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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지방은 포기해도 괜찮습니까?”

[실록 경제정책] ⑫ 균형발전, 글로벌 시대의 국토경쟁력

“눈물겹게 했는데 겨우 이만큼…아직 갈 길 멀다”

2008.02.15 특별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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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위기, 미-이라크 전쟁, 신용불량자와 카드채 사태…. 돌아보면 먹구름 뿐이었다. 2003년 위기 상황에서 출범한 참여정부는 신중한 경기조절 등으로 살얼음판 위를 조심스레 건너갔다. 인위적인 경기부양과 결별하는 대신 경제체질을 튼튼히 하고 중장기적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 단기적 성과보다는 근본적인 해결을 추구하고, 본질적 문제 접근을 통한 제도화에 초점을 맞췄다. 혁신경제와 공정한 시장, 한미자유무역협정(FTA)등 적극적 개방정책, 금융허브 추진을 비롯한 금융산업 선진화정책, 지속적인 연구개발(R&D)투자 확대, 남북경협 등 오늘보다 내일을 위한 투자에 집중했다.

‘한 손에는 성장잠재력 확충, 다른 손에는 사회안전망 확대’. 참여정부는 특히 IMF 외환위기 이후 심화된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 사회투자를 확대했다. 경제성장과 사회복지가 함께 가는 동반성장전략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고질병이 된 ‘저성장 속 양극화’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고자 했다. 그럼에도 민생의 어려움은 짙은 그림자로 남았다. 우리 경제의 낡은 유산과 싸우며 새로운 성장전략을 추구했던 참여정부의 이러한 비전과 고투가 한국경제의 터닝포인트로 기록될지 여부는 역사의 몫으로 남아 있다.

국정브리핑은 재정경제부·한국금융연구원·한국조세연구원 등과 함께 참여정부 경제정책의 탄생 배경과 전개과정, 정책효과와 의미 등을 실록 형태로 정리한 ‘실록 경제정책’을 기획, 연재한다. 전·현직 정책 담당자들의 증언과 각종 정부기록물, 학계 연구보고서 등을 밑그림으로 삼아 ‘읽는 재미’와 함께 경제정책의 원리와 방향을 이해할 수 있는 폭넓은 안목을 제공하려 한다. 연재 내용은 단행본으로 묶어 출간할 예정이다. <편집자>


① 카드사태와 금융시장 안정: “문 닫을까요, 외국에 팔까요, 당신이 살 거요?”
② 신용불량자 뇌관 해체: 신불자 딜레마, 딜레마…“원칙이 이기더라”
③ 공정한 시장질서의 원칙과 현실: “투자와 출자, 그거 정말 구분이 됩니다!”
④ 인위적 경기부양의 유혹: 냄비 정책서 뚝배기 경제로…“어느 쪽이 건강한 겁니까”
⑤ 전략적 재정운영: “계산서 내놓았다가 박살나게 맞고 물러갑니다”
⑥ 한국형 성장모델의 모색: “개방과 양극화 해소, 선진한국 가는 양 날개”
⑦ 차세대 성장동력산업 육성: ‘미래 먹거리 10가지’ 씨뿌리기…과기 ‘부총리’뜨다
⑧ 일자리, 비정규직 그리고 양극화:“일자리 낳는 성장으로 가자”
⑨ 영세자영업자 문제와 민생 대책:“민생이라는 말은 저에게 송곳입니다”
⑩ 혁신형 중소기업과 상생협력: ‘9988’ 중기 땜질처방 끝…하청업체서 파트너로
⑪ 능동적 세계화, 한미FTA: "미국과 FTA 진짜로 하는 겁니까?"


2007년 1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 앞. 경기 이천이 지역구인 국회의원과 이천시·경기도 의회 의원 10여명이 ‘집단 삭발’에 나섰다. 그 다음달인 2월 23일엔 이천 시민과 시 관계자 300여명이 서울 광화문 한 복판에서 머리카락을 잘랐다. 남녀 불문 ‘삭발식’에 참가한 이들이 외친 구호는 한 가지였다.

“하이닉스 반도체를 죽이는 것은 이천뿐 아니라 수도권을 죽이는 것이다.”

