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산 교복을 입고 설레는 마음으로 중학교를 입학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입시생이다. 성적 관리하랴 자소서 작성하랴 밥이 코로 들어가도 모를 판이다.
얼마 전에는 학업 스트레스가 정점을 찍어 새벽 2시가 훌쩍 넘어가는 시간인데도 잠이 오지 않았다. 대학 의자는 한정돼 있으므로 친구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진절머리가 났다. 스스로를 경쟁 상대인 동급생들과 비교하며 폄하했고 잠깐의 실수도 입시 실패로 이어질 것 같아 괴로웠다.
나의 고민을 털어놓을 곳도 들어줄 사람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무료 상담사이트를 검색해봤다. 전화 상담은 너무 부담스러우므로 채팅 상담은 없을까 찾아보던 중 청소년전화 1388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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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전화 1388 사이버 채팅상담 컴슬러 상세정보. |
청소년전화 1388은 여성가족부의 청소년지원 정책 중 하나로 2005년 9월 6일부터 청소년에게 무료 전화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는 전화뿐만 아니라 청소년에게 친숙한 카카오톡이나 문자, 사이버 게시판과 채팅을 통해서도 상담이 가능하다.
청소년의, 청소년에 의한, 청소년을 위한 맞춤 상담을 제공하자는 취지에 걸맞게 기호에 따라 다양한 상담 방법을 선택할 수 있어 더욱 효과적이고 실용적인 시스템을 자랑하고 있다.
전문상담사에게 받는 1:1 상담은 물론, 또래 친구들의 조언을 얻을 수 있는 공개상담 게시판도 운영되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채팅 상담을 희망할 시 상담사의 간단한 이력도 조회해 볼 수 있어 신뢰도를 높인다. 나는 친구와 대화하듯 긴밀한 상담을 원했으므로 카카오톡 상담 방법을 찾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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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상담 방법. |
방법은 생각보다 훨씬 간단했다. 먼저 카카오톡 ID 찾기에서 1388을 검색한 후 #1388을 플러스친구로 추가한다. #1388의 프로필을 클릭하면 1:1 채팅을 신청할 수 있는데 대화 전송 창의 오른쪽에 있는 노란색 아이콘을 먼저 눌러야 한다.
그림을 누르면 위 이미지처럼 알림이 뜨고 알림 내용을 누르면 ‘청소년문자상담’이라는 문구가 자동 발송된다. 상담사의 답변이 올 때까지 기다리다 상담을 진행하면 된다. 상담사는 정확한 상담을 위해 먼저 이름/성별/나이/지역/연락 가능한 전화번호를 물어본다.
필자는 개인정보를 제공하면 익명성이 보장되지 못할 것 같아 선뜻 답장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주춤하다가 상담사에게 여쭤보니 내담자가 위험한 상황에 부닥치지 않는 이상 익명성은 완전히 보장된다고 한다.
안심하고 고민 내용을 전송하려는데, 과연 두서없는 필자의 하소연에도 답변이 올지 걱정됐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내가 상담을 통해서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청소년 상담센터의 웹페이지를 검색해보니 1388을 통해 상담할 수 있는 다양한 고민거리가 명시되어 있었다. 교우관계와 학업성적, 성격, 인터넷 중독, 진로뿐만 아니라 가정/학교 폭력이나 성폭력/성매매 피해를 봤을 때, 가출했거나 구조가 필요할 때도 언제든지 상담할 수 있다.
심지어 청소년 자녀를 둔 학부모도 자녀 관계에 관한 상담을 할 수 있다. 청소년상담사와 청소년지도자, 사회복지사를 비롯한 국가 자격을 보유하고 있는 분들이 상담사 역할을 하므로 전문성 또한 갖추고 있다. 학교가 아닌 외부 기관에는 처음 상담을 신청하는 것이었는데 여러모로 안심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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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전화 1388 홍보 동영상 중 한 장면. |
고민을 전송하니 늦은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신속한 답변이 왔다. 365일 24시간 운영된다는 설명이 정말 사실이었나 보다. 여기서 잠깐 이용 팁을 주자면, 450바이트가 넘어가는 장문의 글을 보내면 오류가 발생하므로 약 200글자 이내로 고민을 작성하여 보내야 한다.
답답한 마음에 거침없이 써내려간 나의 고민은 약 400글자에 육박해 수차례 전송 오류가 발생했다.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하면 화난 마음이 더욱 불붙을 수 있으니 조심하자. 오류가 발생한 것을 제외하고는 순조롭게 상담 신청이 진행돼 상담 내용이 어떨지 기대가 됐다. 신청 방법이 아무리 간편해도 내용이 부실하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다행히도 상담 내용은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감정 변화를 겪어 놀랐다. 상담을 마치고 눈을 감으니 진정된 마음에 순식간에 잠들 수 있었다. 아마 상담사의 능숙함과 정성 덕분이 아닐까 싶다.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상대의 섣부른 판단을 원하지 않는 것인데 상담사는 그 사실을 꿰뚫고 있었다. 조언을 건네주기 전에 내 고민의 내용을 재차 확인하면서 오해를 방지하고 내 고민거리를 한걸음 물러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었다. 예민한 청소년의 고민에 어설픈 평가를 내리지 않고 자립적으로 고민을 해소할 수 있게 이끄는 것이 무척 도움됐다.
마지막으로 상담사는 “실패해도 괜찮아요.” 라고 말했다. 비교와 경쟁에 망가질 대로 망가져 더 이상의 실패가 두려웠던 나는 상담사의 말을 믿지 못했다. 필자가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투정부리자 상담사는 다시 “정말 괜찮아요.”라며 다독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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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전화 1388. |
귀에 못이 박일 정도로 여러 번 들었던 말이지만, 늦은 밤 떨리는 손으로 고민을 털어놓으며 다시 들으니 심장이 울렸다. 정말 괜찮았다. 상담사는 마지막으로 언제든 또 다른 고민이 생기면 1388과 카카오톡 상담을 하거나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방문하라고 조언해줬다. 청소년지원센터는 전국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데, 자세한 주소는 아래 링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세 정보: https://www.cyber1388.kr:447/new_/helpcall/helpcall_n_03_1.asp?id=top_simter
노년기가 황혼이라면 청소년기는 여명이다. 햇살이 비칠락 말락 하는 아슬아슬한 청소년기에 고민을 참고만 있다면 어른이 되어서도 답답한 하루하루를 보낼 것이다.
고민이 있다면 1388을 통해 전문 상담을 받아보기를 감히 추천하겠다. 1388과의 상담이 모든 청소년을 만족하게 할 수는 없겠지만, 다양한 상담 방법은 물론 친숙한 카카오톡 상담마저 가능하므로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정책기자 이시은(고등학생) leesieun00495@branksome.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