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스타일을 바꿔보려 머리를 짧게 자른 헤나(필리핀 출신) 씨는 주위 친구들이 ‘왜 머리를 남자처럼 잘랐냐? 실연당했냐?’고 물어봐서 굉장히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머리 길이 때문에 외모를 평가받는 기분이 들어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는 그녀는 “그냥 제 스타일을 평가하기 보다는 다양한 머리 스타일이라고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하게 표현했던 단어들이 누군가에게는 차별의 표현으로 들릴 수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전 세계에서 인종차별과 혐오범죄가 이슈가 되는 요즘, 이럴 때일수록 차이를 인정하고 다름을 존중하는 ‘문화다양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매해 5월 21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문화다양성의 날’이다. 우리나라에선 2014년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 제정 뒤 2015년부터 매해 문화다양성의 날부터 일주일간을 ‘문화다양성 주간’으로 정해 다양한 행사와 캠페인을 열고 있다.
|
매해 5월 21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문화다양성의 날’이다.(사진=문화다양성 누리집) |
올해 7회째를 맞는 문화다양성 주간은 5월 21일부터 27일까지로 전국의 25곳의 지역문화재단과 함께 문화다양성의 가치를 만나볼 수 있는 의미 있는 기회다. ‘취향존중, 취향저격’이라는 올해 슬로건부터 예사롭지 않다. 행사 첫날부터 인기를 끌었던 대국민 온라인 캠페인 ‘#문화다양성 숲 꾸미기’부터 참여해 봤다. 문화다양성 숲 꾸미기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다양성의 가치를 직접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문화다양성 주간 누리집(www.diversityweek2021.com)에 접속해 봤다. 참가자들은 멸종 위기에 놓인 도도새, 바오바브나무 등으로 나만의 꽃밭을 만들고 꽃밭이 모여 문화다양성 숲을 만들면 된다. 먼저 첫 단계로 씨앗 이름을 적어봤다. 내 이름을 딴 ‘하나’로 정하고, 다음 단계를 클릭하니 씨앗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나왔다.
‘어떤 모습으로 자라도 예뻐해 주겠다’고 클릭하니 나만의 온라인 꽃밭이 완성됐다. 비록 온라인이지만 나만의 숲이 생겼다는 생각에 자부심도 생기고, 다른 사람은 어떤 꽃밭을 완성했는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첫날 나처럼 문화다양성 숲 꾸미기에 동참한 사람들은 3000명이 훌쩍 넘었다. 누리소통망(SNS)에 ‘문화다양성주간’, ‘다양성숲만들기’ 등 해시태그(#)를 달아 공유하면 추첨을 통해 친환경 화분과 씨앗도 증정한다.
|
문화다양성 숲 꾸미기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다양성의 가치를 직접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됐다.(사진=문화다양성 누리집) |
그런가 하면, 문화다양성 주간에는 ‘네이버 지식라이브 온(https://tv.naver.com/v/20358982/list/710609)’에서 문화다양성 특별강연을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다. 문화예술 분야 전문가 11명이 디지털 환경을 비롯해 영화, 출판, 언어 등 4개 분야의 문화다양성 화두를 중심으로 강연을 펼친다.
“지금은 콘텐츠 유통에서 디지털 중개자의 역할이 막강해진 이른바 ‘플랫폼 시대’입니다.”
24일 오후 6시, ‘디지털 시대의 문화다양성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란 주제로 열린 한양대 정준희 교수의 특별강연을 들어봤다. 정 교수는 “요즘 자본주의 경제는 디지털 경제다”라며 “과거에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다양한 제조사 상품을 직접 골랐지만 지금은 온라인으로 모든 주문이 옮겨가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디지털 환경의 변화가 문화다양성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다각도로 짚어줬다. 정 교수는 “이처럼 디지털이 발달하면서 편리한 점도 있지만 문화의 획일화에 대응하고 문화 다원주의를 존중하며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문화에 대한 조화와 참여가 맞물렸을 때 디지털 문화다양성이 공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문화다양성 주간에는 10인의 문화예술인들이 큐레이션에 참여해 문화다양성 도서와 영화, 음악, 공연을 추천한다.(사진=문화다양성 누리집) |
25일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위하여’, 26일 ‘한국 출판의 새로운 흐름, 독립출판’을 주제로 한 강연이 펼쳐진다. 27일엔 수어와 소멸언어, 차별언어 등 언어가 가진 다양성과 그 속에 숨은 이데올로기를 이야기하는 강연이 이어진다. 문화다양성 주간 총 32개의 일반영상과 수어버전 영상은 1년간 네이버 TV에서 시청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문화다양성 주간에 볼만한 책과 영화는 뭐가 있을까. 이번 문화다양성 주간에는 10인의 문화예술인들이 큐레이션에 참여해 문화다양성 도서와 영화, 음악, 공연을 추천한다. 참여 예술인도 화려하다. ‘보건교사 안은영’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소설가 정세랑, 수필가 이석원 등을 비롯해 뮤지컬 배우이자 프로듀서로 활동 중인 정영주, ‘반짝반짝 박수 소리’로 대중의 주목을 받은 이길보라 감독, 젊은 국악인 유태평양 등이 문화다양성 가치가 담겨 있는 영화, 음악, 책 등 총 97편을 소개하는 코너도 마련됐다. 이들이 추천하는 다양한 작품과 추천사는 문화다양성 주간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지니뮤직과 왓챠는 문화다양성 큐레이션전과 연계한 캠페인도 진행한다. 지니뮤직은 27일까지 문화다양성 플레이리스트와 매거진을 공개한다.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왓챠와 콘텐츠 평가, 추천 서비스인 왓챠피디아에서는 스페셜 큐레이터와 왓챠가 뽑은 큐레이션전 ‘다양성의 발견’을 선보일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마다 이벤트도 풍성하다. 이번 전시 작품 중 보고 싶은 작품의 이미지를 ‘문화다양성 주간’으로 해시태그를 표시해 누리소통망에 공유한 참여자 100명에게는 추첨을 통해 왓챠 1개월 이용권도 증정할 예정이다.
|
지난 2017년 부산문화재단에서 개최한 ‘문화다양성 꽃길 행사’.(사진=부산문화재단) |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문화다양성 주간에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처음으로 제1차 문화다양성 보호 및 증진 기본계획을 26일 발표한다. 또한, 문화다양성 주간에는 전국 25개 문화재단과 함께하는 32개 무지개다리 사업도 온·오프라인으로 즐길 수 있다.
K팝, K드라마, K웹툰 등 우리나라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요즘이다. 문화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감수성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박하나 ladyhana0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