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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국가 봉사견과의 특별한 만남, ‘개는 쏠로’ 행사 참여기

2024.10.04 정책기자단 이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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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중요한 일과 중 하나는 아침저녁으로 반려견과 함께 주변을 산책하는 일이다. 산책로를 따라 길을 걷다 보면 제각기 다른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들을 쉽게 마주할 수 있는데, 2020년 통계에 따르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가구는 전체 가구의 15%수준으로 많이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가구가 늘어나며 정부와 국회에서는 인간과 동물이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런 노력을 반영하는 법이 바로 ‘동물보호법’이다. 지난 2023년 국회에서는 동물보호법과 관련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10월 4일을 동물 보호의 날로 지정했고, 올해 역시 10월 4일을 전후로 전국에서는 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마련되어 있는 상황이다. 

다양한 행사 중 특별한 취재 기회가 나를 찾아왔다. 동물 보호의 날을 기념으로 은퇴한 국가 봉사견의 입양을 희망하는 가구가 한자리에 모여 입양 대상 동물에 대한 설명도 듣고 함께 교감하는 현장을 함께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나 역시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있고, 추후 반려동물을 새롭게 맞이한다면 입양을 우선으로 고려하고 있었기에 고민 없이 취재에 지원했다.

이번 은퇴 국가봉사견 입양희망 행사가 진행됐던 주요 장소인 네이처 풀과 네이처 풀 운동장. 강아지 숲의 반려견 친화적인 시설이 인상적이었다.
이번 은퇴 국가봉사견 입양희망 행사가 진행됐던 주요 장소인 네이처 풀과 네이처 풀 운동장. 강아지 숲의 반려견 친화적인 시설이 인상적이었다.

더위가 한풀 꺾여 따뜻한 햇살 아래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던 지난 9월 27일, 은퇴 국가봉사견 입양 교감 여행 ‘개는 쏠로’행사가 춘천 강아지 숲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한국 관광공사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하 농정원)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행사였다.

행사의 시작은 오후 1시 강아지 숲 본관 건물에서 시작됐다. 오늘 행사에 참여한 가구는 총 5가구로, 입양 대상 은퇴견 5두의 수에 맞춰 사전에 입양 희망 반려견을 지정·매칭한 상태였다고 한다. 본관에서 명찰과 반려견에게 줄 간식 등 몇가지 용품을 받은 참가자들은 바로 옆에 위치한 박물관에서 소소한 학습과 이해의 시간을 가진 뒤 본 행사가 열리는 네이처 풀로 이동했다.

검역탐지견센터 이준열 팀장이 입양 희망 가족을 대상으로 은퇴견에 대한 설명과 함께 오늘의 주인공 다섯 친구들의 특징을 이야기했다.
검역탐지견센터 이준열 팀장이 입양 희망 가족을 대상으로 은퇴견에 대한 설명과 함께 오늘의 주인공 다섯 친구들의 특징을 이야기했다.

본격적인 행사는 은퇴견들에 대한 소개로 시작됐다. 인천공항지부 검역탐지견센터 이준열 팀장은 입양을 희망하는 참가자들 앞에 나와 한 마리 한 마리의 활동 영상과 특징을 이야기해주기 시작하며 은퇴견의 역할과 특징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날 입양을 기다리는 은퇴견은 2살부터 11살 까지 총 5마리로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소속되어 공항이나 항만 등에서 농축산물 검역 탐지 업무를 수행했던 4마리와, 자격 훈련 중 검역탐지견으로써 적합하지 않아 탈락한 1마리였다.

언제나 첫 만남은 설렘이 뒤따른다. 사진으로만 봤던 은퇴견을 직접 마주한 순간, 새로운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언제나 첫 만남은 설렘이 뒤따른다. 사진으로만 봤던 은퇴견을 직접 마주한 순간, 새로운 가족이 될 수 있을까?

5마리의 주인공에 대한 소개가 끝나자 담당자는 입양을 준비하기까지 건강검진과 입양 심의판정을 거치며 우수한 건강 상태를 가지고 또 기본적으로 인간과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반려견으로 함께하기에는 훌륭한 소양을 갖춘 관리견”이라고 덧붙이며 본격적으로 은퇴견을 마주하기 위해 안내를 시작했다. 참여 가족은 각자 기대를 품고 네이처풀 옆에 있는 운동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행사를 위해 약 2시간을 이동했다는 은퇴견은 각자의 핸들러 옆에 앉아 미래의 보호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은퇴견 옆으로 이동한 참가자들은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태극 마크에 적혀있는 저마다의 이름을 조심스럽게 불러보며 교감을 시작했다. 직접 리드 줄을 잡아 천천히 걸어보기도 하고, 머리와 목 등 평소 가볍게 긁어주면 좋아하는 부위들을 만져주기도 했다. 참여자는 자신과 매칭한 은퇴견과 천천히 교감하면서도 주변 다른 은퇴견의 행동에 많은 관심과 칭찬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였는데, 확실히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첫 만남 이후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왕복 40분 가량의 시간동안 저마다의 방법으로 더욱 깊게 소통하기 시작했다.
첫 만남 이후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왕복 40분 가량의 시간동안 저마다의 방법으로 더욱 깊게 소통하기 시작했다.

