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자료를 보니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 대수가 2500만 대를 돌파했다.(2022년 3월 현재) 우리 국민 2명당 1대를 보유한 셈이다. 일반 자동차뿐만 아니라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 보급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주변에 전기차가 많이 보인다. 우리나라 전기차는 25만8253대가 등록되었다.(2022년 3월 현재, 국토부) 내가 사는 아파트에도 전기차가 많이 보인다. 처음에는 충전 문제로 꺼렸는데, 전기차 충전소가 늘어나면서 급증하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주는 최대 3500만 원의 보조금도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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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도 전기차 충전시설이 설치됐다. |
지난해 12월 내가 사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시설이 설치됐다. 올해 1월 28일부터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친환경자동차법)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법률에 따르면, 새 아파트는 총 주차대수의 5%, 이미 지어진 아파트는 2% 이상 규모로 전기차 충전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우리 아파트는 2500세대 규모인데, 80기의 충전시설이 갖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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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동네 행정복지센터에도 전기차 급속 충전시설이 설치됐다. |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 동네 행정복지센터 앞에도 전기차 충전시설이 있다. 지난해 11월 급속 충전을 할 수 있는 대규모 친환경 충전소(수소, 전기, LPG 모두 충전 가능)도 성남시에 생겼다.
하지만 전기차를 보유한 친구는 일반 주유소에 비하면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한다. 동네와 가까운 곳에 급속 충전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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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시 등 많은 지자체가 가로등형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고 있다. |
얼마 전에 수원시를 지나가다 가로등에서 차량이 충전하는 것을 봤다. 가만히 보니 전기차 충전기다. 경기도 수원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전기차 충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유동 인구가 많은 상권 주변에 가로등형 충전기를 설치했다. 수원시뿐만이 아니다. 서울 강남구 등 많은 곳에서 가로등형 충전기를 설치하고 있다.
수원시청 대기환경팀 담당자에게 전화로 문의해봤다. 수원 관내에 가로등형 충전기가 두 곳에 설치되어 있단다. 올해 두 곳을 더 추가하고, 내년 이후에는 수원 동네마다 가로등형 충전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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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영통구 상권 중심 지역에 설치된 가로등형 전기차 충전시설이다. |
영통구청 인근에 있는 가로등형 충전기를 보러 가봤다. 대로변 노면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된 가로등이 떡하니 서 있다. 전기차 충전시설 옆에 사업 개요 간판이 있다. 사업명은 스마트 가로등 전기차 급속 충전기 구축사업이다. 주요 설비는 충전시설, 가로등, 전자전광판 홍보시설, 단속(관리)용 CCTV다.
이곳은 아파트 단지와 공공기관, 상가 등이 밀집된 곳이다.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는 완속이 아니라 급속이다. 완속은 지하주차장 등에 설치된 충전시설이다. 완전 방전 상태에서 보통 1시간에 10% 정도 충전된다. 급속은 완전 방전 상태에서 1시간 이내로 80%까지 충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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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형 전기차 충전시설은 급속 충전시설이다. |
충전기 주변이 상권 주변이라 점심시간에 밥 먹으러 왔다가 충전도 가능하다. 급속은 완속보다 충전 속도가 7배 이상 빨라 짧은 시간에도 충전 효과가 크다. 그래서 전기차 운전자들은 완속보다 급속 충전시설을 많이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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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운전자도 이제 충전시설 걱정 없이 운행할 수 있게 됐다. |
전기차 충전을 하러 온 운전자를 만났다. 수원시 영통구에 사는 김영환(48) 씨다. 전기차 운행 3년 차라고 한다. 김 씨는 “전기차를 처음 운행할 때는 충전소 찾아 삼만리였어요. 충전 걱정으로 장거리 운행은 생각도 못 했고요. 요즘은 동네뿐만 아니라 고속도로에도 충전소가 많아 충전 걱정 없이 타고 다닙니다. 동네 가로등에까지 충전소를 설치하니 너무 좋습니다”라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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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구역에 일반차량은 주차 금지다. 위반시 과태료 10만 원이다. |
앞서 언급했던 ‘친환경자동차법’에 따라 5월 1일부터 모든 급속·완속 전기차 충전구역 또는 전용 주차구역에 일반차량은 주차 금지다. 위반 시 과태료 10만 원이다. 가로등형 충전기가 좋은 점이 또 있다. 폐쇄회로 TV도 설치되어 있다.
다만 충전기가 딱 하나뿐인 것은 좀 아쉽다. 급속 충전기라 해도 한 사람이 충전하고 있으면 다른 사람이 충전하긴 쉽지 않다. 짧게 기다려도 20~30분 기다려야 하니 말이다. 한 곳에 적어도 3대 정도 설치했다면 기다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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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형 전기차 충전시설에는 CCTV도 설치되어 있다. |
친환경자동차법에 따라 대단지 아파트는 전기차 충전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한다. 그런데 단독주택가에는 전기차 충전시설을 보기 쉽지 않다. 내가 보니 가로등형 전기차 충전시설은 앞으로 더 많이 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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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을 위해 가로등형 전기차 충전시설이 많이 설치되길 기대한다. |
행정안전부는 올해 1분기 적극행정 규제해소 우수사례로 수원시의 가로등형 전기차 충전기 등 8건을 선정했다.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 인정받은 것이다.
탄소중립 사회로 가는 길은 멀리 있지 않다. 지금처럼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를 늘리는 것이다. 우리 동네도 수원시처럼 가로등형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되길 기대한다. 그럼 나도 전기차를 구매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