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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범진 교수가 말하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진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논란? 과학적 수치에 답이 있다”

2023.06.26 문화체육관광부/정책주간지 <K-공감> 7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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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논란에는 낯선 단어가 많이 등장한다. 베크렐(㏃)이라는 단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삼중수소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기란 쉽지 않다. 과학적인 설명 대신 자리 잡는 것은 우려다. ‘오염수를 방출한다’는 문장은 즉각적인 우려를 일으킨다. 검은 잉크가 맑은 물을 오염시키는 것처럼 방사능에 오염된 물이 동해바다로 흘러 들어올 것이라는 걱정이다. 그래서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논란에서 자주 등장하는 베크렐이라는 단위는 방사능을 측정하는 단위다. 방사성 물질은 붕괴하면서 방사선을 방출하는데 방사선 방출 능력을 방사능이라고 한다. 이 방사능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가 베크렐이다. 시버트(㏜)는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단위다. 우리 곁에 흐르는 강물의 삼중수소 농도는 1리터에 1베크렐 정도 된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는 동안 받는 방사선량은 연간 3밀리시버트(m㏜) 정도다.

삼중수소는 수소의 동위원소다. 동위원소란 주기율표상에 위치가 같은 원소라는 뜻이다. 양성자 수는 같고 중성자 수는 다른 원소를 말한다. 보통 수소의 핵에는 양성자 1개가 있는데 삼중수소에는 중성자 2개가 더 있다. 동위원소는 화학적인 성질은 같지만 물리적으로는 다르다. 즉 수소나 삼중수소 둘 다 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삼중수소는 수소와 달리 시간이 지나면 붕괴한다. 이때 방출하는 것이 방사선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논란에 대해 “과학적 수치에 집중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C영상미디어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논란에 대해 “과학적 수치에 집중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C영상미디어

삼중수소는 약한 베타선을 방출하는데 이때 삼중수소를 인(燐)으로 둘러싸면 빛이 난다. 이것이 야광의 원리다. 보통 야광 손목시계 하나에 포함된 삼중수소는 2억 베크렐 정도 되고 비상구 안내등에는 9000억 베크렐의 삼중수소가 사용된다. 삼중수소는 자연 상태의 물이나 음식에도 포함돼 있다.

국제사회는 원전의 삼중수소 방류 기준을 정해놓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는 리터당 1만 베크렐을 방류 상한 기준으로 삼는다. 만약 사람이 이 기준에 맞게 방류된 물을 1년 내내 마신다면 연간 0.5마이크로시버트의 방사선에 피폭당하는 셈이다. 연간 자연 방사선 노출량 3밀리시버트의 600분의 1이다.

이런 배경지식은 원자력 안전 분야의 전문가로 손꼽히는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를 만날 때 필요하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논란과 관련해 가장 권위 있는 전문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 그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염수 방류가 우리 바다의 오징어와 바다에서 생산되는 소금을 오염시킬 거라는 ‘가짜’ 두려움을 없애고 ‘진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정 교수는 지금의 논란에는 “과학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는 왜 생겨나나?\

후쿠시마 원전에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당시의 핵연료의 잔해가 남아 있다. 이것을 냉각하기 위해 투입한 냉각수와 빗물, 지하수가 들어가 오염수가 발생한다. 오염수를 여러 단계 처리해 방사선 물질을 걸러낸다. 방사성액체폐기물 처리시스템은 보편적인 설비로 우리나라 원전에도 있다. ALPS(다핵종제거설비)도 처리 과정의 하나다. 오염수가 발생하면 우선 방사성 농도를 측정하고, 처리과정을 거쳐 다시 방사성 농도를 측정한다. 충분히 낮아지지 않으면 처리과정을 반복해 처리수를 만든다.

처리과정을 거치면 삼중수소를 제외한 세슘, 스트론튬, 플루토늄은 배출 제한치 이내로 걸러진다. 삼중수소의 농도를 리터당 6만 베크렐 이하로 낮춘 상태를 처리수라고 한다.

처리수를 곧바로 바다에 방류하나?

아니다. 처리수에 바닷물을 40배 섞는다. 그래서 리터당 1500베크렐 정도로 희석시킨다. 이 희석시킨 물을 배관을 통해서 1㎞ 지점의 먼 바다로 방류한다. 이 물이 흘러 방류지점에서 2~3㎞ 떨어지면 처리수의 농도는 리터당 1베크렐 정도로 자연적으로 희석된다. 리터당 1베크렐이라는 수치는 우리나라 한강물의 삼중수소 농도와 같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처리되지 않은 오염수가 하루 300톤씩 방류됐지만 우리 해역에서는 전혀 측정되지 않았다.

