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종이가 플라스틱 열쇠고리로 변신한데요. 우리도 체험하러 가요.”
요즘 부쩍 미술 체험에 관심이 많아진 우리집 1호는 집에 오자마자 주말에 열리는 체험 프로그램에 가자고 졸라댔다. 주소를 검색해보니 집에서 10분 거리인 시골 마을 한 가운데 위치해 있었다. 바로 ‘꿈꾸는 예술터’로 불리는 문화체험공간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곳이 생기면서부터 주말이면 초등학생 아이들이 멀리 가지 않아도 지역 예술가들에게 문화예술을 배울 수 있어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곳이었다. 꿈꾸는 예술터가 자리 잡으면서 아이들은 연극과 뮤지컬, 영어, 미술을 배우며 창작 활동을 경험하고, 청년 예술가들은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고 교육하는 등 예술특성화 거점으로써 공간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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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꿈꾸는 예술터가 생기면서 지역 주민들의 문화충전소가 됐다. |
초등학교 고학년인 조카의 일상에서도 조금씩 문화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부산에서 연극을 처음 보고 흥미를 느끼던 조카는 지난해 꿈꾸는 예술터에 참여해 영어 뮤지컬 ‘흥부전’을 배우기도 했다. 언어와 예술을 융합한 예술교육에 참여하며, 영어에 부쩍 관심을 갖게 됐다.
그렇다면 꿈꾸는 예술터는 누구의 아이디어일까. 꿈꾸는 예술터는 지역 주민이 일상 가까이에서 혜택을 골고루 누릴 수 있도록 버려진 유휴공간을 문화예술교육 전용 공간으로 만들자는 취지로 문화체육관광부가 2018년부터 지원하는 사업이다. 2018년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전북 전주시와 경기 성남시를 시작으로 2019년에는 강원도 강릉, 경남 밀양, 전북 장수군, 충북 청주시 등 2022년까지 전국 15개 지역에 꿈꾸는 예술터가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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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어두웠던 밀양 연극촌의 일부가 꿈꾸는 예술터로 재탄생되면서 밝고 깨끗한 개방형 공간으로 변신했다. |
경남 밀양시는 2019년 꿈꾸는 예술터 공모에 선정돼 유휴공간으로 남아있던 밀양 연극촌의 2개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그렇게 어린이와 지역 주민들의 예술 감수성을 일깨워 표현하기 위한 공간으로 문을 열었다. 특히 이 공간에서 무엇을 하고 놀면 좋을지에 대해 지역의 문화예술인과 주민들이 함께 토론하며, 텅 빈 건물을 모두의 아이디어로 채웠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밀양시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연극촌과 밀양아리랑, 청년 작가들의 콘텐츠를 활용했다고 한다. 지난해 대표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었던 꿈꾸는 뮤지컬은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운영해 예술적 감성으로 영어 학습에 흥미를 이끌었다. 50세 이상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무용과 영상이 결합된 지역 특화 콘텐츠 ‘노노댄스 필름’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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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아이와 함께 꿈꾸는 예술터에서 슈링클스라는 특수 종이로 나만의 열쇠고리 만드는 체험을 해봤다. |
그런가 하면, 밀양의 지역 특성을 살린 문화예술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기도 했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밀양의 문화, 관광, 역사를 주제로 대본을 만들어 낭독극 공연을 하기도 했으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청년 작가들과 함께 캐릭터, 설치미술, 도예 등의 융합예술교육 및 야외 공간을 활용한 숲속 비밀 공작소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다.
올해는 가을 야외 프로젝트 ‘천고마비’를 주제로 한 주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지난 주말, 아이와 함께 꿈꾸는 예술터를 찾아가봤다. 꿈꾸는 예술터가 위치한 밀양 연꽃단지마을은 몇 년 만에 분위기가 확 달라져 있었다. 낡고 허름했던 입구와 주차장은 밝은 오픈형 교실로 변신해 아이들을 맞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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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종이에 그린 특수 종이에 열을 가하니 1/7로 줄어들며 플라스틱으로 변신하는 공예 체험이 인상깊었다. |
오전 10시부터 에코고미와 함께하는 슈링클스 아트 체험을 시작으로 낙엽을 이용한 가을 스톱모션, 별자리 스케치북 만들기 등 초등학생 어린이들이 골라 들을 수 있도록 구성돼 있었다.
“오늘은 마법의 종이를 활용해 과학적 원리를 파헤치며, 나만의 열쇠고리를 만들어 볼 거예요. 시작해볼까요?”
슈링클스 아트 공예를 선택한 아이는 신기한 마술종이로 자신만의 열쇠고리 만들기 체험을 시작했다. 꿈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슈링클스라는 특수한 종이에 열을 가하면 크기가 1/7로 줄어들고, 두께는 7배로 늘어나면서 딱딱한 플라스틱으로 바뀐다고 설명해줬다.
그러면서 A4용지 1/4 크기의 슈링클스 종이와 함께 곰돌이가 그려진 도안을 나줘줬다. 슈링클스 종이는 거친 면과 코팅이 된 부드러운 면이 있는데, 코팅된 면은 채색이 불가능해 거친 면에 그림을 그리라고 주의사항도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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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논밭뷰가 일품인 꿈꾸는 예술터 2층에서는 경남 지역 청년 작가들과 함께하는 꿈터 아트마켓도 마련돼 있었다. |
아이들은 곰돌이 도안을 따라 그리며, 자신만의 스타일로 채색하기 시작했다. 채색을 할 때는 종이의 크기가 1/7로 줄어들기 때문에 꼼꼼하게 색칠해줘야 변신했을 때 색깔이 더욱 선명해진다고 했다.
다양한 컬러를 활용해 자신만의 곰돌이를 완성한 아이들은 드라이기처럼 생긴 열기구를 통해 금세 종이가 줄어들면서 플라스틱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마법의 종이에 감탄하며 눈을 떼지 못하고 다른 친구들의 작품을 감상하기도 했다. 아이의 표정엔 2시간 내내 웃음꽃이 활짝 피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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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작가들이 직접 현장에서 그리는 그림을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
1층에서 체험을 마치고 2층 옥상으로 발걸음을 옮겨봤다. 이곳에서는 경남 지역에서 활동하는 만화, 공예, 유화 등 10여 명의 다양한 예술가들이 그린 작품을 구경하고 구입도 가능한 ‘꿈터 아트마켓’이 마련돼 있었다.
선선한 바람이 솔솔 부는 옥상에서는 주변 논과 산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깊어가는 가을을 온몸으로 즐길 있는 공간이었다. 평소 접하기 힘든 만화를 비롯해 민화, 한국화 등을 청년 작가들이 직접 그리는 모습도 흥미로웠다. 아이는 직접 작품을 그리는 작가들의 모습에 감탄하기도 하고, 한 컷 한 컷 완성되는 만화와 풍경화에 눈을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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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예술터 2층에 마련된 꿈터 아트마켓에서는 천고마비를 온몸으로 느끼며 허수아비 풍경벨도 만들어봤다. |
청년 작가들과 함께 아이는 나만의 풍경벨 만들기 체험도 이어갔다. 가을을 상징하는 허수아비 풍경 나무 도안을 선택해 채색하며, 바람이 불면 소리 나는 풍경막대를 실로 연결하니 금세 풍경벨이 완성됐다.
집에서 10분 거리의 꿈꾸는 예술터에서 하늘은 높고 문화로 살찌우는 주말을 보낼 수 있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박하나 hanaya2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