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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한글박물관의 한글 실험 프로젝트, '글(자)감(각): 쓰기와 도구'
문예창작을 전공하면서 글과 멀어질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스스로 글을 써내는 힘을 길러놓아야 했기에 자연히 AI와는 데면데면한 사이로 남았다.
합평 시간에 만나는 동기들 역시 AI를 쓸 필요를 잘 못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편으로는 마냥 안 쓴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닌 것 같다.
어쨌거나 미래에 함께 공존하게 될 도구로서 함께 발전하는 사이로, 어떻게 하면 새로 나타난 이 AI 도구를 '잘' 사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고 종종 느낀다.
그러던 중에 국립한글박물관의 한글 실험 프로젝트 전시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쓰기, 도구, 행위'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특히 쓰기와 도구의 관계에 주목하고 살펴보고자 제5회 한글 실험 프로젝트, '글(자)감(각): 쓰기와 도구' 전시를 마련했다고 한다.
국립한글박물관의 제5회 한글실험프로젝트, '글자감각' 전시.
전시 내용을 살펴보니 도구를 감각으로 전환해 신체, 기능, 물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을 시도했다고 한다.
즉, AI와 같은 새로운 도구가 우리의 쓰기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질문을 제시한 프로젝트이다.
해당 전시는 23팀의 작가와 디자이너가 협업하여, AI와의 접목을 시도한 시각, 공예, 제품, 공간, 미디어아트, 설치 등의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고 한다.
문화역 서울 284 RTO에서 '글자감각'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내용이 흥미롭게 느껴져 전시가 열린다는 서울 중구 '문화역 서울 284 RTO'에 가보았다.
입구에 가까워지는 때부터 쓰기나 쓰기 도구와 관련된 여러 가지 유명한 문장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우리의 글쓰기 도구는 우리의 사고를 형성하는 데 한몫하지" 라는 문장과 「쓰기의 감각과 생각하는 인간」의 "쓰기의 감각은 생각과 함께 호흡한다" 라는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전시작 중 [쓰기의 감각과 생각하는 인간]의 문구.
쓰기가 단순히 우리의 손과 팔을 움직이는 행위가 아니라 생각과 마음을 움직이고 만들어가는 행위라는 것을 다시 한번 짚어준 느낌을 받았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흰 글씨가 쓰인 검은 판이 여러 개 배열된 작품을 바로 마주할 수 있었다.
[계속 나의 언어로 쓰는 지극히 주관적인 이유] 중 일부.
[계속 나의 언어로 쓰는 지극히 주관적인 이유] 작품은 AI가 급속하게 확산되는 과정에서도 나만의 쓰기와 나만의 언어를 고집하는 이유를 담아냈다.
작가가 가지고 있는 글쓰기 태도를 찬찬히 살펴보며, 손으로 직접 창작한 글이 가지는 가치를 느끼고 내가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흔적 사전]이 길게 나열되어 있다.
[흔적 사전] 역시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손으로 글을 창조하는 시대가 사라지고 난 뒤의 미래를 상정하여, 그 미래의 독자들이 마주하게 될 과거의 기록을 사전 형식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쓰기와 관련된 여러 가지 행위의 의미와 종이, 원고지, 텍스트 커서 등 오늘날의 쓰기 도구가 지닌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이 작품을 보며 오히려 내가 지금까지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쓰기 행위나 쓰기 도구가 지니는 의미를 한 번 더 생각 해보고, 나에게 있어 이 행위들은 어떤 의미로 남아 있는지도 떠올려 볼 수 있었다.
관람객이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다.
SF 소설가로 유명한 김초엽 작가의 [사각의 탈출]도 이번 전시에서 감상할 수 있다.
해당 작품은 짧은 소설을 전시한 것으로, '한글이 아주 먼 미래에 등장한 특수한 쓰기 도구에 유리하다면?' 이라는 상상에서 출발하여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사각의 탈출] 중 내용 일부.
사고 언어를 한글로 표현하도록 설계된, 폐기 위기에 놓여 있는 AI '네모'와 의식에 불과한 '네모'를 물성을 지닌 쓰기 도구인 '사각'으로 바꾸고자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는 무척 흥미롭게 읽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작품을 감상했다.
전시실 내부로 들어가자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여러 가지 작품 중에 특히 인상적이었던 작품들을 한번 소개해보겠다.
커다란 디지털 화면 3개 앞에 로봇 팔 하나와 키보드가 놓여 있다.
[기획향]이라는 이름의 작품이다.
로봇 팔은 손에 붓을 쥐고 있다.
붓을 쥔 손으로 키보드와 패드를 눌러, 디지털 화면 속의 생성형 AI에게 움직임을 명령한다.
그러면 인공지능은 문자도를 닮은 한글 타이포그래피와 이미지를 출력한다.
로봇 팔과 붓, 키보드, 패드와 AI가 함께 하는 [기획향].
언젠가 먼 미래에는 첨단 기술이 직접 움직여 창작하게 되는 날이 올까, 상상하게 만들었던 작품이었다.
기어이 AI가 직접 창작하는 시대가 온다면 우리는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새로운 창작자로 거듭나게 될까?
[함께 쓰는 즐거움]이라는 이름의 귀여운 작품도 있었다.
여러 가지 몽당연필, 고양이 형태의 연필이 모양을 이루고 있는 작품이다.
전시 해설에 따르면 이는 재료의 감촉과 형태에 주목하여 만든 작품으로, 마음을 전달하는 매개로서의 연필을 재해석한 작품이라고 한다.
연필을 활용한 [함께 쓰는 즐거움].
내가 귀엽다고 느꼈던 연필들은 각각 아빠, 엄마, 아이, 고양이, 아기 고양이 연필 모양으로, 서로 사이사이에 들어가 있어 가족이 연결된 모양과 쓰기를 통해 마음이 전해지는 과정은 닮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언젠가 쓰기를 두려워하는 사람을 본 적 있다.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써내지 못할 것을 알고 있어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지나치게 커서 아예 글을 쓸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고 했다.
[명언곡]이라는 작품을 보며 그 기억을 다시 한번 떠올릴 수 있었다.
[명언곡]은 쓰기를 소리로 표현한 작품이다.
해당 작품은 쓰기의 행위를 소리에 담아 표현한 작품으로, 설명에 따르자면 '같은 문장을 여러 번 쓰는 동안, 매 획을 완전히 동일하게 긋지 못할 경우 실패로 간주'하되, 실패하더라도 문장을 계속해서 따라 쓰며 발생하는 소리를 채집해 재가공한 것이라고 한다.
즉, 이러한 실패가 계속 이어지더라도 문장을 완성하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제시한 작품이다.
처음부터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특히 퇴고 없이 한 번에 완벽한 글을 쓰는 사람은 더더욱 드물 것이다.
나에게 있어 해당 작품은 여러 번의 실패와 고쳐쓰기 과정이 있어야 한 편의 글이 완성된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작품이었다.
쓰기 공간을 제시한 [마음을 쓰다] 작품.
아직 AI는 스스로 완벽한 글을 쓰지 못한다.
AI가 쓴 글도 우리가 끈기 있게 퇴고해야 비로소 매끄러운 글이 된다.
AI가 얼마나 더 발전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쓰기를 향한 우리의 끈기는 사라지면 안 된다고 느끼게 만든 작품이었다.
[금속 문구류 시리즈]는 사람과 쓰기 도구의 긴밀한 관계성을 표현했다.
국립한글박물관의 학예연구사 인터뷰에 따르면, "해당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앞으로 AI가 보여줄 새로운 글쓰기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들" 이라고 한다.
그 인터뷰처럼 내가 감상한 작품들은 모두 새로운 쓰기 도구로의 AI와의 공존, 그리고 AI가 발전하는 상황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쓰기의 의미와 글자의 감각을 전달하고 있었다.
올해 봄과 여름 SNS에서는 독서와 글쓰기에서 멋을 찾는다는 의미의 '텍스트 힙'이 크게 유행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온라인 예매 조기 매진을 이루는 등 엄청난 호황을 맞이했다는 기사도 연이어 발표되며 독서와 쓰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식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디지털 리터러시 문제와 더불어 저조한 문해력으로 인해 간단한 문장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는 뉴스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심지어는 자기소개서 한 편 혼자 써내지 못해 AI로 쓴다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상황에서 다시 글자의 질감을 떠올리고, 쓰기 방식과 읽기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떠올려 보는 것이 유의미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AI가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그것을 움직이게 하는 우리의 쓰기 방식은 여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연필, 붓, 펜, 소리, 디지털 기기 등 쓰기를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도구를 통해 우리에게 있어 쓰기 방식과 쓰기 자체가 어떠한 가치를 지니는지 살펴볼 수 있어 무척 의미 깊었다.
전시는 3월 22일까지 열린다.
관심이 있다면 한 번 둘러보고 오는 건 어떨까?
정책기자단|한지민hanrosa2@naver.com
섬세한 시선과 꼼꼼한 서술로 세상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2025.12.12
정책기자단 한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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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자라는 지역 아이들 '꿈의 오케스트라·꿈의 무용단'
지역에서 펼쳐지는 문화예술 공연 소식을 살펴보던 중 '꿈의 오케스트라'와 '꿈의 무용수'라는 이름의 공연이 눈에 띄었습니다.
지난 11월 19일에는 꿈의 오케스트라 창단 연주회가 성황리에 열렸고, 이어 12월 6일에도 꿈의 무용단의 정기 공연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두 공연 모두 이름 앞에 공통적으로 '꿈의'라는 수식이 붙어 궁금증을 일어 확인해 보니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공연진흥원이 주관하는 사업이었습니다.
지역 청소년들이 예술을 통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국 단위 프로젝트가 지방인 군산에서도 의미 있게 자리 잡고 있었던 것입니다.
꿈의 오케스트라 누리집 메인 화면.
해당 프로그램의 공식 누리집을 보니, 예상보다 훨씬 규모가 큰 국가 예술교육 사업이었습니다.
"모든 아이는 예술을 통해 변화할 수 있다" 라는 철학 아래 아동·청소년 대상 사회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라틴아메리카의 혁신적 음악 교육 모델인 엘 시스테마(El Sistema)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예술 수업이 아니라, 협력·책임·자신감 같은 사회적 성장까지 이끄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 꿈의 오케스트라 누리집 바로 가기
꿈의 오케스트라 음악적 성장 내용. (출처=꿈의 오케스트라 누리집)
사실 꿈의 오케스트라는 올해 초, 여러 지역을 신규 거점기관으로 선정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눈길이 갔습니다.
