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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통일 : 그 실현 가능성과 미국의 역할
폴 F. 챔벌린 연구원 |
유감스럽게도 많은 미국인들은 한국의 정책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혹자는 한국의 정책이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과 핵기술 제공국가로 되지 못하게 하려는 미국의 정책에 훼방을 놓고, 비인간적인 북한의 사회체제를 지탱시켜 주고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비판은 심각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글에서는 한국 참여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을 요약하고, 그 실현 가능성과 미국의 역할을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평화번영정책>
목표와 방법
평화번영정책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보완한 대북 외교적 포용정책을 말한다. 그 목적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 상호번영을 진작시킴으로써 한반도 평화통일의 기초를 놓는데 있다. 어느 면에서 이것은 한국전쟁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는 남북간 지속적 차이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다. 이 정책은 이산가족을 포함, 광범한 계층의 북한동포들과의 관계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평화번영정책은 북한 당국의
공격능력을 강화시켜 주려는 것이 아니며, 노무현 정부는 핵무기 보유국이 되려는 북한의 노력에 강력 반대하고 있다. 더욱이 중요한 외교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면, 예컨대 중국 등 세계의 특정 권위주의적 정부들과 협력하는 것 외에 실질적 대안이 없음을 미국 정부가 이해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 정부도 북한 정부와 협력하는 길 밖에 실제 대안이 없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정책은 다음 4가지의 지침적 원칙들에 입각하고 있다. 즉 남북문제와 북한관련 문제의 대화를 통한 해결노력, 상호신뢰와 상호주의, 국제협력 증진 및 국민참여의 확대가 그것이다. 대화를 강조하는 이 원칙은 북한이 외세 압력을 거부하고 있으나, 상호 존중적 외교에는 비교적 잘 반응하고 있다는 한국의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역사는 이와 같은 한국 정부의 평가가 정확하다는 것을 확인해 준다.
상호번영을 성취하는 방법으로는 남북 합작사업, 한반도내 동북아 경제중심 개발, 인도적 지원 그리고 남북한 개인 및 기타 관계망을 구축하려는 노력 등 앞으로의 친선 구축에 기초가 될 투명한 신뢰구축 조치가 포함된다.
지난 2003년 이후 남북한은 6차례 장관급회담과 2004년 있었던 전례 없는 장성급회담을 포함한 폭넓은 당국간 접촉을 가졌다. 그 결과 남북한은 일부 해상구호작전에서의 협력, 일상적인 DMZ 일대의 선전방송의 중단, DMZ 관통 철도 및 도로 연결사업 진전, 그리고 개성공업지구 건설 등의 성과를 올렸다. 개성공단에서는 2004년말 부터 생산품을 반출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두번째로 큰 북한의 교역상대국 및 지원국가로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이 될 경우 예상되는 엄청난 비용을 덜기 위해 북한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려면 앞으로 훨씬 많은 일들이 이루어져야 한다.
실현 가능성
그러나 문제는 이 정책이 평화를 유지하고 상호번영을 증진하며 평화통일을 촉진시킬 수 있는가이다. 이 문제를 짚어보기 위해 한반도 지리와 역사, 그리고 당면한 특정 현안문제들을 고찰해 본다.
지리적 여건
한반도가 동북아의 전략적 교차로를 형성하는 것은 불변의 사실이다. 한반도는 아시아 열강들의 -중국, 일본, 러시아, 그리고 1945년 이후는 미국도 포함해서- 이해가 교차하는 지점이다. 1895년 이래 4대 열강은 한반도에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전쟁을 치렀으며 일부 열강의 목표는 한반도를 완전 지배하는 것이었다. 이들 열강은 아직도 한반도 장래에 이해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중 일부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한반도 통일에 대한 지지도가 명백히 떨어진다.
역사
한반도 역사를 개관하면, 처음에는 평화적 통일의 실현 가능성에 회의를 갖게 된다. 역사적으로 폭력을 동원해 “정권”을 교체한 사례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추세에 비추어 보면 좀더 낙관적 전망이 가능하다.
<당면 현안문제들>
당면 현안문제들 가운데는 지역열강들의 견해와 대량살상무기(WMD) 및 관련 기술의 수출을 통해 동북아와 전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군사능력으로 권력을 유지하려는 현 북한 정권의 욕망이 포함돼 있다.
