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에 아이 학교에서 고열과 독감이 유행이었다. 아이가 밤새 열이 나긴 했지만 목이 아프다는 말에 단순히 편도가 부었겠지 하고 이른 아침 출근길에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갑자기 일주일 입원이라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남편은 출장 중이라 도움을 요청할 수가 없었다. 그 순간 가족돌봄휴가가 불현듯 생각났다.
가족돌봄휴가는 근로자의 가족인 조부모, 부모, 배우자, 배우자의 부모, 자녀 또는 손자녀의 질병·사고·노령으로 인해 그 가족을 돌보기 위해 신청하는 휴가를 말한다. 1년에 최장 10일의 휴가를 쓸 수 있으며, 한부모의 경우 15일까지 가능하다. 사업장에서는 통상 무급으로 부여하며, 하루 단위로 사용할 수 있다.
내가 다니는 회사 휴가 규칙을 확인하니 가족돌봄휴가를 10일간 사용 가능하다고 적혀 있었다. 특히 두 자녀 이상일 경우에는 유급으로 이틀이나 신청하는 것도 가능했다. 우선 이틀의 유급 가족돌봄휴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두 자녀 이상임을 증명하기 위해 가족관계증명서와 입원확인서를 제출하니 일사천리로 가족돌봄휴가가 처리됐다. 그렇게 남편과 가족돌봄휴가를 번갈아 사용하며 일주일 동안 아이를 돌볼 수 있었다.
일상회복이 시작되면서 4월과 5월에는 4살 된 막내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3차례나 부모교육이 진행됐다. 한번쯤은 빠져볼까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교육 하루 전날, 모든 부모가 다 참석한다는 말에 차마 불참한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엄마가 어린이집에 온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아이의 모습 때문이었다.
우리집 막내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5월에 태어났다. 2년 넘게 가정보육을 하던 터라 문화센터나 외부활동을 전혀 하지 못한 게 늘 마음에 걸렸다. 이번에는 무급 가족돌봄휴가 신청서를 제출하고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어린이집에서는 손씻기 안전교육과 함께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과 함께하는 케이크 만들기가 진행됐다.
항상 두 아이를 번갈아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날 처음으로 막내와 단둘이 시간을 보냈는데, 웃음꽃이 멈추지 않았다. 일을 하며 아이를 키울 때는 힘든 날도 많았는데 아이가 1시간 내내 활짝 웃는 모습은 지친 일상에 활력을 주는 것 같았다.
내가 어릴 적, 일을 나갔던 엄마는 비오는 날이나 학교 행사가 있을 때면 한 번도 참석을 하지 못했다. 오지 않을 걸 알면서도 어린 마음에 수업이 끝날 때까지 뒷문만 쳐다봤던 아픈 기억이 있다. 이제는 시대가 달라져 긴급하게 가족을 돌봐야 하는 상황에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아이와 특별한 추억도 놓치지 않을 수 있어 참으로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회복이 시작되면서 두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에서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해보니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어 마음이 든든한 하루였다. 특히 가족돌봄휴가는 꼭 가족의 질병이나 사고 등이 아니더라도 자녀의 입학식, 운동회, 졸업식, 부모교육 등 자녀 양육의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으니 근로자라면 놓치지 않고 활용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