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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공개념, 시장과 공공복리의 전쟁
토지공개념이란 ‘토지의 개인적 소유권은 인정하되 그 이용을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하는 것’.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부동산값이 잡히지 않을 경우 ‘토지공개념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토지공개념 도입 여부가 큰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토지공개념'이란 개념을 잘못 알고 있다. 국가가 토지를 소유하거나 점유해 토지를 국·공유화하겠다는 걸로 알고 있다. 그렇지 않다. 토지공개념의 참뜻은 '토지의 개인적 소유권 그 자체는 인정하되 그 이용을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13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민생안정 대책 가운데, 첫 번째로 집값안정을 들고, 여러 가지 부동산정책을 시행하되 그래도 부동산값이 잡히지 않으면 토지공개념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힘으로써 부동산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토지는 확대재생산이 불가능한 만큼 일반상품과 달리 취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시행이 끝나는 개발이익환수제를 연장하고, 주택거래허가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토지거래허가 규모를 현행 180㎡에서 대폭 낮추는 방안, 1가구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중과세, 분양가 규제 등도 아울러 고려하고 있는 걸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자칫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위헌소지가 있고, 사적 재산을 지나치게 공권력으로 규제하는 것은 반시장적 논리라는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실제로 1989년 12월30일 도입된 택지소유상한제 및 토지초과이득세제 등은 헌법제판소에서 위헌결정 등으로 98년에 폐지되기도 했다. 주택과 토지값 안정이라는 공공의 논리가 시장논리에 밀린 것이다.
그렇지만, 어느 나라건 환경, 교통, 주거, 국토균형 등의 공공복리를 증진하고 유지하기 위해 개인 또는 기업의 토지 이용을 제한하지 않는 나라가 없다. 다만 이용권 제한의 정도에서 차이가 있고, 부동산 경기가 과열되는 시점과 그렇지 않은 시점과는 강도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정부도 지금까지 여러 가지 형태로 토지공개념적인 정책을 시행해 왔다. 토지소유와 관련된 정책으로는 △국·공유지 보유 △택지소유상한제 △용도지역·특화지구제 △택지개발 등 개발계획 △유휴지제 등이 시행되고 있다.
또 토지거래에 있어서는 △토지거래허가 및 신고제 △농지취득 자격증명제 △검인계약서제 △토지실거래 신고제 등이 있다. 그리고 퇴지관리에 대해서는 △공시지가제 △토지수용 및 보상제 △등기의무제 △부동산 실명제 등이 있다. 이처럼 토지의 소유, 거래, 관리 등 전 부문에 관련된 법규가 적용되고 있다.
또한 토지와 주택 규제 정책 가운데, 정부가 건설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관련법규의 신축적 운영을 하거나, 일부 제도는 취소하기도 한 적이 있다. 정부는 경기회복을 위해 단방 정책을 쓰고자 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제조업 투자나 신기술 개발과 같이 성장동력을 키우는 방법이 아니라 건설경기 부양, 카드 남발과 같은 단기부양정책을 펼칠 경우 반드시 부작용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결국 시장이 공공복리를 위하여 일정 부문 규제를 받아들이기로 합의하지 않으면, 토지공개념 제도의 확산은 참으로 어렵다. 우리 경제의 바른 진로, 국민생활의 안정, 부동산투기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해소 등을 고려해 '시장의 횡포'가 너무 심할 때 이를 시정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토지, 주택 등은 국민 전체의 이해가 크게 걸려 있는 민감한 부문이므로, 정부 정책은 국민의 공감대를 토대로 한 '사회적 합의'에 기초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토지공개념 관련제도 변화 일지
▲1989년 12월30일
-택지소유상한제·개발부담금제·토지초과이득세제 시행
▲1994년 7월29일
-헌법재판소, 토지초과이득세제에 헌법불합치 결정
▲1998년 12월5일
-토지초과이득세제 폐지
▲1999년 4월29일
-헌법재판소, 택지소유상한제 위헌 결정
▲2000년 1월1일
-개발이익 부담금 종전 50%에서 25%로 인하
▲2002년 1월1일
-개발이익 부담금 부과 대상 수도권 이외지역 제외
▲2004년1월1일
-개발이익 부담금 수도권 부과 중지(예정)
취재: 박상기(skpark@news.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