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콘텐츠 영역

국민 행복의 첫 걸음, ‘생활경제’ 살리기

[새 정부에 바란다 ⑧생활경제] 김방희 생활경제연구소장

2013.03.04 김방희 생활경제연구소장
글자크기 설정
인쇄하기 목록

2월 25일 제18대 대통령 취임식과 함께 새 정부가 출범했다.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국정비전으로 내세운 새 정부에 국민들은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공감코리아는 박근혜 정부에 바라는 각계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편집자주)

ㅁ
십여년 전 연구소 작명을 하면서 ‘생활경제’라는 말을 떠올렸다. 당시에는 그 말의 의미를 묻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어렴풋이 그 말 뜻을 안다. 그만큼 익숙해졌다.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경제에 대한 국민의 생각이 지난 10여년간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과거 경제라면 자연스럽게 국부(國富)를 생각했다.

성장률이나 실업률, 수출이나 경상수지가 이를 상징하는 수치였다. 40년 가까이 이런 지표로 대표되는 양적이고 거시적인 경제 성장에 집착해왔다.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개인 삶의 질은 크게 나아지지 않아

그런데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개인적 삶의 질이 나아지는 않는 데대한 불만이 점차 고조됐다. 한 편으로는 기업은 점점 부유해지는데 국민은 점점 더 가난해진다는 아우성이었다.

다른 한 편으로는 개인의 삶이 좋아지지 않는데 경제 발전이 다 무슨 소용이냐는 볼멘 소리이기도 했다.

그럴만도 했다. 외환위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 경제 발전은 개인적 삶의 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경제 발전과 삶의 질 사이의 틈이 점점 벌어지더니,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는 완전히 따로 노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 우리 경제의 분배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 방 안 아랫목은 따뜻해지는데 윗목까지 온기가 전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양쪽 온도차가 점점 더 벌어지기만 했다.

고용 없는 성장으로 일자리가 늘지 않고 실질소득이 크게 증가하지 않아서였다. 자유방임적 시장경제론자(비판자의 시각에서는 신자유주의자들)들이 그간 신봉해온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가 실종된 것도 이와 관련이 깊었다.

최근의 불황이 이전 같은 수출 불황이 아니라 내수와 소비, 투자 불황이라는 점도 관련이 깊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환율이 크게 뛰어 수출은 늘어났다. 그 결과 수출 대기업은 점점 나아졌다.

반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하위직 근로자 상황은 나빠지기만 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국민들이 경제 성장 자체보다는 삶의 질에 대해 대해 되돌아보기 시작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나라는 커지고 경제는 성장한다는데, 왜 자신들은 행복해지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국가가 부강해지려는 이유도, 경제가 성장하려는 이유도 모두 국민들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그러니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 틀림없다는 인식이 커진 것이다.

이제 국민의 관심은 점차 질적인, 미시적인 경제 쪽으로 향하고 있다. 전체 실업률이 낮아졌다는 소식보다는 내 일자리는 어디에 있을까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수출이 얼마나 늘었다는 지표보다는 공공요금이 얼마나 오를까에 더 신경을 쓴다. 따라서 생활경제라는 말은 그간의 양적 성장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피로감과 회의를 상징하는 말에 다름 아니다.

수출이 얼마 늘어나느냐보다 공공요금에 더 신경쓰는 국민들

일반적으로 우리 국민들이 삶의 질과 관련해 가장 절실하게 바라는 생활경제 분야의 정책 우선 순위는 일반적인 정책과는 다르다. 이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은 생활물가다.

그간 고도 성장 과정에서 고물가의 폐해를 경험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전반적인 물가 수준이 안정적인 상황에서 유독 생활 물가가 더 뛰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국민들은 전반적인 물가 수준보다는 생활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전월세, 식료품비, 공공요금, 통신비, 의료비,사교육비, 연금 등의 안정을 바란다.

일자리도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실업률이나 고용률이 아니라 새롭게 만들어지는 일자리 수를 더욱 중시한다.

복지정책 역시 수혜자의 관점에서 당장 국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직접 돕는 소득 이전 성격의 정책에 더욱 많은 관심을 쏟는다.

대통령 취임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무려 58번이나 쓰인 국민이라는 말이었다. 행복 역시 21번이나 등장했다.

대선 과정에서 등장했지만, 새 정부의 핵심 국정 어젠다(agenda) 역시 ‘국민 행복’이라는 사실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민 행복의 요체는 한 마디로 하면 생활경제 개선이다. 단순히 총체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개인의 삶이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국민 개개인이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새 정부가 국민 행복 정책 추진 과정에서 맞닥뜨리게 될 딜레마는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생활경제 개선을 위한 정책을 추진할 때 가장 큰 문제는 거시 목표와 상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생활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요구다.

하지만 그 목표를 위해 권위적 통치 스타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일종의 딜레마적 환경이다. 이번 정부에서 생활경제 개선과 관련해 맞게 될 딜레마 환경은 세 가지다.

당장 생활경제 개선을 위한 정책에 앞서 경제 성장 압력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 경기가 불확실한 저성장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복지나 경제 민주화를 추후에 논의하자는 주장이 고개를 들게 될 것이다.

환자가 다 죽게 생겼는데, 환자를 일단 살려놓고 수술을 궁리하자는 목소리다(그 동안 많이 들어본 이야기다!).

둘째, 복지정책을 포함한 생활경제 개선 논의는 불가피하게 증세 논란으로 이어진다. 증세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적 반감을 고려하면 복지정책을 통한 생활경제 개선 논의는 태생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보다 중요한 딜레마 상황은, 이 정부의 핵심 정책 목표인 창조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서 벌어질 수 있다.

창조는 기본적으로 자유롭고 창의적인 환경에서 꽃을 피운다. 새 정부가 권위적 통치 스타일로 기운다면 창조와 권위 사이의 갈등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딜레마라는 말은 원래 두 가지 이상의 선택을 할 때, 각 대안들이 똑같이 바람직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다행히도 새 정부가 맞게 될 정책 딜레마는 일반적인 딜레마와는 다르다. 정책은 여러 대안 가운데 반드시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책 믹스(policy mix)라는 말에서 보듯, 다양한 목표를 감안한 구체적 정책 수단을 택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과거 정책 목표로 또 다시 회귀하지 않으려는 균형 감각이다. 그 균형 감각을 끝까지 잃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하단 배너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