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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초롱' 휘날리는 청와대에서 즐긴 정겨운 설 풍경

첫 개방된 상춘재에서 누린 '차향풍요' 행사…연 날리기 등 전통놀이도

2025.01.31 정책기자단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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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유의 명절 '설'은 한 해의 시작인 음력 1월 1일을 일컫는 말로 설날이라고도 한다.

보통 설 연휴는 설날 전날, 설날, 설날 다음날까지 총 3일이다.

그런 설 연휴가 올해는 무려 총 6일이다.

1월 27일(월)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여느 명절 때와는 달리 이번엔 연휴가 길다.

설이나 추석에 어김없이 고향을 방문하는 귀성행렬로 고속도로가 정체된다는 뉴스를 접하곤 한다.

그래서 설이나 추석 연휴가 길다면 귀성행렬이 분산될 수 있기 때문에 고속도로 정체가 줄어들 여지가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정작 고향에 가고 싶어도 고향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설 연휴에 청와대를 방문한 관람객들이 대정원에서 연날리기를 체험하고 있다.
설 연휴에 청와대를 방문한 관람객들이 대정원에서 연날리기를 체험하고 있다.

길어진 설 연휴를 집에서 보내야 하는 분들이라면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될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런 나에게 청와대 행사가 눈에 들어왔다.

1월 27일(월)에 청와대를 방문해서 청와대에서 열리는 행사를 즐겨보기로 했다.

이번엔 고궁이나 박물관이 아닌 청와대였다.  

설 연휴에 청와대에 가면 청와놀이에 이어 정원마실까지 주야간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1월 27일부터 30일까지 설 연휴에 청와대 설맞이 <청사초롱 축제> 주간 문화 행사·야간 개방행사가 열렸다.

주간에 청와놀이, 야간에 정원마실이 있다.

연 만들기 5000원 외에 모든 체험과 공연을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청와대를 개방한 후 여러 번 청와대를 방문했다.

하지만 한겨울에 청와대를 방문한 적이 없었다.

겨울의 청와대 풍경은 어떨지 궁금했다.

경복궁역에 내려서 경복궁 둘레길을 순환하는 청와대자율주행버스에 탑승하면 청와대에 갈 수 있다.
경복궁역에 내려서 경복궁 둘레길을 순환하는 청와대자율주행버스에 탑승하면 청와대에 갈 수 있다.

27일은 아침부터 하얀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세찬 바람이 불어서 눈이 가로로 흩뿌려지고 있었다.

경복궁역에 내리니 경복궁 둘레길을 순환하는 청와대자율주행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운전석에 안전요원이 앉아 있지만, 버스는 자율적으로 운행하고 있었다.

예측하지 못한 위급상황에 대비해서 안전요원이 있는 것이지 실제 버스는 인공지능에 의해 자율적으로 운행하고 있었다.

기존에 탑승했던 버스와 비교해 보니 훨씬 안정감이 있었다.

4차산업혁명의 혜택으로 청와대로 가는 길도 빨라졌다.

청와대 정문 쪽에서 바라보는 청와대 본관의 지붕이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다.
청와대 정문 쪽에서 바라보는 청와대 본관의 지붕이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다.

눈이 많이 내려서 청와대 관람객이 적을 것이라는 예상도 빗나갔다.

청와대 정문으로 입장하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사람의 발자취가 닿지 않은 청와대 곳곳의 정원에는 새하얀 눈이 소담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멀리 보이는 청와대 본관의 기와도 푸른색이 아닌 하얀색을 띠고 있었다. 

◆ 청와대 상춘재에서 즐긴 다례 체험 "차향풍요"

상춘재는 '항상 봄이 머무를 집'이라는 뜻으로, 이번 설 연휴에 다례 체험을 위한 공간으로 특별히 개방되었다.
상춘재는 '항상 봄이 머무를 집'이라는 뜻으로, 이번 설 연휴에 다례 체험을 위한 공간으로 특별히 개방되었다.

설맞이 다례 체험으로 오전 11시 상춘재에서 '차향풍요'가 열렸다.

2025년 올해는 을사년으로 '을'은 청을, '사'는 뱀을 뜻한다.

