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일부터 해외에서 우리나라로 입국하기 전 코로나19 음성확인서 제출 의무가 해제됐다. 기존에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편을 탑승하기 48시간 전에 유전자증폭(PCR) 또는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를 받아야 했다.
현지 약국과 병원, 테스트센터 등에서 저렴하지 않은 가격을 지불하고 음성확인서를 발급받은 후에야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는데 상당히 번거롭고 신경 쓰이는 과정 중 하나였다. 즐겁고 고단한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은 이유다. 이제는 입국 전 코로나19 검사 등 일련의 과정이 해제되고 입국 후 24시간 이내 PCR 검사만 남게 되면서 해외여행을 가는 지인들이 정말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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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그리스 대한민국 대사관. |
코로나19 발생 후 처음으로 여름방학을 맞아 친구와 함께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그리스를 여행하던 중 여권을 도둑맞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지하철 출입문이 고장난 것 같은 상황을 연출하고는 귀중품을 빼앗는 수법이었다. 처음에는 너무 막막했다. 여권을 분실한 게 처음이었을 뿐더러, 곧 이스라엘로 넘어가야 하는 항공편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정보를 수소문한 끝에 대한민국 대사관에 방문하면 여권 관련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주 그리스 대한민국 대사관에 방문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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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분실 확인서를 발급받기 위해 현지 관광경찰에 방문했다. |
해외에 위치한 대사관에서 여권 분실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지 관광경찰에게 분실 확인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대부분의 대사관이 현지 경찰이 발급한 분실 확인서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보통 외국인을 위한 분실 신고 업무는 관광경찰이 진행하는데, 경찰의 업무 범위가 모두 다르니,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스의 경우는 아테네 도심에 관광경찰서가 위치했고 관광경찰의 몇 가지 질문에 답한 후 여권 분실 확인서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분실 확인서를 가지고 대한민국 대사관에 방문하면 대한민국 긴급여권과 일반여권 두 가지를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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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긴급여권. |
긴급여권과 일반여권은 목적과 용도, 사용 범위가 다르다. 일반여권은 대한민국 행정기관에서 발급받는 여권과 동일하다. 해외 대사관에서도 일반여권 발급 업무를 볼 수 있고, DHL 등 국제 특송 서비스를 신청하면 배송 기간을 일주일 내외로 앞당길 수 있다. 단, 해당 국가 대사관에서 신청하면 동일한 대사관에서 수령해야 한다.
긴급여권은 일반여권과 성격이 다르다. 긴급여권은 신청 당일에 즉시 발급받을 수 있다. 단수여권으로 발급지 기준 왕복 1회(출국, 입국 각 1회)에 한하여 사용할 수 있으며, 발급지 국가로 돌아올 때 그 효력을 상실한다. 또한 긴급여권으로 출국 후 같은 국가를 2회 방문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즉, 한 국가당 입출국이 1번씩 가능한 일회용 여권이다.
감사하게도 여권 사진은 대부분의 대사관에 촬영기기가 설치되어 있어 무료로 촬영할 수 있다. 일주일 정도 걸리는 일반여권 특급배송도 고려했지만, 이스라엘 항공편이 얼마 남지 않아 바로 받을 수 있는 긴급여권을 발급받아 이스라엘행 비행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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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에서 여권 등 다양한 민원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
외국인이 긴급여권으로 출국과 입국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에서도 긴급여권 사용 사유를 소명해야 했고 이스라엘 입국 시에도 그리스에서 발급받았던 분실 확인서를 제출해야 했다. 한국 일반여권의 위대함을 다시 느꼈던 순간이었다.
긴급여권은 1개국 1회 입국, 1회 출국이므로 방문한 국가를 다시 방문하지 않는다면 이론상 긴급여권만으로도 계속 여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부 긴급여권의 입국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가 있다. 앞으로 남은 여행지에서는 요르단과 이집트가 긴급여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스라엘에 입국 후 DHL 특송 서비스로 일반여권을 발급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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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이스라엘 대한민국 대사관에 펄럭이는 태극기. |
해외에서 대한민국 대사관 건물을 마주하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특히 해외에서 마음고생 중 펄럭이는 태극기를 맞이하면 괜스레 울컥해진다. 일반여권을 발급받기 위해 방문한 주 이스라엘 대한민국 대사관에 방문했을 때도 역시 벅차오름과 동시에 안정감을 느꼈다.
처음 대사관에 방문했을 때 직원 분이 시원한 한국식 아이스 커피로 맞아주셨다. 무더운 날씨에 배낭여행 중인 내게는 단비, 성수라고 표현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외국이었지만 대한민국 땅에서 보호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현지 여행 정보와 주의사항, 도움이 되는 정보도 아낌없이 제공해주셨다. 여권 역시 DHL 특급배송으로 6일 만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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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영사민원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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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영사민원24 여권 분실시 조치. |
해외에서 여권을 분실했을 때는 즉시 분실 신고를 하는 것이 좋다. 대사관에 방문해 절차를 밟을 수 있지만 빠른 분실 신고를 통해 분실된 여권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게 우선이다. 외교부 영사민원24 홈페이지(https://consul.mofa.go.kr/)를 통해 온라인으로 여권 분실 신고 민원을 신청할 수 있다.
대한민국 대사관은 보통 수도에 위치하기에 대사관으로의 빠른 방문이 어렵거나 여권 분실 후 혹시 모를 피해 예방을 위해 미리 인터넷으로 분실 신고를 진행한 뒤, 현지 경찰에 분실 확인서를 발급받으면 추가적인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이 자리를 빌려 현지에서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대한민국 정책기자 박준식입니다. 항상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