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E IN.'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의 슬로건이다. 첨단기술로 뛰어든다는 뜻이다. 슬로건대로 CES 2025에서는 인공지능(AI)으로 수익성을 높이는 비즈니스 모델이 특히 주목받았다.
'CES 2024'가 AI의 잠재력을 보여줬다면 'CES 2025'는 AI의 성장성을 높이려는 기업들의 행보가 눈에 띄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혁신상 최다 수상 ▲CES 통합한국관 역대 최대 규모 구축 및 참여기업 최대 수출 실적 달성 ▲이노베이션 챔피온상 수상 등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CES 혁신상은 CES를 주최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가 주관하며 전 세계 100여 명의 심사위원 평가를 토대로 혁신제품·기술에 수여된다. 올해 한국은 166개 기업이 257개 혁신상을 수상(AI, 디지털헬스 등 총 33개 분야)하면서 2년 연속 '역대 최다 수상국'에 올랐다. 2024년에는 143개 기업이 255개 혁신상을 받았다.
통합한국관 규모와 수출 상담 실적 또한 역대 최대다. 한국은 36개 기관·445개 기업의 부스 위치, 디자인, 브랜드(로고) 등을 통합한 한국관을 조성했다. 2024년과 비교하면 기관 네 곳과 기업 두 곳이 늘었다. 이는 국내 참가기업의 수출 마케팅 효과를 향상시킬 것으로 일찌감치 전망됐는데 실제로 통합한국관 계약추진금액이 2024년과 비교해 456% 늘었다. 현장에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기업과 금액 규모도 각각 533%, 375% 증가했다.
글로벌 혁신성과 최고 등급
글로벌 혁신성과 평가에서도 우리나라는 18위를 받아 최고 등급인 이노베이션 챔피언스 그룹에 최초로 편입됐다. 2023년 평가 때보다 한 단계 격상했다. 미국 소비자기술협회는 2018년부터 2년마다 국가별 기술혁신 역량을 평가해 발표하고 있다. 올해는 총 75개국을 대상으로 15개 항목에 따라 기술혁신 역량을 평가하고 순위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분류했다. 4개 그룹은 ▲이노베이션 챔피온스(Innovation Champions) ▲이노베이션 리더스(Innovation leaders) ▲이노베이션 어댑터스(Innovation Adaptors) ▲모디스트 이노베이터스(Modest Innovators)다. 미국 소비자기술협회는 한국에 대해 ▲기술무역(A+) ▲정보교환(A) ▲중소·스타트업(A) ▲법적환경(A-) ▲디지털 투명성(A-) 등의 점수를 높게 매겼다.
정부는 이러한 성과가 본격적인 수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1월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CES 2025 혁신포럼'을 열고 성과 사례와 지원 방안을 공유했다. AI 기술이 가져올 새로운 산업생태계와 관련해 CES 2025가 갖는 시사점도 소개됐다. 아울러 혁신상을 수상한 기업의 제품 및 기술 시연, 온라인 수출 상담, 해외 진출 컨설팅 등이 이 자리에서 이뤄졌다. 포럼에 참여한 신용보증기금과 IBK기업은행은 보증지원과 금융솔루션을 제공하고 무역협회는 국내 최대 스타트업 페어(NextRise 2025) 개최 등으로 혁신 기업의 수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AI발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선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는 혁신기업이 우리 수출의 새로운 주역"이라며 "혁신기업의 스케일업과 수출기업화를 위해 연구개발, 금융, 마케팅 및 해외 창업공간 제공 등 전방위 수출지원을 강화해 혁신을 수출로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생성형 인공지능 의료기기 가이드라인' 발간
CES 2025의 핵심으로 떠오른 'AI 기술 실용화'를 위한 정부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1월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세계 최초로 '생성형 인공지능 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발간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의료기기의 안전성·유효성 평가를 돕고 제품화를 지원하기 위함이다.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생성형 AI 의료기기에 해당하는 사례와 허가신청서 작성 방법 및 제출자료에 대한 설명이 담겼다.
