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순환은 폐기물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고, 폐기물을 재사용 또는 재생 이용하며, 불가피하게 남은 폐기물이 있다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여 처리하는 것을 뜻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원과 에너지의 흐름이 우리 생활과 산업에서 순환하는 형태가 되도록 전환되어야 한다. 결국 자원순환은 폐기물의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폐기물 자체를 어떻게 줄이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자원순환 체제로 전환하려면 국민, 기업, 정부 모두의 노력이 요구된다.
먼저 자원순환을 위해 국민들이 할 수 있는 노력을 살펴보자. 가급적 폐기물이 적게 발생하는 제품을 구입하고, 제품을 사용한 뒤 폐기물이 발생하면 이를 정확히 분리해서 배출해야 한다. 그렇다면 폐기물이 적게 발생하는 제품에는 어떤 게 있을까? 환경부에서 인증하는 ‘녹색제품’과 ‘순환자원사용제품’ 등이 있다.
‘녹색제품’은 에너지 및 자원의 투입과 온실가스 및 오염 물질의 발생을 최소화하는 제품을 뜻한다. 녹색제품에는 환경부가 인증한 ‘환경표지’, ‘우수재활용’, ‘저탄소제품’ 표시가 있다. 3가지 인증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환경표지’ 인증은 같은 용도의 다른 제품에 비해 제품의 환경성을 개선한 제품이다. ‘우수재활용’ 인증은 재활용 제품의 품질인증 대상 품목 인증 제품이다. ‘저탄소제품’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 제품이다. 대규모 유통매장은 <녹색제품 구매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녹색제품 판매장소를 의무 설치·운영하고, 규모는 10㎡ 이상 설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제품을 구입할 적에 이왕이면 녹색제품을 구입한다면 자원순환 측면에 도움이 되리라 본다.
‘순환자원’도 있다. 순환자원은 활용 가치가 높은 폐자원의 순환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사람의 건강과 환경에 유해하지 않고, 경제성이 있어 유상 거래가 가능하고 방치될 우려가 없는 폐기물을 관련 규제의 면제 대상으로 분류하는 것을 뜻한다. 폐기물이 순환자원으로 인정받거나, 지정·고시된 기준을 모두 충족한다면 폐기물로 간주하지 않는다. 따라서 <폐기물관리법> 등에 따라 폐기물을 대상으로 적용하는 관련 규제가 면제된다. 순환자원으로 지정·고시된 7개 품목이 있다. 폐지류, 고철, 폐금속캔류, 알루미늄, 구리, 전기차폐배터리, 폐유리 및 폐유리병류가 이에 속한다. 이러한 7개 품목은 우리가 폐기물로 종량제봉투에 버리지 않고 분리 배출하고 있다. 따라서 이물질 제거, 압축, 종류별로 분리한다면 순환자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
환경부에서 인증하는 ‘순환자원사용제품 표시제도’가 있다. 이는 제조공정에 투입되는 제품당 원료 중량의 100분의 10 이상의 원료로 사용한 제품의 포장 및 용기 등에 순환자원사용제품임을 표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순환자원사용제품 확인을 받은 제품은 제품의 포장이나 용기 등에 ‘순환자원사용제품, 환경부’라는 내용을 표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자원순환에 기여하는 제품에 대한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기업은 제품을 홍보하는 효과가 있다.
자원순환을 위한 기업과 정부의 노력도 있다. 폐기물을 배출할 때 최대한 분리 배출해야 한다. 우리 주변에 버려지는 폐기물이 많다.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폐기물을 분리 배출함으로써 소각이나 매립하지 않고 또 다른 제품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즉 폐기물을 원료로 해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서 생산하는 기업이 있다. 그동안 취재현장에서 본 자원순환의 사례를 꼽아봤다. 현수막, 섬유(옷), 커피찌꺼기, 플라스틱 등이 있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폐기물이다. 그런 폐기물이 기업의 우수한 기술력과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으로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하고 있다.
