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1일~12일 양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글로벌 45개국의 약 260개 스타트업이 참여하는 ‘컴업(COMEUP) 2024’가 열렸다. COMEUP은 ‘움트다’ 등의 사전적 의미로, 스타트업의 잠재적 가능성이 다양하게 발현된다는 뜻을 담은 네이밍이다. 이 행사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하고 창업진흥원,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벤처기업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주관한다. 지난해에 열린 컵업 2023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되었으며 6만 6000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행사의 슬로건은 ‘Innovation Beyond Borders(경계를 초월한 혁신)’이다. 스타트업이 국경과 기술의 경계를 넘어 전 세계 혁신을 주도한다는 의미로, 혁신 스타트업의 글로벌 시장으로의 도약을 응원하는 내용으로 꾸며졌다. 행사 세부주제로 ① 딥테크, ② 인바운드, ③ 지속 가능한 혁신(SIS, Sustainable Innovation by Startup)을 선정하였으며 스타트업 전시, 컨퍼런스, 키노트 스피치, IR 피칭,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스타트업 법률 상담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중소벤처기업부 오영주 장관은 개막 축사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더욱 두텁게 지원하는 한편, 우수 외국인 창업가를 적극적으로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서 퍼스트 무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딥테크 스타트업 육성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으로서 최근 스타트업 지원사업 등을 적극 취재해오며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을 키워가는 나에게 ‘컴업(COMEUP) 2024’ 참관은 매우 의미있었다. 행사 첫날 방문해보니 스타트업과 투자자, 글로벌 기업, 대기업, 예비창업자 등 생태계 관계자와 대중이 함께 교류하는 프로그램이 펼쳐지고 있었다. 입구 근처에 있는 아랍에미리트(UAE) 부스에서 전통의상을 입은 참가자를 보며 글로벌한 행사임을 또 한 번 알 수 있었다. 눈앞에서 아랍에미리트에서 로봇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참가자의 사업설명을 들으니 감회가 남달랐다. 그 밖에 인도, 일본에서부터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여러 국적의 스타트업을 만날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국내 참가사인 ‘aeac bio’ 부스에서 최근 아프리카로 출장을 다녀온 기업관계자의 설명을 들었다. 커피를 로스팅할 때 생기는 얇은 껍질인 실버스킨(Silver Skin) 폐기물을 활용한 기능성 건강식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예비창업자로 2024 컴업 스타즈 러너스 리그에 참가하여 이번 행사 안에서 개최되는 피칭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시제품 개발단계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발전이 기대되었다.
국내 참가사인 AI 스타트업 ‘달파’의 부스에 들려 맞춤형 AI 추천 서비스를 받아보았다. 원래 B2B로 제공되는 서비스인데, 시연으로 체험해볼 수 있어 참여자의 호응이 높았다. 달파의 서비스에 기업명만 입력하면 해당 기업에 도입하면 좋을 AI 서비스를 추천해 준다. 달파 부스에 있는 기업 담당자분과 이야기하면서 팁스(TIPS) 선정으로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은 것을 알게 되었다. ‘딥테크 팁스’는 중기벤처부가 지원하는 2023년 신규 사업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술력이 우수한 스타트업을 선정해 기술개발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달파는 2023년 딥테크 팁스 선정으로 3년간 15억 원을 연구개발비로 지원받으며 이와 별도로 최대 1억 원 상당의 창업사업화 자금과 해외 마케팅비를 각각 지원받고 있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번 컴업에는 한국 창업을 희망하는 외국인 창업가들이 다수 참여하였다. 한국 진출을 희망하는 해외 스타트업 전용 전시관인 ‘스타트업 코리아 기업관’에 해외 스타트업 20여개사가 참여하여 한국 스타트업 및 투자자들에게 사업 아이템을 홍보하고 있었다. 이전에 글로벌스타트업센터(Global Startup Center) 취재 때 만난 분들을 다시 만나 반가웠다.
