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공원 눈썰매장 개장 첫날인 2024년 12월 24일 서울 뚝섬한강공원 눈썰매장에서 시민들이 눈썰매를 즐기고 있다. 사진 뉴시스
인구비상사태를 불러온 초저출생 추세를 더욱 가파르게 만든 것은 둘째아 출산이 급격히 줄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전체 출생아 23만 명 중 둘째아 이상 출산은 9만 1700명에 불과했다. 10년 전 출생아 수와 비교해보면 2013년에서 2023년, 첫째아 출생아 수가 38% 줄어들 동안 둘째아 이상 출생아 수는 57%나 감소했다. 하나는 낳아도 둘 이상은 낳지 않으려 한다는 얘기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최근에는 다자녀가정에 적용되던 각종 정책을 두 자녀를 둔 가정에도 확대 적용해 출산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둘 이상의 자녀를 둔 부모에게서 들을 수 있는 가장 큰 고민거리는 경제적 문제다. 경제적 부담이 해결된다면 다자녀 출산을 고려해보겠다는 조사 결과도 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다자녀가정에 대한 혜택을 늘리는 것은 저출생 추세를 반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알면 쏠쏠하게 챙길 수 있는 다자녀 혜택을 백분 이용해보자.
실제 네 살 쌍둥이가 있는 두 자녀 가정의 일정을 따라가며 숨어 있는 다자녀 혜택을 꼼꼼히 살펴봤다.
통행료·주차장·입장료까지 두 자녀 혜택 듬뿍
54개월 쌍둥이와 하루를 함께 보내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쌀쌀한 날씨를 좋아하고 눈 만지는 것을 즐기는 쌍둥이를 위해 겨울마다 개장하는 한강공원 눈썰매장에 가기로 했다. 각종 방한용품으로 무장하고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 주차장에 들어섰다. 두 자녀 이상의 다자녀가정이라면 주차요금 할인혜택을 놓쳐서는 안된다. 공영주차장, 한강공원 주차장 등에서는 주차요금의 50%를 감면받을 수 있다.
서울의 경우 할인혜택을 받고 싶다면 미리 준비하는 것이 편리하다. 서울시 '바로녹색결제' 누리집(oksign.seoul.go.kr)에서 차를 등록해두면 공영주차장에서도 자동으로 할인받고 결제할 수 있다. 한강공원 통합주차포털(www.ihangangpark.kr)에도 미리 가입해두자. 자동으로 요금을 감면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주차요금을 조회하고 사전 결제도 가능하다.
쌍둥이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곧장 눈썰매장으로 뛰어갔다. 눈썰매장 입구에는 입장권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두 자녀 가정은 입장료 걱정을 덜어도 된다. 1인당 6000원인 입장료가 50% 할인되기 때문이다. 단 눈썰매장 내의 놀이시설은 할인 대상이 아니다. 눈썰매장 안에는 빙어잡기, 풍선 터트리기 같은 오락 프로그램과 미니바이킹, 꼬마기차 같은 탈거리도 있기 때문에 하루를 보내기에 제격이다.
신나게 눈썰매를 타고 눈밭에서 뒹구는 아이들의 두 볼이 발갛게 물들었다. 감기에 걸릴세라 더 놀고 싶다고 조르는 아이들의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세 시간가량 차를 세워뒀는데도 50% 감면 혜택을 받아 주차비는 2000원만 지불했다. 뚝섬한강공원에서 도심에 있는 집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남산터널을 지나야 하는데 혼잡통행료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 바로녹색결제에 등록된 차를 가지고 남산터널을 지나면 통행료가 면제된다.
서울 중구 남산3호터널 입구에 다자녀가구 혼잡통행료 면제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사진 뉴시스
KTX도 최대 30% 할인, 다자녀가구 이용객 훌쩍
주말에는 교외로 훌쩍 떠나는 일정을 계획해도 좋다. 다자녀가정은 KTX·SRT 요금을 할인받는다. 6세 미만 유아는 좌석을 따로 구입하지 않고 부모의 무릎에 앉아갈 수도 있지만 보통은 유아 요금을 지불하고 좌석을 구입한다. 가족 중 성인 한 명을 포함해 세 명 이상이 탑승하면 다자녀가족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두 자녀 가정은 성인 요금의 30%, 세 자녀 이상 가정은 50%를 할인받는다.