첫째, 폐현수막을 건축자재로 활용하고 있다.
경기도와 롯데마트는 폐현수막을 활용한 건축 자재를 제작함으로써 친환경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어떤 친환경 공간이 있을까? 남문로데오청소년문화공연장(경기 수원시 팔달구 팔달로3가 106-2)이 있다. 팔달문을 마주 보고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니 야외에 조성된 공연장이 나온다. 공연장이라고 하면 무대와 객석이 있기 마련이다. 계단, 무대, 객석 곳곳에 “이 시설물은 롯데마트와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이 자원순환을 위해 폐현수막으로 제작하여 수원시와 수원남문로데오상인회에 기부하였습니다”라는 문구가 표시되어 있다. ‘자원순환’이라는 단어에 눈길이 머물렀다.
폐현수막을 활용해서 만든 건축자재로 계단, 무대와 객석을 만들었다. 그동안 폐현수막을 소각 처리했다. 소각되어 사라졌던 폐현수막이 건축자재로 탄생한 것이다. 애초에 이곳은 목재로 조성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목재는 습기에 아주 민감하다. 야외 공연장의 특성상 비나 눈이 내리면 목재가 습기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습기를 흡수한 목재는 부풀어 오르고 시간이 지나면 뒤틀리거나 갈라질 수 있다. 또한 곰팡이가 생기기 쉬워서 목재 표면이 변색되고 악취가 날 수도 있다. 주기적인 목재 관리가 필요하다.
이번에 폐현수막을 활용한 건축자재로 대체했다. 현 건축자재는 별도의 관리 없이 거의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진눈깨비가 흩날리는 궂은 날씨인데도 무대나 객석은 습기에 강해 보였다. 객석에 걸터앉아 봤다. 가볍지만 견고한 자재가 안정감을 준다.
공연장 건너편은 상점가가 연이어 있다. 수원남문로데오상가다. 야외 공연장이 산뜻하게 바뀌고 나니 이곳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상인회장의 말에 의하면 야외 공연장을 친환경 건축자재로 바꾸면서 상권이 활성화되고 있단다. 공연장의 객석이 쉼터가 되어 행인이 이곳에 앉아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공연장을 이용하는 청소년도 반기고 있다. 과거 목재가 노후화되어 무대에 서면 삐거덕거리는 느낌에 불안했는데 지금은 무대에서 두 발을 마음껏 굴려도 괜찮다.
그렇다면 건축자재에 쓰인 폐현수막은 어떻게 공급받았을까? 롯데마트는 업종의 특성상 상설매장 외에 수시로 할인이벤트 등의 행사를 벌이고 있다. 이때 제품을 진열하는 가판대에 현수막이 이용된다. 행사가 끝나고 나면 현수막은 철거되고 버려진다. 이 폐현수막을 폐기 처분하는 대신 분리 배출해서 폐현수막을 이용해서 건축자재로 만드는 기업에 공급했다.
지난 9월 25일 행정안전부와 환경부가 공동으로 ‘폐현수막 자원순환 문화조성 경진대회’를 열었다. 이때 수상작으로 친환경 현수막 활성화 조례 제정, 폐현수막을 건축자재로 활용한 작은 도서관 설립 등이 있었다. 지금 경기도는 롯데마트와 협업해서 건축자재로 고강동지역아동센터 내 작은도서관, 남문로데오청소년문화공연장 등을 순차적으로 조성하고 있다.
22대 총선이 있었던 올해 상반기 폐현수막 발생량과 재활용률은 각각 2,574톤, 29.9%(769톤)다. 지난해 같은 기간 폐현수막 발생량은 2,733톤, 재활용률은 24.7%(676톤)에 비해 선거라는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폐현수막 발생량은 줄고, 재활용률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는 폐현수막 재활용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올해 4월에는 지자체에서 수거한 현수막을 장바구니, 마대 등으로 재활용하거나, 지자체가 친환경 소재로 현수막을 제작할 수 있도록 총 15억 원의 사업비를 지원한 바 있다.
