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콘텐츠 영역

한복려 선생에게 듣는 '한식의 세계화'

2011.08.02 정책기자 박기태
글자크기 설정
인쇄하기 목록
[전주] “한식을 세계에 알리기 전에 우리가 먼저 우리 전통 음식에 담긴 문화와 역사에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외국인들이 관심을 가져줄까요?”

7월 23일 오후 2시, 국립전주박물관에서는 ‘인문학 도시를 꿈꾸며’ 두 번째 이야기로 궁중음식 전문가, 한복려 선생의 강의가 한창이다. 이날 강연장에는 중, 고등학생을 비롯해 머리가 희끗하신 70대 어르신 등 다양한 연령층의 300여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한식의 세계화에 앞장 서고 있는 궁중음식 전문가, 한복려 선생의 강의가 지난 23일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열렸다.
한식의 세계화에 앞장 서고 있는 궁중음식 전문가, 한복려 선생의 강의가 지난 23일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열렸다.

강연자로 나선 한복려 선생은 2007년 중요무형문화재 38호로 조선왕조 궁중음식 기능보유자로 지정되었으며 같은 해 외식경영대상 장인부문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표창한바있다.

또, 우리나라 전통음식 소재 드라마 ‘대장금’ ‘식객’ 등 자문도 맡아 한류열풍을 도왔다. 2005년에는 APEC 정상회담 오찬자문, 2008년에는 한스타일 한식부분 자문위원, 최근에는 조선 왕조 진찬의궤를 바탕으로 궁중잔치를 재현한 ‘조대비 만경전 팔순잔치’ 등 한식문화와 다양한 콘텐츠를 접목을 시도하는 등 한식 전승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립전주박물관 교육담당 김은영씨는 “인문학 도시를 꿈꾸는 전주시의 방향에 맞춰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며 “전통문화도시인 전주의 ‘한(韓) 브랜드’의 한옥, 한식, 슬로시티, 한국학을 주제로 정해 각 전문가와 시민들이 인문학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달부터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전주시민들에게 무료로 강연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에서는 한식에 대한 선조들의 지혜와 한식의 우수성, 세계화를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해 설명했다.

한복려 선생은 “한식은 천년의 역사와 함께 천혜의 자연에서 나온 재료들로 만들어진 음식이다.”며 “이런 음식 속에는 건강하게 살기 위한 약선(藥膳)이자 마음을 담아 표현하는 정(情)으로, 권력과 부의 상징 등 우리나라처럼 음식에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내표한 민족을 없을 것.”이라고 강의를 시작했다.

그는 “이제는 문화경쟁시대이다.”며 “우리만이 가진 독특한 전통 식문화를 한류문화로 내세워야 한다. 한식을 다른 나라가 갖지 못하는 매력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먼저 한식의 매력과 우수성을 되짚어 봤다.

한복려 선생의 강의를 듣기 위해 모인 전주시민들의 모습. 이날 강연장에는 중, 고등학생부터 70대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강의에 참석했다.
한복려 선생의 강의를 듣기 위해 모인 전주시민들의 모습. 이날 강연장에는 중, 고등학생부터 70대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강의에 참석했다.

한복려 선생은 “한식에는 맛과 멋이 동시에 표현된다.”며 “다른 나라와 가장 비교되는 것은 바로 ‘정(情)’이 담겨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어릴 적부터 맛봤던 엄마의 손맛, 할머니의 손맛을 제대로 낼 수 없는 것은 음식 속에 개인의 정과 사랑, 그리고 정성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식의 특징을 세 가지로 압축해 설명했다. 첫째는, 주식인 밥과 부식인 반찬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곡물위주의 식사로 모든 재료가 자연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발효음식인 장, 식혜, 술을 비롯해 기호음식에도 떡, 과자, 등이 모두 곡물에서 나온다. 마지막으로 사계절, 지역에 따른 식재료가 다양해 음식의 종류와 조리법 또한 다양하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맛을 ‘감칠 맛’이라고 표현했다. “외국 사람들이 처음 한식을 접할 때는 거부감도 많았다. 하지만 한식을 먹으면 입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억 속에 맴돌아 자꾸 생각난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가 바로 자연에서 나온 조미료와 향신료가 풍부해 맛이 다양하다는 것. “이 맛은 바로 발효음식인 고추장, 된장에서 나오는데, 오래 묵힌 맛, 삭은 맛을 통틀어 감칠맛이라고 표현한다.”고 말했다.

한복려 선생은 “우리 한식의 차별화는 바로 이런 것이다. 색깔, 모양 보여주기 위한 음식이 아닌 오직 ‘맛’으로 승부하며 자연에서 나온 재료로 건강을 생각하는 맛, 이게 바로 엄마의 손맛, 정(情)이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우리의 한식이 외국인이 관심을 끌게 된 걸까.

그녀는 “우리나라 음식을 소재로 한 드라마 ‘대장금’이 한식의 세계화 기틀을 마련했다.”며 “1500년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는데, 그 당시에는 궁중음식에 대한 기록이 많지 않았다. 음식 선정 및 제작촬영에 있어 음식, 상차림 등 재현에 어려움이 많았으나 남아 있는 기록에 의지해 대장금 장면들이 탄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식의 세계화란 주제로 국립전주박물관에서 강연을 펼치는 한복려 선생.
한식의 세계화란 주제로 국립전주박물관에서 강연을 펼치는 한복려 선생.

