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술관은 눈으로만 보는 전시를 넘어 직접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 또래 학부모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는 여름방학 내내 미술관에 가서 도자기 체험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개학을 며칠 앞두고 집에서 30분 거리인 도자기 미술관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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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은 도자기 미술관으로 가야 토기가 유명한 김해에 위치해 있다. |
지난 2006년 문을 연 클레이아크는 흙을 뜻하는 클레이(Clay)와 건축(Architecture)을 의미하는 아크를 합쳐 만든 합성어로 흙과 건축뿐 아니라 과학과 예술, 교육을 한꺼번에 누릴 수 있는 공간이다. 입구에 들어서니 도넛 모양의 알록달록한 색동한복을 연상케 하는 미술관 외벽이 맞아줬다.
미술관 외벽에는 특별한 비밀이 숨겨져 있었는데, 바로 손으로 하나하나 그려 만든 5036장의 도자기 타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특히 1000도가 넘는 고온에서 4번 넘게 구워내 시간이 흘러도 색이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술관의 소장품 1호로 꼽히는 이 건물 자체가 거대한 예술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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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에서 아이가 실감영상으로 미술관을 즐기고 있다. |
“엄마, 왜 여긴 도자기가 유명한 거예요?”
한참 동안 아이와 미술관 외벽의 장관에 놀라워하고 있을 때 미술관 직원이 건물 외벽에 대한 설명을 해줬다. 그저 아름답다고 멍때리고 있었는데, 직원의 설명에 새로운 정보도 알게 되면서 설렘이 가득했다. 클레이아크 미술관이 위치한 김해는 도자기와 관련돼 역사가 깊은 곳이기도 했다. 철기시대부터 도자기 문화가 번성했던 김해는 조선시대 분청사기인 ‘김해 찻사발’ 등 가야 토기의 아름다움이 탄생한 곳이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도공들이 일본으로 납치되면서 잠시 명맥이 끊기기도 했지만 현재는 100여 개의 도기를 굽는 가마가 남아 있다. 클레이아크 미술관 근처에는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으로 도예촌, 도자테마거리와 함께 80여 개의 공방이 조성돼 있어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많다고 귀띔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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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도자기 일일체험을 해봤다. |
클레이아크 미술관이 가족 단위 관람객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는 또 있었다. 바로 연중 전시와 함께 도자기 체험, 창의놀이 미술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돔하우스에서는 2022 상반기 기획전으로 ‘즐거운 나의 집’ 전시가 마련돼 있었다. 6명의 작가들이 집을 주제로 익숙한 사물들을 새로운 시선을 통해 재발견할 수 있도록 표현한 점이 인상 깊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레고 블록을 도자기로 표현하기도 하고, 핑크색과 붉은색 등 화려한 유약을 활용한 의자 등 소박해 보이는 집안의 가구들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점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아이는 도자기 작품들이 춤을 추는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특히 어린이들을 위한 전시감상 활동지도 돋보였다.
‘예술작품은 익숙한 것들을 다르게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활동지에는 6명의 작가들이 표현한 작품이 어떤 상상력을 더해 과장, 변형, 축소됐는지, 우리 집의 사물들을 떠올리며 나만의 형태로 표현하기도 하고, 작품의 높낮이를 선으로 이어볼 수 있도록 구성해 아이가 무척 흥미로워했다.
마지막으로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도자기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해봤다. 클레이아크 미술관에서는 도자체험 공간으로 스튜디오와 가마실을 갖추고 있어 흙을 직접 만져보고, 원하는 모양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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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체험을 한 아이는 자신을 쓸 하트컵의 모양을 완성했다. |
“흙은 시간이 지날수록 딱딱하게 굳기 때문에 빠르게 모양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도자체험 선생님의 주의사항에 따라 아이는 본인이 쓸 컵을 만들기 시작했다. 황토색의 흙을 피자처럼 4등분해 지렁이처럼 길게 만들어 달팽이 모양으로 틀을 만들었다. 한 줄씩 둘둘 말아 쌓아 올리며 다듬는 과정을 거듭한 결과 한 시간 만에 하트 모양의 컵을 완성했다.
도자기는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했던가. 전통가마에서 1차 초벌구이에 유약을 바르고 다시 구워내는 작업을 반복해 한 달 뒤에 택배로 받아볼 수 있다고 했다. 말랑말랑한 흙을 만지면서 아이는 스마트폰 없이도 재미있는 게 많은 공간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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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에는 정원과 마당에 인기 포토존이 많다. |
성큼 다가온 가을, 국민 모두가 미술에 푹 빠질 수 있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전국 230여 개 전시기관과 함께 9월 1일부터 11일까지 ‘미술에 빠진 대한민국’이란 테마로 2022 미술주간을 준비했다.
미술주간에서 매년 관람객들에게 인기 프로그램으로 꼽히는 것은 ‘미술여행’이다. 미술여행은 전문해설사와 함께 국립, 사립미술관 등의 전시를 관람하는데, 올해는 서울·충청·전라·경상·강원·제주 등 전국 7개 권역에서 20개 코스가 운영된다.
올해 눈에 띄는 점은 여행전문 유튜브 채널 ‘여행에 미치다’와 한국관광공사가 제공하는 여행 콘텐츠 정기구독 서비스 ‘가볼래-터’와 협업해 연중 언제든 미술여행을 만날 수 있는 코스를 소개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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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일부터 11일까지 열리는 2022 미술주간에서 인기 프로그램으로 꼽히는 전국 미술여행 지도.(사진=2022 미술주간 누리집) |
이뿐만이 아니다. 장애인을 위한 행사도 마련돼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수원시립미술관은 2022 미술주간 동안 수어 해설을 운영하고, 경기의왕시 정음학교에서는 발달장애 학생들을 대상으로 드로잉 수업도 진행한다. 또한 9월 6일부터 7일까지 aT센터에서는 장애인 창작 미술장터도 열린다.
2022 미술주간에는 전국의 미술관, 화랑, 비엔날레, 미술 전람회 등 230여 개의 전시기관 입장료를 할인하고, 누구나 지역에서 부담 없는 가격으로 작품을 살 수 있는 작가 미술장터, 한국미술시장 학술대회도 열린다. 2022 미술주간에 대한 자세한 프로그램은 누리집(http://artweek.kr/2022/main/main.php)을 활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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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미술주간 누리집을 활용하면 전국의 무료 전시관부터 체험프로그램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2022 미술주간 누리집) |
이번 미술여행 경상권 코스에는 나와 아이가 체험한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도 포함돼 있다. 아이와 미술여행을 미리 즐겨보니 우리 지역에 몰랐던 미술관에 대해 알게 됐고, 다양한 각도에서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마음에 위로와 즐거움을 선사해줬다. 미술주간을 통해 미술로 여유로움을 즐기는 귀한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박하나 hanaya2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