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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니] “어휴, 누가 산에서 담배를 피웠네”

산림청, 2월 1일~5월 15일까지 산불조심기간으로 정하고 산불 방지 총력

2020.02.11 정책기자 이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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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도 지났으니 봄의 시작이다. 봄에는 황사와 함께 산불 위험이 높다. 지난 가을에 쌓인 낙엽들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조그마한 불씨 하나가 대형 산불로 번지기 쉽다. 그래서 산림청은 해마다 봄철에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한다. 올해도 2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 산불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산림청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산불은 건조한 기상 여건과 계절풍의 영향으로 90% 이상이 봄철에 발생한다. 먼저 최근 10년(2010~2019) 평균 산불 발생 현황을 보자. 전체 발생 건수의 64%(77건), 피해 면적의 89%(204ha)가 봄에 집중됐다. 주요 원인은 입산자 실화(36%)와 소각산불(27%)로 나타났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눈이 많이 오지 않았다. 겨울 내내 건조한 날씨가 봄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4월 경기도 성남시 소재 불곡산에서 화재가 발생해 3시간만에 진화됐다.(출처=경기도 소방재난본부)
지난해 4월 경기도 성남시 소재 불곡산에서 실화로 보이는 화재가 발생해 3시간만에 진화됐다.(출처=경기도 소방재난본부)


지난해 4월 초 내가 사는 동네 뒷산에서 산불이 났다. 아내와 자주 등산을 가는 성남시 분당 인근의 불곡산이다. 하늘로 연기가 치솟았다. 소방헬기는 물론 살수차까지 동원돼 다행히 3시간 만에 산불을 진화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등산로에서 불이 시작됐다고 한다. 불이 저절로 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담배꽁초 등 누군가의 실화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입산객들이 버린 담배꽁초다. 아직도 산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다.
입산객들이 버린 담배꽁초다. 아직도 산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다.


“어휴~ 누가 여기서 담배를 피웠네. 옛날에 당신도 그랬어요?”

가끔 아내와 등산을 간다. 등산을 갈 때마다 아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 있다. 담배꽁초다. 누군가 산에서 담배를 피운 것이다. 나도 한 때 담배를 피웠다. 지금은 끊었지만 산에서 담배꽁초를 발견할 때마다 아내는 내게 레이저 눈총을 쏜다. 한때 흡연을 했다는 이유로 나까지 타박을 한다.

어디 우리 동네뿐인가! 해마다 봄철이면 강릉에서 산불이 자주 발생한다. 강릉시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발생한 산불로 축구장 면적(0.714㏊) 2035개에 해당하는 산림이 잿더미로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에도 강릉 옥계면 일대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울창한 소나무숲 등 1033㏊가 탔다. 오랫동안 키우고 가꾸어 온 산림자원이 한 순간에 날아가 버렸다.

강원 산불 당시 피해지 위성 자료.(출처=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강원 산불 당시 피해지 위성 자료.(출처=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강릉보다 더 심각한 게 호주다. 남의 나라 얘기지만 호주 산불은 인류의 대재앙이다. 2019년 9월 산불이 발생해 5개월째 진화가 되지 않고 있다. 호주 캔버라는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호주는 산불로 한반도 면적의 85%에 해당하는 면적이 소실되었다고 한다. 산림자원뿐만 아니라 동식물의 피해도 심각하다. 코알라와 캥거루 등 야생동물 10억마리의 생명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코알라는 멸종 위기라니 정말 안타깝다.

요즘 산에 가면 바짝 마른 낙엽이 수북이 쌓여있다. 이런 곳에 담배꽁초를 버린다면 불은 순식간에 번질 것이다. 산뿐만이 아니다. 등산로 입구에도 꽁초가 수북하다. 산림보호법에 보면 ‘산림인접지역’이란 용어가 있다. 산림으로부터 100m 이내의 토지를 말한다.

산에 갈 때는 라이터나 성냥, 부탄가스 등 화기나 인화물질을 가져가선 안 된다. 이를 모르고 금지 품목을 소지했다가 적발되면 최대 3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담배를 피우거나 담배꽁초를 버리는 것도 금지다. 이 또한 적발시 3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한다. 과태료가 문제가 아니다. 입산 시 인화물질 휴대금지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항이다. 그런데도 이를 지키지 않는 사람이 왜 이리 많은지 모르겠다.

