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다니는 사촌 동생은 요즘 잔뜩 들떠 있다. 겨울방학이 코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동생은 달력 앞을 기웃거리며 숫자를 센다. 방학식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방학 계획을 얼핏 들어보니 여름방학에 비해 겨울방학이 상대적으로 길어서인지, 방학 동안 알차게 놀 생각만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 역시도 방학 때 동생을 데리고 어딜 구경 가면 좋을까, 뭘 하고 놀아줘야 할까, 계획을 짜느라 바쁘다. 마땅한 곳이 없을까?
인터넷 후기를 여기저기 보던 중에 행정안전부에서 ‘2024년 우수 어린이 놀이시설’을 선정하여 발표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명칭에서부터 신뢰감이 느껴지는 ‘우수 어린이 놀이시설’에 대해 조금 더 찾아보니, 안전한 놀이시설을 설치하여 어린이 안전을 보장하고, 어린이들이 마음 놓고 놀 수 있는 공간들을 의미한다고 한다.
안전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이 모험심과 창의력을 기를 수 있도록 다양한 놀이 기능을 제공하는 공간을 선정하고 있다고도 한다. 안전한 놀이시설을 설치할 것을 장려하기 위해 2012년부터 전문가 평가단 심사를 거쳐서 엄격하게 선정한 놀이시설이라고 하니, 조금 더 안심이 되었다. 2023년까지 전국 우수 어린이 놀이시설은 총 102개소가 선정되었다. 올해는 7곳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전국에 있는 8만 3천여 개의 어린이 놀이시설 중 시·도 및 교육청으로부터 추천받은 55개의 시설을 대상으로, 전문가 평가단의 심사를 거쳤다. 안전관리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유지 관리는 잘 되고 있는지, 아동 발달 과정에 맞춰 적절한 난이도의 놀이시설들을 설치해 놓았는지, 보호자도 마음 놓을 수 있는 안심 디자인을 적용하여 설계하였는지 등 다양한 요소를 바탕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어느 곳이 선정되었는지 살펴보았다. 부산 동구의 ‘수정산 꿈자람터’, 서울 동작구의 ‘제1호 시립 서울형 키즈카페’, 서울 강남구의 ‘일원 어린이 실내놀이터’, 경기 안양시의 ‘병목안시민공원 놀이터’, 충남 논산시의 ‘딸기향 농촌 테마공원’, 경남 통영시의 ‘통영 무장애통합놀이터’, 마지막으로 제주의 ‘온평초등학교’가 선정되었다.
이외에도 지금까지 지정되었던 우수 어린이놀이시설 목록과 정보는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시스템(www.cpf.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마침 ‘제1호 시립 서울형 키즈카페’가 집에서 가까워서 동생을 데리고 함께 방문해 보았다. 서울형 키즈카페에 방문하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우리동네키움 포털(https://icare.seoul.go.kr)’에서 먼저 예약을 하고, 키즈카페 현장에 도착한 당일에 결제가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2020년생부터 2014년생까지의 아동과 아동의 보호자가 함께 이용할 수 있었는데, 이용 요금이 보호자를 포함한 아동 1인 5,000원으로 매우 저렴하다고 느꼈다. 평일과 주말의 이용 가능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미리 확인해보고, 예약 사이트에서 먼저 예약을 해야 한다는 사실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다양한 안내사항 중 놀이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 눈길이 갔다. 놀이돌봄 서비스는 아동의 놀이활동을 육안으로 관찰하고, 아동이 노는 중 위험 요인을 발견하면 개입하여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수준의 돌봄 지원이라고 한다.
보호자가 부득이하게 동반이용이 불가능할 때, 보호자를 대신하여 돌봄요원이 놀이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라고 하는데, 만약 아이를 혼자 둘 수밖에 없는 부득이한 상황이라도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좋다고 느꼈다.
전반적으로 시설이 깔끔하고 규모가 커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기에 좋은 환경이라고 느꼈다.
커다란 미끄럼틀과 그물다리가 있는 ‘산길숲길’ 코너는 산과 숲을 배경으로 디자인된 공간이라고 한다. 발달 단계에 맞춰 난이도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통합 구성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커다란 미끄럼틀을 보고 들뜬 동생은 쿠션으로 만들어진 디딤목을 딛고 빠르게 올라갔다. 안전지도 선생님의 지도에 맞춰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놀고, 줄을 잡고 오르거나 그물을 오르는 등 쉴 새 없이 뛰어다녔다.
경사로를 이용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정상에 올라가는 도전의 즐거움을 느끼고, 구조물 아래 아지트를 통해 모험심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들이 다양한 경로로 자극을 경험할 수 있겠다고 느꼈다.
활동적인 성향의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부드러운 곡선 마감과 푹신한 매트로 덮여 있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아이들이 넘어지거나 부딪히더라도 다칠 걱정은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벚꽃섬’이라는 테마의 놀이공간은 정적인 성향의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블록 쌓기, 보드게임, 그림 그리기와 다양한 만들기 교구가 마련되어 있어 미끄럼틀이나 그물 다리 등 익스트림한 놀이기구를 즐기지 않는 아이들도 즐겁게 놀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장난감들이 많이 구비되어 있어 역할 놀이를 하는 어린이들도 많았다. 커다란 스툴도 여럿 놓여 있어 편히 쉬기도 좋았는데, 미끄럼틀과 그물을 타고 놀던 동생은 이곳에서 잠시 숨을 고르면서 에너지를 다시 쌓았다.
‘빌딩숲미로’는 키즈카페를 이용하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무척 많았던 공간이다. 그물과 나무로 이뤄진 흔들다리를 건너고, 케이블카 형식의 수직 터널을 지나 미끄럼틀을 탈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벽면에 클라이밍 그물도 달아놓아 아이들의 성취를 자극하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환한 미소와 함께 탄성을 지르는 아이들과, 트램폴린을 타며 땀 흘리는 아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다섯 살 아이를 데리고 키즈카페에 방문한 한 어머니는 “추운 날씨에 아이를 데리고 나가려면 실내 놀이 공간 위주로 찾게 된다”라며, “아이도 즐겁고 안전하게 놀 수 있고 보호자도 안심이라 좋다”고 이용 소감을 밝혔다.
놀이터를 돌아다니는 아이들은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센서를 터치하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센서를 터치하면 포인트를 모아 ‘키오스크’에서 나만의 놀이터를 꾸미는 게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동생은 “야외 놀이터와 다르게 춥지 않고, 실내놀이터인데도 천장이 높아서 답답하지 않다”며, “다양한 놀이기구도 많고 친구들도 많아서 재밌다”라고 소감을 말해 주었다.
우수 어린이놀이시설에 직접 가서 공간을 살펴보니,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재미있게, 약간의 도전심을 자극할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 구성, 그리고 안전까지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체계적으로 설계했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느꼈다.
두 달 가까이 되는 겨울방학, 추운 날씨를 아이들과 어떻게 보내야 할지 걱정인 가족들이라면 ‘우수 어린이놀이시설’을 찾아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