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진학 또는 취업, 유학 등에 필요한 학교생활기록부. 지금까지 학교 밖 청소년들은 생활기록부를 받기 위해 출신 학교에 직접 방문하거나 행정복지센터 등을 방문해 팩스(FAX)로 신청해야 했다.
출신 학교로 가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지만, 이 과정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교육부에서는 최근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학교생활기록부 온라인 발급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발급 절차는 매우 간단하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홈에듀 민원서비스’에 접속하여 공인인증서로 로그인하고, 학교생활기록부 발급을 선택하면 된다. 원하는 학교 이름을 검색하여 선택하면, 학교생활기록부 파일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파일은 암호로 잠겨있어 바로 열람할 수 없다. 비밀번호 입력란에 생년월일 6자리를 입력하면 조회가 가능하다. 단, 2003년 이후 졸업자만 온라인으로 발급 가능하다.
이 간단하고 단순해 보이는 서비스는 사실 큰 의미를 지닌다. 교육부에서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해 도입했다는 점, 그리고 학교생활기록부가 그간 많은 학교 밖 청소년에게 걸림돌이 되었다는 점 때문이다. ‘학교생활기록부 온라인 발급 서비스’의 시행을 맞아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직접 학교생활기록부 관련 경험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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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로 보호된 학교생활기록부 파일. |
20세인 A 씨는 과거 입시를 위해 학교생활기록부 발급을 시도했으나, 이내 포기했다. 주민센터에 방문해 학교생활기록부 발급을 문의한 그에게 ‘학교에 직접 방문해 발급받아야 한다’라는 답변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출신 학교에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저는 학교폭력 피해자입니다. 저에게 끔찍한 기억으로 남은 학교에 다시 방문한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숨이 막히는 일이었어요. 또한 자퇴생의 입장에서 학교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눈치 보이고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생활기록부 발급도, 생활기록부를 제출해야 하는 대학도 모두 포기했어요.”
19세인 김태희 씨는 입시를 준비하기 위해 학교생활기록부를 세 차례 발급받았다. 그러나 학교에 방문할 때마다, 그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고 한다.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의 경우 대학에 생활기록부가 바로 전달되기 때문에, 행정실 선생님께서 생활기록부 발급에 대해 잘 모르시더라고요. 문의를 드릴 때마다 늘 연차가 높은 분께 여쭤본 후 답변을 전달하겠다고 말씀하셨어요.”
태희 씨는 최근 학교생활기록부 온라인 발급 서비스를 직접 이용해 보았다고 한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발급을 모두 경험한 그에게 어떤 차이가 있는지 물었다.
“학교 프린터기가 노후화되어서 그런지 늘 사진이 이상하게 일그러진 생활기록부를 받았어요. 온라인으로 발급받았을 때는 깔끔하게 나와서 좋았답니다. 시간도 5분 이내로 소요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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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교 밖 청소년.(출처=KTV) |
A 씨와 태희 씨 모두 ‘학교생활기록부 온라인 발급 서비스’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특히 A 씨는 자신과 같이 학교에 가기 힘든 사람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며, 온라인 발급 서비스에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이 서비스를 넘어, 학교 밖 입시생들을 위해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입시를 준비할 당시, 3년간의 학교생활 내용을 요구하는 자기소개서가 많았어요. 자기소개서에 쓸 수 없는 교외 활동을 제외하면 학교 밖 청소년의 입장에서 무엇을 써야 할지 막막해졌죠.”
태희 씨 역시,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며 막막함을 느꼈다고 한다. “많은 학교에서 자기소개서 가이드북과 논술 가이드북을 제작해요. 그러나 생활기록부 대체 서식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없어서 정말 막막했었죠. 입시를 도와주는 선생님이 없으니 모두 혼자 알아내야 했어요.”
여전히 많은 학교 밖 청소년이 입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약 9000명에 달하는 인원이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에 입학했다. ‘학교생활기록부 온라인 발급 서비스’를 시작으로,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더 많은 발전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