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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가장 부산다운 곳 ‘초량 이바구길’
부산역에서 시작되는 초량 이바구길은 옛 백제병원을 거쳐 담장 갤러리, 168계단, 김민부 전망대, 이바구공작소, 장기려 박사 기념관, 금수사, 유치환의 우체통, 까꼬막 게스트하우스, 마을카페까지 이어지는 약 1.5km 산복도로 골목길을 말한다.
부산은 6.25 전쟁 당시 임시 수도와 후방기지로서의 역할을 했던 곳으로, 당시 산마다 피난민들의 판자집과 움막이 형성돼 산동네가 조성됐다. 산복도로는 이러한 산동네의 모습이 아직 남아있는 곳으로 초량 이바구길은 근대 부산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가장 부산다운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명소 중 한 곳이다.
부산의 정취를 가장 진하게 느낄수 있는 곳, 가장 부산다운 곳 중 하나인 초량 이바구길은 부산역에서 시작하는 1.5km의 산복도로 골목길을 말한다. |
초량 이바구길의 주제는 삶, 사람, 흔적이다. 근대 한국의 삶의 흔적들을 여기저기서 엿볼 수 있는 초량 이바구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1922년 설립된 부산 최초의 근대식 종합병원인 옛 백제병원이다. 중화민국 영사관, 치안대사무소 등으로 쓰여 시대적 흐름이 잘 배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바구길 표지판을 따라 계속 걷다보면 산복도로가 한눈에 보이는 ‘김민부 전망대’와 산복도로의 과거 모습과 인물이 담긴 ‘담장 갤러리’를 만나볼 수 있다. 초량 이바구 길을 여행중이던 이준형 씨는 “산복도로가 한눈에 보이는 김민부 전망대에서 커피를 마시며 내려다 보니 마음까지 뻥 뚫리는 기분이다. 어렸을 때 잠시 이 근방에 살아서 이곳에 올때면 항상 마음이 편안했는데, 이런 전망대가 생겨서 동네에 오는 재미가 하나 더 늘었다. 앞으로도 자주 오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역 7번 출구에서 나오면 다음과 같은 표지판을 확인할 수 있다. 초량 이바구길의 시작점이다. |
김민부 전망대를 지나면 마을의 수호신을 모시는 ‘당산(제를 올리는 곳)’과 해방, 한국전쟁, 월남 파병의 역사와 그 시절 산복도로의 모습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이바구 공작소’가 나온다. 이바구 공작소 안에는 그 시절 산복도로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영상물, 음성들이 전시돼 있어 단순한 관광콘텐츠로서 뿐만 아니라 근대 역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교육의 장으로도 가치가 높다.
이바구 공작소와 금수사를 지나면 볼 수 있는 유치환의 우체통은 근대 한국문학의 거장, 청마 유치환 선생을 기리기 위한 건축물로 ‘시인의 길’과 함께 지난 5월 13일 문을 열었다. 2층 높이의 이 기념관은 청마 자료실, 하늘 전망대, 우체통, 야외공연장 등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전망대에 위치한 빨간 우체통은 유치환 선생의 대표작 ‘행복’에서 모티브를 따서 설치한 것으로, 연인이나 가족 등에게 쓴 편지를 넣으면 6개월~1년 뒤 배달된다. 이전의 감정을 기억하고 추억하자는 취지다. 유치환의 우체통에 넣을 편지를 작성하던 한 관람객은 “지금의 감성과 생각을 1년 뒤에 나와 공유한다는 점이 매력적인 것 같다.”며 “1년 뒤에 편지를 받게된다면 다시 이곳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표지판을 따라 걷다보면 초량 이바구길의 여러 명소들을 둘러볼 수 있다. 상단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표지판, 김민부 전망대, 이바구공작소, 금수사 |
유치환의 우체통에선 산복도로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게다가 편지를 써서 우체통에 편지를 넣으면 1년 뒤 자신에게 편지가 되돌아오는 이벤트도 준비돼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
유치환의 우체통을 지나면 이바구길의 경관이 한눈에 보이는 산복도로 체험센터 ‘까꼬막’을 만날 수 있다. 지난 4월 5일 문을 연 까꼬막은 ‘산비탈’을 의미하는 경상도 사투리로, 초량 산복도로 주민들이 관리하는 게스트하우스이다.
2층 침실의 커다란 창문들 사이로 산복도로의 경관이 한눈에 보여 사진동호회에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평소엔 관광객들을 위해 항상 문을 열어두며 이바구길을 찾은 관광객들의 쉼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바구길이 한눈에 보이는 경관이 보이는 산복도로 체험센터 '까꼬막' 이 지난 4월5일 그 문을 열었다. 게스트하우스로 4인기준 5만원이면 훌륭한 야경이 멋들어진 게스트 하우스에서 1박을 할수 있다. |
이렇듯 곳곳이 매력적인 명소임에도 불구하고 초량 이바구길이 부산을 대표하는 명소가 되기 위해선 아직 갖춰야 할 점들도 많아 보인다. 이바구길에서 만난 시민 김민준 씨는 “설치된 표지판이 별로 없어서 이바구길을 찾기 힘들었다. 중간중간 다른 길로 가기도 하며 한참을 돌아온 뒤에야 관람할 수 있었던 곳이 한둘이 아니다. 이런 어려움을 겪는 방문객이 많을 것 같다.”며 “안내 표지판이나 지도 등을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울산에서 왔다는 대학생 김이슬 양은 “초량 이바구길을 처음 방문했는데 부산만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각 장소마다 좀더 자세한 스토리텔링이 뒷받침됐으면 좋겠다. 정취도 느낄 수 있고 경관도 좋은데 그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니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1950년대 산복도로의 모습. 전체적인 모습은 현재와 크게 다를게 없다. (사진=부산 동구청) |
이에 대해 부산 동구청 이재경 주무관은 “초량 이바구길은 골목길 하나하나에 한국의 역사가 담겨있다. 그래서 표지판의 안내대로만 찾아가기보다는 둘러둘러 좀더 자세히 살펴보시라고 일부러 표지판을 최소화 했다. 아울러 공간이 갖고 있는 스토리를 좀더 잘 보존하기 위해 경관을 해칠 수 있는 표지판 설치를 일부러 지양한 측면도 있다.”며 “부산의 근현대사의 흔적을 갖춘 초량 이바구길을 앞으로도 ‘산복도로 르네상스’라는 이름으로 계속 보완하고 보존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초량 이바구길은 근대 한국의 고난의 역사가 담긴 역사적인 장소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힘들고 어려웠던 그 때 그 시절의 흔적들을 돌아보고,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생활에 감사함을 느끼며 이 길을 한번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한편, 부산 동구청은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8월 1일부터 줄을 지어 이바구길을 걷는 ‘초량 이바구 열차’를 운영한다. 초량 이바구 열차는 오전 10시 30분과 오후 4시 30분, 하루 두 차례 운영되며, 코스를 모두 도는 데는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예약이나 현장 접수를 통해 10~20명 정도의 인원이 모이면 동구 노인종합복지관 전문노인해설봉사단이 2인 1조로 관광객들에게 이바구길을 소개한다. 참가 신청은 부산 동구청 총무과나 동 주민센터, 동구청 홈페이지(www.bsdonggu.go.kr)를 통해서 가능하다.
정책기자 오준혁(대학생) junhen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