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내린 지난 11월 27일, 한국영화 및 영상자료를 국가 자원화하는 공공기관인 한국영상자료원에서 ‘2024 인문 다큐영화제’가 열렸다. 예상치 못한 폭설로 밖에 세워 둔 차에 10cm가 넘는 두꺼운 눈이 쌓여, 고민 끝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러가기로 했다.
폭설을 뚫고 상암 디지털미디어 단지에 위치한 한국영상자료원에 도착했다. 인문 다큐영화제는 지역의 고유 인문 자원을 접목한 인문 콘텐츠 발굴과 인문 가치의 대중적 확산을 도모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 사업이다. 11월 27일과 28일 양일간 올 6월 공모 이후 선정된 19편의 다큐멘터리를 상영했다.
첫 날인 11월 27일에는 1980년대 한국 신발 부흥기의 역사를 담은 <2024 스티처의 귀향>, 통영시 10여 개 학교의 교가를 작곡한 음악가 윤이상의 세상 <윤이상의 학교 가는 길>, 세계 최초로 쓰레기 소각장을 재생해 복합문화예술공간이 된 부천아트벙커 B39를 다룬 <벙커의 두 얼굴> 등의 우수작 3편을 포함해 9편의 영화를 상영했다. 나는 2회차를 관람했다.
2회차에 상영된 영화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동학농민혁명의 발자취를 따라간 <100년을 숨겨온 기록, 세계의 기억이 되다>, 25년간 이어온 기계자수 공장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기계자수 산업의 이야기를 전한 <10만 번의 펀칭>, 마지막 남은 종로구 난계로의 가방 전통 장인들의 삶과 예술 작품을 기록한 <난계로의 인생 가방>이다.
3편 모두 귀중한 지역 문화와 지역 자원의 가치를 잘 표현하고 활용한 작품이었다. 그중에서도 25년간 기계 자수 한길을 걸어온 아버지의 모습을 기록한 딸의 영화 <10만 번의 펀칭>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 가족을 위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결같이 그 자리를 지금까지 묵묵히 지킨 아버지, 그리고 장성한 딸이 아버지의 그 인생을 영상에 담아 선물했다. 가족에게도, 관람객에게도 잊지 못한 추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리는 2024 인문 다큐 영화제는 2일로 끝나지만 <10만 번의 펀칭>, <우리는 마지막 광부다!>, <라운더스 ‘세계소년소녀합창단’>, <윤이상의 학교 가는 길> 등 5편은 ‘문화담론프로젝트 외로움편’의 일환으로 12월 17일과 18일, 광주독립영화관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또한 영화제가 끝난 후 인문 360 누리집에서도 만나볼 수 있으니 우리 사회의 곳곳에 숨어있는 인문적인 가치를 함께 발견하고, 누리는 시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올바른 가치를 담은 인문 콘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나에게도 큰 도전이 되었던 시간이었다. 인문 다큐 영상 공모와 다양한 인문정신문화 진흥 지원 정책을 통해 사회를 따뜻하게 만드는 동시에 사회에 꼭 필요한 날카로운 메시지를 전달하며 사회를 보다 풍요롭게 만드는 많은 인문 콘텐츠가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