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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보다 더 중요한 연금투자 공부
노후설계 관련 강의 활동을 하다 보면 참가자들로부터 현역 시절에 노후준비를 제대로 못 한 게 후회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특히 연금준비에 관한 후회가 많다.
연금준비는 단기간으로 될 수 있는 게 아니고 적은 금액이라도 30~40년 장기 가입을 해야 하는데 젊은 시절에는 그런 생각을 못 했다는 것이다.
그중에도 직장인들로부터는 연금투자 공부를 적극적으로 해서 수익률을 높이지 못한 게 후회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국민연금은 연금자산 운용을 국민연금공단이 다 알아서 해준다.
따라서 가입자는 ‘국민연금 더 받기 전략’ 정도에만 관심을 가지면 된다.
그러나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은 다르다.
연금자산 운용을 소속회사(퇴직연금)나 금융회사(개인연금)가 책임져 주는 DB(회사책임)형은 가입자가 연금자산 운용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반면에 연금자산 운용의 책임이 가입자에게 있는 DC(가입자책임)형은 공부를 해서 적극적으로 운용수익률을 높이는 노력을 하지 않으며 안 된다.
저금리 시대를 맞아 퇴직연금, 개인연금 모두 DC형의 비중이 점점 더 높아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DC형 연금자산 운용의 모범사례는 미국의 직장인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많은 미국의 직장인들은 DC형 퇴직연금을 직장을 선택할 때 챙겨야 하는 복지제도의 하나로 생각한다.
DC형 퇴직연금 제도를 갖추지 않은 직장은 그만큼 매력이 덜 한 것이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퇴직연금 100만 장자의 꿈을 안고 연금투자 공부를 한다.
공부한 지식을 토대로 연금자산을 투자상품에 적극 운용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대형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에 따르면 2024년 9월 말 적립금 평가액 100만 달러(약 14.5억 원) 이상인 DC형(가입자책임 회사형 퇴직연금) 가입자 수는 54만 4000명, IRA(가입자책임 개인형 퇴직연금) 가입자 수는 41만 800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퇴직연금시장에서 차지하는 이 운용사의 점유율은 20% 정도이다.
따라서 미국 전체로는, 중복가입자의 경우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100만 달러 이상의 계좌를 보유한 가입자가 무려 481만 명에 이른다는 계산이 된다.
퇴직연금 도입의 역사도 짧고 연금자산 운용수익률이 연 2% 수준에 머물러 있는 우리의 현실로 보면 꿈 같은 이야기로 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꼭 꿈 같은 이야기로만 생각할 일은 아니다.
퇴직연금 자산운용과 관련된 미국과 우리의 차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해나간다면, 소득수준 등을 감안할 때, 50만(달러)장자 정도의 꿈은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국민연금과 기타 다른 연금 등을 더하면 월 최소 생활비를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연금 준비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DC형 연금자산의 운용방법이다.
현재는 예금이나 단기금융상품 등 원리금이 보장되는 상품에 운용자산의 78% 정도를 넣어두고 있다. 어느 정도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상품의 비중은 22%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지난 10년 간의 연평균 수익률은 2%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2023년말 현재)
반면에, DC형 퇴직연금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는 어떤가?
DC형 연금자산의 투자상품 비중이 80% 정도를 차지한다.
DC형 연금 가입자들에게 “노후에 대비한 장기자산 운용은, 단기적인 하락 리스크가 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상품에 운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정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DC형 연금의 운용수익률에 대해 공식 발표된 자료는 없지만, 미국 자산운용협회에 의하면, 최근 10년 간의 연평균수익률은 8%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국투자회사협회의 조사에 의하면, 펀드 보유자 중 60% 정도는 DC형 연금을 통해 처음으로 펀드를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DC형 퇴직연금은 미국의 직장인에게 펀드투자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배운 투자지식으로 다른 자산을 운용하는 데에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우리나라에 이렇게 차이가 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퇴직연금에 대한 주인의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직장인 중 입사 전에 입사 예정 회사의 퇴직연금제도가 어떻게 되어 있는 지를 알아보거나, 입사 결정을 할 때 퇴직연금제도를 고려사항 중의 하나로 생각하는 직장인은 제로에 가깝다.
심지어 퇴직할 때까지도 자신의 퇴직급여가 퇴직금인지, DB형 퇴직연금인지, DC형 퇴직연금인지도 모르는 직장인이 있을 정도이다.
퇴직연금이 자신의 노후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 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또 하나의 중요한 차이는 퇴직연금자산 운용방법에 대한 인식의 차이이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미국에서는 장기적인 자산운용은 주식이나 주식형펀드와 같은 투자상품 중심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정착되어 있는데, 이런 인식은 장기 분산투자에 대한 바른 이해에서 비롯된다.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성공을 좌우하는 2가지, 즉, 시장 전체의 리스크와 개별종목 고유의 리스크를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시장리스크는 장기투자로, 개별종목 리스크는 분산투자로 관리한다.
그런데 장기 분산투자의 원칙을 지키기에 가장 적합한 자금은 DC형 연금 자산이다.
우량투자상품에 장기 적립식으로 투자하여 어느 정도 목돈이 되면 리스크 크기별로 자신의 형편에 맞게 분산시킬 수 있는 자금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직장인들도 사회출발과 함께 다른 재테크에 앞서 연금투자 공부를 열심히 하여 연금자산 운용수익률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 강창희 행복100세 자산관리 연구회 대표, 전 미래에셋 부회장
대우증권 상무, 현대투신운용 대표, 미래에셋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행복100세 자산관리 연구회 대표로 일하고 있다. 대우증권 도쿄사무소장 시절, 현지의 고령화 문제를 직접 마주하면서 노후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품격 있는 노후를 보낼수 있는 다양한 설계방법을 공부하고 설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