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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므파탈’과 ‘팜 파탈’ 중 바른 표기는?

2007.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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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새 월화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가 방송을 시작했다. 이 드라마는 언어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김수현 작가와 중견 배우 김희애의 만남으로 시작 전부터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실제로 방송이 시작되면서도 내용이 심상치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드라마 초반부터 김희애(화영)가 고교동창인 배종옥(지수)의 집 바비큐 파티에 초대를 받고, 친구 지수의 남편 김상중(준표)과 격렬한 애정 표현을 했다.

ⓒSBS사이트

그동안 김희애는 단아한 여성의 이미지를 유지해 왔다. 해서 섹시하고 자유로운 여성의 역할은 전혀 안 어울릴 것 같았는데, 역시 베테랑 배우답게 관록의 연기를 선보이며 화려한 변신을 했다. 언론 매체들도 김희애가 자유로운 화영 역할을 잘 표현해냈다며 입을 모았다.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각종 미디어 ‘팜므파탈’과 ‘팜 파탈’ 표현 혼재

◇ 기존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강력계 형사로 변신한 ‘히트’의 고현정과 특유의 귀여운 코믹이미지로 돌아온 ‘헬로 애기씨’의 이다해, 그리고 불륜에 빠진 도발적인 팜므파탈로 변신한 ‘내 남자의 여자’의 김희애의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이 ‘주몽’ 이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고현정 대 김희애 대 이다해, 월화드라마 갈수록 혼전,’ 세계일보)

◇ 회를 거듭하면서 진가가 발휘되는 김수현 드라마의 특성상 ‘내 남자…’의 추가 상승여력은 충분하다는 게 방송계 안팎의 관측이다. ‘팜므파탈’로 변신한 김희애의 도발적 매력과 배종옥 김상중 하유미 등 중견배우의 탄탄한 연기력도 대박을 기대케 하는 요인이다.(‘지상파 월화극, 왕좌 가리기 비장한 승부’, 국민일보)

◇ SBS 새 월화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가 어제 첫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단아하고 세련된 이미지의 김희애가 친구의 남편과 불륜을 저지르는 자유분방한 팜므파탈로 파격 변신을 했는데요. 시청률 보증수표라 불리는 김수현 작가와 김희애의 만남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 어제 방송을 살펴봤습니다.(‘<내 남자의 여자> 첫방송 - 심리멜로는 성공할 것인가?,’ YTNSTAR)

위에서는 모두 친구 남편과 불륜을 저지르는 김희애를 두고, ‘팜므파탈’로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팜므파탈’이라는 표현 대신에 ‘팜 파탈’이라는 표현도 보인다.

◆ MBC 월화드라마 ‘히트’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최면요법 의사인 정인희를 연기하게 된 건 섹시함에 얹힌 부담을 조금씩 털어버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제게 섹시한 팜 파탈의 꼬리표가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이번에 역할을 맡을 때는 섹시함을 배제하려고 노력했죠.”(윤지민 “별명이 지만이…‘추리닝’이 편해요”, 연합뉴스)

◆ 선정적이기보다는 운명적이며, 아름답기보다는 처절한 쪽이므로. 무글라리스는 이 영화에서 ‘섹시하고 육감적’이라는 팜 파탈의 전형을 살짝 비껴가면서 치명적이면서도 고전적인, 새로운 이미지를 풍긴다.(‘이승재기자의 무비홀릭-아나 무글라리스의 매력비법’, 동아일보)

◆ 안젤리카 공주 나신의 비례와 곡선에서 나오는 관능미가 관객을 사로잡는다. 옆에는 19세기 초 낭만주의 작가 들라크루아의 ‘격노한 메데이아’가 걸려 있다. 남편의 외도를 복수하기 위해 자식을 죽인 신화 속 팜 파탈 ‘메데이아’가 긴장감을 준다.(‘<루브르 회랑> 용산서 거닐다-루브르 박물관 걸작 70점 전시’, 동아일보)

즉 여기서는 모두 ‘팜므파탈’ 대신에 ‘팜 파탈’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바른 외래어 표기법은 ‘팜 파탈(femme fatale)’이다. 이러한 혼란은 ‘팜므파탈’이 2003년 신어(국립국어원 보고서)에 등재되면서부터이다.