자녀가 악기에 흥미를 느끼고 참여하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경제적 상황과 상관없이 누구나 악기를 배울 수 있고, 협력이 중요한 오케스트라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매력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부모의 바람과 달리 자녀는 악기보단 합창을 배우기를 원했고, 지역의 민간 합창단에서 활동하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예술 경험을 쌓는다는 측면에서 그 결은 같았습니다.
꿈의 오케스트라 군산 첫 창단 공연.
약 1년여간 꿈의 오케스트라도, 자녀의 합창단도 매주 1회 이상 모여 연습을 하고 실력을 갈고닦았는데요.
그 결실이 지난 11월 19일 맺어졌습니다.
공교롭게도 꿈의 오케스트라 창단 공연에 자녀의 합창단이 초청돼 합동 공연이 이뤄졌습니다.
지난 11월 19일, 군산 예술의 전당 대공연장에서 열린 꿈의 오케스트라 공연.
11월 19일, 군산 예술의 전당 대공연장에서 열린 꿈의 오케스트라는 첫 창단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빈 좌석 없이 많은 관객으로 가득 찼습니다.
공연장 내부에서는 휴대폰 사용이 금지되어, 본 공연 시작 전 몇 장의 사진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세상'이라는 공연 제목이 뭉클하게 다가왔습니다.
공연을 보는 내내 감탄과 벅찬 감동의 마음이 일었습니다.
공연 실력은 감탄스러웠고, 아이들이 만들어 낸 음악의 힘이 마음에 닿아 객석까지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자라나는 아이들, 특히 지방의 아이들에게 꿈의 오케스트라가 선정돼 첫 공연을 열었다는 사실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오는데요.
예술교육 경험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지방에서 아이들이 악기를 손에 쥐고 무대에 오르기까지, 그 여정 하나하나가 지역 문화예술의 새로운 가능성과 확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국가예술교육사업 꿈의 무용단 운영 구조. (출처=꿈의 무용단 누리집)
12월 6일 열린 꿈의 무용단도 같은 구조의 국가예술교육인데요.
'춤'을 매개로 아이들은 단순히 춤을 배우는 것을 넘어, 자신의 이야기와 감정을 춤으로 표현하고 이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공연하는 과정을 경험합니다.
제가 사는 지역(군산시)은 2023년 1기 꿈의 무용단으로 선정돼 매년 지역 고유의 자원(자연, 유산물 등)과 아이들의 상상력을 결합해 무대를 올리고 있었는데요.
꿈의 무용단 군산 2025 '바람의 꿈, 노래하다' 공연 포스터.
올해는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의 특성을 활용해 '바람의 꿈, 노래하다!'라는 제목으로 총 30명의 초등학생 단원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군산시민예술촌 최재희(퍼포밍아트더몸 대표) 단장은 2023년부터 활동했던 꿈의 무용단 학생들이 90% 이상 그대로 유지되며 높은 만족도를 자랑한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지방은 무용을 배울 수 있는 인프라가 굉장히 열악한데, 꿈의 무용단 선정으로 지역 아이들이 전문적인 예술교육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고, 안정적인 수업과 공연 기회를 통해 성장의 발판을 얻게 됐습니다.
그동안 무용을 배우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하거나 사교육에 의존해야 했던 한계를 해소하며, 지역에서도 수준 높은 예술교육이 가능하다는 긍정적 변화를 이끌고 내고 있습니다.
군산 꿈의 무용단 최재희 단장은 "무용을 매개로 지역을 알고, 나를 알고,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어 내 서로 협력하고 성장하는 경험이 쌓이고 있습니다. 꿈의 무용단을 통해 지역 전체의 문화적 자산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아이들이 예술을 통해 지역과 더 깊이 연결되고,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공동체로 성장하길 기대합니다" 라고 덧붙였습니다.
꿈의 무용단은 전국 34개소(2025년 기준) 운영. (출처=꿈의 무용단 누리집)
꿈의 오케스트라는 전국 49개소(2024년 기준), 꿈의 무용단은 전국 34개소(2025년 기준)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꿈의 극단, 꿈의 스튜디오 등 다른 예술 분야를 포함하면 '꿈의' 거점기관은 전국적으로 약 110여 개에 이른다고 합니다.
'꿈의'라는 이름 아래, 아이들, 지역, 예술이 모두 하나로 이어지며, 대한민국의 곳곳이 반짝이는 꿈이 되길 바라봅니다.
☞ 꿈의 무용단 누리집 바로 가기
정책기자단|박영미pym1118@hanmail.net
정책을 초콜릿처럼 꺼내 먹어요. 정책을 쉽고 편하게 전달할게요.
2025.12.12
정책기자단 박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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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연말정산 '고향사랑기부제'로 세액 공제 받고 답례품도
연말이 벌써 코앞으로 불쑥 다가왔다.
연말과 함께 떠오르는 단어는 '연말정산'이다.
연말정산이라고 하면 '13월의 월급'이라는 별명이 연관검색어에 함께 나올 정도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아직 나에게는 어려운 용어로 가득한 복잡한 문제나 다름없기도 하다.
사실 꼼꼼히 살펴보면 연말정산은 단순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매달 월급을 받을 때 세금을 미리 납부한다.
이때 내는 세금은 개인의 실제 생활에서 쓰이는 의료비나 교육비 등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대략적인 금액이다.
그래서 1년이 끝나면 개인이 실제 지출한 것과 소득을 기준으로 삼아, '내가 정확하게 내야 하는 세금'인 결정세액을 다시 계산한다.
내가 결정세액보다 더 많은 세금을 냈다면 환급 과정을 거치고, 덜 냈다면 추가 납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것이 연말정산이다.
이와 더불어 알아두면 좋을 용어가 바로 소득공제와 세액공제이다.
소득공제는 세금을 매기는 기준인 소득을 줄여주는 방식을 이르며, 세액공제는 이미 계산된 세금에서 금액을 직접 차감하는 것을 이른다.
그러던 중 세액공제와 관련된 유용하면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팁을 발견했다.
고향사랑기부금에 대해 연말정산 시 세액공제 혜택이 제공된다는 것이다.
고향사랑e음 메인 화면.
고향사랑기부제는 행정안전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제도로, 개인이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면 기부자에게 세액 공제와 함께 답례품을 제공하는 것을 이른다.
고향사랑기부제란? (출처=고향사랑e음)
지자체는 개인이 기부한 금액으로 지역 활성화를 하는 데 활용하고, 기부자는 기부하는 뿌듯함과 더불어 세금 절약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상부상조 정책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게다가 기부자는 30% 한도 내에서 지역 특산품을 답례품으로 제공받을 수 있어 연말이 되면 꾸준히 인기가 많은 정책이라고 한다.
고향사랑 답례품 안내. (출처=고향사랑e음)
고향사랑기부를 할 수 있는 고향사랑e음 누리집에 따르면, 10만 원을 기부하면 전액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즉, 10만 원을 기부하면 내년 2월의 연말정산에서 10만 원을 그대로 돌려받아 개인의 실질 부담이 사라진다.
10만 원을 초과하여 기부금을 낼 경우는 16.5%만큼의 세액 공제율이 반영된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원하는 지역 특산품으로 3만 원 상당의 답례품까지 받을 수 있다.
쌀이나 고기, 과일, 기타 용품 등을 답례품으로 선택함으로써 생활비도 절약하는 셈이다.
연말정산 세액공제와 관련된 안내. (출처=고향사랑e음)
이때 기부금은 국세청 홈택스에 자동으로 신고되어, 연말정산 시 기부금 영수증이 자동으로 등록된다.
이렇게 살펴보니 이건 기부하는 게 더 큰 이득으로 돌아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11월 19일을 기준으로 고향사랑기부제로 기부된 금액은 총 661억 3천만 원으로, 작년에 비해 68%나 증가했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고향사랑기부제에 참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행정안전부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대다수의 참여자가 세액공제 혜택과 더불어 기부 답례품을 꼽았다고 한다.
꼭 내가 나고 자란 고향에 기부해야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주소지를 제외하고, 마음에 드는 답례품을 제공하는 지역을 골라 기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고향사랑기부제의 큰 매력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2023년에 처음 시행되었을 때만 해도 2000여 종에 불과했던 답례품의 가짓수가 2025년에 이른 지금은 대략 1만 3천여 종에 이른다고 한다.
고향사랑e음을 통해 접속할 수 있는 답례품몰.
고향사랑e음과 고향사랑기부제 위기브 누리집에 방문해서 답례품 목록을 두루 살펴보니, 농축산물부터 가공식품, 지역 상품권, 관광 서비스까지 무척 다양한 분야의 답례품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기부'라고 하면 거창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때로는 내가 낸 기부금이 어디에 정확하게 쓰이는 건지 그 경로를 몰라 기부하기를 주저하는 것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고향사랑기부제는 행정안전부에서 운영하여 내가 기부금을 낸 지역의 발전을 위해 투명하게 쓰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 큰 장점처럼 느껴진다.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기부를 할 수 있다. (출처=고향사랑e음)
참여 방법도 어렵지 않아 더 좋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모두 참여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는 고향사랑e음 포털을 이용할 수 있고, 오프라인으로는 전국 농협은행 지점을 방문하여 참여할 수 있다.
나는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먼저 고향사랑e음에 접속하여 로그인한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통해 로그인을 할 수도 있고, 간편인증 등을 통해서도 로그인을 할 수 있다.
로그인한 뒤, 상단의 '기부' 메뉴에서 '자치단체에 기부하기'를 선택했다.
해당 메뉴를 누르면 기부지자체를 선택하는 창과 더불어 나의 거주지를 확인하는 탭이 함께 뜬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는 기부할 수 없기 때문에 나의 거주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기부하고 싶은 지역을 선택해서 기부를 시작할 수 있다.
여러 지자체 중에서도 나는 친척 가족들이 사는 지역에 기부하고 싶어 친척들이 사는 지역을 골랐다.
그 뒤 나의 거주지를 입력하여 해당 주소지와 내가 고른 지역이 일치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나의 거주지와 기부하고자 하는 지역은 달라야 한다.
이후에 내가 기부하고 싶은 금액만큼 입력하면 된다.
개인 최대 기부 한도 금액은 연 2천만 원이니, 그 안에서 기부금을 입력하면 된다.
