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콘텐츠 영역

“동물복지,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서로 이해할 때 비로소 가능”

유기견 입양 전도사, 상주시 동물보호센터 이상원 주무관 인터뷰

유기견 입양 캠페인 시작…입양 건수 100건 대에서 300건 이상으로 늘어

2021년부터 안락사 거의 없어…보호소에 온 동물 모두가 소중한 생명

2024.09.26 정책브리핑 송커라
글자크기 설정
인쇄하기 목록

경북 상주시 동물보호센터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3만여 명. 지방자치단체 동물보호센터가 운영하는 SNS 채널로 보면 상당히 많은 수치다. 더 눈길을 끄는 건 매일 올라오는 영상 속 메시지. 센터에서 보호하는 유기견들의 입양을 홍보하는 영상 속에는 단순히 입양을 권유하는 내용이 아닌 특별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제가 도전하는 것은 단 한 명의 가족을 찾는 것이에요!”

“당신은 지금 우울한 게 아니다! 단지, 나를 만나지 못한 것 뿐이다.”

“유기견이 뭔지 아는 사람, 우리도 다 잘해, 잘 먹구 잘 놀아, 뭐가 더 필요해.”

10초 가량의 짧은 영상 메시지들은 유기견들이 마치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밝게 웃으며 자유롭게 뛰어노는 보호견들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응원의 댓글과 ‘좋아요’를 누르며 열띤 호응을 보내고 있다. 

상주시 동물보호센터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sangju_dogs/)
상주시 동물보호센터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sangju_dogs/)

☞ ‘상주시 동물보호센터 인스타그램 방문하기

전국의 수많은 유기견 보호소는 매일 안락사 공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경북 상주시 동물보호센터는 지난 2021년부터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안락사를 최소화하고 있다. 높은 입양률 덕분이다. 어느 지자체 보다 센터 보호견들의 입양에 진심인 이상원 주무관(상주시 축산과)의 아이디어로 운영되는 SNS가 제 몫을 단단히 하기 때문이다.

이상원 주무관은 2019년 유기동물 보호 업무를 맡으며 보호센터에 첫 발을 디뎠다. 축산과 소속으로 맡게 된 여러 업무 중 하나로 보호소가 주 근무지도 아니다. 보호소에 들어오는 유기견들은 일정 기간 보호하다가 종료 시점이 되면 안락사를 하는 것이 센터 운영 방식이다. 그런데 이 주무관의 생각은 달랐다. 이곳에 오는 보호동물들이 가능한 안락사라는 결말이 아닌, 누군가의 가족으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이 주무관은 평소 개를 키운 적도 없었고 스스로도 반려인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고 한다. 다만, 특별한 이유도 없이 유기견이 되어 보호소로 온 동물들이, 보호종료 시점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영문도 모른 채 죽음을 맞이하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상주시 축산과 이상원 주무관이 상주시 동물보호센터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보호견을 안고 있다.
상주시 축산과 이상원 주무관이 상주시 반려동물 입양센터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보호견을 안고 있다.

입양 홍보를 위한 영상 속 메시지는 대부분 유기견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영상 작업은 모두 이 주무관과 센터 직원들의 아이디어로 제작된다. 이 짧은 릴스를 매일 기획하고 촬영하고 게재하는 것은 다른 행정업무를 겸하는 이 주무관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노력 덕분에 2019년 173건에 달하던 안락사 건수는 2021년 7건, 2022년 4건까지 줄었다. 반면, 입양 건수는 연 평균 100건 대에서 300건 이상으로 대폭 늘었다.

이렇게 많은 보호견들이 안락사가 아닌 생명으로 존재를 인정받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은 이 주무관과 센터 직원들의 노력이 큰 덕분이다. 하지만 이 주무관은 방치되는 동물, 버려지는 동물로 인한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싶다고 말한다. 읍면 단위 지역은 특히 고령화로 인한 방치견들도 많고 중성화 필요성에 대한 인식 개선 등 할 일이 많고 제도적인 뒷받침도 절실하다고. 

다음은 이상원 주무관과의 일문일답.

상주시 동물보호센터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상주시 동물보호센터는 현재 사육관리 4명, 구조 2명, 입양센터 1명, 이렇게 총 7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저는 상주시 축산과 소속으로 동물보호 업무를 겸하고 있습니다. 관리되고 있는 보호견은 현재 159마리이며, 입양되는 개체는 현재 179마리(9월 초)입니다. 입양홍보를 시작한 2021년부터 매해 300마리 이상 입양을 보내고 있습니다.