2007년 2월23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쟁취 범도민대회’. 이천 시민·시 관계자 등 300여명의 참가자들은 이날 대규모 집단 삭발식을 통해 정부의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 불허’ 방침에 강하게 반발했다.<사진=연합뉴스>

■ ‘균형발전=수도권 죽이기’라는 넌센스

참여정부가 국정 최우선 순위에 놓고 추진한 ‘국가균형발전정책’은 임기 내내 ‘수도권 죽이기 시도’로 오인(?)됐다. 2007년 11월 5일자 중앙일보 기획사설의 일부다.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수도권은 온갖 규제로 발목을 잡혀 그나마 있던 경쟁력조차 잃어가고 있다. 국토균형개발이론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며, 차기 대통령은 명분만 그럴듯한 균형발전 허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2007년 11월 5일자 <중앙일보> 기획사설.

요컨대 균형발전 반대론의 논리는 이랬다. ‘일자리가 없으니까 투자를 해야 한다. 투자를 촉진하려면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그런데 참여정부가 균형발전 때문에 이를 틀어막고 있어서 투자도 안 되고 일자리도 안 생긴다.’

이런 주장은 온당할까. 변창흠 세종대 교수(국가균형발전위원회 수도권관리위원회 전문위원)의 말이다.

“균형발전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균형발전 정책을 수도권 발목잡기 또는 국가경쟁력의 하향평준화나 나눠먹기라고 폄하한다. 지역균형발전은 모든 지역을 동일하게 성장시키자는 게 아니다. 동일하게 나눠 갖자는 것은 더욱 아니다. 지역이 자생력을 갖추고 자립할 수 있도록 전략산업을 육성하고 투자를 유치하여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것을 의미한다.”

■ “균형발전정책 아니었으면 수도권 규제완화 불가능했을 것”

균형발전 때문에 수도권 규제가 풀리지 않고, 경제적 불이익이 발생한다는 주장은 팩트(사실)가 아니다. 2007년 9월 17일 제4회 대한민국 지역혁신박람회 개막식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오히려 균형발전 덕분에 1997년도에 잠시 규제를 완화한 이후 처음으로 수도권 규제를 완화했다. 2004년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공장 증설, 2005년 LG필립스 파주 LCD공장 신축, 2006년 LG전자·팬택 등 4개 대기업 공장 증설, 그리고 주한미군 이전 지역에 대한 61개 첨단 업종 공장 신·증설 허용이 이뤄졌다.

분명한 것은 지방이 용인해주지 않았다면, 적어도 명시적으로는 아니라고 할지라도 묵시적으로 용인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규제 완화는 결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5년 전 지자체 선거 때는 수도권 규제 완화가 쟁점으로 떠올라 지방과 수도권이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참여정부 들어 지방이 이와 같은 결정을 대체로 묵시적으로나마 수용해 준 것은 지방과 수도권이 함께 발전해갈 수 있다는 균형발전정책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 9월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4회 대한민국 지역혁신박람회’ 개막식에 참석, ‘참여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으로 대한민국이 강해집니다’란 소망카드를 부착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강력한 균형발전 추진 덕분에 수도권 규제완화가 가능했다는 얘기였다.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은 이를 ‘결과적 빅딜’이라고 표현했다.

“LG필립스 파주 공장 신축 건으로 시끄러울 당시, 원래 공장이 있던 경북 구미에 3번이나 방문했다. 청와대 정책실장이 직접 구미 시민들, 구미 상공회의소 관계자들을 만나 설득한 것이다. 수도권 공장 신·증축 허용과 정부의 균형발전 의지는 불가분의 관계라고 볼 수 있다.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빅딜이 이뤄진 셈이다.”

하이닉스반도체 이천공장 증설 건은 수도권 시민의 건강과 안전, 생명에 관한 문제로 균형발전과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 당시 정책당국의 입장이었다. 김호원 산업자원부 미래생활산업본부장의 말이다.

“하이닉스는 2006년 12월 공장증설 계획을 내놓았다. 정부 결정은 이듬해 1월 이뤄졌다. 상수원 보호 특별대책지역이자 자연보전권역으로 지정돼 있는 이천은 공장 입지 제한 지역이었다. 정부는 관련법에 따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정을 내렸다. 하이닉스의 대규모 반도체 공장 증설은 2000만 수도권 주민이 먹는 팔당상수원의 수질을 보호하기 위해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수도권의 입장을 대변하는 쪽의 ‘오해’와 참여정부의 균형발전에 대한 ‘집념’ 사이의 간극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2007년 9월 17일 제4회 대한민국 지역혁신박람회 개막식에서 답답한 속내를 이렇게 표현했다.