답례품 제공에 대해서는 '제공 받음'을 택할 수도 있고, '제공 받지 않음'을 택할 수도 있으니 이는 선택에 따라 누르면 되겠다.
이 과정을 거친 뒤 동의 과정을 거쳐 기부금을 납부하면 된다.
기부하고 싶은 금액을 자유롭게 입력할 수 있다.
처음에는 세액공제를 목적으로 기부하고자 했지만, 고향사랑기부제에 참여하고 지역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보고 싶은 친척들의 얼굴도 생각나고, 나의 기부를 통해 그 지역이 조금 더 발전할 수 있기를 소망하는 마음도 함께 자라났다.
친척 집에서 맛있게 먹었던 감 젤리가 눈에 띄어 답례품으로 신청했다.
추워지는 연말이지만 마음만은 따뜻하게, 모두가 상부상조할 수 있는 고향사랑기부제에 참여해 보자!
☞ 고향사랑e음 누리집(ilovegohyang.go.kr)
☞ (또 다른 기사) 고향에 마음 담아 기부하고, 야구관람 했어요!
정책기자단|한유민ybonau@naver.com
생생하고 읽기 쉬운 기사를 작성하겠습니다.
2025.12.11
정책기자단 한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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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해외여행 많이 하는 개인정보 관리…털린 내 정보 찾아라
"귀찮기도 하고 잘 까먹어서 여러 사이트에서 같은 비밀번호를 쓰고 있었는데 큰일이야."
며칠 전, 엄마가 대형 온라인 쇼핑몰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인해 개인정보가 유출된 거 같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요즘은 온라인 쇼핑이 일상화되면서 직접 가게에 가지 않아도 이름, 전화번호, 주소 같은 개인 정보와 신용카드 정보만 입력하면 쉽게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그만큼 다양한 곳에 개인정보를 등록해 두는 일이 많아졌다.
사실 통신사부터 온라인 쇼핑몰까지 크고 작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겪다 보니 어느 정도 체념한 채 살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요즘은 '내 개인정보가 나보다 더 자주 해외여행을 다닌다' 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이다.
하지만 유출 규모가 역대 최대 수준일 뿐 아니라, 공동 현관 비밀번호와 생활 동선이 그대로 드러날 수 있는 민감한 정보까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뉴스를 보니, 혹시 범죄에 악용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커졌다.
최근 따라 '자주 걸려 오는 모르는 번호의 광고 전화와 모르는 주소의 이메일이 개인정보 유출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실제로 이런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 보상', '피해 사실 조회' 등의 키워드를 미끼로 한 스미싱이나 보이스 피싱 등 범죄가 뒤따르며, 추가 개인정보 및 금전 피해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
또한 유출된 개인정보는 불법 텔레마케팅 악용, 금융 사기부터 명의도용 및 서류 위조 등 다양한 범죄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더하여, 한번 유출된 개인정보는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하므로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된다.
기업이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지켜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계정 로그인 알림 활성화나 비밀번호 변경 등 개인도 자신의 개인정보를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누구나 손쉽게 유출된 개인정보를 관리하고 보호할 수 있는 '개인정보 포털'을 소개하고자 한다.
'개인정보 포털'은 국민의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총괄하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운영하는 사이트다.
정보 주체로서 유출된 개인정보를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는 개인정보 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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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많은 사이트에 회원가입이 되어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입되어 있는 웹사이트들을 확인할 수 있는 모습. (출처=개인정보 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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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사용하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해 본 결과, 유출 내역이 없다는 조회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자주 사용하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조회해 유출 여부를 확인하는 모습. (출처=개인정보 포털)
여러 사이트에서 같은 비밀번호를 사용하고, 비밀번호를 변경 알림이 떠도 '다음에 변경하기'를 눌러 넘기곤 했던 터라 걱정이 컸는데, 조회 결과를 보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교체 시기가 된 비밀번호들은 바로 변경하고, 사이트마다 다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정 패턴을 보이거나, 사전적 단어,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한 비밀번호는 피하는 것이 좋다.
특정 패턴, 사전적 단어,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한 비밀번호는 피하는 것이 좋다. (출처=개인정보 포털)
대신, 특정 명칭을 어렵게 가공하거나 대소문자 및 특수문자 혼합한 구성으로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특정 명칭 가공, 대소문자 및 특수 문자 혼합 구성으로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출처=개인정보 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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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기자단|김재은lgrjekj4@naver.com
정책이 국민에게 더 가깝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깊이 있는 시선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2025.12.11
정책기자단 김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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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교육 20년…누구나 예술가를 꿈꾼다
올해가 대한민국 문화예술교육 2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다.
12월 14일까지 '2025 대한민국 문화예술교육 축제'가 열리고 있으며, 전국 곳곳에서 260여 개의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이번에 모르고 지나갈 뻔했다.
최근에 EBS 다큐프라임 예고편을 시청하면서 문화예술교육 20주년을 인지하게 되었다.
대한민국 문화예술교육축제 20년 누리집에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큰 축제라는 사실을 알았다.
'2025 직장인 문화예술클럽 결과공유회 「아트메이트, 예술을 만나다」'가 열렸다.
평소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필자도 이번 축제를 즐기고 싶었다.
지역별, 시기별 프로그램을 검색하다가 올해의 슬로건 '문화예술교육 20년, 누구나 예술을 시작할 때'와 부합하는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2025 직장인 문화예술클럽 결과공유회'다.
직장인으로서 업무에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시간을 내어서 문화예술클럽 활동을 이어온 그 열정과 체력이 부러웠다.
문득 필자가 직장에 근무했던 지난 1990년대가 떠올랐다.
지금처럼 워라밸도 없었던 시절이라 자기 계발이나 문화생활은 사치에 가까웠고,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지금은 사정이 달라져 개인의 일과 삶의 균형을 존중하고, 정부에서도 국민의 문화예술교육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시대가 되었다.
'2025 직장인 문화예술클럽 결과공유회 '아트메이트, 예술을 만나다''가 열렸다.
52개 기업·기관이 함께한 '2025 직장인 문화예술클럽'이다.
공예·사진·문학·음악 등 일상 속 예술을 경험한 아트메이트들과 함께하는 결과공유회 자리에 관객으로 참석했다.
공연에 앞서 무대에서 연습이 한창이다. 뮤지컬 '맘마미아'를 공연하는 팀이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결과공유회가 열리는 행사 공간 '공간 오즈'에 도착하니 공연에 앞서 무대에서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귀에 익숙한 노랫소리가 들렸다.
스페인 4인조 그룹 아바(ABBA)의 '댄싱 퀸'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뮤지컬 '맘마미아'를 공연하는 팀이 춤을 추면서 부르는 노래에 필자의 어깨가 들썩거렸다.
곧 이어질 본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여주는 순간이었다.
직장인 문화예술클럽 활동의 과정을 담아낸 사진과 영상 속 직장인들의 모습이 진지해 보인다.
전시 구역 입구에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그동안의 활동을 보여주는 사진과 영상이었다.
문화예술클럽 활동에 임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진지했고, 각자 취미에 몰입하는 그 순간만큼은 세상 모든 일을 잊은 채 심취했을 것이다.
그중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도자기 공예가 눈에 띄었다.
11월 27일 누리호 4차 발사 성공으로 우주개발 역사의 새로운 장을 쓴 주인공이 바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다.
누리호 발사를 앞두고 분주했던 그분들이었기에 그 활동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나는 어떤 문화예술클럽 타입일까?'를 알아보는 간단한 테스트도 했다.
필자는 '아티스트형'으로 나왔다.
추천 분야는 공예, 미술, 사진이다.
직장인 문화예술클럽 활동의 결과물이 전시되어 있다. 그림, 사진, 책, 조명등, 공예품 등 다양하다.
사진 찍는 공간을 지나니 클럽 활동의 결과물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림, 사진, 책, 조명등, 공예품 등 다양한 작품이 있었다.
직장인이 만들었다고 보기 어려울 만큼 수준 높은 작품도 많았다.
이름을 가리면 전문 작가의 작품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직장인 문화예술클럽에서 출간한 책도 있다. 평범한 직장인이 클럽에서 활동하며 글을 쓰다가 작가로 데뷔했다.
책 두 권도 있었다.
코디스코리아 '작은 순간의 온기를 올리다', 지니파이 외 '한쪽이 유리한 게임'이다.
표지를 살펴보니 '평범한직장인Y', '퇴근한PD' 등 필명을 사용해 직장인의 정체성이 묻어났다.
평범한 직장인이 글쓰기·소설 창작 클럽에서 활동하며 글을 쓰다가 실제로 작가가 된 것이다.
'평범한직장인Y'의 글 일부를 옮겨본다.
직장인의 정체성이 묻어나는 글을 읽으며, 결과공유회에 참석한 직장인들이 공감하고 있다.
"내일 발표할 자료를 들고 Y는 빠르게 지하철로 걸어 들어간다. 집에 가면 쌍둥이들 저녁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지하철 타고 가는 시간 짬 내서라도 발표 자료를 후루룩 봐야 한다. 아이를 기르면서 일을 하려니 일상이 정말 너무 정신이 없다."
대다수의 평범한 직장인이 겪어야 하는 퇴근 이후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내용으로, 일과 삶의 균형 속에서 글쓰기가 정말 소중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한쪽이 유리한 게임' 책의 집필에 참여했던 최선규 씨(지니파이)는 "처음엔 내가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걱정했어요. '앞으로는 무엇이든 적어 내려가면 된다'라는 자신감을 얻었죠. 일상에서 틈틈이 생각이 날 때마다 글을 담을 수 있는 나만의 규칙이 생긴 것 같아요." 라고 소감을 밝혔다.
글을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말이었다.
국립세종수목원 공예 한지 클럽은 수목원을 방문하는 이용객 대상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경험으로 조명등의 완성도를 높였다.
국립세종수목원 공예 한지 클럽은 한지를 소재로 한 조명 작품을 전시했다.
은은한 한지를 통해 나오는 빛이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평소 수목원을 방문하는 이용객 대상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경험이 작품 완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공예 도예 클럽은 손으로 흙을 빚어서 만든 도자기를 전시하고 있다.
공예 도예 클럽은 손으로 흙을 빚어서 만든 도자기를 전시하고 있었다.
그중 과거 필자가 근무했던 직장도 보였다.
필자가 근무했던 시기에 이런 클럽이 있었더라면 어땠을지 잠깐 상상해 봤다.
