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우리나라의 범국가적인 2050 탄소중립 실현 의지를 국제해운에도 적용하고 국제해사기구(IMO)와 유럽 등 국제사회의 탈탄소 규제 강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
해양수산부는 글로벌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국제해운 탈탄소화 추진전략’을 관계부처와 함께 마련, 지난 14일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심의해 확정했다고 밝혔다.
국제해운 분야는 유엔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 포함되지 않는다. IMO에서 탄소감축 목표와 이행방안을 따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IMO의 온실가스 규제에도, 해상물동량 증가 등으로 국제해운 탄소 배출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IMO는 오는 7월 2050년 국제해운 탄소배출 감축목표를 기존 50%에서 100%로 높이고 기존의 에너지효율 강화 규제에 더해 배출한 만큼 부담금을 납부하게 하는 탄소부담금 제도 등 경제적 규제 조치를 추가로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규제 강화가 해운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해수부는 전했다. 국제항해선박에 탄소배출 1톤당 일정금액을 부과할 경우 해운기업에는 직접적인 운송원가 증가로 작용하게 되기 때문에 생존경쟁을 위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또는 탄소중립 연료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해수부는 이러한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기후 모범국가로서 국제해운 탈탄소를 주도하기 위해 IMO보다 앞서 2050년 국제해운 탄소중립 목표를 제시, 친환경 해운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4대 추진전략을 마련했다.
◆ 친환경선대 전환
해수부는 국적선사 보유선박을 저탄소·무탄소 친환경 연료선박으로 전환해 국제규제에 대응하고 2050 탄소중립 시대에 대비해 해운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IMO 등 국제규제 대상인 5000톤 이상 외항선 867척을 대상으로 노후선 대체 건조 때 친환경연료 선박으로 전환을 추진한다.
특히 IMO에 앞서 올해 상반기 중 독자적인 탄소부담금 제도를 도입하는 유럽연합(EU)의 지역규제 대응을 위해 2030년까지 유럽·미주 정기선대 60%를 우선적으로 전환하는 등 모두 118척의 친환경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2050년까지 노후한 외항선박을 100% 친환경선박으로 대체하는 목표로 중장기적인 외항선대의 친환경 전환 로드맵도 진행한다.
신조선의 경우 2030년까지는 e메탄올, LNG 등 친환경 연료를 활용할 수 있는 이중연료선박으로 전환하고 무탄소선박 관련 기술개발 진전에 따라 암모니아·수소 선박의 도입에 나설 방침이다.
운항 중인 선박의 탄소배출 규제 대응을 위해서는 해운선사에 대한 주기적인 컨설팅·교육 등을 통해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관리를 강화한다.
선령 10년 미만으로 친환경연료 전환이 가능한 선박의 친환경 개조도 지원한다. 개조가 불가능한 선박은 고효율 발전기 등 친환경 기자재 탑재 등을 통해 선박 에너지효율을 개선해 나간다.
◆ 해운산업 투자여건 개선
친환경선대 전환에 있어 해운선사의 적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금융 등 다각적인 지원을 추진한다.
최대 4조 5000억 원 규모의 해양진흥공사·산업은행 등 공공기금을 조성해 금융권을 통한 대출에도 부족한 자금을 후순위 대출 등으로 지원한다.
또 국가 인증 친환경선박 건조 및 운영 시 녹색금융 지원을 통해 선박 대출자금에 대한 금리인하 혜택을 부여한다.
친환경선박 도입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 사업규모 및 지원 확대, 취득세 지원 및 장기운송계약 화주에 대한 녹색금융 적용 등도 검토해 추진한다.
선사의 선박건조 자금 조달을 지원하기 위한 녹색채권 발행, 선박금융에 핀테크 기술 도입 등 민간 선박투자 활성화 방안도 연내 마련할 계획이다.
열악한 재무여건으로 투자여력이 부족한 중소 해운선사를 위한 특별 지원방안도 실시한다.
최대 1조 원 규모의 펀드를 신설해 중소·중견선사의 친환경 전환 및 경영 안정화 등을 지원한다. 해양진흥공사를 통해 중소선사의 선박투자 지원 확대 및 특별보증 지원 등을 추진하는 한편, 중소선사에 대해 공공선주 사업을 통한 친환경선박 건조·지원 등을 검토한다.
◆ 친환경 기술·미래연료 인프라 확충
친환경선박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친환경 기술개발과 미래연료의 인프라 확충에 나선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수부가 공동 추진 중인 친환경선박 전주기 혁신기술개발(’22~’31, 2540억 원) 사업을 통해 저탄소 및 무탄소 선박의 원천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LNG·하이브리드 등 저탄소 선박 기술의 고도화 및 국산화를 추진하고 암모니아 추진설비, 수소연료전지 등 무탄소 원천기술도 개발한다.
선박용 미래연료 공급망 및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e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등 연료전환에 대비한 항만시설을 확충한다. 미래연료의 시장 수요 분석을 통해 항만기본계획에 반영하며 단기 및 중장기 계획에 따라 연료 공급·저장 시설 등도 구축하기로 했다.
산업부와 공동으로 바이오연료 통합기술개발 등을 추진해 선박용 미래연료 생산 기술 등을 확보하는 데 힘쓴다. 부유식 무탄소연료 인프라 확충도 검토하고 선박연료의 생산, 저장·판매, 공급 등 전주기 단계에서의 법령·제도 정비도 실시한다.
◆ 무탄소항로 구축·국제협력
한국형 친환경 해운산업 모델을 확산해 글로벌 해운산업을 주도하기 위한 무탄소항로 구축 등 국제협력 정책을 추진한다.
지난해 10월 열린 유엔기후협약 제27차 당사국 총회에서 한-미간 합의된 ‘그린쉬핑챌린지’ 선언에 따라 지난달 부산-미국 서부 간 무탄소 녹색해운 항로 구축을 위한 타당성 연구 착수에 나선다.
무탄소 연료 추진선박의 시범운항을 지원해 한국형 친환경 해운산업 모델을 구축하고 유럽·아시아 등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우리나라가 논의를 주도하는 국제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 오는 6월 열리는 한국해사주간 행사에서 장관급 컨퍼런스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주요 해운국, 개도국과의 국제협력을 공고히 하고 국제해사기구 기금사업 구상 등 국제논의를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국제해운 탈탄소 추진전략은 산업계 CEO 및 장관급 협의체를 통해 주기적으로 이행현황을 점검하고 개선사항을 반영해 정부와 민간이 긴밀하게 협력해 나간다.
해수부는 친환경선박의 대체 건조를 위해 해운기업 및 정부, 공공기관의 자금이 2030년까지 8조 원, 2050년까지 71조 원이 투자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국내선사의 글로벌 친환경 해운시장 점유율 확대를 비롯해 조선·기자재 등 전·후방 산업의 생산유발 효과로 2030년까지 17조 원, 2050년까지 최대 158조 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주재한 김상협 민간위원장은 “해수부가 선제적으로 마련한 이번 대책을 통해 우리나라가 친환경 해운 1등 국가로 도약하길 기대한다”며 “해수부가 중심이 돼 민·관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국제해운 탈탄소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송상근 해수부 차관은 “2050년 국제해운 탄소중립 실현과 함께 우리나라 해운·조선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고 우리나라의 수출·경제성장을 굳건히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