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우표, 우체통이 익숙했지만 최근에는 우체통의 고유한 기능인 우편 물량이 줄면서 우체통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생각해 보니 나도 예전엔 길을 가면서 우체통을 꽤 많이 봤던 것 같은데, 최근엔 많이 보지 못했다. 그런데 얼마 전, 영화를 보러 갔다가 우연히 신기한 우체통을 발견했다. 바로 ‘온기 우편함’.
일반적인 우체통과는 다르게 고민을 편지에 작성해 우편함에 넣으면 ‘온기 우체부’라고 불리는 자원봉사자들에게 답장을 받을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다.
신기한 마음에 나도 한번 고민을 써서 우편함에 넣어보았다. 평소 하는 고민이나 걱정들을 적어서 넣으면 되는데, 익명성이 보장되다 보니 주변 지인에게는 하지 못할 솔직한 이야기들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았다.
꼭 편지지가 아니더라도 갖고 있는 영화 티켓, 영수증, 메모지 등 종이에 편하게 적어서 넣으면 되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이때 답장을 받으려면 꼭 주소를 적어야 하니 잊지 말고 주소도 함께 적어줘야 한다.
그렇게 편지를 쓰고 우체통에 넣어 3~4주를 기다리면 답장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가 나와 있는데, 나의 경우 편지를 넣고 5주쯤 지난 후 답장을 받았다.
봉투를 열어보니 정성스레 적힌 손 편지가 들어 있었다.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컴퓨터로 인쇄된 편지가 아니라 한자 한자 꾹꾹 눌러쓴 손 편지를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그 정성이 느껴졌다. 또, 그냥 당연한 대답이 아니라 내가 보낸 고민에 대해 따뜻하고 진심 어린 조언과 함께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구체적으로 제안도 해주어서 실제로 고민을 해결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편지를 읽으며 온기 우체부의 책임감과 정성이 느껴져서 앞으로도 말 못 할 고민이 있을 때 종종 온기 우편함에 찾아가 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누구나 말하지 못하는, 마음속에 품고 있는 고민이 한두 가지씩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답답한 마음일 때, 평소에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없었던 이야기를 쓰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참 가벼워진다. 또, 온기우체부의 답장을 읽으면서 생각보다 큰 위로를 얻을 수 있었기에 고민이 있다면 한 번쯤은 온기 우체통을 활용해 보기를 추천한다.
온기 우편함은 전국 10개 지역(서울, 경기, 인천, 울산, 부산, 전주, 대구, 광주, 대전, 제주)에 총 73곳이 설치되어있다. 구체적인 설치 장소는 아래 사진과 온기우편함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온기 우편함 외에도, 우체통이 다채롭게 변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우체통의 다양한 활용법을 모색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분실물 수거함, 폐의약품 수거, 일회용 커피 캡슐 회수 등과 같은 환경친화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기도 하다. 우체통이 단순한 우편물 수취 기능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 장치로 변화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