작품마다 도자기의 용도에 맞는 이름도 붙어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어서 '산타자기', '반짝자기' 같은 작품이 관객의 이목을 끌었다.
'직장인 문화예술클럽'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문화예술교육 활동에 참여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문화예술 동아리 운영비와 전문 예술가를 지원했던 사업이다.
본격적인 '아트메이트, 예술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결과공유회의 막이 올랐다.
개그맨 조래훈 씨가 사회를 맡아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먼저 '직장인 문화예술클럽'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직장인 문화예술클럽'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문화예술교육 활동에 참여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문화예술 동아리 활동에 전문 예술가 강사비를 일부 지원하는 사업이다.
국고 40%에 자부담 60%가 책정되었다.
전국적으로 52개의 동아리가 개설되어 전문 예술가 42명과 총 462명의 직장인이 참여했다.
만족도 조사 결과 98.4점에 이를 만큼 좋은 성과를 내었다.
그 비결이 무엇일지 궁금했다.
곧 이어진 공연에서 눈과 귀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Z1컴퍼니 외 연합 동아리가 오케스트라 곡을 연주한다. 참여자들이 연주에 집중하자 관객들도 숨을 줌이고 감상하고 있다.
동아리 공연에 Z1컴퍼니 외 연합 동아리가 오케스트라 곡을 연주했고, 신한라이프 외 연합 동아리가 뮤지컬 곡을 불렀다.
무대에 등장할 적엔 쑥스러워하던 참여자들이 연주를 시작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연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관객을 의식하지 않고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니 점점 공연의 열기가 고조되었다.
객석에 앉은 관객들도 그들의 공연에 아낌없는 박수와 응원을 보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한국전기 ES 외 연합동아리가 공연한 뮤지컬 '맘마미아'다. 전문 배우의 무대를 보는 듯 완성도 있는 공연이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한국전기 ES 외 연합동아리가 공연한 뮤지컬 '맘마미아'였다.
필자는 리허설을 지켜보면서 본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아마 많은 관객이 필자와 비슷한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전문 배우의 무대를 보는 듯한 완성도 있는 공연이었다.
전문 예술가의 지도와 참여자들의 재능, 연습이 결합된 결과다.
직장인 문화예술클럽 사례 발표에 이어 열린 오픈 토크에서, 발표자들은 동아리 활동이 업무 수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례 발표에 세 명이 나섰다.
현대자동차 황세영 씨, 지니파이 최선규 씨, 국립생태원 이수창 씨다.
글쓰기와 도자기 수업, 문학, 사진 등 다양한 분야의 사례 발표를 통해 짧은 시간이라도 동아리 활동이 업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후 열린 오픈 토크에서는 객석의 질문이 이어졌고, 특히 책을 출간한 최선규 씨에게 질문이 집중되었다.
직장인 문화예술클럽 활동에 참여했던 전문 예술가와 직장인들이 객석을 가득 채우고 있다.
마지막으로 참여자 간 소통과 네트워킹 시간이 있었다.
주최 측에서 다과를 준비했다.
객석에 앉아서 공연을 즐겼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대화를 나누었다.
참여자 간 소통과 네트워킹 시간에, 각자의 직장은 달라도 문화예술교육을 주제로 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삼성전자 성승민 씨는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4개의 밴드 동아리가 연합한 음악 동호회 '자작나뮤직'에서 활동 중이다.
악기처럼 소리를 내는 장비를 직접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결성된 동호회다.
간단한 일문일답을 나눴다.
Q. 직장인 문화예술클럽에서 어떤 지원을 받았나요?성승민) 저희는 4개의 동호회가 연합해서 규모가 꽤 큽니다. 밴드 하나에 거의 250명가량이고, 4개를 합하면 1천 명에 이릅니다. 전문 예술인을 강사로 지원받았고, 또 무대에서 공연할 기회가 제공되었어요. 오늘의 공연은 공간이 협소해서 저희 밴드가 참여하진 못했어요.
Q. 직장 일과 동아리 활동을 병행하는 게 어려울 것 같은데요?성승민) 선택과 집중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동아리 활동을 집중해서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시간 약속 등을 철저히 지켜야 합니다. 주로 사내에서 점심이나 저녁 먹는 시간을 쪼개서 연습하고 있어요.
Q. 직장인 문화예술클럽 활동을 통해 얻은 게 무엇인가요?성승민) 우선 스트레스 해소가 가장 큽니다. 또한 동아리 활동을 지속함으로써 회사에 근무해야 할 동기 부여가 됩니다. 처음 신입사원으로 입사했을 때완 달리 시일이 지나면서 업무에 치여서 힘들어지죠. 계속 회사를 다녀야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아무리 연봉이 높고 승진을 한다고 해도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동아리 활동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Q. 오늘의 결과공유회에 관객으로 참석해 보니 어땠나요?성승민) 직장인들이 취미로 하는 동아리 활동이라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대 이상이었어요. 다들 실력이 좋으시네요. 회사나 동아리 외의 직장인들을 만날 기회가 없습니다. 이런 자리에 다른 직장에서 근무하는 분들을 여럿 만났고, 문화예술교육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대화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런 네트워킹이 일회성이 아니길 바라봅니다.
직장인 문화예술클럽 활동은 직장인들에게 일로 인한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치유할 수 있게 해줬다고 한다.
이수창 씨(국립생태원)는 국립생태원 자생식물생태부에서 식물을 전시 및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사진 동아리 회장으로 사례 발표도 했다.
Q. 직장인 문화예술클럽에 지원하게 된 과정을 말씀해 주신다면요?이수창) 식물을 전공하다 보니 사진을 많이 찍고 있어요. 사진을 전문적으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직장인 문화예술클럽에서 강사비를 지원해 준다고 해서 사내 동아리를 결성했어요. 총 15명이 참여하고 있어요.
Q. 동아리 활동하면서 아쉬웠던 점이 있나요?이수창) 직장인 대상으로 하는 동아리이다 보니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어요. 출사를 나가는 경우 일정을 조율하는 것도 어려웠어요. 그럼에도 일상에서 사진을 찍어서 공유했고 이번에 사진 전시회를 하면서 동아리 회원으로 소속감과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어요.
Q. 직장인 문화예술클럽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이수창) 직장인들이 직장 내에서 스트레스가 많고 우울감도 많은 편이에요. 그런데 정부에서 직장인들에게 지원해 줘서 동아리 활동을 통해 직장 분위기도 좋아지고 개인적으로도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Q. 올해가 문화예술교육 20주년입니다.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을까요?이수창) 저희 기관이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도 하고 있어요. 파견된 예술인과 함께 생태원 안에 전시도 하고 있어요. 최근 급부상한 AI로 인해 창작의 영역을 침범당했다고 느낄 수 있는 예술인들이 많을 겁니다. 그래서 정부가 나서서 정책적으로 예술인이 활동하는 길을 열어주는 게 바람직한 것 같아요. '직장인 문화예술클럽'에서 전문 예술인을 강사로 초빙하는 것도 그런 정책의 하나겠죠.
문화예술교육 20년을 맞아, 국민 각자가 문화예술을 즐기고 누리는 것에서 표현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비교적 단기간에 결과물을 발표한 직장인들의 작품을 대하니 문화예술교육에 진심인 우리의 저력이 느껴진다.
지금의 문화강국으로 세계에 우뚝 선 대한민국은 소수 예술가의 창작으로만 이루어진 게 아닐 것이다.
대다수 국민이 일상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즐기고 표현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그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제는 국민 각자가 문화예술교육을 즐기고 향유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각자 표현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 2025 대한민국 문화예술교육 축제 누리집(kacef.or.kr)
정책기자단|윤혜숙geowins1@naver.com
책으로 세상을 만나고 글로 세상과 소통합니다.
2025.12.11
정책기자단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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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부터 빛의 혁명까지 '빛의 연대기전'에 다녀왔어요
2025년은 광복 80주년을 맞이한 해다.
한 해가 끝나가는 연말에, 혹시 우리 역사를 기념할 만한 전시가 있을지 찾아보다가 행정안전부의 공지를 발견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민주화운동기념관에서 주최하는 빛의 연대기 展이 12월 3일부터 내년 1월 16일까지 개최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그림과 영상으로 풀어낸 전시, 빛의 연대기 展이 12월 3일부터 1월 16일까지 개최된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광복부터 12.3 빛의 혁명까지 시민참여와 민주화운동'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발전되어 왔는지 그 가치를 그림, 영상을 통해 전시하는 특별 전시라는 소개에 더 눈길이 갔다.
빛의 연대기 展은 민주화운동기념관 M1 1층에서 개최된다. 올해로 광복 80주년을 맞이한 만큼, 연말에 방문하면 의미가 깊겠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이 있다.
의무 교육으로 한국사를 배우고, 매일 뉴스와 기사를 통해 정치를 접하고 살면서도 사실 직접적으로 체감하기 전까지는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고 살기도 한다.
당장 나도 그랬었다. 시민 참여나 민주화 운동은 마냥 까마득한 얘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코앞에서 시위와 투쟁을 겪어보니 왠지 사회를 대하는 태도가 이렇게 무심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나는 촛불시위와 응원봉 시위를 직접 겪고 자란 세대다.
SNS를 통해 시위를 인증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기도 했고, 당장 내 주변만 보더라도 깃발과 응원봉을 들고 시위 현장에 참여한 친구들이 많다.
내가 눈으로 보았던 민주주의를 위한 노력이 이제는 역사에 기록될 하나의 사건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마음에 남았다.
민주주의와 시민 참여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사회의 흐름을 관심 있게 살펴볼 때다.
이번 전시가 역사를 되새길 소중한 기회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약, 입장료는 발생하지 않는다. 휴무일과 마감 시간을 체크하여 관람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하자.
장소는 민주화운동기념관 M1(신관) 1층으로, 별도의 예약이나 요금은 필요하지 않다.
매일 오전 10시에서 6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오후 5시부터는 입장이 마감된다.
매주 월요일 및 1월 1일은 휴관일이니 방문하실 분들은 일정을 참고하면 좋겠다.
전시는 '되찾은 빛', '상처와 화해의 빛', '저항의 빛', '기억의 빛', '다시 만난 빛' 등 총 다섯 가지의 테마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 26명의 그림과 영상 작품 66점을 중점적으로 전시하여 민주주의 교육과 기념사업을 이해하기 쉽게 소개한다.
