시설물들을 배치해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보훈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국립서울현충원 역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국가보훈부 승격에 따라 정부는 국방부가 관리·운영하던 국립서울현충원을 국가보훈부로 이관함에 따라, 국가보훈부는 국립서울현충원을 국민이 일상에서 365일 즐겨 찾으며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추모하는 공간으로 재창조할 계획이다.
특히 서울현충원은 1년 365일 개방돼 있지만, 그동안 시민들이 쉽게 찾지 못하는 장소로 인식되어 왔다. 국가보훈부는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처럼 365일 시민들이 자유롭게 찾아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접근성을 낮추려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지난 6월 15일에는 정전 70주년 음악회, 17일에 어린이 꿈동산 행사를 개최하고 24일에는 돗자리 영화제&토크콘서트 ‘돗을 펴다’ 행사를 열기도 했다.
이참에 동네에 있는 국가보훈시설에 다녀왔다. 평소 자주 지나치던 곳이었지만 특별히 관심을 둔 적은 없었다. 시설 앞에는 국가보훈부의 승격을 축하한다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시설에서 만난 한 직원은 “6월 호국보훈 달과 관련해 다양한 행사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곳에서 만난 유흥덕 무공수훈자회 지회장은 “국가보훈부로 승격한 만큼 살아계신 국가유공자들이나 남겨진 가족들이 제대로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할아버지도 국가유공자로 무공훈장을 받은 영웅이셨다. 기억 속 할아버지는 그저 평범하고 인자한 분이셨다. 바쁜 어머니를 대신해 급식 도우미로 오곤 하셨고, 내가 좋아하던 크림빵을 매일 같이 사다 주기도 했다.
최근 ‘생활비가 없어 8만 원 생필품 훔친 80대 국가유공자’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었다. 옳고 그름을 떠나 마음이 아팠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이바지한 국가유공자들이 제대로 빛을 보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국가보훈부가 그 중심에서 제 역할을 하길 바라본다. 국가보훈부의 앞으로의 행보를 응원하며, 대한민국의 모든 영웅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