특별히 이번에는 지난 11월 도입된 ‘스타트업 코리아 특별비자’를 1호로 발급받은 에이마(AiMA Beyond AI)의 카를로스 엘킥 요렛(Carlos El-Kik Lloret) 대표의 전시를 볼 수 있었다. AI를 활용한 디지털 휴먼 솔루션을 개발한 스페인 스타트업 에이마는 한국으로 본사를 이전할 계획이었으나, 카를로스 대표가 학력 문제로 기존 창업비자 발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량 요건을 배제하고 창업 아이템의 혁신성과 우수성만을 평가하는 ‘스타트업 코리아 특별비자’가 신설됨에 따라 한국 진출의 길이 열리게 되었다.
중기부는 올해 최초로 실시된 ‘스타트업 코리아 특별비자’ 추천기업으로 10개사를 선발하였다. 추천기업 대표자가 출입국관리사무소 등을 방문하여 비자를 신청하면 심사 후 최종 발급하게 된다. 그동안 기술창업(D-8-4)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창업이민 인재양성 프로그램(OASIS)에 참여해 일정 점수 이상을 획득하거나, K-스타트업 그랜드챌린지 TOP 20에 선정 또는 정부 창업지원사업에 지원 대상자로 선발돼야 했다. 기존의 기술창업 비자와 차별화해 비자 발급 요건을 혁신적으로 개선했다고 한다.
더불어 지속 가능한 혁신(SIS, Sustainable Innovation by Startup)을 위한 세션이 열렸다. 기후테크(기후위기 대응 관련 기술)와 자발적 탄소시장을 통해 우리 중소기업의 대응방안을 모색해 보는 ‘탄소중립 미래전략 라운드테이블 성과공유 포럼’을 들었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과 기후테크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좌담회였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이 글로벌 탄소규제를 넘어설 수 있는 대안으로 기후테크 혁신기업을 육성하고 자발적 시장 활성화를 제안하며, 이를 뒷받침할 정부의 선제적 정책 지원을 주문했다. 기후테크라는 용어가 낯설었는데, 내용을 들으면서 딥테크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기후 위기에 대한 지속가능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를 찾을 수 있었다.
컴업 2024에서 중요한 프로그램으로 ‘컴업스타즈’를 꼽을 수 있다. 세상을 움직일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스타트업 및 예비창업자를 행사 전에 모집해서 진행한다. 역대 최대인 1,208개사가 지원해 경합을 벌였다. 12일(목) 컴업행사에서 열린 컴업스타즈 2024의 공개 IR 피칭 ‘스타트업 밸리’는 12일 파이널 피치에서 △투니모션 △포스코어 △포어텔마이헬스 총 3개사가 최종 우승했다. 이들은 내년 프랑스에서 열릴 ‘비바테크놀로지 2025’ 참여 기회를 얻게 됐다.
개인적으로 ‘비기너’세션의 “딥테크 창업을 선택한 20대 청년들의 대담한 여정”에서 들었던 카이스트 출신으로 팸테크 기업을 운영하는 김효이 이너시아 대표, 자율주행 로봇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이상민 뉴빌리티 대표, AI 에듀테크 스타트업을 창업한 이인섭 프리딕션 대표의 이야기가 인상깊었다. 스타트업의 대표로 동료를 소중히 여기며 함께 도전해온 생생한 창업 스토리를 들려주었기 때문이다. 딥테크 기업으로 스스로 목표를 만들어 기술개발을 위한 투자를 받아 현재 시점까지 이어진 열정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창업생태계가 스타트업에게 중요한 만큼 국내외 투자자를 만날 수 있는 컴업이라는 행사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다.
2025년의 중기부 예산을 살펴보니 스타트업코리아 실현을 위해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정책이 마련되어있다. 딥테크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하는 계획이 포함되어 반가웠다. 불확실성이 있어도 세상을 움직일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세계를 향해 뻗어 나가는 스타트업의 힘찬 발걸음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