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중 열아홉 번째 절기인 입동, 겨울이 온다는 뜻을 지닌 입동이 되면 옛 사람들은 밭에서 무와 배추를 뽑아 김장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전통은 오늘날도 다르지 않다. 지구온난화로 예측하기 힘들어진 기상예보에도 불구하고, 24절기는 자연의 흐름을 잘 담아서 따라가고 있는 것 같다.
입동에 이르렀을 때면 특히 김장을 하는 집이 많다. 아파트에 사는 나지만 복도를 오가다 보면 돗자리를 펴두고 커다란 대야를 꺼내와 가족끼리 김장하는 집, 현관을 활짝 열고 입구에 배추를 잔뜩 쌓아둔 집이 보인다. 베란다 창문을 열어두면 어디선가 구수하게 수육을 삶는 냄새가 난다. 알싸한 마늘 냄새와 고기 삶는 냄새, 두런거리는 말소리가 이어질 때면 겨울이 왔다는 것을 실감한다.
우리 집은 이제 작정하고 김장을 하지는 않는다. 11월 말쯤 이모가 보내주는 김치를 먹기 때문이다. 이모가 식당을 하고 있기에 김장김치를 조금씩 얻어먹는 혜택을 누리는 셈이다. 지난달에 이미 김치가 한 차례 왔었다. 이모와 통화를 하니, 그때 김장을 조금만 해서, 이번에 또 김장을 한다고 했다. 이모는 김장을 하는 것도 일이지만, 김장을 한 뒤에 나오는 쓰레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인다며 웃었다.
김장이라는 키워드를 검색창에 쳐보면, 연관 검색어에 ‘김장 쓰레기’가 함께 뜬다. 김장철 하면 김장을 거치고 남은 음식물쓰레기 처리가 주부들에게 있어 고민이라고 한다. 부모님을 도와 김장을 했을 때, 나는 특히 김장 쓰레기 분류법이 어려웠다. 어떤 것은 음식물쓰레기로 분류할 수 있지만, 일반 쓰레기로 분류되는 것들도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에서는 김장철 쓰레기 배출 요령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헷갈리기 쉬운 일반 쓰레기 중 채소류는 다음과 같다. 향이나 매운맛이 강한 파, 이를테면 쪽파나 대파, 미나리 등의 뿌리는 일반 쓰레기로 분류해야 한다. 마늘대와 옥수수대, 고추대, 고추씨도 일반 쓰레기로 분류한다. 양파와 마늘의 껍질, 그리고 생강도 헷갈리기 쉽지만 일반 쓰레기로 분류된다. 채소의 마른 껍질과 뿌리, 그리고 단단한 꼭지에는 섬유질이 많아서 분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즉, 쉽게 말하자면 김장을 담그기 전에 발생한 각종 채소류들은 일반 쓰레기로 분류하면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흙이 묻은 배추 등 채소의 겉잎 및 잔재물 등도 일반쓰레기에 분류된다. 이런 쓰레기들은 백색의 일반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배출하면 된다.
음식물쓰레기는 김장을 담그면서 발생하는, 절임 이후의 채소류를 말한다. 즉, 절인 배추와 무, 젓갈류, 그리고 양념 등이 음식물쓰레기에 해당한다. 음식물쓰레기로 분류되는 쓰레기는 수분과 이물질을 최대한 제거해서 배출해야 한다.
최대한 잘게 썰어서 버리면 쓰레기의 부피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작게 썰어서 버리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렇게 물기와 이물질 없이, 잘게 정리한 뒤에 음식물 종량제봉투 또는 전용 용기에 배출하면 된다. 지자체에 따라 김장 쓰레기 전용 봉투로 배출할 수도 있기 때문에 관할 지자체의 안내도 꼭 확인해야 한다.
김장철에는 워낙 음식물쓰레기가 많이 배출되기 때문에, 구매부터 소비 전 과정에서 최대한 줄일 수 있을 만큼 줄이는 게 좋다. 재료를 준비할 때, 구매하기 전에 미리 필요한 재료를 확인해서 불필요한 재료를 사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비용지출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일석이조(一石二鳥)인 셈이다. 세일을 한다고 해서 있는 재료도 다시 구매하는 건 불필요한 지출인 만큼 자제하는 게 좋겠다.
김장을 하고 나서 남은 자투리도 야무지게 활용해서 음식을 준비할 수 있다. 환경부에서는 그린레시피를 통해 ‘배추된장무침’의 레시피를 공개했다. 배추와 쪽파, 그리고 김장 양념장과 된장을 이용해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남은 자투리 재료를 해결하기에 딱 좋은 레시피다. 이 외에도 남은 김장 재료를 이용해 부침개를 만들거나 비빔밥을 만드는 등 알뜰하게 사용해 최대한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만약 김장김치에 들어가는 양념이 남았다면 그냥 내버리지 말고 얼음 모양의 틀이나 밀폐용기에 소분한 다음, 냉동실에 얼려서 보관하면 필요할 때마다 활용하기 좋다. 김장하고 난 뒤, 하루가 다르게 맛이 달라지며 익어가는 김치를 느끼는 것도 겨울을 지내는 재미 중 하나이다. 김장 쓰레기까지 깔끔하고 꼼꼼하게 분리 배출한다면 김장 후에 느끼는 뿌듯함과 내년 김치를 잘 만들었다는 만족감이 더 커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장 쓰레기와 더불어 음식물쓰레기와 헷갈리기 쉬운 일반 쓰레기들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나 역시도 종종 헷갈려서 늘 참고를 하는데, 자세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견과류 중에서는 호두, 밤, 땅콩 등의 딱딱한 껍데기가 일반 쓰레기로 분류된다. 과일 중에서는 복숭아, 살구, 감 등의 씨를 일반 쓰레기로 분류해야 한다. 호두, 은행과 같은 견과류의 단단한 껍데기와 복숭아, 감, 아보카도 등의 단단한 씨앗은 분쇄시설을 고장 낼 수 있기 때문에 일반 쓰레기로 배출해주어야 한다.
소, 돼지, 닭 등의 털과 뼈도 마찬가지로 일반 쓰레기로 분류해야 한다. 가축의 뼈는 동물 사료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뼈에 붙어 있는 음식물은 최대한 분리하여 음식물쓰레기로, 뼈와 가시는 종량제봉투에 배출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어패류 중에서는 생선 뼈, 조개, 소라와 굴 등의 껍데기, 게와 가재 등의 껍데기를 일반 쓰레기로 분류해야 한다.
계란 껍데기도 자주 헷갈리는데, 일반 쓰레기로 분류해야 한다. 계란 껍데기에는 석회질이 포함되어 있고, 단단한 껍질이라 사료로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여기에 덧붙여 묵은쌀이나 곡류의 경우는 재활용 과정에서 탈수, 건조, 멸균 과정을 거쳐서 사료나 퇴비의 원료로 사용되니 음식물쓰레기로 배출해주는 게 맞다. 우리가 조금만 신경을 쓰면 환경 오염도 줄이고, 알뜰한 소비생활도 가능한 만큼 꼼꼼하게 챙겨주면 좋겠다.
김장 쓰레기는 보통 양념이 묻었는지의 여부를 두고 판단하면 되지만, 김장 쓰레기의 분리배출에 대한 자세한 기준은 지역별로 전부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쓰레기를 배출하기 전에 자세한 사항은 현재 거주하는 지역의 누리집이나 청소행정과 또는 자원순환과로 문의하여 한 번 더 확인한 뒤에 배출하는 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