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범지구적인 기후위기 대응에 따라 맞이하게 된 탄소중립 시대. 이는 우리 아이들의 교육에도 크고 작은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탄소중립 시대를 살아갈 주체이자, 탄소중립이 기틀이 된 시대를 이끌 중심세대인 우리 아이들의 교육에 ‘환경’분야가 더욱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환경교육을 받기에 앞서, 이를 가르칠 교원과 학부모의 환경교육 역량 또한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환경교육에 관심있는 모두에게 전문적인 환경교육을 제공하는 충청북도교육청환경교육센터 ‘와우(WOW)’는 이러한 사회적 흐름 속에서 ‘실천하는 환경시민 양성’이라는 비전을 토대로 지난달 22일 개관했다.
미래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이 공감과 성찰을 지닌 환경시민으로 자랄 수 있도록 교육과정과 연계한 학교 환경교육을 지원함은 물론, 모두의 환경교육 상생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해 이달부터 알찬 프로그램들이 본격 시작될 예정이다.
건물 외관을 비롯해 내부 시설 곳곳에 낭비 하나 없이 알차게 꾸려져 별칭처럼 ‘와우’라는 감탄사를 자아내는 충청북도교육청환경교육센터를 찾아가봤다.
충북 청주 우암산 곁에 자리한 센터의 별칭 ‘와우’는 우암산의 옛 이름인 와우산(소가 누워있는 형상)과 감탄사 ‘와우’를 나타내는 중의적 의미를 갖고 있다. 건물이 위치한 환경 그대로를 의미함과 동시에, 자연을 만나고 환경교육을 마주하며 느낀 감동이 있는 공간이라는 센터만의 철학이 담겨 있다.
센터는 부지 7533㎡에 연면적 3186㎡의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 규모로 총 129억 원의 예산이 투입돼 설립됐으며, 교육청 자체 예산으로 설립된 환경교육센터로는 전국에서 유일하다.
또 환경 전문교육기관인 만큼, 건물 자체도 친환경 건축 인증을 받았다. 건축물 에너지효율 1++등급, 녹색건축 그린 2등급 인증을 받았으며, 건물의 내외부에는 태양광, 풍력, 실내벽면녹화, 빗물저류조, 태양광스마트의자 등을 만날 수 있다. 건물 자체가 환경교육의 소재인 셈이다.
1층 건물 입구를 들어서면 지구 온도 상승 한계점 1.5℃를 유지하기 위해 배출 가능한 탄소예산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려주는 ‘탄소시계’도 눈에 띈다.
또 쌀쌀한 바깥 날씨와 달리 천장에 위치한 거대한 건물 일체형 태양광 패널은 1층 전체에 따스한 온기를 선사하고, 한쪽 벽면 10m 이상을 차지한 수직정원은 흙 대신 나무 외피의 코르크를 이용해 생화로 심어져 센터의 공기를 책임지고 있다.
센터는 교육과정과 연계한 학교환경교육의 체계적 지원과 환경교육 상생 플랫폼 활성화라는 목표 아래 유치원생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단체별, 개인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내부에 마련된 미션 및 체험 공간을 비롯해 그린아웃도어스쿨 숲놀이·숲체험, 무심천 및 구룡산 환경탐사, 청소년 리더 양성 등 체험형 환경교육과 학교와 가정을 연계한 학부모 환경동아리, 환경시민과 함께 하는 에코투어 등이 운영된다.
특히 교원의 환경교육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찾아가는 환경교육 연수, 환경교육연구회 지원 프로그램 등과 지역 협력을 통한 환경교육 플랫폼 구축을 위한 환경교육 지원단, 지역 협력 협의회 등이 운영될 예정이다.
남윤희 충북도교육청환경교육센터 교육연구사는 “환경교육에 관심있는 모든 사람들이라면 이곳 센터를 베이스로 삼아 함께 협력해 상생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며 “속리산국립공원과 협력해 연수 및 청소년 프로그램을, 충청에너지서비스와 협력해 착한에너지학교를 운영하는 등 기업, 지자체, 기관, 지역단체 등과 환경교육을 함께 주관해 실천하는 환경시민과 인재를 여기서부터 키워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층에 마련된 ‘자연을 만나는 생태관’은 충북을 비롯한 각 지역의 생태에 대해 알아가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미선나무’를 통해 도심 속 나무가 선사하는 여러 환경요인을 살펴보고 멸종위기생물과 자연생태의 먹이그물을 이해하는 한편, 백두대간에서 뻗어져 나오는 물줄기와 산줄기를 통해 우리 국토의 생태 흐름을 탐구해보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방문객들의 환경토론을 이끌어내는 재미있는 공간도 있는데, 이 활동을 통해 축적되는 주제별 찬성과 반대 데이터는 추후 교육자료로 활용된다.