따라서 올해는 푸른 뱀의 해다.

푸른 뱀의 해에 푸른 기와가 있는 공간에 있으니 푸르름이 겹친다.

더구나 상춘재는 '항상 봄이 머무는 집'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좋은 기운을 받는 듯한 느낌으로 상춘재에 입장했다. 

설맞이 다례 체험 '차향풍요' 프로그램을 진행할 상춘재의 실내 모습
설맞이 다례 체험 '차향풍요' 프로그램을 진행할 상춘재의 실내 모습

상춘재는 1983년에 지어진 전통 목조건축물로 한옥식 건물이다.

아직 한겨울이지만 이른 봄의 따스한 기운을 느껴보는 곳에서 마주 앉아서 전통차를 마시는 체험이 진행된다.

청와대에서 예약을 알리는 창이 열리자 3분 만에 선착순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특히, 이번 행사를 통해 일반 국민에게 최초로 개방하는 상춘재에 대한 기대감도 한몫 했을 것이다.

상춘재에서 다례를 즐겨본다고 하니 참여자들 모두 호기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

박광옥 부회장(한국차문화협회)이 참여자들에게 올해가 푸른 뱀의 해라는 것을 알려줬다.
박광옥 부회장(한국차문화협회)이 참여자들에게 올해가 푸른 뱀의 해라는 것을 알려줬다.

박광옥 부회장(한국차문화협회)을 비롯한 직원들이 화려한 궁중 한복을 차려입고 참여자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박광옥 부회장은 을사년이 푸른 뱀의 해라는 것을 알려주면서 설날을 앞두고 뱀이 허물을 벗듯이 작년의 묵은 기운을 털어내고 올해 새로운 기운을 받아 가라는 덕담을 건넸다.

오늘의 차는 녹차라고 했다.

2인 1조가 되어서 마주 보고 앉았다.

한 명은 주인, 마주 앉은 한 명은 손님이 되어서 주인이 만든 차를 만들어서 같이 마셔보는 시간이다. 

다례 체험을 위해 주인과 손님 역할을 맡은 2인 1조가 서로 마주보고 앉아 있다.
다례 체험을 위해 주인과 손님 역할을 맡은 2인 1조가 서로 마주보고 앉아 있다.

차를 따라 마시는 것에도 예절이 필요하다.

그래서 다례(茶禮)라고 한다.

주인과 손님이 앉아 있는 가운데 보자기로 덮어둔 찻상이 있다.

보자기 아래 다구의 차림이 궁금했다.

주인이 보자기를 들어서 오른쪽에 접어두는 것으로 다례를 시작했다. 

찻잔에 차를 따를 때도 순서가 있어서 주인이 순서에 맞춰서 조심스레 차를 따르고 있다.
찻잔에 차를 따를 때도 순서가 있어서 주인이 순서에 맞춰서 조심스레 차를 따르고 있다.

정아름 씨(33세)는 경기도 광명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다례에 참여했다.

그는 "다례 체험하면서 찻잔에 차를 따를 때의 순서를 알게 되었어요.주인의 찻잔부터 시작해서 손님의 찻잔, 마지막 주인의 찻잔으로 마무리하는 식이죠. 우리가 평소 입장할 수 없는 상춘재에서 다례 체험하니 특별한 느낌이에요. 상춘재뿐만 아니라 청와대 곳곳에서 국민이 즐길 수 있는 체험 행사를 열어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한다. 

궁중 한복을 차려입은 보조 강사가 참여자에게 다가가 시범을 보여주고 있다.
궁중 한복을 차려입은 보조 강사가 참여자에게 다가가 시범을 보여주고 있다.

김현정(41세) 씨는 아들 목가온(10세) 군과 함께 다례에 참여했다.

1인 2명만 신청할 수 있어서 남편은 상춘재 밖에서 기다리고 있단다.

경기도 시흥시에서 온 세 가족은 새벽같이 서둘러 출발했다.

목가온 군은 박 부회장의 질문에 곧잘 대답했다.

그가 다례 체험하면서 무엇을 알게 되었을까?