◆ 평소 반려동물을 키운 경험이 전혀 없었던 비반려인이였다고 들었는데요, 지금은 유기견 보호와 입양을 위해 진심을 다하고 계십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저는 현재도 비반려인이고 예전에는 심지어 개를 무서워했던 사람입니다. 제가 이렇게 입양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동물보호센터와 이곳에서 보호되는 동물들이 진정으로 보호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동물보호센터는 어쩔 수 없는, 여러 현실적 이유로 보호동물을 안락사해야 합니다. 동물도 고통 받고 종사자들도 고통 받는 동물보호센터를 바꿔보고 싶었습니다. 

◆ 동물을 구조하는 일도 하고 계신데, 구조활동에 대해서도 들려주세요.

모든 지자체의 동물보호센터는 동물보호법 제34조에 의거해 구조활동을 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유기동물에 대한 신고를 받으면 구조·포획단이 출동하여 구조하고 있습니다.

2020년 7월, 한 주택가 마당에서 수십 마리 개들이 방치되어 있다는 신고를 받았습니다. 동물수집꾼(애니멀호더)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개를 키우고 있었던 것이죠. 중성화 수술도 하지 않은 상태라 수가 겉잡을 수 없이 늘어난 것으로 보였습니다. 동물수집꾼이 소유권 포기를 거부하는 통에 구조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의 안전 문제, 방치견들의 야생화 우려 등 문제가 심각해질 것을 우려해 5개월 간 잠복까지 하면서 어렵게 동물수집꾼을 설득한 끝에 구조했습니다. 그런데 구조가 된 후에도 또 다른 공간에서 개들이 방치되어 있다는 신고를 받았습니다. 알고 보니 소유주가 저희 몰래 일부 개만 구조에 동의하고 나머지 개들을 다른 곳으로 옮겨 놓았던 것이죠. 날씨마저 추워진 탓에 야외에 방치된 개들에겐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또다시 길고 긴 설득 끝에 모두 158마리 개들을 구조해낼 수 있었습니다. 잠복에 힘겨운 설득까지, 정말 쉽지 않았던 과정을 거쳐 구조해낸 개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어렵게 구한 개들을 보호소에 데려와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결국 안락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동물이 처한 현실을 마주하니 암담했습니다. 입양으로 가족을 찾는 것 말곤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동물보호와 입양 활동은 마냥 순탄하지 않습니다. 지자체와 보호센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른 동물보호단체나 주민들과의 갈등도 발생하고요. 잦은 갈등과 반복되는 오해로 지쳐갈 무렵, 갈등관계에 있던 보호단체분들이 SNS로 입양 홍보를 해보라고 추천해주셨습니다. 영상 제작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지라 시작이 망설여졌지만 센터 직원들과 함께 하나 하나 배워가며 릴스 영상을 촬영했고 지금은 제 휴대폰 메모리를 꽉 채우는 다수의 영상과 사진을 바탕으로 매일매일 공들여 제작하고 있습니다. 

유기견이나 방치견을 입양 보내는 것은 여러분께서 생각하시는 것 이상으로 어렵습니다. 일단 몸집이 클수록 입양 순위에서 밀려납니다. 그러다 보니 성견들은 입양률이 현저히 낮은 편이죠. 그리고 품종이 없는 경우도 입양 선호도가 떨어집니다. 저는 입양 홍보 영상을 만들 때 이런 점을 과감하게 정면 돌파해서 제작합니다. 

“남들이 우릴 하찮게 여겨도 우린 자존감이 하늘을 찌른다!” “성견인 제가 입양가려면...그만큼 어려운 일이래요, 고단한 삶을 이겨낼 수 있도록 응원해주세요 기적을 믿고 싶어요” “우리도 다 잘해, 우리도 이쁘고” 

이런 문구를 쓸 때는 보호동물들의 마음이 되어보려고 노력합니다. 진심이 전해진다면 이들도 누구나 보호소가 아닌 사람들과 어울려 살며 가족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이 있는 존재들이니까요.

상주시 동물보호센터에서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보호견들.(입양문의 https://www.instagram.com/sangju_dogs/)
상주시 동물보호센터에서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보호견들.(입양문의 054-533-1191)

◆ 7명의 직원들이 150마리가 넘는 개들을 돌보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보호소 환경이 놀라울 만큼 깨끗하고 동물들 상태도 양호해 보입니다. 비결이 있나요?

