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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廣場)]서울올림픽 4주년… 시민정신을 다시 생각한다
문 태 갑(文胎甲) <서울올림픽 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서울올림픽을 치른지 4년이 지난 지금에도 많은 외국인들은 서울 대회를 회상하며 격찬(激讚)을 말을 잊지 않는다.
“올림픽운동이 서울올림픽에 진 빚은 너무도 크다”는 말과 함께 “서울올림픽은 스포츠의 축제속에 문화시민정신(文化市民精神)을 꽃피워 낸 또 하나의 축제였다” “서울올림픽은 한국인(韓國人)들의 시민정신(市民精神)이 금메달을 딴 대회였다”는 이야기 들이다.
올림픽대회사상 가장 완벽
그러면서 “1988년 서울의 스타디움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인(韓國人)의 자신감(自信感)과 긍지(矜持)로 꽉 차있었다”는 말도 꼭 덧붙인다.
이러한 서울대회에 대한 외국 언론들의 찬사(讚辭)는 바르셀로나올림픽 기간에도 끊이지 않고 꽃피웠다.
1988년 9월 실로 우리는 우리들 스스로의 모습에 놀라기도 했다.
50억 지구촌 세계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올림픽대회 사상 완벽한 대회의 연출도 연출이었거니와 이를 엮어 낸 찬란한 우리 고유의 문화(文化), 그리고 원숙된 우리들의 선진시민정신(先進市民精神)은 세계인들이 놀라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세계인들에게 우리는 동북아(東北亞)의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귀퉁이에 자리하는 가난한 한 나라의 국민이라고만 기억되고 있었을 뿐이다.
겨우 한국동란에 참전했던 병사들이나 장삿일로 드나드는 외국상인들의 눈에 비쳐 전해진 우리의 모습은 전쟁과 가난 그리고 데모와 무질서로 얼룩진 바로 그것들 뿐이었다.
그러나 서울 올림픽때 온 세계에 비쳐진 우리의 참모습은 그러한 세계의 비뚤어진 시각과 사고를 말끔히 씻어 내지 않았던가.
그것은 7년이란 기나긴 서울올림픽 준비기간 동안 우리 모두가 하나되어 쏟았던 정성과 눈물겨운 노력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가 갈고 닦아 찾아낸 우리 본래의 참모습 바로 그것이 세계로 하여금 우리들을 바로 보게 했다.
당시 우리들은 서울대회 준비를 단순한 체육인들만의 축제나 예술인들만의 한마당 잔치로 준비하지 않았다.
우리들의 대회준비는 문화적(文化的)으로 사회적(社會的) 경제적(經濟的) 정치적(政治的)으로 성숙된 사회건설(社會建設)이라는 선진창조(先進創造)의 궤도위에 맞춘 엄숙하고도 땀어린 준비였다.
이는 전세계를 향해 우리의 자존(自尊)을 찾고 지키려는 도전(挑戰)이었다.
때문에 우리들은 하나같이 도시에서부터 농촌에까지 꼭두새벽부터 밤잠을 설쳐가며 온갖 힘과 지혜를 모았다.
농촌에서는 한시도 아쉬운 농사일마저 제쳐두고 집앞길을 꽃심어 단장하고 성화 봉송로를 가꿨다.
도시의 새벽거리에는 담배꽁초와 휴지를 줍고 찢어진 광고물로 얼룩져 있는 담벼락을 씻는 시민들의 손길이 바빴다.
도시미화로 손길 바빠
거리의 택시기사들은 차를 닦고 또 닦으며 차안을 응접실처럼 손질했으며 뒷골목의 식당들 또한 주방과 화장실을 깨끗이 가꾸는데 땀을 흘렸다.
어린이들은 학교길을 빗질하고 상인들은 시장길을 휴지 한조각 없이 말끔이 가꾸었다.
국방을 책임지는 군인들도 국가적(國家的) 행사에 아낌없이 땀방울을 보태었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전국 곳곳에서는 아무리 바쁜길, 먼길이라도 마다하고 자기용 홀·짝수제를 잊고 나온 차량에 대해서는 주위의 차들이 경적을 울려 ‘옐로우카드’를 제시하는 시민정신(市民精神)을 발휘하기도 했다.
비를 맞으면서도 운동장에서 열을 흩트리지 않았던 우리들의 어엿함 그리고 승자(勝者)에게 축하와 함께 패자(敗子)에게도 격려의 따뜻함을 아끼지 않았던 우리의 격높은 시민정신(市民精神)은 온 세계가 금메달을 주고고 남음이 있었다.
때문에 아직도 세계는 그 당시를 회상하며 “서울의 스타디움에서는 한국인(韓國人)의 자신감(自信感)과 긍지(矜持)가 가득찼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지구의 한 구석에 이런 문명이 있었는지 정말 몰랐었다”고 감탄해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끊이지 않는 찬사(讚辭)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포스트올림픽이 채 가기도 전에 이같은 우리의 모습들이 점점 퇴색되고 사라져 가고 있음은 너무도 안타까운일이다.
우리는 너무도 값진 것들을 잃고 있다.
서울올림픽에서 얻은 우리민족의 가장 큰 승리(勝利), 가장 값진 실물(實物)이 우리의 곁을 떠나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도 우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아무리 변혁기의 한 현상이라고는 하지만 나만이 편해 보겠다는 극단적 이기주의(利己主義), 혼자 만은 밑기지 않겠다는 물질서… 이러한 것들이 지난 10여년간 우리가 흘린땀과 정성의 결실을 헛되게 하고 있는것은 마음 아픈일이 아닐 수 없다.
‘88’정신 밑거름 재도약 다짐
한마음이 되어 온갖 힘을 다해 쌓아 올린 도약(跳躍)의 징검다리를 우리가 허물고 우리가 모처럼 되찾은 우리의 자존(自尊)을 우리 스스로 짓밟는 일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외부로부터의 존경을 마다하고 차가운 경멸을 불러들이는 어리석음을 자초하고 있는 일은 너무도 서글플 뿐이다.
우리는 더 늦기 전에 “할 수 있고 하면된다”고 다짐했던 자신감(自信感), “해내고야 말았다”고 가슴벅찼던 긍지(矜持)를 되찾아야 한다.
세계가 놀랐던 우리의 성숙한 시민정신(市民精神)을 다시 찾아 우리 역사에 가장 위대하고 영광된 이 시기를 지켜나가야 한다.
‘자기(自己)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사랑할수없다’는 평범한 경구를 다시한번 우리모두들 가슴에 되새겨 자기비하적, 자포자기적 병폐를 괴감히 떨쳐 버리자.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다시 한번 옷소매를 거둬 매고 거리의 휴지를 줍고 흙탕물의 담벼락을 씻는 대열에 나서자.
그래서 우리 세대가 이룩한 88서울올림픽의 값진 문화시민정신을 되살려 다시한번 우리의 자존을 드높이자.
가능성과 저력은 이번 바르셀로나올림픽을 통해서 다시 한번 확인하지 않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