전시는 총 다섯 가지 테마로 이루어져 있다. 근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우리 역사가 연대기처럼 구성되어 있다.
전시는 '되찾은 빛'에서 시작되었다.
첫 번째 섹션은 역사를 거슬러 동학농민운동을 조명한다.
제1 섹션, '되찾은 빛'에는 일제의 식민 지배에 저항한 우리들의 노력이 회화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외세에 맞서 싸우고 일제의 식민 지배로부터 항거했던 당시의 처절한 독립투쟁을 미술로 풀어냈다.
강렬하고 가감 없는 형태의 그림으로 당시 치열한 투쟁을 해석했다.
뚜렷한 먹색으로 현장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그림이 왠지 사진보다 강렬하다.
제2 섹션 '상처와 화해의 빛'은 광복 직후 벌어진 분단의 역사를 주제로 했다.
'상처와 화해의 빛'은 광복 이후 우리나라의 모습을 담은 테마다. 분단, 전쟁, 그럼에도 무너지지 않았던 치유의 힘이 느껴진다.
전쟁과 이별로 씻을 수 없는 아픔을 남겼지만, 주저앉지 않고 결국 다시 일어선 우리나라 근현대사가 시각적으로 펼쳐진다.
유화를 통해 회화적으로 표현된 작품도 있었고, 사진을 직접적으로 활용하여 현실감을 강조한 작품도 있었다.
사진 위에 가감 없이 그은 붓이 인상적이다. 말 한마디 없이,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알 수 있는 메시지가 확 와닿는다.
마치 역사책 속을 걷고 있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현장의 전체적인 모습을 담아보았다. 테마가 뚜렷하게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어서, 마치 역사 속을 걷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저항의 빛' 섹션은 4.19 혁명과 70, 80년대 시민 민주화 운동을 담았다.
독재에 맞선 시민의 투쟁을 신문 만화처럼, 아이코노그래피로 해석한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흑백, 저채도로 전개되던 앞선 테마와 달리 쨍한 원색이 사용되었다. 결코 경쾌한 분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위기감을 불러일으킨다.
전체적인 전시가 원색 또는 흑백의 거친 질감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공간을 구성한 분위기에 한 번 더 압도되었던 것 같다.
풍자적, 입체적, 현대적 기법으로 그려진 작품이 많았다. 특히 김종례 작가의 이야기모음 앞에서는 한참 발을 떼지 못하고 감상했던 기억이 난다.
'기억의 빛' 섹션부터는 화풍이 현대적으로 변화한 점이 인상적이다.
6.10 민주항쟁과 독재의 종점을 겪은 1987년의 혼란이 작품으로, 사진으로 남아 현장의 처절함을 환기했다.
당시의 사회를 고발하듯 그려낸 회화작품이 머릿속에 진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마지막 섹션은 우리 세대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었다.
21세기의 촛불 시위가 '다시 만난 빛'이라는 이름으로 전시장을 밝히고 있다.
제5 섹션, '다시 만난 빛'은 21세기 사람들의 민주화에 대한 장면을 담아냈다. 지금 살아가고 있는 세대의 이야기라 왠지 감회가 새로웠다.
새벽녘 추위에 떨면서도 깃발을 놓지 않았던 시민들의 열의, 한밤중을 평화롭게 밝힌 촛불 행진의 모습이 단순 빛의 형태를 넘어 다채로운 색으로 표현되었다.
뉴스에서, 기사에서 보던 소식을 그림으로 만난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치열했던 당시의 현장을 한 폭에 담아냈다.
전시를 관람하면서, 직접 응원봉 시위에 참여했었다는 시민분을 만나 짧게 감상을 들어볼 수 있었다.
당시에는 '함께 하자'는 생각만으로 달려 나가 참여했었는데, 이렇게 예술적인 기록물을 두 눈으로 마주하니 새삼 우리가 살고 있는 평화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상기하게 되었다고 하셨다.
그뿐만 아니라 자칫 잊고 지낼 수 있는 우리나라 역사를 돌아보고 기억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왠지 모르게 뭉클하다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성인뿐 아니라 학생들도, 사회나 정치가 마냥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말고 한 번쯤 감상해 보면 유익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시는 내년 1월 16일까지 개최된다.
성인과 더불어 곧 방학을 맞이할 학생 여러분도 시간을 내어, 민주주의의 역사와 가치를 한번 감상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 (정책뉴스) 광복부터 12·3 빛의 혁명까지'빛의 연대기전' 개최
정책기자단|한유민ybonau@naver.com
생생하고 읽기 쉬운 기사를 작성하겠습니다.
2025.12.10
정책기자단 한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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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미진 맛?' 할머니 김장이 되살아 난 광주 K-미식벨트
"어야, 다 되면 그때 많이 먹어."
바람이 차가워지면 어릴 적 할머니가 버무리던 김칫소를 빼 먹던 겨울이 생각난다.
온종일 걸린 김장을 끝낸 할머니는 고됐지만 겨울을 보낼 든든함에 안심이 된 듯 했다.
이후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김장철 기억도 희미해졌지만, 이번 K-미식벨트를 통해 광주에서 그 시간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명인의 집 김치를 맛볼 수 있었다. 호박 국물로 색을 낸 김치나 비트로 색을 낸 김치 등 다양하고 맛깔나는 김치를 많이 만났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추진하는 'K-미식벨트'는 한식의 해외 인지도를 바탕으로 지역별 농업 자원과 식품명인, 향토 음식 등을 결합해 특색 있는 미식 관광 테마를 발굴하는 프로젝트다.
음식 소개에 그치지 않고 관광상품 고도화를 통해 국내 경기 활력을 제고하고 K-푸드 수출 활성화까지 연결하는 것이 목표로 2024년부터 2032년까지 총 30개의 미식벨트를 조성한다는 장기 계획을 세웠다.
2024년 장(醬) 벨트를 시작으로 올해 전통주 벨트, 인삼 벨트와 함께 김치 벨트를 조성했으며 김치의 도시로 광주가 선정됐다.
지역 선택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광주에는 영산강을 중심으로 산과 들, 바다가 어우러져 김치 재료가 풍부하고 도심에 광주김치타운과 식품명인들이 밀집한 환경, 그리고 찹쌀 풀죽과 젓갈로 빚어내는 '게미진' 맛(깊고 오묘한 감칠맛)의 독특한 이야기가 있다.
'K-미식벨트 김치투어'는 광주를 찾아 김치 재료를 선사해 준 자연과 김치명인, 김치타운 등을 돌아보며 김치를 낱낱이 만나게 된다.
이 알찬 시간이 끝나면 김치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게 되지 않을까?
김치의 모든 것을 만나기 위해 광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양림역사문화마을, 선교사와 김장이 만나다여행의 첫 시작은 양림역사문화마을.
2023~2024년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한국 관광 100으로 선정된 곳이다.
근대 선교사가 정착했던 이 동네는 100여 년 전 광주 최초로 서양 근대 문물을 받아들였으며 희생과 나눔의 공동체 역사를 품고 있다.
당시 선교사들은 조선 문화에 섞이고자 도토리묵을 쑤어 먹는 등 현지 음식을 받아들였고 김장 때는 한국인과 함께 어울렸다.
이 마을 식당 '행복한 양림밥상'에서 선교사의 식문화를 대표하는 묵과 피칸이 들어간 비빔밥을 판매한다.
화합의 의미를 담아 맛본 비빔밥은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처음에 서먹했던 사람들이 함께 비빔밥을 섞으며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색한 분위기는 금세 화기애애하게 바뀌었다.
'선교사의 밥상'으로 피칸과 묵이 들은 비빔밥. 모두 함께 비벼 먹으며 화합이라는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여기에 피칸과 도토리묵의 의외의 조합은 꽤 잘 어울렸다.
연극형 도보 투어는 관객과 어울려 진행된다. 복순이로 분한 주현지 씨가 김장독을 들고 있다.
점심 후 한껏 친근해지자 관객들과 함께하는 양림동 도보 연극투어가 시작됐다.
선교사들이 김장을 담그는 한국인들과 어울리게 되는 내용의 짧은 콩트식 연극들이 골목 곳곳에서 펼쳐졌다.
더욱이 연극 중 방문했던 '10년 후 그라운드'는 2023년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코리아 유니크베뉴'로 새로운 개념의 MICE 공간으로 육성하고 있다.
연극배우들을 따라 온 마을이 예술로 뒤덮인 펭귄 마을로 들어섰다.
이곳은 2013년 사람이 떠나고 빈집이 늘어났지만, 동네에 쌓인 쓰레기를 공예로 만들어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러온 곳이다.
펭귄주막에서 사이다 막걸리를 마시면서 주인집에서 만든 김치를 맛볼 수 있었다.
마을 가게에서 파는 옛 추억 속 과자를 맛보며 차가운 사이다 막걸리를 마시자 가게 주인이 직접 만든 김치를 꺼내줬다.
집 맛이 가득한 신김치는 어쩐지 할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려줬다.
양림동 펭귄 마을에는 광주 출신인 BTS 제이홉의 생일을 맞이해 중국 팬들이 그린 벽화가 있다.
몇 걸음을 더 가면 광주 출신인 BTS 제이홉의 벽화가 그려진 것을 보는 것도 투어의 묘미다.
◆ 양동시장, 게미진 맛의 비밀을 찾아서
10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양동시장은 김치 재료의 보고다.
'광주의 부엌'이라 불리는 이곳은 전라남도 최대 규모의 전통시장으로 영산강 유역에서 직송된 신선한 채소와 해산물이 모인다.
하얀 눈처럼 수북이 담긴 소금.
커다란 홍어를 마음껏 볼 수 있는 양동시장.
전국 홍어 유통량의 90%가 이곳을 거쳐 가며 10kg에 육박하는 국내산 홍어도 쉽게 볼 수 있어 재미를 더한다.
그런 까닭에 2023년 문체부의 K-관광마켓 10선에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시장 안 여기저기서 보이는 윤기가 도는 햇고추 더미가 계절을 말해주는 듯싶다.
먹음직스러운 배추와 무, 눈같이 쌓인 소금을 보며 김장에서 빠질 수 없는 젓갈 가게 앞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양동시장의 형제젓갈 김진현 대표가 젓갈에 관해 대답을 해주고 있다.
30년 동안 이어온 형제젓갈 김진현 대표가 여러 질문에 답했다.
"가정마다 다르지만 보통 김장에는 서너 가지 젓갈을 넣어요. 새우젓, 멸치젓을 기본으로 황석어젓, 갈치젓, 잡어젓을 더하죠."
