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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심에 활력 불어 넣는 ‘청년마을’ 찾아가보니

2022.09.19 정책기자단 최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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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가평군에서 이장으로 지역 발전을 위해 봉사했던 시기가 있다. 관내 여러 마을을 다니며 주민을 만나고, 이장 회의에 참석하며 느낀 건 이대로 고령화가 지속되면 불과 30년 이내에 지방 마을이 없어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었다.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청년이 지방에서 살아가도록 매력적인 일자리를 만들면 쉽게 해결된다. 다행히 윤석열정부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국정목표로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 혁신과 지역 특화형 산업을 육성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제시했다. 

2022년 청년마을 발대식이 함양에서 성대하게 열렸다.(사진=행정안전부 유튜브 캡처)
2022년 청년마을 발대식이 함양에서 성대하게 열렸다.(사진=행정안전부 유튜브 캡처)


지방 소멸과 청년 일자리에 관심이 많은 내 눈에 지역과 청년이 함께 상생하는 ‘청년마을’이라는 정책이 눈에 띈다. 청년마을은 청년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은 청년들의 활동으로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올해도 전국 12곳이 청년마을로 추가 선정돼 지난 7월 13일 경남 함양에서 발대식이 열렸다.

올해 선정된 청년마을 중에 ‘술익는마을’이란 독특한 이름에 눈에 띈다. 마침 술익는마을이 있는 군산에 갈 일이 있어, 이곳에 정착한 청년들의 삶이 궁금해져 찾아가 보기로 했다. SNS DM으로 연락한 나의 방문을 청년들은 흔쾌히 허락해줬다. 군산은 40여 년 전 고교 시절 방문했던 기억이 흐릿하게 남아 있는 항구 도시였다. 강산이 4번이나 바뀌고 방문한 군산의 뒷골목에서 희미하나마 옛 추억을 찾을 수 있으니 반갑다.

군산의 원도심에 자리잡은 술익는마을은 술독이 놓여 있어 금방 찾을 수 있다.
군산의 원도심에 자리잡은 술익는마을은 술독이 놓여 있어 금방 찾을 수 있다.


허름한 군산의 원도심에 술익는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술익는마을이란 이름에 걸맞게 술독이 입구에 자리 잡고 있다. 2층으로 안내되어 술익는마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술익는마을이란 독특한 이름은 쌀과 물, 누룩이 섞여 잘 발효되어야 맛있는 술이 되듯이, 여러 곳에서 모여든 청년들의 개성이 조화되며 즐거운 화학반응을 일으켜 청년들의 향기와 활력이 술향처럼 풀풀 풍기는 마을로 변화시키려고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술익는마을은 조권능 대표를 포함해 송수민, 송수연 자매와 조선경 씨 등 총 4명이 PM으로 마을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군산이 고향이라는 조 대표는 군산의 원도심이 쇠락해가는 게 아쉬워서 마을 살리기에 고심하다가, 국민 차례주 백화수복 청주가 군산에서 만들어진 술이란 점에 착안해 백화수복의 뒤를 잇는 수제 청주를 만들어 보겠다는 꿈을 꿨다.

술익는마을 조권능 대표와 3명 PM의 도전이 유쾌하고 행복해 보인다.
술익는마을 조권능 대표와 3명 PM의 도전이 유쾌하고 행복해 보인다.


군산에 여행차 놀러 왔다 조 대표의 꿈에 합류해 서울에서 군산으로 아예 거주지를 옮긴 PM들을 두고 조 대표는 천군만마를 얻었다고 표현한다. 송수민 PM은 “역마살을 타고나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성격인데 군산의 원도심은 처음으로 정착해 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만든 곳이에요. 여행자들과 로컬의 일상이 적절히 섞여, 적당한 속도의 삶으로 살 수 있어 빠른 삶에 지친 도시인들에게는 쉼 같은 곳입니다”라고 군산에 정착하게 된 계기를 말해준다.

송수민, 송수연 자매는 서울에서 군산으로 아예 거주지를 옮겼다.
송수민, 송수연 자매는 서울에서 군산으로 아예 거주지를 옮겼다.


혹시나 외부에서 청년들이 이주해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데 현지인들의 텃세는 없었느냐는 걱정 어린 질문에 단호히 “오히려 청년들이 빠져나가던 도시에 청년들이 이주해 오니 더 반가워하고 많이 도와주신다”라고 말한다.

지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도움으로 술익는마을은 순조롭게 사업이 진행중이다.
지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도움으로 술익는마을은 순조롭게 사업이 진행 중이다.


술익는마을은 청년들만의 색깔을 가진 수제 청주를 만들어 내는 게 최종 목표지만, 아직은 시설이나 자본 등 모든 면에서 시기상조라 수제 청주를 좋아하는 청년들에게 양조 기술을 전파하는 양조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군산 청주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군산의 청주를 알리는 게 보람이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군산의 청주를 알리는 게 보람이다.


양조 체험 프로그램은 1기가 4주에 걸쳐 진행됐고, 1.5기는 1박2일, 2기는 2박3일로 진행됐다. 10월에는 3기가 3주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전국에서 참가를 원하는 청년들이 많아 개설하는 프로그램마다 성황리에 신청이 마감된다. ‘나도 UN에서는 청년으로 인정하는 나이니 신청해볼까?’라는 행복한 착각도 해본다.

술익는마을 양조 체험 프로그램 모집 포스터.(사진=행정안전부)
술익는마을 양조 체험 프로그램 모집 포스터.(사진=행정안전부)


1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청년 중 2명이 군산의 매력에 빠져 학교와 디자이너란 직업을 그만두고 군산 원도심의 빈 상가에서 주점을 창업한 게 가장 큰 수확이다. 그들이 운영하는 주점을 잠시 방문해보니 군산 청주의 맛에 흠뻑 취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술익는마을 양조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군산 원도심에 주점을 연 청년들의 표정이 행복하다.
술익는마을 양조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군산 원도심에 주점을 연 청년들의 표정이 행복하다.


청년마을 사업에 선정된 게 군산 원도심에 청년마을 모델을 만들어 더 많은 청년을 정착하게 하는 책임이 주어진 것이라 어깨가 무겁다고 한다. 청년들의 표정에서 두려움보다는 행복함이 느껴지니 그들의 도전에 찬사를 보낸다.

청년마을 사업은 술익는마을처럼 지방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청년들을 위해 청년 활동 공간과 주거 기반을 마련하도록 지역살이 체험, 청년 창업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2018년도부터 2021년까지 전국 각지에 15곳의 청년마을이 조성되었고 올해도 12곳이 새롭게 선정되어 지방 소멸을 막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청년들이 변화시켜 갈 군산 원도심 상가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청년들이 변화시켜 갈 군산 원도심 상가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내가 ‘청년’이던 시절도 결코 쨍하지는 않았고 배 곯아가며 힘들게 살았다. 그래도 일자리가 없어 취직 걱정하는 청년은 많지 않았다. 지금의 청년들이 일자리 걱정 덜하고 우리 사회의 주역으로 모두가 자리매김하는 날이 오길 소망한다.



정책기자단 최병용 사진
정책기자단|최병용softman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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