▶ <친환경 현수막 활성화 조례 제정, 폐현수막 건축자재로 활용한 작은도서관 설립> 보도자료 바로가기
서울특별시교육청 남산도서관 2층 옥외 공간에 남산하늘뜰이 있다. 이곳의 벤치, 테이블, 화단 등이 패널로 제작되었다. “이 공간은 롯데홈쇼핑과 구세군 등이 함께하는 작은도서관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되었습니다”라는 문구가 표시되어 있다. 자원순환으로 남산하늘뜰이 조성되었다는 것을 인지하니 이곳이 달리 보인다. 테이블과 벤치에 쌓인 눈이 자연스레 녹으면 바닥으로 흘러내릴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의 옷을 낡고 떨어져서 버리는 게 아니라 유행에 뒤처지거나 싫증이 나서 버리고 있다. 가족이나 지인들을 보면 저가의 옷을 쉽게 사고 또 쉽게 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그만큼 폐기물로 버려지는 옷도 많은 셈이다. 이러한 섬유 폐기물에서 원료를 추출하여 단단한 패널로 제작하고 있다. 그 패널로 남산하늘뜰의 조형물과 시설을 조성했다.
셋째, 커피찌꺼기를 고형 연료 및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활용하고 있다.
성동구청 책마루는 성동구청 1층에 조성된 북카페다. 이 공간 곳곳에 주민들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배치되어 있다. 이곳의 테이블과 의자는 특별하다. 거기에 “성동형 커피찌꺼기 재활용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친환경 제품입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성동구청이 커피점으로부터 수거한 커피찌꺼기를 원료로 기업이 제작한 테이블과 의자다.
원두를 추출한 뒤 남은 커피찌꺼기는 폐기물로 분류해서 종량제봉투에 버려야 한다. 우리나라 커피 소비량을 따져본다면 커피찌꺼기의 양도 엄청 많다. 이런 커피찌꺼기를 폐기물이 아니라 자원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 커피점에서 버려지는 커피찌꺼기를 회수해서 고형 연료,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제작하고 있다.
커피찌꺼기는 목질계 바이오매스로서 활용 가치가 매우 높으나 뚜렷한 재활용 기술 또는 제품이 없으며, 국내에서 연 30만 톤 가량의 커피찌꺼기 대부분이 버려지고 있었다. 이러한 폐기물을 원료로 하여 고형 연료 및 바이오 플라스틱을 개발했다.
넷째, 폐플라스틱을 난방 및 발전 시설의 연료로 활용하고 있다.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이 1,312개, 하루 3.6개로 급증했다. 국내 전체 소비량이 약 53억 개에 이른다. 더구나 바다 등에서 오염된 폐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어려워 단순 폐기 또는 소각되는 비율이 전 세계적으로 80%에 달한다. 연속식 열분해 기술은 폐플라스틱의 재활용 비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 열분해시스템은 장시간 가열과 냉각을 반복하지만, 연속식은 한 번의 가열로 일정한 반응 온도를 계속 유지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열분해유는 난방이나 발전 시설의 연료로, 열분해 과정에서 나온 가스는 세정 과정을 거쳐 플라스틱을 만드는 연료로 재활용할 수 있다. 지난 11월 6일 공공조달수출상담회 현장에서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해서 열분해유를 생산하는 기업의 제품을 볼 수 있었다.
이젠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분리 배출은 거의 일상화된 것 같다. 우리가 분리 배출한 폐기물이 폐기물 상태로 소각이나 매립되지 않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폐기물을 원료로 해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자원을 순환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원순환은 기업의 신기술과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에 이를 인지한 국민의 적극적인 동참이 있어야만 한다. 녹색제품을 소비하고 폐기물을 분리 배출한다면 우리 사회에 자원순환을 정착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