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음악 속에 받는 네일 케어가 무료라면, 더욱이 시원한 음료수까지 챙겨준다면 사실일까. 이 모든 게 ‘섬섬옥수’에서 가능하다. 당일 열차표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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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섬옥수(ADT캡스) 용산역점. |
‘섬섬옥수’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기관, 기업 등과 협업해 청각·중증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만든 매장이다. 당일 열차 승차 고객이라면 누구나 네일 케어를 제공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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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을 위한 마스크를 살며시 건네줬다. |
지난 4월 12일 개소한 ‘섬섬옥수’ 용산역점을 찾았다. 입구에 들어서며 무심코 인사를 하자, 말없이 투명 마스크를 건네준다. 이런, 마스크를 쓰고 있어 내 입 모양이 보이지 않았다는 걸 순간 깜빡했다. 현재 용산역에는 모두 청각장애인이 상주해 KT에서 지원하는 마음 톡(TALK) 앱을 이용하나, 이날은 두어 명과 함께 필담으로 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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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 스마일 표시까지 넣어 친절하게 답변해 주고 있다. |
불편하지 않아도 답답한 요즘. 이들인들 어려움이 없었을까. 그럴수록 더 세심하게 고객을 배려하며, 기분을 헤아려 주는 모습이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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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물론 다른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일자리가 더 많이 생기면 좋겠다는 이예은 씨. |
내게 네일 케어를 해 준 이예은 씨는 평소 미용에 관심이 많았다. 장애인고용공단에서 네일 아트를 교육받고, 관련 일자리를 알아보다 일을 시작하게 됐다. 무엇보다 고객이 기분 좋은 얼굴로 고맙다고 할 때 가장 뿌듯하다고.
작은 부분이라도 정성이 들어가면 다르다. 손톱을 다듬어 주는 조그만 행동에서 뭉쳐진 마음까지 확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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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히 네일 케어를 하는 모습. |
“꼭 청각장애인에 제한한 건 아니고 중증여성장애인이라면 가능한데요. 네일 케어 분야가 특히 섬세한 청각장애인들에게 잘 맞아 많이 하고 있어요. 저희는 2012년 청각장애인 네일 아티스트라는 직무를 개발했는데요. 당시에는 여성들이 많은 기업에서 장애인을 채용해 직원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면 서로 좋을 것 같았어요. 그 시작이 이어져 서로 협력해 매장이 생기게 된 거죠.”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김경애 차장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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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섬옥수 용산역점으로 가는 길. |
‘섬섬옥수’ 네일 케어 매장은 상생의 결과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보조공학 기기와 인력 모집, 교육 등을 통해 연결해 주고, KT가 문자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마음 톡(TALK) 앱을, 한국철도공사가 주요 철도역 유휴공간을 무상 제공한다. 기관이나 기업은 이들을 고용하며 관리를 해준다. 물론 용산역은 전국 최초로 민간 기업인 (주)ADT캡스가 담당해 더 의미 깊다.
“지자체가 아닌 기업이 참여했다는 건 의미가 달라요. 기관에서는 예산에 따른 사업이라 지속적인 고용 유지가 어려울 수 있거든요. 기업을 선정할 때도 그런 점을 고려해 처우 개선이나 고용 유지 등을 핵심으로 보고 있어요.”
예전에는 장애인 대부분이 재능과 무관한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그러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네일 아트 교육생을 모집, 인력을 양성했다. 많은 고용 창출이 생겼고 만족도도 높았다. 물론 이외에도 다양한 장애인 일자리 모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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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운영하지 않는다. |
매장에 따라 구성원도 다르다. 현재 용산역 매장은 오전, 오후 각각 5명씩 총 10명 모두 청각장애인으로 구성돼 있지만, 대전역은 지체장애인이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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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에서 예약을 할 수 있다.(왼쪽) 감미로운 음악과 냉장고 안에 있는 음료수는 서비스다.(오른쪽). |
6월에는 김천구미역에 한국전력기술과 함께 개소를 앞두고 있으며, 2021년에 영등포역, 안양역, 오송역, 울산역, 강릉역에 문을 열 예정이다. 현재는 대전역과 부산역, 익산역과 용산역에 매장이 있어 이용 가능하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당일 기차표를 소지했다면 충분. 물론 카카오톡 친구추가로 예약해 두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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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받아도, 정성이 들어있으면 온전히 전해진다. |
정부는 지난 3월 26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코로나19 이후 포용적 회복을 위한 ‘장애인 채용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민간부문 장애인 신규 고용 촉진을 강화하고, 공공부문 장애인 전문인력 양성 기회 확대, 새로운 분야에 대한 장애인 일자리 창출 등을 주 내용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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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섬섬옥수를 지닌 열차 이용객이 늘어나겠다. |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난 열차 여행부터 찾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들 손이 유독 아름다운 이유를 더 궁금해 하지 않아도 되겠다. 매장에서 나올 때, 짐가방마저 날아갈 것 같은 건, 섬섬옥수가 된 손이 준 만족감 덕분일까.
‘섬섬옥수’ 용산역점
주소 : 용산역사 4층 달 주차장 인근
이용 방법 : 당일 예매표 소지한 사람에 한해 사전 예약 혹은 현장 예약 가능.(사전 예약은 카카오톡 섬섬옥수(ADT캡스) 채널 추가 후 상담원 채팅(월~금 09:00~17:00))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윤경 otter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