이에 따르면 서울역에서 오송역까지 편도 성인 1인 기준 1만 8500원, 4인가족 4만 6200원이던 요금이 3만 5100원으로 낮아진다. 주말마다 막히는 길을 뚫고 힘들게 운전해 목적지로 가는 것보다 열차를 타고 편안하게 이동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실제 2024년 철도 이용객 중 다자녀가구 이용객은 29만 4000명으로 2023년 16만 5000명보다 78% 늘었다.
쌍둥이네 주말 목적지는 국립세종수목원이다. 추운 겨울에도 푸릇푸릇한 식물들을 관람할 수 있는 사계절전시온실에서 '쥐라기가든, 식물의 탄생과 진화' 전시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공룡을 좋아하는 쌍둥이들이 식물 생태계와 진화과정에 대해 배우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게다가 국립세종수목원을 비롯한 국립수목원은 다자녀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각 지자체에서 발급한 다자녀(다둥이)카드를 가지고 있거나 주민등록등본 등을 통해 증명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자녀 우대카드는 지자체마다 다르게 발급되고 혜택도 제각각이다. 서울시의 경우 '다둥이 행복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서울시에 주민등록이 돼 있는 가정 중 막내가 18세 이하인 두 자녀 이상 가정이 대상이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기능이 있는 카드도 있지만 단순히 신분확인용 카드도 있다.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 '서울지갑'을 설치하고 발급받으면 된다. 경기도는 '경기아이플러스 카드'가 있는데 신용·체크카드 형태로 가까운 농협 영업점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
늘어나는 다자녀 혜택, 두 자녀도 누린다
2월은 연말정산 기간이다. 다자녀가정 세제혜택도 늘어났다. 둘째아에 대한 공제를 늘린 데 이어 전체 자녀세액공제 금액이 대폭 올랐다. 2024년 6월 정부가 발표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에 따르면 첫째아는 15만 원에서 25만 원, 둘째아는 20만 원에서 30만 원, 셋째아는 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내년 연말정산에서 두 자녀 가정은 55만 원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자동차 취득세도 감면된다. 18세 미만 자녀 두 명을 양육하는 양육자가 2027년 12월 31일까지자동차를 취득·등록하는 경우 한 대에 한해서다. 승용차의 경우 승차정원이 7명 이상, 10명 이하인 승용차는 취득세의 50%를 감면한다. 그 외의 승용차는 취득세가 140만 원 이하인 경우 50% 감면하고 140만 원 초과인 경우 70만 원을 공제한다. 승합차·화물차·이륜차 등은 취득세를 50% 감면한다.
국민연금 출산 크레딧도 도입됐다. 둘째아 이상부터는 일정 기간을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추가 인정하는 제도다. 2008년 1월 1일 이후 둘째아 이상을 얻은 경우부터 적용되는데 자녀가 두 명이면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12개월 추가 산입된다.
이 외에도 두 자녀 가정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많다. 당장 올해부터 K-패스 환급률도 올라갔다. 월 15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월 최대 60회까지 지출금액의 일정 비율을 환급받는 K-패스 제도에 '다자녀가구' 유형이 신설된 것이다. 자녀가 두 명인 경우 환급률은 30%다.
1월 23일 열린 제8차 인구비상대책회의에서는 다자녀가정에 대한 생활밀착형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이 추가로 논의됐다. 정부는 다자녀가정에 대해 국립자연휴양림 내 숙박시설 우선예약 권한을 주고 국립자연휴양림 입장료에 대해 주차비도 면제할 방침이다. 자녀가 각각 다른 학교로 배정되지 않도록 일반고 배정 시 다자녀가정에 우선 배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 같은 혜택을 한눈에 살펴보려면 정부와 지자체 누리집에 접속하면 된다. 주요 국가지원제도에 대해서는 법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easylaw.go.kr)' 누리집 내 '책자형-복지-다자녀가구'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