“정말 지방은 포기해도 괜찮습니까?”

■ 과밀 비용이 집적 이익 넘어선 블랙홀, 수도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좋은 생활 여건과 경제적인 활력을 동시에 가
질 수 있는 도시의 최적·최대 인구규모를 735만명으로 분석했다.(‘Competitive Cities in the Global Economy’, 2006) 이 수준을 넘어서면 집적에 들어가는 비용이 이익을 초과한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은 2007년 5월 30일 2단계 균형발전정책 포항지역혁신리더 토론회에서 이를 언급했다.

2006년 OECD가 발간한 ‘도시경쟁력(Competitive Cities in the Global Economy)’ 보고서에 수록된 ‘인구규모와 소득 간 상관관계(Relationship between population size and income)’ 그래프. OECD 국가 78개 도시 비교결과 인구 735만명이 넘는 도시는 ‘집적의 불경제’가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집적의 비효율이 시작되는 한계수치가 735만명이다. 서울이 앞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비워야 한다. 수도권을 더 비워야 한다.”

수도권인구는 1960년 전체인구 대비 20.6%에서 2006년 48.7%로 높아졌다. 2011년에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살게 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참여정부 균형발전정책을 최일선에서 감독·지휘한 성경륭 초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현 청와대 정책실장)의 말이다.


“인구 절반이 국토 11.8%에 몰려서는 경쟁력 기대할 수 없다”

“모두들 묻는다. ‘왜’ 균형발전이냐고. 대답은 간단하다. 인구의 절반이 국토의 11.8%에 몰려 있는 사회에서는 경쟁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좁은 공간에서 많은 인구가 살려니 수도권의 생산 비용은 자꾸 오를 수밖에 없다. 비싼 부동산 임대료를 내고, 교통체증 때문에 길에서 시간을 낭비하고, 환경오염에 의한 질병으로 의료비를 지출해야 하는 도시가 경쟁력 있는 도시, 살기 좋은 도시인가. 수도권은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수도권 교통혼잡 비용은 1991년 1조7000억원에서 2002년 12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폐기물 처리 등 환경개선 비용은 연간 4조원 규모다. 그 결과 215개 국제도시를 대상으로 한 ‘삶의 질’ 평가에서 서울은 87위에 머물렀다.(영국계 컨설팅 회사 Mercer Human Research, 2007)

‘수도권이 경쟁력을 갖추면 지방은 그 파급효과를 통해 균형을 이루게 된다’는 주장은 갈수록 설득력을 잃었다. 40여년간 누적된 수도권 과밀의 폐해는 정권의 명운을 건 ‘결단’과 ‘강수’ 없이는 해결이 묘연해 보였다.

■ 수도권은 ‘비워서’ 살리고, 지방은 ‘채워서’ 살리고

2007년 8월 3일 한국인간개발연구원이 주최한 최고경영자 포럼 강연. 마이크 앞에 선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이 ‘군불론’으로 입을 열었다.

“나는 시골에서 6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겨울에 땔감이 부족하다보니 안방에만 불을 땠다. 형제들은 자연스레 안방으로만 모여들었다. 아버지가 ‘각자 방으로 가라’고 했지만 차가운 방으로 갈 수 없었다. 안방은 비좁고 불편했다. 어머니가 땔감을 구해 방마다 군불을 때고 나서야 형제들은 흩어졌다.”

수도권은 ‘비워서’ 살리고, 지방은 ‘채워서’ 살리자는 균형발전 정책에 대한 비유였다. 이 장관은 “수도권의 경쟁력에 의존하던 산업시대 전략으로는 글로벌 경쟁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면서 “전 국토에 잠재된 역량과 특성을 최대한 발굴하고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방마다 군불을 때고 나서야 형제들은 흩어졌다”

균형발전의 최종 목표는 전 국가의 성장잠재력을 극대화하는 데 있었다. 이 부분에 관해서라면 대통령직인수위 시절부터 노무현 당선인과 정책 참모 사이에 이미 높은 수준의 합의가 있었다는 게 성경륭 당시 인수위 기획조정분과위원의 증언이다.