다양한 종류의 젓갈. 새우젓 종류만 해도 참 다채롭다.
아니나 다를까, 새우젓만 해도 종류가 다양하다.
가을에 잡는 추젓, 중간 크기의 오젓도 좋지만, 6월에 잡는 육젓을 최고로 친단다.
문득 언젠가 저 젓갈을 하나씩 넣은 김치를 맛보고 싶다는 작은 바람이 피어났다.
"저희 수산물은 80~90%가 전남 신안에서 와요. 통통하게 살 오른 육젓은 풍미가 좋아 가격이 4배 정도 비싼데요. 그래도 찾는 사람이 많죠."
전라도 김치의 특성은 따뜻한 남부 기후에 김치가 빨리 시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젓갈을 많이 사용한다는 점이다.
바로 그 풍부한 젓갈이 게미진(자꾸 먹고 싶은 감칠맛의 전라도 방언) 맛을 낸다고.
◆ 호수생태원, 김치를 키우는 자연
광주 제1호 지방정원인 광주호 호수생태원.
자연 속 힐링은 물론 사진 맛집이다.
광주호 호수생태원은 무등산에서 발원한 깨끗한 물이 광주천을 거쳐 영산강으로 흐르는 호남평야 물길의 근원지가 된다.
댐 건설로 조성된 이 호수는 과거 농업용수 공급을 담당해 왔으며 지금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포함되어 친환경적으로 엄격히 관리된다.
이는 김치의 주재료를 길러내는 자연의 보고로서 그 가치를 높인다.
잔잔한 호수 주변으로는 키 높은 버드나무와 메타세쿼이아가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다.
데크로 돼 있어 산책하기 좋은 호수생태원.
무등산과 광주호를 낀 깨끗한 물이 김치 재료를 맛있게 영글게 한다.
국내에 이렇게 조용하고 아름다운 자연이 있었다는 사실도 새삼 행복하다.
어디서 찍어도 인생 사진 하나쯤 건지지 않을까.
고요하고 웅장한 풍경은 마치 유럽의 어느 낭만적인 숲길을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한참을 산책한 뒤 무등산 자락의 전북식당에서 2005년 비늘김치로 대통령상을 수상한 김호옥 명인과 마주했다.
그가 직접 손으로 잘라준 쓴맛을 잘 뺀 고들빼기김치가 입맛을 확 살렸다.
한입 베어 물자 광주의 겨울이 혀끝에서 살아났다.
◆ 광주김치타운, 김치의 모든 것
김치타운. 도심에 있어 관광객들이 오기 수월하다.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광주김치타운이다.
미식 김치벨트 거점 업체인 김치타운은 김치박물관과 김치발효식품관, 김치교육체험장 등으로 구성된 김치 복합테마파크다.
김치타운 내 김치박물관에서 김치의 역사를 읽어보고 있다.
"이순신 장군도 고춧가루가 들어간 김치를 드시지 않았죠."
문화관광해설사 오덕미 씨의 안내로 시작된 김치박물관 투어는 꽤 흥미로웠다.
우리 조상들이 먹었던 김치는 지금의 김치와 달리 조선 후기까지 통배추가 등장하지 않는다.
우리가 지금 먹는 배추김치의 역사는 1954년 재일교포 우장춘 박사가 조선 배추를 탄생시켰고, 병충해에 강하고 겨울에도 얼지 않는 배추가 김치의 역사를 바꿔놨다.
박물관에서는 팔도 김치의 차이도 알 수 있었다.
전라도와 경상도는 따뜻해서 김치가 짜고 맵지만 북쪽으로 갈수록 간이 심심해진다.
항아리 모양만 봐도 지역 기후가 보여 흥미롭다.
경기도·강원도·충청도의 항아리는 햇빛이 바닥까지 들어가야 해 입구와 바닥이 일치한다.
전라도·경상도는 입구는 작고 어깨는 넓은데 너무 더워 끓어버리지 않도록 목을 좁게 했다.
◆ 명인의 손끝에서 정갈하게 피어나는 반지김치
반지김치에 들어갈 재료들이 나열돼 있다.
이어 본격적으로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76호 오숙자 명인의 반지김치 시연이 시작됐다.
나주 오씨 가문에서 4대째 내려오는 반지김치 계승자인 명인의 손끝에서 20여 가지 귀한 재료가 섬세하게 조화를 이룬다.
"반지는 배추김치도 물김치도 아닌 그 중간이에요." 명인이 설명한다.
반지김치는 육수에 담가 자작하게 먹는 양반가의 김치로 천일염으로 10시간 이상 절인 배추에 밤, 대추, 표고버섯, 새우, 마늘, 생강 등을 실고추와 차례대로 채운다.
반지 김치를 시연하고 있다.
반지 김치의 오숙자 명인과 딸 윤다슬 전수자가 반지 김치를 보이고 있다.
특히 소를 순서에 맞춰 가지런히 놓아야 중요한 점이 맛이 잘 섞인단다.
배추에 소를 모두 채우면 발효를 돕는 짚으로 배추를 묶어 용기에 하루 정도 두었다가 소고기 양지머리를 고아 만든 육수를 부으면 완성이다.
냄새도 없어 외국인이나 아이들에게 맞고 영양도 좋아 어르신들이 좋아할 만하다.
더군다나 시원한 국물은 숙취 해소에도 좋다니 꽤 매력적이다.
◆ 꽃게 보쌈김치, 시연과 함께 직접 담그다
박기순 명인이 김치를 버무리고 있다.
이후 2010년 대통령상 수상자 박기순 명인의 꽃게 보쌈김치 시연과 직접 만들어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박기순 명인 앞에 놓인 꽃게가 침샘을 자극했다.
꽃게 살을 발라내고 남은 다리와 껍질로 육수를 내고 다시마, 대파, 무, 양파, 멸치, 황태 머리를 함께 넣어 1시간 이상 끓인다.
배추 세 포기에 큰 꽃게 한 마리 정도의 살을 발라 넣고 화학조미료는 일절 넣지 않는다.
이렇게 무궁무진한 재료로 김치 맛을 낸다는 사실이 참 놀라울 따름이다.
염도계로 재어 보며 보편적인 입맛을 맞춘다.
갑자기 명인이 염도계를 꺼냈다.
"염도가 중요해요. 입맛은 제각각이지만, 염도계로 1.8~1.9%를 맞추면 평균적으로 맞아떨어져요."
전통을 지키되 과학으로 표준화해 김치의 완성도를 높이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주로 포기와 가까운 하얀 부분에 양념을 몰아주세요."
꽃게 보쌈김치. 꽃게가 참 먹음직스럽다.
광주김치타운 박기순 명인 앞에 생전 처음 김치를 담가보는 기자들의 손이 어색하게 움직였다.
꽃게 살을 발라내고, 육수를 내고, 양념을 버무리는 과정은 예상보다 어렵지 않았다. 아니, 재밌었다.
한 기자가 양념을 배추에 골고루 펴 바르며 "내가 이런 재능이 있었나?" 중얼거리자,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다만 정성을 들이느냐 안 들이느냐의 차이죠." 라고 명인이 답했다.
비옥하고 청정한 자연이 기른 재료.
그렇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있다.
김치는 이미 세계가 아는 한식이지만,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모른단다.
샴페인이 프랑스의 샴페인 지역에서 온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김치도 지역과 연결돼야 하지 않을까.
국내 상황도 만만찮다.
김장을 담그는 가정이 줄고, 명인들의 전통 레시피는 계승자 없이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
관광 차원에서도 김치는 '시식'으로만 소비될 뿐 제대로 된 체험 콘텐츠가 부족하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K-미식벨트' 사업을 시작한 배경이기도 하다.
게미진 맛이 응축된 광주 김치의 맛은 오랫동안 여운을 남겼다.
김장을 끝낸 후 삶은 수육을 함께 내주던 따스하고 정겨운 할머니의 모습이 더 떠오른다.
더불어 이처럼 짧은 시간 동안 김치의 역사와 숨겨진 철학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명인이 버무려진 김치를 보이고 있다.
이번 겨울, 잊고 지냈던 손맛과 정을 찾아 광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게미진 맛이 깊게 배어 있는 김치를 맛보며 맛과 멋이 공존하는 광주에서 한국 발효 문화의 진수를 직접 경험하게 되지 않을까.
동시에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진행하는 'K-미식벨트'가 다음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벌써 기대된다.
☞ 광주관광공사 누리집 바로 가기
☞ 광주광역시 김치타운 누리집 바로 가기
정책기자단|김윤경otterkim@gmail.com
한 걸음 더 걷고, 두 번 더 생각하겠습니다!
2025.12.10
정책기자단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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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이면 차단 완료…보이스피싱 번호 OUT!
최근 스팸 문자나 이상한 전화가 자주 걸려 오고 있다.
최근 한 쇼핑몰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일어났다더니, 내 정보도 함께 유출된 모양이다.
아무리 차단을 해도 한 자리씩 바꿔가며 걸려 오는 스팸 연락이 끊이질 않는다.
방법을 찾다가 급기야, 010 등을 제외한 전화번호 여덟 자리 숫자 중 스팸 번호와 동일한 네 자리 번호만 포함되어 있더라도 아예 차단되게 설정해 봤다.
그랬더니 정작 필요한 전화도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중에 경찰청에서 보이스피싱 관련 제도를 새롭게 시행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보이스피싱과 같은 범죄에 이용된 전화번호는 10분 이내에 차단하는 긴급차단 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경찰청은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을 중심으로, 보이스피싱 범죄에 악용된 전화번호를 신고 즉시 통신망에서 차단하는 '긴급차단 제도'를 지난 11월 24일부터 도입한다고 밝혔다.
통신 3사와 삼성전자 협력 체계를 구축하여, 기존에는 이틀가량 걸렸던 스팸 전화번호 이용 중지 조치를 10분 수준까지 단축했다고 한다.
경찰청은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을 중심으로, 보이스피싱 범죄에 악용된 전화번호를 신고 즉시 통신망에서 차단하는 긴급차단 제도를 도입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국민에게 도달되는 모든 피싱 전화 및 문자는 국내 3사 통신망을 이용한다고 한다.
따라서 휴대전화 제조사 및 통신사와 협력해 피싱 등의 범죄에 이용된 전화번호가 통신망에 접근하면 초기에 차단하기로 했다고 한다.