생성형 AI는 의료영상 판독, 진단 보조, 치료 계획 수립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어 데이터 편향, 윤리적 문제 등에 대한 우려를 안고 있다. 때문에 AI를 활용한 의료기기의 안정성·유효성 평가가 필요하다. 식약처는 2024년 3월부터 학계·의료계·산업계 전문가와 협의체를 구성하고 생성형 AI 관련 최신 기술·규제 동향을 조사해 논의했다. 이를 바탕으로 생성형 AI 의료기기 개발부터 허가 후 관리까지 전 주기 위험요인을 분석해 '허가심사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을 내놓았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이번 가이드라인이 국내 AI 활용 의료기기 개발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선제적이고 투명한 규제체계를 마련하는 동시에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국제 규제 조화를 위한 규제외교도 적극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최대 2조 원 규모의 '국가 AI 컴퓨팅 센터' 구축도 본격화됐다. 1월 22일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된 '국가 인공지능 컴퓨팅 센터 구축 실행계획안'에 따라 민·관은 AI 대전환 시대 핵심 기반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힘을 모은다. 고성능 AI 컴퓨팅 센터는 산업 전반에 활용 가능한 AI 서비스, 인터넷 기반 자원공유(클라우드) 컴퓨팅, 데이터 온라인 체제 기반(플랫폼)의 근간으로서 국가·기업의 AI 경쟁력을 결정짓는 척도로 부상하고 있다. AI 모형의 학습과 성능 향상에 필수적이며 더 복잡하고 정교한 AI 연산방식(알고리즘)의 연구·개발을 지원한다.
정부는 민·관이 공동으로 출자해 국가 AI 컴퓨팅 센터를 설립하도록 하고 출자금 외에 추가로 필요한 자금은 정책금융 대출상품을 통해 지원하기로 했다. 정책적 지원 방안들도 뒷받침된다. 정부는 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력계통영향평가 신속 처리를 도모하고 AI 분야를 조세특례제한법상 국가전략기술로 지정 추진해 민간 투자를 촉진한다. AI 연구개발·실증 및 분야별 AI 전환 확산사업 등 AI 컴퓨팅 자원이 요구되는 사업은 센터를 우선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2025년 서비스 조기 개시를 목표로 하되 초기에는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우선 구축하고 점진적으로 국산 AI 반도체 비중을 넓힐 계획이다.
이로써 국내 연구계와 산업계는 세계적 수준의 AI 연구·개발 환경을 제공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근하 기자
'AI기본법' 제정 세계 두 번째…2026년 1월부터 시행
정부의 국가 인공지능(AI) 활용 기반 조성에 관한 기본사항을 규정한 법안이 2024년 12월 26일 국회를 통과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AI 기본법이 제정된 것이다.
AI는 기술을 넘어 국가의 경제·안보를 좌우할 만큼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2023년 10월 '인공지능 행정명령'을 발표했고 유럽연합은 2024년 6월 '인공지능법'을 제정했다. 우리 정부 또한 AI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지원할 근거와 기준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하 AI기본법)'을 의결했다.
AI기본법의 핵심은 ▲국가 AI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을 위한 추진체계 마련 ▲AI 산업 육성 지원 ▲고영향 AI·생성형 AI에 대한 안전·신뢰 기반 조성이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관계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3년마다 인공지능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할 수 있다. AI 산업 육성을 위한 연구개발 지원, 표준화, 학습용데이터 시책 수립, AI 도입·활용 지원 등에 대한 정부 지원의 근거도 세워졌다.
이외에도 AI기본법은 인간의 생명·신체의 안전 및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AI시스템을 '고영향 AI'로 규정하고 관련 규제를 마련했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기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민·관의 대규모 투자를 촉진하는 등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하게 AI 세계 3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이정표가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AI기본법은 2026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해당 법안이 신속하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2025년 상반기에 하위법령·지침을 마련하는 등 후속조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