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봄과 가을에 산불조심기간을 정한다. 올해도 봄철 산불조심기간은 2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다. 이때가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다. 이렇게 기간을 정해서 산불을 조심하라고 해도 매년 봄에 산불이 발생하곤 한다. 산림청 등 정부와 지자체 힘만으로는 산불을 막기가 쉽지 않다. 모든 국민이 산불감시원이 되어야 한다.
내가 사는 성남시도 2월 1일부터 시청 녹지과를 산불방지대책본부로 전환하고, 관내 주요 등산로 주변에 산불감시 인력 113명을 분산 배치했다. 경기도 성남시 낙생대공원은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공원이다. 나도 자주 간다. 공원은 산을 끼고 있다. 평일은 물론 주말이면 등산객이 많다. 이곳에는 산불감시원 4명이 배치되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한다. 감시원 3명이 산을 끼고 있는 공원을 감시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성남시는 드론으로 산불을 감시한다. 녹지과에 드론 1종 자격증을 소지한 산림 전담 공무원이 있다. 드론 자격증을 소지했다 해도 아무 때나 드론을 띄울 수는 없다. 성남시 전역이 관제공역이기 때문이다. 산불 감시를 위해 드론을 띄울 때 인근 군부대에 허락을 받아야 한다. 산불조심기간에는 한 달 전에 드론 비행 허가를 받는다.
실종자 수색에 드론을 활용하는 것을 뉴스에서 종종 봤다. 그런데 드론으로 산불을 어떻게 감시할까. 성남시 녹지과 협조를 받아 드론을 띄워 산불을 감시하는 현장에 동행해봤다. 내가 갔던 날은 낙생대공원이 보이는 탄천 공터에서 드론으로 산불 감시를 하는 날이다. 매일 장소가 다르다.
약속한 장소에 가니 드론 비행 준비가 한창이다. 드론으로 축구를 하거나 농약 살포를 하는 모습을 본 적은 있지만, 산불 감시 현장은 처음이다. 현장에는 ‘산불현장지휘본부’라고 쓰인 차량이 있다. 이곳에는 3대의 모니터가 있다. 드론 산불 감시에는 드론 자격증 소지자와 직원 등 2명이 1개 조로 활동한다.
드론 산불 감시 현장에 도착 후 약 10분간의 준비 끝에 성남시 녹지과 김인주 주무관이 하늘을 향해 드론을 날린다. 드론은 탄천을 건너 낙생대공원 방향으로 이동한다. 드론이 이동하는 동안 김 주무관은 조정기 모니터를 보며 산속 이곳저곳을 살핀다. 멀리 있는 곳까지 모니터를 통해 샅샅이 산불을 감시할 수 있는 것은 드론 기술 발달 덕분이다.
지난해 여름 초등학생들이 드론 축구를 하는 곳을 취재했었다. 그때 나도 처음으로 드론을 비행해봤다가 땅에 곤두박질치게 했다. 산불 감시 드론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드론 비행을 하면서 전선 등 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장애물이 있을 때 장애물을 피해 비행할 정도로 발달했다고 한다.
산불 감시용 드론은 산불 예방 방송도 겸한다. 드론에 스피커가 장착돼 있다. 드론이 날자 스피커에서는 산불을 예방하자는 내용과 처벌 내용 등이 나온다. 등산객이 들릴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들린다.
놀라운 것은 드론도 자율주행을 한다는 점이다. 성남시 관내 산불 취약 지역을 사전에 분석해 이런 곳만 자동으로 비행할 수 있는 비행 경로가 있다. 모니터에는 드론 자율주행 경로가 나오고, 드론이 촬영한 화면을 전후, 상하 등 360도 관찰할 수 있다.
드론이 비행하는 동안 산불현장지휘본부 차량 모니터에도 실시간으로 촬영 모습이 나타난다. 3대의 모니터에는 드론 화면뿐만 아니라 산림청의 산불상황관제시스템, 상황판이 보인다. 산불상황관제시스템에는 성남시 관내 산불감시원(113명)이 배치된 곳이 표시되어 있다. 성남시 관내 산불감시원 배치 현황이 산림청과 연계된 것이다.
성남시는 드론으로 산불만 감시하는 것이 아니다. 소나무재선충병 등 산림 방재에도 드론을 쓴다. 산림 방재용 드론은 농약 살포용만큼 크다. 성남시청 녹지과 구본양 팀장은 산림 방재용 드론을 발전시켜 산불 진압용으로 개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산불이 발생하면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 많기 때문이다.
약 1시간의 드론 비행을 마친 후 성남시청 김인주 주무관은 “드론을 이용한 산불 감시는 산불감시원이 접근하기 힘든 곳을 살펴봅니다. 매일 관내 주요 등산로 입구에서 드론 산불 감시를 하는데요. 드론으로 촬영한 화면이 성남시 산불방지대책본부로 실시간 전송됩니다. 단 한 건의 산불도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산림청에 따르면, 2023년은 국토녹화 5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50년 전에 우리나라 산은 민둥산이 많았다. 매년 식목일이면 온 국민이 나무심기에 동참해 이젠 울창한 산림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렇게 소중한 산림이 산불로 훼손된다면 너무 아깝다.
엊그제 산림청 보도자료를 보니 우리나라 성인 78%가 한 달에 한 번 이상 산에 간다고 한다. 나도 주말이면 아내와 자주 산에 간다. 날씨가 많이 풀려 산에 가는 사람은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런데 최근 건조한 날씨가 지속돼 산불 발생 위험이 매우 크다. 산불 원인의 대부분이 사람들의 부주의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누군가의 실수로 망가진 산림은 원래의 모습을 찾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100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산에 갈 때 인화물질 휴대 금지는 유치원생도 다 안다. ‘산림보호법’ 제53조에 따르면, 타인 소유의 산림에 불을 지른 자는 5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자기 소유의 산림에 불을 지른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며, 실수로 산불을 냈을 때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니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산림자원은 우리뿐만 아니라 후손들에게 물려줄 소중한 자산이다. 산불 피해를 막기 위해 산에 갈 때 인화물질 휴대 금지 등 산불예방수칙을 꼭 지켜야 한다. 산림자원을 황폐화할 수 있는 봄철 대형 산불, 올해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