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8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반도체 국가전략회의에서 “반도체 경쟁은 단순한 경쟁이 아니라 산업전쟁이며, 국가총력전”이라며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헤쳐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 4월20일 개최된 이차전지 국가전력회의에 이은 두 번째의 주요 첨단산업 전략회의이다. 대통령도 모두 발언을 통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반도체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며 이날 회의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대통령은 “반도체 전쟁에서 이기려면 민간의 혁신과 아울러 정부의 선도적 전략이 동시에 필요하다”며, “최근에는 지정학적 이슈가 기업들의 가장 큰 경영 리스크가 되고 있는데, 이것은 기업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고, 국가가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긴밀한 소통을 통해서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가전략회의에는 반도체 전후방 업계, 학계, 애널리스트 등 각계 전문가와 함께 국민의힘 당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관계부처 장관 등 약 60명이 참석해 메모리반도체 초격차 유지 전략,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 방안, 소부장과 기술인력 확보 방안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토론에서 한 메모리반도체 전문가는 반도체를 철인 3종 경기에 비유하며, “첫 종목에서 앞서 나가다가도 종목이 달라지면 해당 종목에 강한 주자로 선두가 바뀔 수 있다”면서 인공지능 메모리와 같은 차차세대 기술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를 강조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반도체 칩 크기를 줄이는 것은 이제 한계에 도달하고 앞으로는 잘 쌓아올리는 것이 관건”이라며 “기판없이 소자끼리 바로 연결하는 모노리틱과 같은 파괴적인 기술이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를 대표해 참석한 기업 대표는 팹리스 생태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팹리스 스타트업에 대한 적대적 M&A를 막기 위한 정책자금 지원과 ‘K-클라우드’와 같은 수요기업 발굴, MPW(멀티프로젝트웨이퍼) 서비스를 통한 시제품 제작 지원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반도체 제조기업들은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위해 전력과 용수 확보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며, 정부 내 전담조직을 설치해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전문가들의 토론을 들은 관계 부처 장관들은 해당 의견들을 적극 반영해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수요자 중심의 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반도체 전략로드맵’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학전공자 간, 산업과 대학 간, 지역과 대학 간 벽을 허물고 관련 인재를 적극 양성 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적재적소에 R&D를 강화하고 장기투자를 위한 중장기금융지원체계 구축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다자정상회의에 가면 많은 나라들이 우리나라와 양자 회담을 원하며 손짓하는데, 이는 모두 우리의 기술, 다시 말해 기업의 경쟁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는 우리의 생활이고, 우리의 안보고, 우리의 산업경제 그 자체”라고 강조하며, 각 부처 장관들을 향해 “장애가 되는 모든 규제를 없애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반도체 산업은 우리 수출의 약 20%, 제조업 설비투자의 55%를 담당하는 명실상부한 국가 기간산업으로, 최근 글로벌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거대한 지각변동 가운데 우리 반도체 산업이 마주하고 있는 과제들이 산적한 상황이다.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 20여 년간 우리나라가 글로벌 선두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쟁국들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으며 미중 패권 경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도 심화되고 있다.
반도체 시장의 약 60%를 차지하는 시스템반도체 부문에서는 오랜 육성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산업 기반이 취약한 실정이다.
대통령실은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의 자립도를 높이고, 핵심기술과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유출을 방지하는 것이 긴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반도체 국가전략회의에서의 토론 내용을 바탕으로 기존 반도체 산업 전략을 보완할 예정으로,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공조 하에 속도감 있는 지원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