“역대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은 수도권을 규제하는 데 집중했다. 또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방식이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지방의 경쟁력은 뒷걸음질치는 결과를 낳았다. 참여정부 들어서도 초기반응은 시큰둥했다. 하지만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설치(2003.4), 균형발전특별법 제정(2003.12), 균형발전특별회계 신설(2004.11) 등 법과 제도적 인프라가 갖춰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균형발전에 대한 접근방식도 중앙 의존형에서 ‘자립형 지방화’로 전면 수정했다. 지방의 호응이 뒤따르기 시작했다.”


수도권 비대화와 지방 공동화에 대한 문제제기는 학계와 전문가 집단 사이에서도 줄기차게 이어졌다. 박용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방도시의 경쟁력을 높이지 않는 한 기형적인 수도권 집중현상과 이로 인한 국가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단언했다.

배준구 경성대 교수는 “한국처럼 여전히 수도권 인구집중이 극심하고 지방의 모든 여건이 취약한 상태에서 일각의 주장처럼 수도권 규제정책을 대폭 완화하거나 폐지할 경우 수도권 블랙홀 현상, 지방산업 공동화가 가속화되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요한 것은 균형발전정책이 기계적 평등이나 균형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시 성경륭 위원장의 말이다.

수도권 경쟁력 높이는 방법은 공장 아니라 맑은 공기와 물

“각 지역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비교우위에 있는 점을 살리다 보면 특성 있는 균형, 차별화된 균형을 이룰 수 있다. 서울과 수도권은 양적 팽창을 중단하고 질적 발전에 집중해야 한다. 서울과 수도권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은 더 많은 공장을 짓는 데 있지 않다. 더 많은 나무와 숲, 더 맑은 공기와 물을 확보하는 데 달려 있다. 균형발전의 최종 목표는 전 국가의 성장잠재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균형발전 정책은 세계적 흐름이기도 하다. 많은 선진국들은 이미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특히 우리처럼 강력한 중앙집권의 역사를 갖고 있는 나라들의 경우는 눈여겨볼 만하다. 김동주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정책실장(현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선진국 이미 균형발전 정책 효과 톡톡히

“프랑스는 2차 세계대전 직후 ‘파리와 프랑스의 사막’이라는 말로 표현되던 파리권 인구집중 현상을 50여년에 걸친 수도권규제정책과 지방개발정책을 통해 해소하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이 집단 이전해 가는 지역에 산·학·연 클러스터를 조성해 브레스트, 마르세이유, 낭시, 메쯔, 리용 등 테크노폴(기술도시)을 성장시켰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런던에 집중된 산업과 인구 집중을 완화하기 위해 세 차례에 걸쳐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대거 이전하고 공업개발허가제(IDP: Industrial Development Permit), 사무실개발허가제(ODP: Office Development Permit) 등을 실시했다.

일본도 도쿄 집중의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 1988년 1월 공공기관 이전 방침을 결정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다극분산형 국토형성촉진법’을 제정했다. 현재까지 61개 기관 약 1만4000명이 이전을 완료했다. 이 중 17개 기관 약 6300명이 사이타마 신도시로, 연구기관들은 쯔꾸바와 관서 연구단지로 집단 이전했다.”

■ “강력한 지방화 정책 추진하겠다”…2003 ‘대구 구상’ 선언

“내 목표는 30년 동안 내리막길을 걸어온 지방이 내 임기 어느 때인가부터 바닥을 치고 다시 상승하는 곡선으로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정부 역량을 총결집해 균형발전을 이루겠다.”

노 대통령은 2003년 6월 12일 대구에서 이른바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대구 구상’을 천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통합된 국가, 경쟁력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방화라는 국가목표를 반드시 이뤄나가야 한다”면서 “참여정부는 전국이 개성 있게 골고루 잘사는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강력한 지방화 정책을 추진해나가겠다”고 선언했다. 5년 동안 무수한 역풍을 무릅쓰고 추진할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청사진이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초기정책 행복도시와 혁신도시 중심으로 추진

국가균형발전 실현을 위한 초기 정책은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와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추진됐다. 지금은 ‘세종시’라는 행정명칭을 갖게 된 행복도시는 그 전신계획이던 ‘신행정수도특별법’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받으면서 2004년 한 해를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신행정수도특별법은 결국 2005년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으로 수정 통과됐다. 그리고 2007년 7월 충남 연기군 남면 종촌리에서 역사적인 기공식이 열렸다.