첫 만남을 마친 은퇴견과 참여 가족은 순서를 정해 강아지 숲에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걸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어떤 가족은 아직 조금은 어색하게 이름을 부르며 산책을 하고, 또 어떤 가족은 오늘이 첫 만남이라는 것이 믿기 힘들 정도로 산책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각각 다른 성향을 가지고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은퇴견과 가족이 만나 조금씩 교감하며 새로운 가족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결국 이번 행사의 주요 목적이지 않을까 싶었다.

산책은 약 40분간 계속됐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반환점에서 돌아오는 산책 시간, 참가 가족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은퇴견과 대화했고, 이번 행사의 진행을 돕는 담당자는 간식이나 물을 직접 줄 수 있게 도와주거나 쉼터에서 은퇴견과 참가 가족의 기념사진을 찍어주는 등 짧은 시간 더 많은 교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쩌면 새로운 가족이 될 은퇴견과 함께있는 이명호 참가자. 오늘이 처음이 아닌듯 둘의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새로운 가족이 될 은퇴견과 함께있는 이명호 참가자. 오늘이 처음이 아닌듯 둘의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은퇴견과 너무 잘 맞았다는 참가자는 “이런 행사에는 처음 참여하는데 생각보다 너무 뜻깊고 의미 있었다”며 “오랜 시간 국가를 위해 봉사했던 은퇴견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무 자연스럽게 잘 따라줘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둘 다 뛰는 것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어 앞으로도 많이 달릴 것이라고 말하자 이를 알아들었는지 옆에 앉아있던 은퇴견이 꼬리를 흔들며 화답했다.

조금은 어색했던 첫 만남, 강진영 참가자는 더 큰 반려 가족을 꿈꾸며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고 한다.
조금은 어색했던 첫 만남, 강진영 참가자는 더 큰 반려 가족을 꿈꾸며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고 한다.

이미 다른 반려견과 함께 하고 있다는 참가자 역시 이런 행사가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처음에는 걱정도 조금 있었는데 막상 교감을 해보니 생각보다 너무 잘 따라줘서 첫 만남부터 좋은 기억이 더 많이 쌓인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어느덧 이날 행사의 마지막 시간인 자유 교감 시간이 찾아왔다. 다섯 마리의 은퇴견과 매칭된 가족은 실내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한 마리씩 운동장에서 10분 내외의 자유시간 동안 오프리쉬 상태로 자유롭게 뛰어보거나 터그놀이, 공놀이 시간을 가져보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짧지만 특별했던 시간, 이번에는 행사를 주관한 농정원 담당자를 만나 몇 가지 질문을 던져봤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계기와 의의에 관한 질문에 담당자는 “현재 여섯개의 부처에서 국가 봉사견을 운영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국가에 봉사하는 시간을 가진 이후에는 더 나은 삶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며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입양을 통해 가족의 품에서 다른 개들처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초로 진행되었던 입양 희망 가족 교감행사. 은퇴한 국가 봉사견의 새로운 가족 찾기도 중요하지만, 이런 교감 행사를 통해 입양률을 높이고 국민적 관심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국내 최초로 진행되었던 입양 희망 가족 교감행사. 은퇴한 국가 봉사견의 새로운 가족 찾기도 중요하지만, 이런 교감 행사를 통해 입양률을 높이고 국민적 관심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담당자는 “많은 국민이 은퇴 봉사견을 어떻게 입양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고, 충분한 교감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며 오늘 교감 행사 이후 가정환경 평가와 최종 결정 등의 과정을 통해 은퇴견이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게 될 것이라며 “이번 행사를 통해 은퇴한 국가봉사 동물들의 입양이 조금 더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가족과 입양을 고려하고 있는 국민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입양은 우리나라가 동물복지 선진국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하며 아직도 은퇴한 국가봉사 동물과 유기동물들이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며 국가 동물 보호 정보시스템(https://www.animal.go.kr/front/index.do)을 통해 입양 가능한 동물을 찾아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강아지 숲 산책로에 조성된 글귀. 우리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며 다스릴 권한이 아닌 지킬 의무를 가지고 있다. 입양을 통해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충분한 환경과 미래를 고민하고 결정해야겠다.
강아지 숲 산책로에 조성된 글귀. 우리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며 다스릴 권한이 아닌 지킬 의무를 가지고 있다. 입양을 통해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충분한 환경과 미래를 고민하고 결정해야겠다.

담당자는 끝으로 10월 5일부터 6일까지 서울 뚝섬 수변공원 일대에서 개최되는 동물복지인식개선캠페인 ‘가족의 발견(犬)’행사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를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로 준비 중이라고 이야기하며 국가봉사견은 물론 유기동물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입양 정보까지 폭넓게 제공될 예정으로 반려동물에 관심 많은 국민이라면 참여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려동물이라는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면서 또 많은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일이다. 강아지 숲 산책길에 조성된 화단에 이런 글귀가 있었다. “사람에게는 동물을 다스릴 권한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를 지킬 의무가 있는 것이다”라고. ‘너에게 시간을 선물할게’라는 이번 행사의 슬로건처럼 국가를 위해 오랜 시간 봉사했던 많은 은퇴 견들이 새로운 가족 품에서 제2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이정혁 jhlee43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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