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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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니스트의 기고글
- 똑바로 걸어야만 잘 걷는다는 소리 들을까 옛사람의 글이나 그림에 등장하는 동물을 꼽을 때, 게를 빼놓을 수가 없다. 게는 무엇보다 생긴 꼴이 재미있다. 별명도 무척 많다. 우선, 껍질이 딱딱하고 집게가 날카롭다. 옛 글과 그림에 걸핏하면 용감한 장수로 묘사되는 이유가 그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껍질은 갑옷에, 집게는 창에 견줄 만하니 병장기를 갖춘 군인처럼 의인화되기에 그럴 듯한 존재다.... 2013.03.28
- 기술은 어떤 힘으로 예술이 되는가 조선시대 초기의 문신 최흥효는 나라에서 알아주는 명필이었다. 행서는 안평대군, 초서는 최흥효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가 과거를 보러 갔을 때의 일이다. 한참 답을 쓰다가 한 글자가 보기에 좋았다. 그는 자기가 쓴 그 글자에 반해 넋 놓고 들여다보다가 기어이 답안을 쓴 종이를 제출하지 않은 채 들고 돌아왔다. 조선 중기 때 화가 ... 2013.01.28
- 꿩 잡는 매처럼 힘은 바르게, 제대로 쓰자 꼴같잖지만 어쩌다 하는 짓이 제법 쓸 만한 사람을 일러 선인들이 눙치는 말이 있다. 솔개도 천년을 살면 꿩을 잡는다(鳶壽千年 亦促一雉). 알다시피 솔개는 수리 과(科)에 속하는 날짐승이다. 몸은 갈색인데 얼굴과 멱통 주변은 흰 색깔이고, 날 때는 각이 진 날개와 제비 같은 꽁지깃이 눈에 두드러진다. 솔개는 소리개라고도 불렀다. 솔개가 천년을 살아야 ... 2013.01.09
- 눈 오는 날을 걸어가는 사람들의 발자취 예나 지금이나 눈이 내리면 아이와 강아지가 좋아한다. 눈은 진부한 표현이지만, 순수의 상징이다. 아이가 더 신명나는 게 그래서일까. 덩달아 강아지까지 흥겹다. 노인은 눈을 싫어한다. 낙상이 두려워서가 아니고, 늙는 게 새삼스럽게 느껴져서 그렇단다. 나는 그런 분을 실제로 봤다. 눈이 왔다 하면 방문을 아예 나서지 않는다고 그 노인은 말했다. 왜냐고... 2012.12.11
- 내 이름에 올라타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조선시대 불세출의 화가를 꼽을 때는 단원 김홍도를 첫 손가락에 올려야 한다. 그림도 그림이지만, 그의 이름과 자를 풀이해 봐도 그 의미가 여느 화가와 달리 매우 웅숭깊다. 우선 홍도(弘道)라는 이름은 도를 넓힌다는 뜻이다. 공자 말씀에 도가 사람을 넓혀 나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도를 넓히게 돼있다고 했다. 도가 있다한들 사람이 그 도를 실천하지 ... 2012.10.30
- 마음으로 깨닫지 못하니 입으로 깨닫겠는가 정선, 어초문답, 18세기, 비단에 채색, 23.533㎝, 간송미술관 소장 겸재 정선이 그린 산수화 한 점을 보자. 산수화이긴 한데, 인물이 떡하니 무대 중앙에 자리를 잡았다. 잎들이 무성한 두 그루 나무와 그 곁에 거품이 일 정도로 콸콸거리며 내달리는 계곡 물이 보인다. 두 사람의 신분은 뻔하다. 나무꾼과 어부다. 길쭉한 지겟다리 뒤로 빼곡히 쌓인... 2012.10.19
- 독서의 계절, 당신은 무엇을 도모하려 책을 읽는가 장승업, 고사세동도, 19세기, 비단 위에 담채, 141.540㎝,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중국의 문필가 린위탕(林語堂)이 엇나가는 소리를 했다. 책을 많이 읽으면 옳은 것이 옳고 그른 것이 그르다는 것을 모르게 된다. 독서가 시시(是是)와 비비(非非)를 모호하게 만든다고? 그의 속뜻은 어디에 있을까. 짐작건대, 책이 곧 삶은 아니라는 말일 테다. 린위... 2012.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