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박물관을 찾아 굽이굽이 올라가는 높은 길, 바람이 세찼다. 몇 도나 되나 싶어 또 날씨 어플을 봤다. 예로부터 일상에서 날씨는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이런 날씨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곳, 국립기상박물관이 지난 10월 말 개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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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기상박물관이 기다림 속에 개관했다. |
국립기상박물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기상역사 박물관이다. ‘서울 기상관측소 등록문화재 제585호’를 복원했다. 의의도 크다. 2017년 WMO(세계기상기구)의 ‘100년 관측소’로 선정됐다. 부산과 서울 두 개의 기상관측소가 선정됐는데, 아시아에서 두 번째다.
선정 기준도 꼼꼼하다. 100년 전 설립뿐만 아니라 환경 정보 보존 및 지속적인 자료 품질 관리 등을 통과해야 해, 기상 분야 유네스코 문화재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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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전시실 입구. |
이곳은 현재 4개의 전시실 관람이 가능하다. 제1전시실에서 삼국시대 기상관측의 역사, 제2전시실에서는 측우기와 조선시대 강우 측정 활동, 제3전시실에서는 근대 기상기술, 제4전시실에선 기상 업무 전반의 발전 과정을 볼 수 있다.
“세종대왕 때 황우(黃雨, 누런 비)가 내려 근심이 많았는데요. 큰아들 문종이 곳곳에 그릇을 두고 빗물을 받아 송화가루가 섞였다는 걸 알아냈죠. 측우기 시초가 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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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택이라는 방법으로 강우량을 측정했다. 측우기 발명 후에도 측우기가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는 병행해 쓰였다고 한다. |
조선시대는 강우량이 중요했다. 한 해의 풍흉을 결정하고, 세금을 매기기 위해서였다. 유교 국가 이념처럼 하늘로부터 통치권을 받았다는 왕은 늘 민심을 살펴야 해 날씨에 민감했다.
측우기가 발명되기 전, 보통 ‘우택’이라는 방법으로 강우량을 확인했다. 비온 후, 호미 등으로 땅을 찔러 보는 방법이다. 이후 세종 때 도량형을 정비하고 측우기가 발명됐으나, 전란으로 유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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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봐야 하는 국내 현존 유일의 가장 오래된 측우기. 이곳에만 소장돼 있다. |
현존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측우기는 국보 제329호인 ‘공주충청감영측우기’다. 이 박물관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전시품이다. 1839년(헌종 3년)에 만들어져 단 하나가 남았는데, 이곳에서만 볼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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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을 들으니 과학 기술이 많이 들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측우기가 원통형으로 만들어진 이유를 알고 있을까. 삼각이나 사각일 경우, 모서리에 빗물이 튕겨 나가기 때문이다.(이래저래 원이 좋구나) 또 3단으로 만들어져, 측정도 편리하다. 이런 과정을 보면 옛 선조들의 통찰력이 놀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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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상감영측우대(국보 제330호)와 관상감 측우대(보물 제843호)도 꼭 보자. |
더해 대구경상감영측우대(국보 제330호)와 관상감 측우대(보물 제 843호)도 잊지 말고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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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따라 가면서 기상의 역사를 익힐 수 있다. |
2층으로 올라가면, 제3, 4전시실이 있다. 알차게도 벽까지 허투루 두지 않는다. 기상 역사가 진열돼 있다. 올라가는 계단 벽에는 오래전 흔적이 있는데 1932년에 만들어진 창틀 흔적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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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오르면서 벽을 보면 기존 창문 모양의 흔적을 볼 수 있다. |
제3, 4전시실에서는 근·현대 기상 역사를 볼 수 있다. 기상 요소를 그려 넣은 첫 기상도 등을 볼 수 있다. 재미있는 건, 일기도를 신문처럼 팔았다는 사실. 나라면 샀을까. 또 측우기를 전 세계에 알리고 조선의 뛰어난 기상 관측을 연구한 와다유지의 보고서도 눈여겨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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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엽상과 자동기상관측장비. |
지금도 131번으로 전화를 걸면 날씨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상담까지 가능하다. 인터넷이 나오기 전, 연인보다 더 많이 듣던 목소리였는데, 날씨 어플 이후 생경해졌다. 2000년대 초까지 사용한 백엽상과 스스로 날씨를 측정, 전송 및 저장하는 자동기상관측장비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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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이 많아 좋고 그 밖으로 보이는 계절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더 좋다. |
이곳을 다니다 보면 깨닫는 게 있다. 전시실에 큰 창문이 많다. 가을 낙엽을 볼 수 있는 점은 어쩐지 낭만적이다. 그 낭만이 계절을 관측하는 표준목이라는 사실까지 알게 되면 감탄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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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준비 중인 전시 혹은 휴식 공간들. 지진계실은 공사 중에 발견된 곳. |
5, 6전시실도 있으나 아직 개관되지 않았으며, 교육과 행사 또한 11월 중순 이후로 예상하고 있다. 교육은 대상을 나눠 측우기를 만들거나, 측우기 역사를 심화학습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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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기상관측소도 함께 보면 좋겠다. |
나오면서 야외 기상관측소도 함께 둘러보는 것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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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여행지에 온 듯한 풍경이다. |
늦가을. 기상박물관에서 역사와 낭만을 함께 맛봤다. 유독 낙엽이 붉게 보인다. 국립기상박물관은 이런 소소한 가을까지 담고 있다. 그런 계절의 변화와 기상과 연관성을 돌아보면 오묘하다. 결코 감성이 과학과 반대쪽에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느끼는 순간 재미는 한층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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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기상박물관 앞에 기상청 옛터 표석이 있다. |
이용 및 관람 안내
위 치 : 서울특별시 종로구 송월길 52
시간 : 화~일요일 10:00~18:00(입장 마감 17:00) 휴관: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당일
방법 : 누리집에서 사전 예약 및 전화 문의
누리집 : https://science.kma.go.kr/museum/
전화 : 070-7850-8482(시간: 10:00~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