혁신도시는 175개 공공기관을 수도권과 대전권을 제외한 10개 지방도시에 분산, 지역의 전략산업과 연계된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지방대학과 산업이 결합하는 ‘혁신클러스터’를 만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2005년 5월 이전계획이 확정됐다. 2007년 9월 제주를 시작으로 김천·진주·나주·울산 등 5개 혁신도시가 잇따라 첫 삽을 떴다.


성경륭 위원장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1단계 균형발전정책을 이렇게 회고했다.

“추진 당시만 해도 ‘수도분할’이니 ‘위헌’이니 나라가 두 쪽 날듯 시끄러웠지만 지금은 행정도시·혁신도시 모두 순조로운 항해를 하고 있다. 참여정부가 추진한 정책들이 대개 쉽게 된 것이 없었지만 균형발전정책만큼 숱한 역풍을 맞으며 여러 차례 고비를 맞은 정책도 없을 것이다.”

■ ‘혁신 클러스터’ 정책 시동…“한국판 실리콘밸리 만들자”

일련의 토건사업으로 대표되는 ‘하드웨어’ 정책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지방의 내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소프트웨어’ 정책들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정부는 먼저 지방재정 규모를 2003년 78조원에서 2006년 101조원으로 대폭 늘렸다. 지방의 연구개발(R&D) 예산 비중도 2003년 27.0%에서 2007년 39.8%로 확대했다. 2004~2007년 23조2000억원의 균형발전특별회계를 투입했다. 종합부동산세 세수는 재정여건이 취약한 지자체에 집중 배치했다.


또 누리사업(NURI, New University for Regional Innovation)을 통해 지방대학 경쟁력을 높이고 지방대학과 연구소, 기업이 참여하는 혁신클러스터를 구축했다. 지역별로 특화된 전략사업을 육성하는 한편, 낙후된 지역을 위한 신활력사업도 추진했다. 이들 정책의 공통분모는 ‘혁신’과 ‘클러스터’다. 김병준 정책실장의 설명이다.

“R&D기능 하는 ‘대학’과 생산기능 하는 ‘기업’이 한 공간에”

“클러스터란 이런 거다. 예를 들어 미국 실리콘밸리나 중국의 중관촌 같은 클러스터에는 대개 R&D 기능을 하는 ‘대학’과 생산 기능을 하는 ‘기업’들이 한 공간에 아주 밀접하게 결합이 돼 있다. 서로 R&D도 주거니 받거니 하고, 대학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해주면서 이런 연구개발 결과가 제품화, 사업화돼 성과를 내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우리가 산업화 과정에서 전국 곳곳에 만든 공단에는 R&D 기능이 없다. 공단에선 단순히 제조·조립만 했고, 연구개발은 모조리 대덕에 모아 놨다. 이를 결합시키는 게 혁신 클러스터 정책이다.”


“결과가 없는 경우, 하던 사업도 가차 없이 중단시킨다”

정부는 2005년 창원(기계), 구미(전자), 울산(자동차), 반월·시화(부품소재), 광주(광산업), 원주(의료기기), 군산(기계·자동차부품) 등 전국 7개 지역을 시작으로 기존 산업단지를 혁신클러스터화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특히 대덕연구단지 일대를 ‘대덕연구개발 특구’로 지정, 2015년까지 세계 초일류 혁신클러스터로 발전시킨다는 야심찬 계획도 세웠다.

노 대통령은 사업 추진과정에서 예산이 낭비되는 사례가 없도록 “결과가 없는 경우, 하던 사업도 가차 없이 중단시킨다”는 방침을 표명했다. 2004년 7월 7일 청와대 집무실에서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보고를 받은 후 나온 말이다.

“균형발전위원회에서 사업 승인할 때 부실한 계획은 다 돌려보내라. 동력이 없는 곳에는 사업 안 주고 돈 안 준다. 그게 기본이 돼야 한다.”

■ 지방이 살아난다?

지역별 특성화 사업을 통해 지역과 국가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인다는 참여정부의 처방은 서서히 ‘효력’을 나타냈다.

지역 내 총생산(GRDP, Gross Regional Domestic Product)의 지방 비중이 2002년 51.3%에서 2005년 52.6%로 증가했다. 지방의 경제성장이 수도권을 앞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지방의 수출 비중도 2002년 60.9%에서 2006년 68.1%로 늘었다. 지방 혁신 중소기업은 2002년에 비해 3배쯤 증가했다. 반면 수도권으로의 순유입 인구는 2002년 21만명에서 2006년 11만2000명으로 줄었다. 지방이 자생력을 회복하고 있다는 ‘청신호’였다.