‘대장금’은 한국 궁중음식의 배경, 궁중음식의 특징, 궁중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의 장소 등 드라마에 비춰진 배경과 인물들과 함께 음식의 스토리를 만들어 흥미를 더했다. 이를 통해 궁중음식이 우리나라 국민들은 물론 외국에까지 널리 알려지며 많은 사랑을 받게 된 것이다.

특히 그는 “드라마로 인해 유명해진 ‘홍시 죽순채’도 작가의 상상력과 흥미를 위해 만들어진 음식이다.”며 “원래 죽순채는 설탕으로 단맛을 낸다. 이 과정을 재미있게 각색하려다 보니 홍시를 체에 내려 소스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저는 여기서 우리 음식을 설명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이 스토리텔링이라는 것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드라마 이후 베트남, 몽골 등에서는 음식투어를 위한 관광객이 늘어나게 됐고, 홍시 죽순채, 궁중떡볶이 등 궁중음식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어 그는 한식 세계화에 대한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한식은 발효 음식으로써 자연에서 나온 풍부한 재료와 건강을 생각하는 음식이다. 이제 한식의 장점이 빛을 발할 때가 왔다.”며 “그 기회를 잘 살리려면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한식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식을 세계화하기에 앞서 우리부터가 우리의 음식인 한식에 얼마나 훌륭한 음식인가, 좋은가에 대해 자부심과 긍지를 가져야 한다.”며 “우리부터가 한식은 싼 음식, 언제든 먹을 수 있는 음식, 아무렇게나 만들어도 되는 음식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한식이 세계화 할 수 있겠는가. 그 진정한 맛의 소중함과 가치에 대해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한식의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방법도 귀띔했다. “한식의 단점이 반찬수가 많고, 재료와 만드는 법이 복잡해 젊은이들이 불편하다고 말한다.”며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보라.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천천히 다듬고, 우리의 건강을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 만드는 음식이다. 천천히 생각하고, 기다림의 음식, 그것이 바로 슬로푸드, 한식이다.”고 명쾌하게 설명했다.

“여기에 여러분들의 풍부한 상상력으로 만든 스토리텔링을 가미한다면 한식의 세계화는 금세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라며 말하자 객석에서는 환호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2시간이 넘는 강연에도 객석에 앉아 있는 중, 고등학생들의 눈빛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

지난 23일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복려 선생에게 듣는
지난 23일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복려 선생에게 듣는 '한식의 세계화'
한식의 세계화에 발판을 마련해준 한식 소재 드라마
한식의 세계화에 발판을 마련해준 한식 소재 드라마 '대장금'의 대한 일화도 소개했다.

강연에 대한 소감을 물으려 다가갔다. 한식 전문가를 꿈꾸는 서미화(18)양은 한식, 일식 요리 자격증을 갖고 있다. 그는 “무조건 다양한 음식을 만들고 배우려고만 노력했지 음식에 관련한 역사와 문화는 큰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 같다.”며 “큰 꾸지람에 얻었다. 특히 우리의 문화에 풍부한 상상력을 가미한 스토리텔링 기법이 도움이 많이 됐다. 10년 후 멋진 한식 요리사를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대학생 이규연(23·식품영양학 전공)양은 유럽 여행을 하면서 음식을 조리해 외국 친구들에게 소개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한국 음식을 맛있게 먹는 친구들을 보며 우리 음식을 널리 알려보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의 꿈은 자신의 이름을 건 퓨전 음식을 창업하는 것.

그는 “책과 강의실 안에서 머물러 있던 지식의 한계를 철저히 우리나라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는 전문가의 체험과 이야기를 들으니 도움이 많이 됐다.”며 “한식의 특징과 장, 단점을 명확하게 꼬집어 주셨다. 퓨전음식점 창업을 위해 혼자 고군분투하고 있었는데, 가장 기초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가 준비하는 한식의 세계화가 아닌 모두가 하나 되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 진정으로 마음에 와 닿았다.”고 말했다.

서툰 한국어로 자신을 소개한 미국 교포도 있었다. 재미 교포 2세인 대학생 제니스 킴(21)씨는 “할머니의 고향인 전주에 왔다.”며 “요리를 전공해 삼촌과 함께 강연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한식에 관심이 많다. 특히 비빔밥은 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지만 영양도 풍부해 많은 이들에 사랑을 받고 있다.”며 “오늘 강연 너무 좋았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궁금했는데, 그 궁금증이 해결됐다. 한식에는 한국의 문화와 역사가 음식을 통해 표현한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미국에서 엄마와 함께 한식당을 오픈하는 것이 꿈인데, 건강을 생각하는 ‘슬로우 푸드’라는 말을 ‘인테리어’와 ‘맛’에 강조를 해야겠다.”고 말했다.

한식의 세계화는 정부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식의 세계화를 하기 전에 우리 모두가 우리 음식인 한식의 문화와 그 속에 담겨진 조상들의 지혜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정책기자 박기태 (고등학생) sosrncnf28@naver.com

하단 배너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