북한: 북한 정권은 북한의 초대 지도자인 김일성이 자신의 아들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바로 권력을 넘겨준 이른바 초기 단계의 왕조이다. 김 위원장은 북한에서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본격적 개혁의 단행을 꺼려왔다. 그는 또 북한을 외부 영향력에 너무 빠른 속도로 개방하기를 꺼려해 왔다. 그 한가지 이유는 변화가 수습할 수 없을 지경으로 진행돼 구 소련의 경우처럼 정권의 안정을 해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안보 현안에는, 비록 합당한 조건이 주어진다면 그 프로그램을 포기할 용의가 있음이 암시되어 있기도 하지만, 핵 보유국임을 선언한 2005년 2월 10일의 북한의 선언도 포함된다. 북한이 핵무기를 실험했다는 증거가 없는 만큼 북한주장의 진의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 밖의 안보문제에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 및 수출계획, 그리고 대부분 한국을 공격할 수 있는 거리에 배치된 대규모의 병력이 포함된다.
미국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포기시키기 위해, 북한을 공격하거나 침공할 의사가 없음을 거듭 천명하면서도, 2002년 강경노선의 정책을 추진했다. 미국, 한국, 일본, 러시아 및 중국은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북한과 이른바 “6자회담”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김정일 정권은 본질적으로 미국 정책이 북한을 무장 해제시키고 자신을 권력에서 몰아내기 위한 수용 불가능한 기도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는 평양 정권의 주장을 낳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북한 당국의 자기중심적인 해석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북한의 인식을 정확히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부 미국인들은 한국 정부의 정치적 포용정책이 미국의 강경한 대북정책에 손상을 가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이와같은 견해는 한국 정부가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강력 반대하고 있고, 외교적 해결을 모색함에 있어 미국과의 동맹을 확고히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문제는 목표가 아닌 방법이다.
미국의 강경정책은 북한으로 하여금 관련국들의 공동요구를 받아들이도록 강제할 수 있을 것인가? 냉철하게 분석하면 적어도 다음의 3가지 이유에서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북한의 핵 및 다른 군사적 프로그램은 대체로 자생적인 것이어서 경제제재나 봉쇄정책에 취약하지 않다. 둘째, 중국은 북한을 완충국가로 유지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북한 정권의 붕괴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 북한은 외부압력만으로 중요한 계획을 포기한 적이 없다. 예를 들어 1990년대에 김정일 정부는 국제 식량분배 감시단체들에게 관할권을 양도하기보다는 최고 200만 명의 주민이 영양실조로 죽게 내버려 두었다.
일부 비판자들은 한국의 지속적인 대북 경제포용의 증진이 미국의 강경 자세에 방해가 된다고 주장한다. 야심적 목표를 달성하려는 미국의 강경정책의 의심스런 능력을 별개로 하더라도, 이같은 주장은 몇가지 중요한 요소를 간과하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과의 보다 긴밀한 협력이 모든 관련국가들에 유익할 수 있음에도, 부시 대통령은 독자적으로 지원을 제공하는 한국과 같은 방식의 대북 인도적 지원 제공의 중요성을 수차 인정해 왔다. 중국은 자국의 외교정책 목표를 달성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지원이면 무엇이나 북한에 제공하려 할 것이다. 게다가 안정을 거의 최우선시 하는 한국은 김정일 체제의 붕괴 촉진책을 배제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북한 정권이 붕괴할 경우 안정을 심각하게 해치는 사태들이 촉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인식한다. 수백만 명의 북한주민들이 갑자기 남한으로 대거 몰려들면 한국의 난민지원 능력과 경제는 바로 압박을 받아 크나큰 혼란이 조성될 수도 있다. 또 걱정스런 일은 중국이 북한사태에 직접 개입하거나 친 중국 파벌을 부추겨 쿠데타를 배후 조종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한반도 평화통일 노력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주변국가들: 이상과 같은 시나리오에는 또 다른 장애물이 가로놓여 있다. 한반도 통일을 지원하거나 최소한 반대하지 않는 주변국들의 의지 여부가 문제이다. 이웃 나라를 자칭하면서 한국을 너무도 사랑하는 나머지, 두개의 한국이 있기를 원한다는 옛 우스갯소리도 있다. 사실일지 모른다. 예를 들어 중국은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는 약동하는 민주국가로서의 통일한국과 국경을 접하길 원치 않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추세>
중국과 북한을 제외한 구 소련과 기타 공산국가들이 1989년 이후의 경험에 비추어 공산주의 체제는 무제한 지속 가능한 것이 아님이 입증되고 있다. 중국은 비교적 빨리 이것을 깨닫고 1978년 이후 광범한 개혁을 시행했다. 중국은 현재 여전히 권위주의 국가로 남아 있지만, 미국이 관계정상화 제의를 했던 1972년의 경우와 비교하면 상당한 거리가 있다.