각종 클러스터·지역특구들의 성공사례도 잇달아 전해졌다. 재정경제부 지역특구기획단의 설명이다.

“전북 순창의 장류 산업단지를 보자. 된장, 고추장 등의 원료인 콩, 고추 등을 그 곳에서 생산한다. 그리고 현지의 공장에서 상품을 만들어 국내에 유통하고 해외로 수출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각종 체험관광 기회도 제공한다. 1, 2, 3차 산업이 융·복합된 좋은 사례다. 이런 모델을 만들자는 것이다.”

‘특색 있는 도시’ 개발로 국제경쟁의 파고를 넘고 있는 세계 각국의 행렬에 한국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 수도권의 단일함수, 정부의 복합함수

2005년 5월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3차 수도권발전대책협의회(수발협).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회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이후 손 지사는 “수발협을 지배하고 있는 정치논리의 한심함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다”고 했다. 이에 이 총리는 “정치인들의 비합리적인 요구는 수용하지 않겠다”고 대응했다. 당시 손 지사 옆자리에 앉았던 성경륭 위원장의 증언이다.

“제도 변경 문제를 단숨에 뚝딱 해내라니…”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에 대해 정부와 경기도가 상당히 합의를 한 상태에서 회의가 열렸다.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자는 큰 원칙에 참석자들 모두 동의하고 있었다. 경기도가 외투기업 29개 업종의 길을 열자고 요청한 데 대해서도 정부는 이미 동의할 마음을 갖고 참석했다. 그런데 갑자기 손 지사가 문을 박차고 나갔다. 규제를 완화하려면 산업집적법이라는 법률의 시행령을 바꿔야 하는데, 이런 제도의 변경 문제를 단숨에 뚝딱 해내라니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라는 얘기가 아닌가.”

그날 논의 예정이던 수도권 발전계획들이 무기한 연기됐다. 이후 이 총리와 손 지사의 설전은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됐다. 이 총리는 “정치적으로 말하면 나는 고수에 속한다. 손 지사는 아래도 한참 아래”라고 했다. 손 지사는 “정치에는 (내가) 하수일지 모르지만 일자리를 챙기고 경제를 챙기는 것은 상수”라고 맞받았다. 언론들은 ‘경제 빵점’ 총리와 ‘정치 하수’ 도지사의 싸움(경향신문 2005년 5월24일자 사설)을 양비론의 관점에서 생중계하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13곳의 지자체들이 일제히 집단행동에 나섰다. 13곳 시·도 시장·도지사들은 “수도권 규제 완화를 즉각 중단하라”는 공동 선언문을 냈다. 이어 이들 지자체 의회도 “먼저 지방을 육성한 뒤 나중에 수도권의 규제를 완화하라”는 요지의 공동성명을 냈다. 성경륭 위원장의 말이다.

“투자 촉진, 일자리 늘리는 것 우리 모두의 목표다”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목표이다. 그 공통의 목표를 어느 지자체는 갖고 있는데 정부는 갖고 있지 않다고 하는 것은 옳아 보이지 않는다. 결국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하는 방법론의 문제였다. 수학에 비유하면 경기도는 단일의 목표함수를 갖고 있었다. 국내외 대기업의 투자가 늘어나면 전체 생산함수가 늘어난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복합적인 목표함수를 지녔다. 정부는 전국의 생산이 늘어나게 해야 하며, 아울러 수도권 집중의 폐해를 줄이고 지방 발전역량도 키워줘야 한다.”

정부는 과밀 해소와 질적 발전을 통해 수도권을 국제경쟁력을 갖춘 동북아 거점 도시로 육성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서울은 동북아 금융·국제비지니스 허브, 인천은 동북아 물류와 외국인투자 중심도시, 경기도는 전자·IT 등 첨단산업 메카로 육성한다는 것이 골자다. 수도권에 대한 규제 개선과 관련해서는 공장총량제 등 정책기조를 유지하면서 첨단산업 규제는 선별적으로 개선해 나갔다.

■ “기업·사람 지방으로 유인할 2단계 대책 필요”

“2단계 대책이 필요하다.”