삼중수소는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삼중수소는 우주선과 지구 대기의 상호작용이나 방사선 붕괴를 통해 매년 일정량이 발생하고 없어진다. 지구상에서 매년 발생하는 삼중수소는 200g 이상이다. 현재 후쿠시마에 저장된 물에서 삼중수소만 모아 본다면 2021년 기준 2.2g이다. 동해바다에 내리는 비에 포함된 삼중수소가 연간 3g이다.

삼중수소수가 인체에 들어오면 2가지 방법으로 제거된다. 하나는 방사선 붕괴를 실제로 해서 없어지는 것, 하나는 신진대사에 의해 소화되어 소변으로 빠져나가버리는 것이다. 일부가 인체의 수소를 대체해서 남아 있는 유기결합은 2% 수준으로 낮기 때문에 고농도가 아니라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해도 된다.

우리가 마시는 물에도 삼중수소가 들어 있다고 하던데.

2011년 원전 사고 당시 우리나라에서 측정된 최고 세슘-137 농도는 리터당 303마이크로베크렐이었다. 이 물을 하루 2리터씩 1년 동안 마셔도 방사선 수준은 엑스레이(X-ray) 한 번 촬영할 때 노출되는 방사선의 10분의 1 수준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며 마시는 담수에도 리터당 1베크렐의 삼중수소가 있다. 그만큼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다. 세계보건기구의 권고치는 리터당 1만 베크렐 이하다. 이미 충분히 낮은 수치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더라도 우리 일상생활의 리터당 1베크렐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사진 C영상미디어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사진 C영상미디어

해양 방류 외의 다른 방법은 없을까?

일본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배출기준 이하로 처리수를 방류하는 것에 대해 주변국이 뭐라고 할 수 없다. 자국의 통치권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배출기준이 특별히 높은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도 같은 방식으로 방사성 액체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증발시켜서 수증기의 형태로 방출하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계산해보니 바다로 방류할 때가 수증기로 방출할 때보다 방사선 위해가 1000분의 1 이상 낮았다. 두 경우 모두 낮은 수치지만 해양 방류가 더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IAEA는 이미 5차례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IAEA의 실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등의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일본이 IAEA에 분담금을 많이 내서 일본 편을 든다거나 IAEA가 일본이 떠준 물만 검사했다는 식의 얘기는 IAEA의 미션 보고서(mission report)를 실제로 읽어봤다면 할 수 없는 얘기다. 보고서에는 독립추출(independent sampling)을 했다고 돼 있다.

IAEA 미션은 통상 원자력 활동에 대해 국제적인 점검을 받기 위해 요청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원전 안전성에 대해 자발적으로 IAEA를 초청해 안전점검을 받고 의견을 듣는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지적받고 세계적인 수준에 비해 미흡한 부분이 있는지 점검받는다. 일본이 IAEA 미션을 요청한 것도 같은 개념이다. 국제적·공개적으로 이 사안을 다루기 위한 조치였다고 본다.

일본이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도쿄전력(TEPCO)은 ‘처리수 포털 사이트’를 한국어로 운영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METI) 누리집에도 처리수에 대한 한글로 된 보고서가 올라와 있다.

오염수 방류가 다음 세대에게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 잠재적인 것도 포함해 방류 기준을 결정한다.

기준치의 180배에 달하는 1㎏당 1만 8000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된 우럭이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히기도 했다.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포획됐다는 것은 정확한 보도가 아니다. 후쿠시마 원전에 있는 내항에서 포획됐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오염수를 배출한 곳이 내항인데 수상생물로 인한 확산을 우려해 가두리 양식장처럼 그물로 입구를 막아놓았다. 일상적인 어로 활동이 아니라 후쿠시마 원전 인근의 방사선을 감시할 목적으로 잡은 물고기다. 또 이 우럭은 2011년도 사고당시 방사성 오염수 방류의 결과이고 지금 방류하겠다는 처리수와는 무관하다.

오염수가 방류되면 소금이 오염된다는 우려 때문에 국내에서 천일염 사재기가 벌어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처리수에서 세슘, 스트론튬 등은 이미 제거돼 있다. 삼중수소만 미량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걱정거리가 아니다. 설령 삼중수소가 바닷물에 삼중수소수의 형태로 존재하더라도 물이 증발할 때 같이 증발한다. 간수를 제거하는 동안 반감기도 흐른다. 소금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오염수 방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까?

방류수 배출 농도가 얼마나 되나, 총 배출량은 얼마인가, 배출 허용 기준보다 높은가, 공개적이고 검증 가능하게 추진되고 있는가 등을 과학적 수치에 집중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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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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