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를 가장 뜨겁게 달구었던 일, 바로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다.
한국인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나오면서 독서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고, 국민들 사이에서 독서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나 역시 우리나라에서 노벨 문학상 작가가 탄생했다는 소식이 믿기지 않았고, 직접 한강 작가의 책을 구매해서 읽는 등 평소보다 독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직접 구매해 읽은 한강 작가의 책.
문화체육관광부는 작년 4월, 제4차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2028년까지 성인 독서율을 50% 이상 상승시키고자 하는 계획을 세웠다.
발달한 디지털 환경과 더불어 책을 읽지 않는 성인들이 늘어남에 따라 성인 중 절반 이상이 1년에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통계 결과까지 나올 정도로 독서 부족 문제는 심각했다.
그러나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과 함께 시작된 책 읽기 열풍은 국민들에게 독서의 향기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준 계기가 되었다.
독서를 한참 쉬고 있다가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한강 작가의 책 뿐 아니라 다른 책들도 찾아 읽게 된 나는 시간 날 때마다 책을 읽는 재미를 느꼈고, 지하철을 탈 때 가끔씩 독서를 즐기곤 했다.
'독서바람열차'의 책장과 시간표.
얼마 전, 약속이 있어 경의중앙선 지하철을 타게 된 나는 특이한 열차를 발견했다.
지하철을 타자마자 보이는 책장과 함께 지하철에서 책을 읽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벽 한 켠에 의자나 손잡이 대신 책장이 자리하고 있는 모습은 처음 보았기에 신기한 마음에 책장 앞으로 걸어가 살펴봤더니, 해당 열차는 '독서바람열차'였다.
독서바람열차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파주시, 코레일이 협업해서 제작한 열차로, 국민들이 독서 문화를 더 활발히 즐길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고안된 열차이다.
열차 내부에는 해당 열차를 이용할 수 있는 시간표가 붙어 있었고, 독서바람열차의 맨 앞 칸 혹은 맨 뒷 칸에 탑승하면 책장에 있는 책을 이용할 수 있다는 안내 문구도 있었다.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는 '독서바람열차'.
출퇴근길, 통학길 등을 매일 겪어야 하는 사람들의 경우 지하철에 타있는 시간 동안 책을 읽으면 유익하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들고 다니는 것이 무겁기도 하고, 막상 지하철에 타면 휴대전화의 유혹을 이겨내기 힘든 경우도 많다.
고민 끝에 골라 읽게 된 그림 동화책.
마침 무거운 가방으로 인해 책을 들고 나가지 않았던 나는, 지하철에 꽂혀 있는 책들에 눈길을 뺏겨 그림책을 하나 꺼내 읽게 되었다.
긴 시간 동안 열차에 탑승한 것이 아니라서 두꺼운 책을 읽진 못했지만, 평소라면 휴대폰을 했을 짧은 열차 탑승 시간 동안 책을 읽으며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옆자리에서 아이와 어머니가 나란히 그림책을 읽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 지하철이라는 공간 내에서 볼 수 없던 풍경이기에 신기하기도 했다.
창 밖을 바라보며 독서를 할 수 있는 '독서바람열차'의 풍경.
비록 짧은 책을 읽었지만, 독서바람열차에서 내릴 때 왜인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현대 사회의 각박한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던 지하철에서 책을 읽으며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독서바람열차와 같은 공간이 더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더불어 경의중앙선을 꽤 자주 탑승해왔는데, 이제야 이 기차의 존재를 알게 됐다는 사실이 아쉽게 느껴졌다.
2024년 12월 기준 '독서바람열차'의 평일 시간표. (출처 = 파주시 도서관 공식 누리집)
2024년 12월 기준 '독서바람열차'의 주말 시간표. (출처 = 파주시 도서관 공식 누리집)
독서바람열차 이용을 원하는 사람은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시간을 잘 맞춘다면 누구나 지하철에서 독서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평일 시간표와 주말 시간표가 다르기 때문에 자신이 이용을 원하는 역에 언제 독서바람열차가 도착하는지 확인한 뒤 이용하면 된다.
열차 점검으로 인해 운행이 중지될 경우 파주시 도서관 누리집의 공지사항(https://lib.paju.go.kr/jalib/menu/10079/bbs/20001/bbsPostDetail.do?currentPageNo=1&manageCd=MA&postIdx=29059) 에서 확인할 수 있으니 이용을 원하는 사람들은 혹시 모를 미운영 기간에 대비해 해당 공지를 꼭 확인한 뒤 이용하기를 추천한다.
창가에 위치한 '독서바람열차'의 책장.
처음 독서바람열차에 탑승했을 때 책장이 설치되어 있는 지하철 내부의 풍경과 독서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 어색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어색함도 잠시, 지하철이라는 익숙한 공간에서 책과 함께 각자의 시간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공간이 더 있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료한 지하철의 풍경이 지루해진 사람이라면, 독서바람열차를 통해 지하철에서 즐기는 색다른 독서를 경험해 보길 바란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양은빈 bin2bin249@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