북한도 최근 수년동안 몇차례 개혁을 단행해 왔다. 최근 북한방문객들은 특정 지역의 삶의 질이 개선되었다고 전한다. 그러나 식량부족과 영양실조는 지속되고 있다. 북한의 1인당 GDP는 불과 1,300 달러로 한국(17,800 달러)의 약 7%에 그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들은 여전히 아시아 국가들, 물론 특히 한국으로의 망명을 모색하고 있다. 베이징 당국은 이들을 “경제난민”으로 간주, 북한으로 강제 송환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은 북한이탈주민들에겐 위험한 지역이다.
<평화통일 실현 가능성 논의 요약>
한국인들은 역사에 유념하면서도 근래의 추세에 고무되고 있다. 한국인들은 강력한 안보태세를 유지하고 전쟁을 예방하며 북한에 대해 남한이 그들에게 필요한 우방(수용 불가능한 행동의 당사국이 아닌)임을 설득할 수 있는한, 북한이 그들의 체제를 수습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를 경우 남쪽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믿고 있다. 이것이 평화번영정책의 목표이다.
<미국의 역할>
미국은 남북한 문제에 헤어날 수 없을만큼 깊이 연루되어 있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한반도 통일을 미국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시키는 것 외에 달리 할 역할이 없는 한반도 내부문제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사고는 재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미국의 북한정책은 미국이 원하든 원치않든 남북한관계, 그리고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는 번영하는 민주국가로서의 통일한국의 평화적 달성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한미동맹은 한반도의 전략적 중요성과 주변국가들에 대한 취약성, 그리고 동북아시아의 전략적 교차지역에서 영향력을 유지해야 할 미국의 필요성으로 말미암아 양국에 최선의 이익으로 된다. 한국인들이 미국을 “한반도문제” 해결책의 일부로 인식하면 할수록, 더 이상 문제가 없을 때 한미양국을 결속하는 유대는 더욱더 강력해질 것이다. 한국과 미국 지도자들이 궁극적 통일한국에 대한 공동비전과 그것을 달성할 조치들을 마련하는 것은 바람직한 시발점이 될 것이다.
<결론>
한국인들은 북한에 대한 선제 전쟁은 선택 가능한 수단이 아니고, 평화통일이 추구할 가치가 있는 목표임을 잘 알고 있으므로 북한에 대한 접근방법의 지침이 될 외교적 포용정책을 개발했다. 그들은 침략자의 오판이 1950년 6월처럼 말할 수 없이 참혹한 전쟁을 촉발시킬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이러한 위험을 축소하고 상호 바람직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북한으로 하여금 남한과의 건설적 협력에 나설 수 있도록 신뢰를 가지게 하려면, 상호이해를 증진하고 우려를 해소하는 접근방법이 필수적이다.
평화번영정책은 이러한 목표들을 성취하고 한반도 평화통일을 향한 단계들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이 정책은 매우 복잡한 쟁점들을 합리적으로 처리해 나가고, 남북 상호관심사를 투명하고 호혜적인 방법으로 해결해 나가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것은 일각에서 주장하듯 “유화정책”이 아니고 현명한 외교인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북한과 미국을 포함한 모든 관련국가들의 장기적 인식과 관심사를 감안할 때 매우 어려운 일이다.
평화번영정책은 일부가 주장하듯 반미적인 것이 아니다. 한국인들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이것을 성숙한 주권 국가들간의 호혜적 관계로서 강력 지지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한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미국을 지원해 파병한 것은 한미동맹이 일방적인 것이 아님을 입증한다.
북한 체제가 지속될 수 없음은 역사가 말해 준다. 북한이 언제 어떻게 변화할지는 커다란 미지수이다. 한국인들이 노력하고 있는 것은 북한 체제에 변화가 올 경우 그들이 민족분단을 영구화시킬 수 있는 다른 세력이 아닌 남한으로 돌아서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모든 점들을 고려해 볼 때, 노무현 정부의 정책은 전쟁을 피할 수만 있다면 실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투명한 포용은 북한의 군사력이 아닌 북한주민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다. 북한사람들이 이와 같은 현실을 인식하게 되면 그들은 자신들의 체제변화를 촉진시킬 아래로부터의 압력을 행사할 것이다. 김정일의 경제개혁 도입은 그가 변화의 필요성을 암묵적으로 수용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남북한을 점진적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외교적 포용정책은 -안보위협을 증대시키지 않고서- 미래에 성공의 희망을 제시한다. 미국이 문제해결에 동참하면 할수록, 그 전망은 더욱 밝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