"찻잔을 가슴에 두고 마시는데 이때 고개를 숙이면 복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어요. 차를 마실 때 고개를 숙이지 않고 마셔야 복이 올라온다고 해요. 그게 지금 기억이 나요"라고 또렷하게 말한다.

참여자들은 방석에 앉아서 자세를 똑바로 한 채 자리에서 일어날 때까지 박 부회장의 말을 경청했다.    

여민1관에 마련된 휴게공간에서도 설맞이 행사로 '2025년 소원 카드 걸기'를 할 수 있었다.
여민1관에 마련된 휴게공간에서도 설맞이 행사로 '2025년 소원 카드 걸기'를 할 수 있었다.

◆ 2025년 소원 카드 걸기와 새해 복 가득 담은 덕담 한마디

여민1관은 관람객의 휴게공간이다.

청와대에서 취식이 금지되어 있어서 자판기 음료만 마실 수 있었다.

청와대를 오가던 관람객이 이곳을 찾아 하나둘씩 들어왔다.

만남의 장소이면서 쉼터였다.

이곳에서도 설맞이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2025년 소원 카드 걸기", "새해 복 가득 설맞이 덕담 한마디"가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테이블 여기저기에 앉아서 소원 카드를 작성하거나 덕담을 적는 관람객들이 여럿 보였다.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설날의 각오는 남다를 것이다.

나를 위한 소원과 가족을 위한 덕담을 손글씨로 적어 보면서 생각을 가다듬고 올해는 작년보다 더 나아진 해가 될 거라고 기원해 본다. 

설맞이 행사로 손글씨로 동생에게 전하는 새해 덕담을 작성하는 누나의 정성을 엿볼 수 있었다.
설맞이 행사로 손글씨로 동생에게 전하는 새해 덕담을 작성하는 누나의 정성을 엿볼 수 있었다.

서울 송파구에서 온 김주미(34세) 씨는 "설 연휴에 혼자 명절을 맞이하는 1인 가구들이 많을 겁니다. 그런 분들이 집안에 머무르면 더 외로움을 느낄 텐데요, 국민 누구나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청와대를 방문해서 설날을 즐겨보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 청사초롱 가득한 청와대에서 즐기는 전통 민속놀이 체험

청와대 본관으로 가는 길에 매달린 청사초롱이 설 연휴의 전통적인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청와대 본관으로 가는 길에 매달린 청사초롱이 설 연휴의 전통적인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청와대 본관으로 가는 길에 청사초롱이 매달려 있었다.

청사초롱은 우리의 전통 등롱이다.

상단에는 사각형으로 대를 세워 붉은 천을 두르고, 하단에는 푸른 단을 붙여 은은한 색감을 내었다.

본래 궁중의 연회나 양반들이 경사가 있을 때 사용하던 고급 등롱이었다.

청와대 본관으로 가는 길에 청사초롱이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니 설 연휴의 전통적인 분위기를 드러내면서 청와대를 방문하는 관람객을 귀한 손님으로 환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연날리기 체험부스에서 아이가 자신의 연을 직접 만들어보고 있다.
연날리기 체험부스에서 아이가 자신의 연을 직접 만들어보고 있다.

청와대 본관으로 가던 사람들이 멈춰서서 일제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청와대 본관 대정원에서 진행되는 연날리기 체험으로 연들이 하늘을 가득 수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그들의 시선을 따라 하늘을 올려다봤다.

기다란 연줄에 매달린 연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연날리기 체험 부스로 가봤다.

각자 원하는 연을 분주히 만드는 가운데, 한 아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연 바탕에 그림을 그려서 색칠하고 있다.

연날리기는 연을 만들어서 날리는 우리의 전통 민속놀로 정월 초하루부터 대보름까지 연을 날리면서 액을 쫓는 주술적인 의미로 쓰였다.

그해의 온갖 액운과 재앙을 연에 실어서 날려 보내고 복을 맞아들인다는 뜻이 담긴 놀이다.

연날리기하는 대정원은 아이가 마음껏 뛰어다녀도 좋을 만큼 넓고 안전했다.

대정원에 연을 날리는 관람객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부모가 아이에게 연 날리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연줄을 늘어뜨리면 연이 날개를 단 듯 훨훨 날아오른다. 