2006년 11월 29일 목포대학교에서 열린 ‘누리사업성과 보고회’에서 노 대통령은 그간 공공부문에 역점을 두었던 1단계 균형발전정책을 보다 강화, 기업과 사람을 지방으로 유인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2006년 초반부터 혁신도시, 지역전략산업, 신활력사업, 누리사업 등 주요 정책 성과를 현장에서 직접 점검한 결과 이제 2단계 균형발전 대책을 시작할 때라고 판단한 것이었다.

노 대통령은 직접 총대를 멘다는 태세였다. 대책이 ‘강력한’ 인센티브 제시에 초점을 두고 마련됐기 때문이었다. 노 대통령은 “반대가 많을 것이다. 정부 내부에서도 감당할 수 없고 실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아예 꺼낼 엄두도 내지 않았던 정책들이다. 그래서 자연히 이 정책의 발의자는 제가 됐다”고 말할 정도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6년 11월 29일 목포대학교에서 열린 ‘누리사업성과 보고회’에서 2단계 균형발전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사진=홍보관리팀>

‘강력한’ 인센티브…뜨거운 감자 법인세 차등감면

2007년 1월 26일 청와대 집현실 2단계 균형발전정책 관계장관회의. 민간기업의 지방 이전을 유인하기 위해 법인세를 차등 감면한다는 보고 내용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권오규 경제부총리 : 지역별 차등이라는 게 대기업·중소기업 구분 없이 지역이라는 요인만 갖고 혜택이 가는 것이기 때문에 조세평등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상당히 있을 듯하다.

김종갑 산자부 제1차관 : 혜택을 제대로 주려면 최저한세(사업소득이 있는 납세자가 아무리 많은 공제나 감면을 받더라도 납부해야 하는 최소한의 세금)에서 어떤 고려가 있어야 한다. 지금 중소기업체 법인세가 15%인데, 아무리 적게 내도 10%를 내도록 돼 있다. 그런데 거기서 지방 가면 얼마 깎아 주겠다 해봐야….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 : 그동안 참여정부에서 발표했던 여러 정책들과의 일관성 문제를 감안할 때 좀 곤혹스러운 부분이 있다. 기본적으로 세제 혜택보다 세출 지원 쪽으로 해준다는 원칙이 있는데….

성경륭 균발위원장 : 논란을 회피한다는 면에서 보면 2안(조세 감면)이 큰 무리가 없겠지만, 정부의 결의를 보여주는 것은 1안(지역별 법인세율 차등화)이 아닌가 한다. 이후 정치권 내 토론과 법령 개정 과정을 감안하면 일단 제안은 1안으로 해도 어떨까 싶다.

대통령 : 1안, 2안을 동시에 제기하는 것이다. 법인세 차등화 위주로 가되, 조세 재정 운용 원칙상의 문제가 있으면 감면 제도도 가능하다, 이렇게 정리하자. 일단 확실한 제도적 보장을 만들어야 한다.

권오규 : 큰 타이틀은 ‘지방 기업의 법인세 부담 완화’이다. 이것을 가지고 가는 게 옳은 것 같다. 내용에 들어가서 세율 자체를 차등화할지 감면할지 정하면 된다.

대통령 : 일단 이 부분은 법인세 부담 경감으로 간다. 괄호 열고 ‘조세 감면 또는 차등화’ 이렇게 해서 가자. 이게 본사만 옮겨간다고 해서 다 해주는 게 아니라, 실제로 생산액과 인력, 고용 인력 등을 중심으로 비례적으로 차등화 하는 것이다.

“지방 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대폭 경감하겠다”

며칠 후인 2007년 2월7일 경북 안동시 안동과학대 학계도서관에서 열린 ‘2단계 균형발전정책 대국민 보고회’. 이 자리에 참석한 600여명이 김영주 산자부 장관의 입술을 주목했다.

“지방 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대폭 경감하겠다. 지방 기업이 새로 고용을 창출하는 경우 고용보조금을 지원하겠다. 지방 기업에 저가의 공공임대 산업단지를 대폭 공급하겠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박명재 행자부 장관이 “2단계 정책은 참여정부가 그간 공공부문에 역점을 두었던 1단계 균형발전정책을 보다 강화해서 민간 부문에 역점을 두고 기업과 사람이 지방에 모여들 수 있는 획기적인 유인책”이라고 부연했다.