2월1일부터 전국 산불감시초소에 감시원이 근무하고 있다.
2월 1일부터 전국 산불감시초소에 감시원이 근무하고 있다.


지난 주말, 동네 인근에 있는 산으로 등산을 갔다. 날씨가 포근해 등산객들이 많았다. 앞으로 날씨가 따뜻해지면 등산객은 더 많아질 것이다. 문제는 입산객 중 인화물질을 휴대하는 것이다. 특히 흡연자들은 산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기도 한다. 2월 1일부터 전국 산불감시초소에 감시원이 근무하고 있다. 내가 사는 성남시 불곡산 입구 감시초소에도 감시원이 있었다.

입구와 정상 쪽에 산불감시원이 있지만 산 속 흡연자를 적발하기는 쉽지 않다. 그 많은 입산객들을 어떻게 다 감시하겠는가! 산불 예방의 첫 단추는 입산객에서부터 그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입산객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입산객 흡연만큼 위험한 게 또 있다. 지난해 4월 강원도 산불 피해 주민을 돕기 위해 아내와 강릉으로 여행을 갔었다. 국도를 타고 가다 앞선 차량 운전자가 담배를 피우다 꽁초를 창문 밖으로 휙 하고 버렸다. 꽁초를 버린 곳은 산림 인근지역이다. 이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운전자는 모르는 건가? 바싹 바른 낙엽 위에 꽁초를 버려 산불이 난다면 그 피해는 상상하기 힘들다.

산림인근지역에 담배꽁초를 버리면 산불 발생 위험이 높다.
산림 인근지역에 담배꽁초를 버리면 산불 발생 위험이 높다.


타인 소유의 산림에 불을 내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실수라고 해도 민형사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일부러 불을 낼 경우에는 처벌이 더 무겁다. 타인 소유의 산림에 방화했을 때는 5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본인 소유의 산림이라도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처벌을 받는다.

농사철이 시작되면서 논두렁 밭두렁을 많이 태운다. 병충해 방제를 위해 한다지만 오히려 농사에 이로운 천적이 훨씬 더 많이 죽고 효과도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논두렁, 밭두렁을 태우다가 불씨가 바람에 날아가 산불이 나기도 한다.

논두렁·밭두렁 태우는 일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래서 산에 소각금지경고 안내판이 많이 붙어 있다. 산림이나 산림인접지역에서 불을 피우는 경우 산불을 내지 않아도 과태료 5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논두렁을 태우다가 실수로 산불을 내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 3000만원이다. 산림이나 인접한 곳에서 부득이하게 논·밭두렁을 태울 경우에는 시·군 산림녹지과의 허가를 받은 후 실시해야 한다. 사전에 119에 신고하면 소방차 배치 등 도움을 요청받을 수도 있다.

최근 10년간 일어난 산불 3건 중 1건은 등산객의 부주의 때문이었다.
최근 10년간 일어난 산불 3건 중 1건은 등산객의 부주의 때문이었다.


최근 10년간 일어난 산불 3건 중 1건은 등산객의 부주의 때문이었다. 즉 인화물질 휴대가 문제다. 그래서 산림청은 물론 지방자치단체마다 봄철에 집중 홍보를 한다. ▷ 산행 시 라이터, 성냥 등 인화물질 소지 금지 ▷ 취사는 허용된 구역에서만 실시 ▷ 산림 또는 인접지역에서 흡연 금지 ▷ 산림인접지역에서 소각할 경우 해당 관서에 사전 허가 받기 등이다. 이것만 잘 지켜도 산불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산림청은 해마다 봄철에 산불방지 비상근무를 한다. 하지만 개개인이 산림지역에서 지켜야 할 사항을 지키지 않는다면 비상근무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과태료가 문제가 아니라 ‘나 하나 쯤이야’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지금까지 수많은 산림자원을 잃었다.

산에 갈 때는 절대 라이터 등 인화물질을 휴대해서는 안 된다.
산에 갈 때는 라이터 등 인화물질을 휴대해서는 안 된다.


산불은 한 번 발생하면 많은 장비와 인력을 동원하더라도 쉽게 진압되지 않는다. 산불이 난 후 복구하는데 수십년, 아니 수백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대재앙인 산불을 막을 방법은 예방만이 최우선이다. 이제 더는 부주의로 산불이 나서는 안 된다. 산림자원은 우리만 쓰는 게 아니다. 잘 쓰고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이재형
정책기자단|이재형rotcbl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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