특별한 비결은 없습니다. 사실 인력이 매우 부족한 편이죠. 직원이 수시로 바뀌기도 하고 심지어 채용이 되지 않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현재 업무에 투입된 7명의 직원들 모두가 최선을 다해주고 있어 보호소가 어렵게 나마 운영되고 있습니다. 매일 돌아가며 보호견 목욕과 이발도 하고 자주는 아니지만 산책도 번갈아 시켜주려고 노력합니다. 사료도 가능한 품질 좋은 제품으로 구입해서 먹이고 있고요. 이곳에 들어온 보호견들이 여기서 만큼은 행복하고 평안하게 일상을 보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임하고 있습니다. 

◆ 분양견과 유기 경험이 있는 입양견 간 행동이나 심리 면에서 차이가 있나요? 예비 반려인에게 유기견 입양의 장점도 말씀 부탁드려요.

분양견은 어릴 때 입양을 하는 경우가 많아 보호자와 쉽게 교감이 형성되지만 유기견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더 끈끈하고 깊은 애정이 형성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곳 보호소에 있는 보호견들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밝고 명랑합니다. 처음부터 유기된 동물들보다는 방치견이나 유기견 사이에서 태어난 개들이 많은 편이라 기본적으로 사람들을 좋아하고 잘 따르는 편입니다. 어느 가정에 입양되어도 사랑받는 구성원이 될 수 있으리라 자신합니다.

◆ 9월 26일 개식용종식법 기본계획이 발표되었습니다. 개식용종식이 동물복지를 앞당기는 데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하시나요?

문화가 발전되면 살생을 배척하는 마음은 자연스럽게 커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개식용종식법 또한 그 일환이라 생각하고요. 

동물복지 문제는 개식용종식 뿐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가령 현재 대한민국의 반려견들은 품종견을 분양받는 시스템입니다. 품종견은 생산하기 위한 모견이 고통을 받는 구조로 키워지고 있고, 방송에서 노출되는 모습 그대로 생산에만 사용되다가 죽습니다. 

동물보호센터에 보호되고 있는 동물들은 시간이 지나면 안락사를 해야 할 상황입니다. 현재의 품종견 선호 문화, 유기동물 가중화는 대한민국의 모든 개들이 고통 받는 현실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입양희망 가정은 동물보호센터에서 입양받도록 하고 품종견을 생산하는 시스템을 개선해야만 동물들이 고통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동물복지 문화에 대한 주무관님의 생각은?

비반려인과 반려인이 서로를 혐오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개를 키우는 가정이 많아지고 반려인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가정의 구성원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만큼, 비반려인에 대한 배려와 입장을 늘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반려인에게 반려인의 생각을 강요해서도 안되며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개를 키우는 분들은 목줄을 반드시 착용하도록 하고 동물등록도 반드시 해야 합니다. 특히, 읍면 단위 지역일수록 이러한 문제가 갈등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읍면 지역의 빠른 고령화 문제도 방치견이나 유기견 문제에 영향을 미칩니다. 소유주가 노화로 요양원이나 병원으로 가게 돼 장기간 집을 비우게 되면 소유주 가족들은 시골개라는 이유로 양육을 포기하거나 방치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이유로 버려지는 개들이 늘어나는 것도 새롭게 등장하는 문제입니다. 

정부는 동물 등록, 중성화 수술 등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줄 수 있는 다양한 지원책 마련에 더욱 적극 나서야 합니다. 특히, 중성화는 가장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유기동물 방지 대책입니다. 지자체가 적극 행동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세심하게 지원책을 마련해주시길 바라고 있습니다. 

◆ 상주시 동물보호센터의 앞으로 계획이 궁급합니다.

현재 159마리의 보호견들이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저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곳 보호센터의 안정화입니다. 한해 500마리 정도 입소하는 개체를 150마리까지 줄이고 입양률도 계속해서 높여나가  진정한 의미의 ‘동물보호’센터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동물보호팀이 만들어지고 센터도 직영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현재 400마리에 그치고 있는 실외사육견 중성화 사업을 1000마리로 늘려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할 것입니다.

내년에는 동물보호센터가 더 넓어지도록 공사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공간이 넓어졌다고 해서 보호견들이 더 많이 발생해 이곳에 오길 바라진 않습니다. 현재 이곳에 머무는 보호견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지내다가 가족을 만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전국의 동물보호센터가 비슷한 방향으로 운영된다면 버려지는 동물들이 더 많이 줄어들고, 진정한 가족을 만나는 동물들도 늘어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단 배너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