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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 숙성 와인으로 세계인 입맛 사로잡았어요”

지역특산물로 술 빚는 한국애플리즈 한임섭 대표

2017.02.24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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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의 특산물인 사과를 이용해 옹기에서 와인을 빚어내는 사람이 있다. 그는 오크통에서 와인을 숙성시켜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뜨렸다. 현재 그가 옹기에서 숙성시킨 와인은 일본, 뉴질랜드 등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한임섭 대표.(사진=C영상미디어)
한임섭 대표.

1970년대 중동 붐이 일어나던 때 해외기업에 입사해 촉망받던 엔지니어가 있다. 그는 당시 한국개발공사 주선으로 캐나다 벡텔사에 입사해 세계 곳곳에 있는 지사에서 근무하며 견문을 넓혀갔다. 프랑스 몽블랑 지방에서 근무할 때 그는 지방특산물인 사과로 만든 와인과 브랜디를 우연히 맛본 뒤 그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그다음 날부터 이상하게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머릿속엔 온통 향긋한 사과와인 생각뿐이었다. 그는 5년여 다니던 회사를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 사과농사를 지으려고 귀농을 선택했다. 옹기에 빚은 와인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는 한임섭(64) 한국애플리즈 대표 얘기다.

경북 의성군의 한국애플리즈 와인숙성창고에서 한임섭 대표를 만났다. 지하에 있는 와인숙성창고로 가려면 어두컴컴한 동굴을 지나야 했다. 동굴 입구로 들어서자 향긋한 사과향기가 새어나왔다. 향기가 나는 곳을 따라 걸어가 보니 와인숙성창고가 보였다. 495㎡(150평) 정도 되는 숙성창고에는 큰 옹기 수십여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옹기마다 사과로 만든 와인이 400L가량 담겨 있었다. 옹기에는 하얀 얼룩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옹기 바깥으로 알코올 성분이 새어나온 까닭이었다. 옹기가 숨 쉬는 그릇이라는 사실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옹기에 적힌 제조일자를 보니 대부분 8~9년 전에 만들어진 술이었다. 마치 사과밭 한가운데 서 있는 것처럼 진한 사과향기가 창고 안에 가득했다.

“프랑스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할 때 사과로 만든 와인을 맛보고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한국에 돌아가면 반드시 사과와인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당시 한국에는 사과와인이 없었기 때문에 제가 직접 사과를 재배해서 와인을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사과와인을 만들게 된 이유를 묻자 한 대표가 한 말이다. 그는 1980년 엔지니어 일을 그만두고 곧바로 사과농사를 시작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30대 초반이었다. 농사의 ‘농’ 자도 몰랐던 그는 고향 어르신들을 붙잡고 농사를 배워나갔다. 차근차근 농부의 자질을 갖춰나간 그는 1990년대 초 의성군 점곡면 일대의 과수원을 매입한 뒤 사과재배농가 30여 호를 모아서 조직을 만들어 이끌기 시작했다.

한 대표는 엔지니어 출신답게 사과를 재배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나갔다. 과일에 각종 문구나 그림을 각인하는 기술 등은 특허를 받기도 했다. 농업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농업인 양성에도 힘썼다. 그는 젊고 책임감 있는 농업인 50여 명과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한 뒤 주류제조면허를 취득해 주류제조공장을 건립했다. 1999년 한 대표는 그토록 꿈꿨던 사과와인을 한국 최초로 생산해냈다. 그것도 그동안 공식처럼 여겨지던 오크통 숙성방식이 아닌 지금까지 없었던 옹기 숙성 제조방식이었다. 그는 왜 하필 옹기를 이용해 술을 빚었을까.

“서양의 와인은 오크통에 숙성시키면 오크 특유의 향이 술에 스며들어 씁쓸하면서도 떫은맛이 술맛을 풍성하게 해줍니다. 다만 원재료 맛은 상대적으로 덜 느껴질 수밖에 없지요. 옹기는 향이 없기 때문에 원재료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해주어 한국인 입맛에는 옹기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 전통 옹기에서 빚어진 사과와인은 맛이 깔끔해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의 입맛까지 사로잡았다. 주요 수출국은 미국, 일본, 중국, 뉴질랜드 등 10개 나라다. 2013년 26만 2610달러(약 3억 원), 2014년 35만 8138달러(약 4억 원), 2015년 17만 6620달러(약 2억 원)어치를 수출했고, 2016년에는 상반기에만 12만 4486달러(약 1억 4000만 원) 상당의 제품을 수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한 대표는 경북 의성의 지역특산물인 사과를 알리려고 관광과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까지 만들었다. 사과밭에서 직접 딴 사과를 옹기에 넣어 와인을 만드는 프로그램은 외국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다. 해마다 국내외에서 관광객 2만여 명이 한 대표의 농장을 방문하는데, 이 중 70∼80%가 외국인이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한 대표는 올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2월의 6차산업인’으로 선정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3년부터 우리 술이 생산되는 과정을 관광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을 총 24개소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한 대표의 한국애플리즈를 비롯한 총 6개 양조장이 새롭게 선정되었다.

한 대표는 사과와인뿐만 아니라 석류, 산수유 등을 원료로 활용한 와인도 생산하고 있다. 그는 “지역 관광사업을 주도해 더욱 다양한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한국형 와인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농촌의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생각한다는 한 대표는 “잠깐의 이익보다는 지역경제가 함께 커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기술과 상품을 개발해나갈 계획이다. 그러다 보면 농촌이 발전하고, 자연스럽게 농촌에서 꿈을 키워나가려는 청년들이 늘어날 거라고 생각한다. 의식주의 가장 기본이 되는 먹거리가 생산되는 농촌이 바로 우리 미래이다. 지역특산물을 이용한 제2의 한국형 상품들이 늘어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2016년 선정된 찾아가는 양조장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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