원음에 가장 근접한 ‘팜 파탈’이 바른 표기

그러나 이는 현지 발음에 가깝게 발음해야 한다는 외래어 표기 규정에 ‘팜 파탈’이 바른 표기라고 수정되었다. 실제로 이 표기가 원음에 가장 근접한 발음이다.

팜 파탈은 ‘남성을 유혹해 죽음이나 고통 등 극한의 상황으로 치닫게 만드는 숙명의 여인을 뜻’한다. ‘femme’ 프랑스어(語)로 ‘여성’을 ‘fatale’은 ‘숙명적인, 운명적인’이라는 의미가 있다. 이 말은 19세기 낭만주의 작가들에 의해 문학작품에 나타나기 시작한 이후 미술·연극·영화 등 다양한 장르로 확산되어 사용되고 있다.

팜 파탈은 그런 삶을 살지 않으면 안 될 숙명을 타고난 여성이다. 따라서 팜 파탈과 사랑을 하는 남성 역시 끝내 파국을 맞게 되는 경우가 많다. 팜 파탈은 현대에 와서 주로 영화 용어로 많이 쓰인다. 영화 속의 팜 파탈은 거부할 수 없는 묘한 매력과 아름다움을 이용해 남자 주인공을 나락으로 빠뜨리는 악녀로 나타난다.

작년에 개봉 13일 만에 전국관객 4백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한 영화 ‘타짜’(2006. 최동훈 감독)의 배우 김혜수도 팜 파탈의 이미지다.

극중 정마담은 화투판에서 동업자의 상대편을 교란시키기 위해, 요염하게 앉아 속옷을 노출시킨다. 또한 그녀는 남자를 유혹해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다가 여의치 않자,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잔인한 여자이다. 그녀가 연기한 정마담은 남자들과 도박판을 주무르는 팜 파탈의 전형이다.

언론, 바른 표기로 대중 계몽에 앞장서야

여기에서 다시 생각해 보고 싶은 것이 있다. 세계화, 국제화 추세로 외래어가 우리 일상 언어생활에 무분별하게 쓰이고 있는 현상이다. 세계화, 국제화 추세로 외국과의 교류가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그에 따라 외래어 사용은 불가피한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로 인해 우리말의 쓰임은 그만큼 크게 축소되어 우리 언어생활이 빈곤해 지고 있다.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은 우리의 잘못이 크다. ‘팜 파탈’도 남발된 외래어로 국어 혼란을 부채질하는 단어이다. 외래어 발생은 멋을 내는 데서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국제화 시대에 우리말을 정확하게 사용하고 지키는 것도 그 나름대로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있다.

늘 이야기 하지만, 미디어는 전파력이 크다. 언론은 사실 보도라는 큰 책임을 지고 있지만, 바른 표기로 대중의 계몽에 앞장 서야 하는 의무도 있다. 국적 없는 외국어를 엉터리로 표기하면서 겉멋을 부릴 것이 아니라, 우리말 표기로 정확한 의미 전달에 앞장 서야 할 것이다.

┃국정넷포터 윤재열(http://tyoonkr.kll.co.kr)
<윤재열님은> 현재 수원 장안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며,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일상적인 삶에서 느끼는 단상들을 글쓰기의 소재로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의 언어생활을 성찰하고, 바른 언어생활을 추구하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시해설서 ‘즐거운 시여행’(공저), 수필집 ‘나의 글밭엔 어린 천사가 숨쉰다’, ‘삶의 향기를 엮는 에세이’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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