문자에서의 간편제보 방법. (출처=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
마침 내가 사용하고 있는 핸드폰이 갤럭시 기종이다.
갤럭시 기종의 경우 '간편제보' 기능을 제공한다고 한다.
업데이트하여 최신 소프트웨어(One UI 7.0)를 사용하는 갤럭시 핸드폰의 경우, 스팸으로 의심되는 연락처를 선택하면 '스팸 차단' 기능뿐만 아니라 '피싱으로 신고' 버튼이 나타나 그 즉시 신고할 수 있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에 얼른 핸드폰의 최근 연락 기록을 켰다.
마침 070으로 시작되는 스팸 전화가 걸려 와 있었다.
피싱으로 의심되는 번호. '피싱 또는 사기에 주의하세요' 안내 말과 함께 신고 버튼이 나타났다.
번호를 누르자 '피싱 또는 사기에 주의하세요' 안내 말과 함께 신고 버튼이 나타났다.
신고 버튼을 누르자 하단에 '스팸으로 신고', '피싱으로 신고' 버튼이 새롭게 나타나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팸으로 신고, 피싱으로 신고 버튼이 모두 나타난다.
그렇다면 수상한 번호 중 어느 것을 스팸으로 신고하고, 어느 것을 피싱으로 신고하면 좋을까?
기준이 있다.
스팸으로 신고하면 되는 번호들은 '사전동의를 받지 않은 경우, 법률에 따른 표기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경우, 법에서 금지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전송하는 영리 목적의 광고성 메시지'를 전달하는 번호를 통틀어 이른다.
즉 도박 문자나 불법 행위를 위한 의약품 광고 문자 등은 스팸 신고로 분류하면 된다.
스팸으로 신고되는 번호와 피싱으로 신고되는 번호의 분류.
한편, 피싱으로 신고하면 되는 번호는 '금전적 이득이나 개인정보를 취득할 목적으로 사람을 속이거나 협박하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는 번호들을 통틀어 이른다.
그 예시로는 정부 기관을 사칭하며 법원 등기나 출석 요구, 과태료 부과 등을 언급하는 경우나 금융회사를 사칭하며 카드 발급이나 상품 결제, 지급정지와 같은 내용을 언급하는 경우, 그 외에도 가족, 지인을 사칭한 문자가 포함된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인터넷 주소나 전화번호가 포함된 문자, 혹은 국내 업체 명의로 된 국제 발신 문자 등은 모두 피싱으로 신고하면 된다.
피싱으로 의심되는 전화와의 음성 파일이 없으면 신고가 불가능할까?
전화에서의 간편제보 방법. (출처=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
아니다. 녹취파일이 없어도 제보를 할 수 있다.
다만 정확하게 번호를 분석하고 잘못된 차단을 방지하기 위해서 녹취파일이 권장되고 있다.
따라서 휴대전화 내의 통화 설정에서 '통화 녹음' 기능을 미리 활성화 해둘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전만 해도 스팸이 오면 전화 기능에 포함되어 있는 차단 기능만 사용했는데, 이제부터는 긴급차단을 통해 피싱으로 바로 신고할 수 있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는 것도 막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청에서는 "긴급차단 자체는 통신 3사의 망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모든 스마트폰 이용자에게 동일한 차단 기능을 제공할 예정" 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다른 기종의 핸드폰을 사용하는 이용자의 경우, 통신사 기본 앱 활용이나 신규 앱 개발 등의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였다.
휴대폰에 간편제보 기능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출처=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
이외에도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 누리집'을 통해 의심 번호를 신고할 수 있다고 한다.
만약 휴대전화에서 간편제보가 되지 않는 경우, 통합대응단 누리집에서 [통합 제보하기]를 통해 제보할 수 있다.
☞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 누리집(counterscam112.go.kr)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 누리집.
통합대응단 누리집에서 스팸 번호를 신고하면, 접수된 번호를 분석한 뒤 범죄에 이용되었다는 것이 의심되면 통신사에 차단 요청이 들어간다고 한다.
이렇게 차단이 되면 범죄자가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거나 미끼 문자를 보낼 수 없게 된다.
통합대응단 누리집에서 신고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나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스팸 연락에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많았다.
다행히 이번 '긴급차단' 정책이 도입되어 내 번호를 조금 더 편리하게 지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경찰청에 따르면, 긴급차단 서비스를 통해 실제 피해가 중단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대출을 권유하는 전화를 받은 수신인이 긴급차단 서비스의 '피싱으로 신고' 버튼을 누름으로써, 또 다른 피해자에게 걸려 있던 전화가 그 순간 끊겼다고 한다.
이를 듣고 보니 나의 번호를 피싱으로부터 지킬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피해도 막아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고마운 정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긴급차단'은 우리가 적극적으로 피싱 번호를 신고하고 제보할수록 빛을 발하는 정책이다.
신고가 쌓이면 쌓일수록 더 빠르게, 더 많은 범죄 번호를 차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나의 피해도 막고, 타인의 피해도 막아준다는 마음으로 이제 피싱 번호가 걸려 오면 곧바로 긴급차단 버튼을 눌러버리자!
☞ (정책뉴스) 보이스피싱 등 범죄 이용 전화번호 10분 내 차단24일부터 시행
정책기자단|한지민hanrosa2@naver.com
섬세한 시선과 꼼꼼한 서술로 세상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2025.12.10
정책기자단 한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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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문화유산 제도 첫해, 우리가 남겨야 할 '현재의 유산'을 묻다
"이 유산들을 직접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
예비문화유산 제도에 관심을 가져온 나는 이런 고민을 하다가 서울 종로구 통인동의 '이상의 집'을 찾게 됐다.
국가유산청이 처음으로 선정한 10건의 예비문화유산을 한자리에서 소개하는 사진전 우리가 꿈꾼, 그 이상이 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는 예비문화유산들은 일부가 박물관에 있기도 하지만, 소재가 분산돼 있고 관람 정보가 명확히 정리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런 유산들을 한 공간에서 고해상도 이미지로 볼 수 있다는 점은 이번 전시를 찾은 중요한 이유였다.
예비문화유산 사진전이 열린 '이상의 집'.
예비문화유산 제도는 기존 국가등록문화유산보다 더욱 폭넓은 시야로 근현대 유산을 바라보는 장치로 마련됐다.
산업화·도시화 과정에서 수많은 유산이 훼손되거나 사라졌지만, 이를 보호할 제도적 기초는 충분하지 못했다.
국가유산청은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건설·제작·형성 후 50년 이상이라는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지금 발굴하지 않으면 잃어버릴 수 있는 유산"을 미리 찾고 기록하기 위한 예비문화유산 제도를 도입했다.
지역사회 미래문화자원 및 등록문화유산으로 성장하기 전까지 보호와 관찰을 돕는 '예비 단계'를 만든 셈이다.
시민 모금과 기업 후원으로 보존된 근대문화유산 '이상의 집'.
전시가 열린 '이상의 집'은 문화유산국민신탁의 보전 재산으로, 최근 라이엇 게임즈의 후원으로 보수 정비가 이뤄졌다.
라이엇 게임즈는 2012년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 지킴이 협약을 체결한 이후 문화유산 환수·매입·교육·활용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꾸준히 지원해 왔다.
누적 후원액은 100억 원을 넘으며 민간 기업 중 최대 규모가 됐다.
보수된 공간에서 유산 사진들이 전달하는 안정된 분위기를 만끽하니, 민간 후원이 문화유산 보존 생태계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자연스럽게 체감됐다.
고해상도 이미지로 소개된 예비문화유산 전시 모습.
이번에 선정된 10개의 예비문화유산은 국가유산청이 제시한 열 가지 주제에 따라 근현대사의 다양한 장면을 보여준다.
'염원'의 주제에는 대한민국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인 '제21회 몬트리올 올림픽 양정모 금메달'이 포함됐다.
'겨레'를 상징하는 '제41회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북단일팀 기념물'은 남북이 하나의 팀으로 출전했던 특별한 순간을 담고 있다.
'화합'에서는 '88 서울올림픽 굴렁쇠와 의상 스케치'가, '평화'에서는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메달 및 증서'가 전시됐다.
'무소유'를 상징하는 법정스님의 파피용 의자.
'무소유'를 나타내는 법정스님의 '파피용 의자'와 산업화 시기의 생활 변화를 보여주는 '의성 자동 성냥 제조기'는 각각 '무소유'와 '번영'의 주제를 이루고 있다.
또 한국 산악계의 도전 정신을 보여주는 '77 에베레스트 등반 자료', 남극 탐험과 연구의 발자취를 담은 '한국남극관측탐험대 및 남극세종과학기지 관련 자료'는 '도전'과 '개척'의 의미를 전달한다.
이밖에 '정의'를 상징하는 '이한열 열사 최루탄 피격 유품', '헌신'을 보여주는 '소록도 마리안느·마가렛 치료·간병 도구'까지 더해져, 우리 사회가 지나온 길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구성으로 채워졌다.
소록도의 헌신을 보여주는 도구와 산업화를 담은 성냥 제조기.
이 가운데 특히 몇몇 유산은 나의 시선을 끌었다.
'소록도 마리안느와 마가렛 치료·간병 도구'는 국적을 넘어선 헌신이 한국 사회에 어떤 공동체적 기억을 남겼는지를 또렷하게 보여주는 유산이었다.
한국 최초 올림픽 금메달과 그 의미를 설명한 전시 패널.
'제21회 몬트리올 올림픽 양정모 금메달'은 한국 스포츠의 국제적 도약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돌아보게 했고, 이후 서울올림픽으로 이어지며 한국 사회가 자신감을 갖게 된 역사를 생각하게 했다.
'88 서울올림픽 굴렁쇠와 의상 스케치' 앞에서는 직접적인 기억은 없지만, 굴렁쇠 소년이 당시 사회에 남긴 인상과 상징성이 지금도 회자된다는 게 흥미로웠다.
'정의'를 상징하는 이한열 열사 유품.
전시장에서 만난 고해상도 이미지들은 각 유산이 놓여 있었던 시대의 분위기와 맥락을 선명하게 보여줬다.
여러 유산을 한자리에서 살펴보니, 한국 근현대사가 어떤 장면들로 이어져 왔는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전국으로 흩어져 있어 접근이 쉽지 않았던 예비문화유산을 이런 방식으로 먼저 만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제도를 이해하는 데 의미 있는 출발점이었다.