생태관의 자랑인 ‘순환하는 지구’도 눈여겨볼 만하다. 거대한 입체구로 표현된 지구에 나사의 오픈소스로 제공된 데이터 자료를 활용, 전 세계의 교통수단과 빛공해, 페이스북 이용자 수 등을 비롯해 실시간 업데이트되는 전 세계의 날씨도 즉각 확인할 수 있다.
입체구에 표현된 사람들의 흔적을 토대로 제기되는 환경과 밀접한 질문을 던지고 우리가 더 깨끗한 미래의 환경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한다.
2층 ‘자연을 잇는 순환관’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체험형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단순한 시각적 학습보다 배 이상의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자전거의 페달을 밟으며 물방울을 따라 물의 순환과정을 관찰해 물을 아껴 쓰는 방법을 고민해보고, 일상 속 친환경적인 습관을 점검해 PT병으로 가득한 벽면 속 쓰레기섬을 깨끗한 바다가 그려진 스크린으로 대체하는 특색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또 음식물 쓰레기를 잘 분리하고 있었는지 게임을 통해 확인해볼 수 있다.
환경을 생각한 착한 소비 실천방법,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착한 소비’ 공간도 이색적이다. 아이들이 직접 요리를 해본다는 가정 아래 착한 소비가 무엇인지 체험할 수 있다.
직접 메뉴를 선정해 필요한 재료의 바코드를 태블릿 카메라로 찍으면 점수가 매겨진다. 포장지가 적은 것, 재활용이 가능한 포장지, 지역에서 수확한 재료 등 친환경일수록 매겨지는 점수가 높아진다.
1층과 2층이 체험 공간이라면, 3층은 학습 공간으로 꾸며졌다.
3개의 초록교실과 1개의 초록공작실에서는 1층과 2층에서 수행한 체험에서 나아가 질문과 토론을 통해 환경을 지키기 위한 일상 속 실천방법을 탐구하고 고민해보는 시간이 마련된다.
센터는 사전예약제를 통해 무료로 방문객들을 받고 있으며, 누리집(www.cbnse.go.kr/eecwow)에서 방문 예약을 신청할 수 있다. 공휴일을 제외한 화요일~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되며, 추후 오후 4시 이후의 야간 프로그램도 사전 접수를 통해 진행될 예정이다.
학교 및 단체 신청은 학교의 ‘3월 수업과 관계 집중의 달’이 끝난 이달부터 본격 시행된다. 학교 및 단체의 경우 한달 전까지만 예약이 가능하며, 예약 후 센터 담당자가 직접 연락해 일정 등을 세밀하게 맞춘다.
센터 방문 전에 사전교육이 이뤄진 후 현장에서 오리엔테이션을 비롯해 1층 생태관 및 2층 순환관에서 미션 수행을, 초록교실에서 미션과 연계한 교육활동을 진행하는 사후교육으로 운영된다.
남 교육연구사는 “교육은 결과물이 바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지만, 의미있는 움직임을 일으킬 수 있다”며 “센터의 환경교육을 통해 우리 모두가 탄소중립을 이야기하고,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는 등의 활동이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일상적인 문화로 정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부기관을 비롯해 타 지역 학교와 기관에서도 센터에 대한 관심이 크다. 경기도에 있는 학교에서도 방문할 예정이고, 전국 환경교사 모임의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며 “환경교육에 관심있는 모든 사람들이 올 수 있는 사랑방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달 22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안’(이하 탄소중립법)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됨에 따라 지난달 25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탄소중립법은 2050 탄소중립이라는 국가목표 달성을 위해 법정절차와 정책수단을 담은 법률로, 향후 교통, 건축 등 사회경제 전반에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다방면의 변화가 예고된다.
앞으로 30년도 채 남지 않은 탄소중립 시대를 살아갈 미래세대를 위해 지금의 우리는 지속가능한 대응이 절실한 때다. 그 대응의 시작점은 교육에서 출발할 수 있다.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환경교육을 통해 환경감수성을 함양하고 일상에서부터 자연환경을 보호하는 작은 습관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실천하는 환경시민’을 키워갈 충북도교육청환경교육센터의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