드넓은 청와대 대정원은 연날리기를 체험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드넓은 청와대 대정원은 연날리기를 체험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풀 먹인 연실에 내 마음 띄워 보내 저 멀리 외쳐본다/ 하늘 높이 날아라 내 마음마저 날아라 고운 꿈을 싣고 날아라~~"라는 노래를 절로 흥얼거리게 하는 장면이다.

연을 날리는 아이들도, 그 모습을 지켜보는 어른들도 모두 동심으로 되돌아간 듯 즐겁다.

아이들이 연신 "와와 "라고 소리치면서 대정원을 뛰어다닌다.

하얀 눈이 쌓여서 미끄러울 텐데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신나게 대정원을 누비고 다닌다.

넓은 공터가 흔치 않은데 청와대 대정원이라서 가능한 놀이인 것 같다. 

구 본관 터에서도 전통 민속놀이 체험장이 펼쳐져 있어서 아이를 동반한 어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구 본관 터에서도 전통 민속놀이 체험장이 펼쳐져 있어서 아이를 동반한 어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청와대 본관을 지나 구 본관 터로 가니 우리의 전통 민속놀이 체험장이 펼쳐져 있다.

널뛰기, 투호, 윷놀이 등 여러 놀이도구가 있다.

부모와 함께 청와대를 방문한 아이들이 이곳에 속속 모여 들었다.

많은 아이들이 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때맞춰 펑펑 내리던 눈이 그쳐서 야외에서의 놀이가 가능했다.

또 언제 눈이 내릴지 모른다면서 얼른 놀이를 즐기자는 아버지의 말에 아이가 "네"라고 큰소리로 대답한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신이 나서 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아이들에겐 전통 민속놀이가 생소하겠지만, 어른들은 다르다.

어릴 적 공터에 모여서 또래 친구들과 즐겼던 친숙한 놀이다.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노는 아이들에게 청와대에서의 설 연휴가 두고두고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 같다.

전통 민속놀이를 체험하면서 아이들은 우리의 명절, 설날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눈이 소복히 쌓인 청와대의 고즈넉한 풍경은 겨울이어서 볼 수 있는 청와대만의 매력이다.
눈이 소복히 쌓인 청와대의 고즈넉한 풍경은 겨울이어서 볼 수 있는 청와대만의 매력이다.

청와대를 나오면 청와대 앞길이 펼쳐진다. 

한국관광100선으로도 선정된 청와대 앞길은 경복궁 담장길과 청와대 사이에 난 산책길이다.

청와대 앞길은 종로구 팔판동 162번지(삼청동길)에서 청와대 앞을 거쳐 궁정동 98-6번지(효자로)에 이르는 폭 25m, 길이 810m의 4차선 도로다.

겨울이어서 청와대 앞길에서 울창한 나무와 아름다운 꽃을 감상할 수 없지만 그래도 고즈넉한 길을 걸으니 좋았다.

청와대 앞길로 접어드니 또 눈발이 날린다.

우산을 꺼내 쓴 채 조심조심 눈 위를 걸으면서 발자국을 남겨본다.

눈발이 거세지자 잠시 눈을 피해 청와대 사랑채에 들어갔다.

이곳에도 많은 사람들이 들락날락하고 있다.

창밖으로 눈 내리는 청와대 풍경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다.

설 연휴에 청와대를 찾은 관람객들은 전통 민속놀이를 체험하면서 설날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이 되었다.
설 연휴에 청와대를 찾은 관람객들은 전통 민속놀이를 체험하면서 설날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이 되었다.

청와대에서 즐겨 본 설 연휴였다.

해마다 맞이하는 설날이지만 이번에는 청와대에서 보냈다.

국민 품으로 돌아온 청와대는 모든 국민을 위해 열려 있었다. 설 연휴에 방문한 청와대의 정겨운 풍경이다.      

* 청와대 관람 바로가기 ☞ https://www.opencheongwadae.kr/mps

* 한국관광100선 바로가기 ☞ https://korean.visitkorea.or.kr/other/otherService.do?otdid=622bcd99-84fa-11e8-8165-020027310001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윤혜숙 geowins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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