한국 탐험사의 도전과 개척을 보여주는 에베레스트·남극 자료.
예비문화유산 제도는 이제 첫발을 뗐다.
제도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민이 주변의 유산에 관심을 갖고, 사라질 위험에 놓인 기록들을 함께 지켜가려는 참여가 필요하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예비문화유산에 대한 국민의 이해가 한층 넓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예비문화유산을 실제 유물 형태로도 한자리에서 만나볼 기회가 마련돼 제도가 더 깊이 자리 잡길 바라게 된다.
☞ (보도자료) 예비문화유산 최초 선정 기념 「우리가 꿈꾼, 그 이상」 사진전 개최
정책기자단|정수민sm.jung.fr@gmail.com
글을 통해 '국민'과 '정책'을 잇겠습니다.
2025.12.09
정책기자단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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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을 향한 따뜻한 손길…'2025년 사랑 나눔의 장'
◆ 취약노인 보호 성과를 나누는 자리, '사랑 나눔의 장'이 열린 이유
12월 4일 오후 2시, 보건복지부와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가 함께 준비한 '2025년 사랑 나눔의 장' 기념식이 열렸다.
개회식 인사말.
이 행사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와 응급안전안심서비스를 수행하는 지자체 공무원과 수행기관 종사자, 취약노인 후원에 참여해 온 민간 기업·단체, 자원봉사자 등 약 150명이 한 자리에 모여 그동안의 성과를 나누고 서로를 격려하는 자리였다.
보건복지부는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의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를 위해 '노인맞춤돌봄서비스'와 ICT 기기 등을 활용한 '응급안전안심서비스'를 전국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2025년 기준 약 3만 9,000명의 사회복지사와 생활지원사가 약 55만 명의 어르신에게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약 26만 가구(어르신 및 중증장애인)는 응급안전안심서비스를 통해 위급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현장에는 돌봄 종사자뿐 아니라, 민·관 협력사업인 '독거노인사랑잇기'에 참여하는 기업·단체 관계자들도 함께했다.
전화, 방문, 후원 물품 전달로 이어지는 이 사업을 통해 취약노인에게 전달된 후원금품은 2025년 10월 기준 약 149억 원 규모에 이른다.
행사장에 들어서자, 각 지역에서 올라온 생활지원사와 사회복지사들이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일상에서는 어르신 댁을 하나씩 찾아다니느라 서로 마주치기 어려운 이들이, 오늘만큼은 서로의 수고를 알아봐 주는 동료로 한자리에 모였다.
◆ 축사로 전한 메시지 - "살던 곳에서 존엄한 노후를"이날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우리 사회의 현실과, 그 안에서 노인 돌봄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었다.
장관은 지난해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며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홀로 사는 어르신 비율이 높아지는 만큼 의료·돌봄 수요가 커지고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내년 3월부터 시행될 '지역사회 통합돌봄' 제도를 언급하며, 어르신이 살던 집과 동네에서 요양·의료·돌봄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기반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는 앞으로 이 통합 돌봄 체계 안에서 예방적 돌봄을 제공하는 핵심 서비스로 기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계획도 함께 제시됐다.
정 장관은 이를 두고 "어르신들이 살던 곳에서 존엄한 노후를 보장하는 돌봄 체계 구축이 핵심" 이라고 강조하며,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조기 안착을 위해 민·관의 긴밀한 협력을 다시 한번 요청했다.
동행과 약속을 다짐하는 협약식 단체점등.
장관은 또, 취약노인 보호를 위해 나선 114개 민간 기업과 자원봉사자, 사회복지사·생활지원사, 지자체 공무원들의 노고를 일일이 언급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폭염과 한파, 명절, 산불 피해 등 위기 상황에서 취약 어르신 곁을 지켜온 이들의 역할이 국가 돌봄 체계의 중요한 축이라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어르신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돌봄체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 라는 장관의 말은, 단순한 정책 비전이 아니라 현장에서 땀 흘리는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과제라는 점을 일깨운다.
◆ 표창과 협약으로 확인한 민·관 협력의 두께
'사랑 나눔의 장'은 숫자로도 그 의미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날 보건복지부는 취약노인 보호에 기여한 사업 종사자, 수행기관, 자원봉사자, 기업·단체에 대해 장관 표창 120점을 수여했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사업 평가를 통해 선정된 우수 지자체 8곳(대구 수성구 등)과 수행기관 30곳(광명시립소하노인종합복지관 등)도 장관상을 받았다.
취약노인보호사업 유공 단체와 개인에 대한 표창.
어르신과의 관계를 담은 영상·수기·사진 공모전 수상자 60명도 이날 무대에 올랐다.
생활지원사와 사회복지사, 자원봉사자가 현장에서 경험한 장면들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고, 일부 작품은 행사장 내 영상으로 상영되며 참석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한편, '독거노인사랑잇기' 사업에 신규로 참여하는 다섯 곳의 기업·기관(SK온, SK텔레콤, 동국제약, 서울대 AI 연구원 건강·돌봄 AI 센터, 아시아투데이)과 기존 참여 기업·단체 114곳은 이날 협약을 새로이 다지고, 앞으로의 활동 방향을 함께 약속했다.
무대 아래에서 지켜보던 한 생활지원사는 "어르신 댁에 혼자 방문할 때는 내가 잘하고 있는지 스스로 묻는 경우가 많다" 라며 "오늘처럼 전국의 동료들이 함께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정부와 기업이 함께 지지해 준다는 신호를 받으니 '혼자가 아니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의 표창과 협약은 취약노인 보호 체계가 개인의 헌신과 사회 전체의 연대를 기반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 생활지원사가 들려준 '희망 어르신' 이야기 제도가 닿을 때 바뀌는 일상행사에서는 정책 설명과 표창 외에도, 생활지원사 현장 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그 가운데 한 생활지원사가 들려준 '희망 어르신' 이야기는 돌봄 제도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로 모든 참석자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감동 사례였다.
청각·언어장애에 한쪽 팔의 장애까지 겹친 이 어르신은, 기초연금조차 신청하지 못한 채 오랜 시간 살아왔다.
마을 주민의 소개로 처음 댁을 찾은 생활지원사는 "기초연금 대상이 아닌 것 같다" 라는 행정 안내를 받고도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
면사무소와 시청, 마을 이장, 주변 어르신을 수차례 찾아다니며 사정을 설명했고, 결국 기초연금과 장애 수당을 함께 받을 수 있도록 절차를 끝까지 도왔다.
몇 달 뒤, 처음으로 통장에 찍힌 급여를 보고 어르신이 "와-" 하고 감탄하던 장면, 에어컨을 켜두고 생활지원사를 기다리며 직접 담근 매실차를 내어놓던 장면은 발표 내내 참석자들의 마음에 오래 남았다.
어르신은 이후 경로당 급식과 노인 일자리 활동에도 참여하게 되었고, 경로당에서 자신의 의견을 또렷하게 말하는 날이 늘어났다.
생활지원사는 "젊음을 되돌려드릴 수는 없지만,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통해 어르신의 '보통의 하루'를 다시 찾아 드릴 수 있었다" 라며 "한 분 한 분의 삶을 지켜보는 일이 곧 제 일의 자부심" 이라고 말했다.
감동의 현장 수기를 낭독하는 생활지원사.
이 사례는 제도가 마련해 둔 길이 현장의 손길과 만나야 비로소 효과를 낸다는 사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는 결국 '한 사람의 일상'이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 지역사회 통합돌봄 시대, '사랑 나눔의 장'이 남긴 과제
이번 행사를 지켜보며 '2025년 사랑 나눔의 장'이 던진 메시지를 정리해 보면, 몇 가지 키워드로 모을 수 있다.
첫째, 살던 곳에서의 돌봄이다.
정부가 준비 중인 지역사회 통합돌봄 제도는 시설 중심이 아닌, 집과 동네에서의 돌봄을 지향한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와 응급안전안심서비스는 이 제도의 현장 실행 축이며, 오늘 행사에 모인 생활지원사와 사회복지사가 그 핵심 인력이다.
둘째, 민·관 협력의 지속성이다.
114개 기업·단체가 참여하는 '독거노인사랑잇기'는 단발성 후원이 아니라, 말벗·안부 확인·생활 지원이 어우러진 장기적 동행 모델을 보여 준다.
신규 협약을 맺은 기업들이 합류하면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취약노인 보호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또 다른 사례가 더해졌다.
셋째, 현장 경험의 정책화다.
생활지원사가 들려준 '희망 어르신' 사례, 안부 전화 한 통이 하루의 유일한 대화가 되는 어르신 이야기 등은 장관 축사와 영상 속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됐다.
이런 서사는 단순한 미담이 아니라, 기초연금 신청 누락, 정보 접근 차이, 장애와 노령이 겹쳤을 때 발생하는 사각지대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 주는 생생한 자료다.
넷째, 돌봄 인력에 대한 존중과 지원이다.
장관 표창을 받은 수많은 생활지원사·사회복지사·자원봉사자들의 이력 뒤에는, 하루에도 여러 번 어르신의 안부를 확인하고, 무거운 장바구니를 함께 들고, 병원 동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반복된 시간이 있다.
이번 행사는 이들의 노고를 눈에 보이는 방식으로 드러내고, 앞으로의 지원 필요성을 함께 공유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행사장을 나서며, 생활지원사가 남긴 그 말이 오래도록 머릿속을 맴돌았다.
"우리가 하는 일은 거창한 영웅담이 아니라, 어르신의 평범한 하루를 지켜 드리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이런 자리가 있으니까 내일도 어르신 댁 초인종을 누를 힘이 생깁니다."
'2025년 사랑 나눔의 장'은 초고령 사회 한국에서 노인 돌봄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확인하는 자리이자, 지금 이 순간에도 어르신 곁을 지키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조용히 응원을 건네는 현장이었다.
초고령 사회에서의 지속 가능한 돌봄 모델을 모색하는 정책적 의미 역시 뚜렷하게 남은 행사였다.
☞ (보도자료) 어르신을 향한 따뜻한 손길을 잇다 '2025년 사랑 나눔의 장' 열려
☞ (보도자료) 돌봄통합지원법 시행령·시행규칙 제정으로 통합돌봄 전국시행 기틀 마련
정책기자단|정재영cndu323@naver.com
국민에게 꼭 필요한 정보의 메신저!대한민국 정책의 흐름을 발로 뛰고, 때로는 직접 겪어보며..
2025.12.09
정책기자단 정재영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