“서울서 아침 점심 저녁 먹는 장관이 지방 위해 뭘 하겠나”

마지막으로 노 대통령이 강단에 섰다.

“지금 지방 조례를 가지고 그 지역에 알맞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려 해도 (여러분에게) 자치 입법권이 없다. 자치 입법권이 대통령령 범위 안에서만 이뤄지도록 돼 있으므로 (여러분이) 조세에 관계된 것은 손댈 수가 없다. 조세법률주의 때문에 대통령령으로 그것을 열어줄 방법도 없다. 대통령령은 장관이 만든다. 그런데 장관이 어디 사는가. 서울에서 대학 나오고, 서울에서 아침 점심 저녁 먹고, 오페라도 서울서 보는 사람들이 지방에 대해 뭘 알고 지방을 위해 뭘 하겠나. 이것이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현주소다.”


이날 구상은 7월25일 경남 진주산업대학에서 열린 ‘2단계 국가균형발전 종합계획 선포식’에서 보다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법인세 감면 등을 통해 기업의 지방투자에 강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근로자들이 지방에 정착할 수 있도록 고품질의 주택을 공급하고, 교육·의료·복지 등 공공서비스를 개선한다는 것이었다.

투자 많이 하고, 좋은 집에서 살고, 교육 잘 받는 지방

아니나 다를까. 2단계 대책이 공개되자 언론들은 ‘세수 부족’ ‘조세 형평성’ 논란을 제기했다. 일부 언론은 2단계 균형발전 대책의 핵심인 법인세 감면 카드를 재경부가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을 그해 9월 정기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11월19일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계류’ 결정을 내렸다. “좀 더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균특법 개정안 논의는 형식상 2008년 2월 임시국회로 미뤄졌다. 임기 마지막 국면까지 ‘균형발전 밀알’을 심고자 했던 참여정부의 의지는 국회의 벽 앞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 “균형발전은 백년대계”

많은 사람들이 균형발전의 취지와 의미에 동조한다. 그러면서도 현실적 효과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성경륭 위원장의 반문이다.

“겨우 이만큼…아직 갈 길은 멀다”

“누리사업에 참여한 지방대생들의 취업률이 높아지고, 산청·고창 같은 낙후지역에서 성장동력이 창출되는 등 의미있는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균형발전이고 뭐고 다 그만두고 혹자들의 주장대로 수도권 규제 확 풀었으면 지금쯤 어떻게 됐을까. 참여정부 임기 내내 눈물겹게 했는데 겨우 이만큼 왔다. 균형발전은 속성상 ‘백년대계’일 수밖에 없다. 아직 갈 길은 멀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12월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균형발전정책보고회에 참석, 균형발전정책이 국가 전체적인 성장·발전 전략으로서 유리하고 유용하다고 확신한다면서 지속적인 균형발전정책 추진을 당부했다.<사진=홍보관리팀>

2007년 12월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균형발전정책보고회. 노 대통령의 ‘마지막 당부’도 같은 맥락이었다.

특별히 귀한 자식 ‘균발’…재능 있는데 고생하는 자식

“균형발전정책은 저와 참여정부에게는 특별히 귀한 자식이다. 힘 있고 출세하고 돈을 많이 벌어서 귀한 자식이 아니라, 재능도 의지도 있는데 빛을 보지 못해 아직 고생하고 있는 자식이다. 어미새에게서 독립해 막 날갯짓을 하고 있는 새를 보는 것 같은 심정이다. (그러나) 국가의 총체적 성장·발전 전략에서 균형발전정책이 유리하고 유용하다고 확신한다. 이제 마지막 인사는 이렇다. 균형발전정책 계속 잘 발전시켜 주시고 잘 돌봐주시기 바란다.”

“큰 무대에서는 스타 플레이어가 서너 명 있어야”

OECD는 2005년 연례 한국경제보고서에서 한국이 잠재성장률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균형발전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2007년 5월 김동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과의 대담에서 반장식 기획예산처 차관(전 국가균형발전기획단 단장)의 말이다.

“국민소득이 2만 5000달러 이상 되는 나라 중에서 단핵(單核)으로 집중된 나라는 없다. 동네축구에서는 스타 플레이어 한 명만 있어도 되지만, 큰 무대에서는 스타 플레이어가 서너 명 정도는 있어야 경기에서 이기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방에 몇 개의 거점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세계화 시대, 개방 시대에 한국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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