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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장 멋을 살린다] <1> 제주도-「기생화산(寄生火山)」형(型) 곡선(曲線)지분건물 권장
삼천리 금수강산, 천혜(天惠)의 자연속에 살아온 한국인들은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무색무취(無色無臭)의 획일화된 환경변화에 동화(同化)된 삶을 영위해 가고 있다. 이를 보다못한 사회 일각에선 우리것을 찾자는 운동이 서서히 일고 있다. 이와함께 당국에서도 나무와 지붕모양을 지역특성에 알맞게 바꾸어 나가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본보는 이를 계기로 이들 개량사업계획을 지역별로 연재키로 한다.
제주도는 섬이라는 특수한 지리적 여건으로 오랫동안 한반도의 본토와 다른 가족제도와 생활관습등으로 인해 독특한 문화적(文化的) 지역성을 이루어 왔다.
섬특성 살린 독특한 문화
그래서 제주 문화(文化)의 특성은 기후와 풍토 등 자연환경적 어려움을 극복하기위한 삶의 지혜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지역적 특성은 주거(住居)문화와 가로수에서도 잘 나타난다.
제주도의 전통민가는 초가(草家)로 1년에 몇차례씩 불어오는 태풍에도 견뎌낼 수 있도록 자연환경에 순응하는 독특한 양식을 취한다.
이 초가(草家)가 본토의 전통주거와 가장 뚜렷하게 차이나는 점은 마당을 중심으로 한 구심적(求心的)배치와 철저한 벌통배치의 형식을 들 수 있는데 외형상으로는 대가족이나 실은 핵(核)가족인 특이한 가족제도에 부합되도록 만들어진 ‘한·밖거리형 주거패턴’이라는 점이다.
이는 무속적 사고와 풍수지리의 영향, 기후적요구, 제주도 도민들의 자립정신에 기인하고 있다.
건축재료도 주변에 널리 있는 새(띠), 흙과나무 등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재료는 방습(防濕)효과가 클뿐 아니라 여름철에는 뜨거운 태양복사열(輻射熱)을 차단시켜 시원하게하고 겨울철에는 열용량이 큰 흙벽으로 시간 지연효과를 가져와 따뜻한 실내환경을 유지해왔다.
특히 초가(草家)지붕을 잇는 새(띠)를 얻기 위하여 ‘새왓’이라는 밭을 공동으로 관리해 왔는데 이 ‘새왓’은 산간지대의 토심(土深)이 얕은 한정된 곳에서 만 재배됨으로써 주민들은 공동(公同)으로 이땅을 개간하고 공정하게 분배하는 공동체(共同體) 의식을 함양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본토 발전의 도약기였던 1970년대 초 전국적으로 점화된 새마을 운동의 기운과 제주도의 건축재료가 과거 현무암, 새(띠)에서 철근, 콘크리트로 바뀌면서 제주인(人)의 삶의 양식을 지배해왔던 전통초가도 점차 소멸돼 현재 도(道) 전체 가옥의 18.7%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나는 제주도지사로 부임한 이후 건축양식이 과거와는 달라 서구화(西歐化) 또는 고층화(高層化) 획일화(劃一化) 되는 것을 보고 새롭게 개발되는 구조재 치장재 단열재 방수재 등은 필수적이라고 해도 인근 ‘오름(기생화산)’을 닮은 초가(草家)지붕 형태의 곡선미(曲線美)는 되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관계전문가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최근 본토의 건축인들의 ‘제주도 주거(住居)건축의 향토성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이들의 애향심은 나의 이러한 뜻과 부합돼 현재 신축되고 있는 건물의 지붕형태가 전통초가형태로 복고되고 있음은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라 여겨진다.
그 대표적인 예로 88년에 완공된 民俗자연사 박물관과 현재 신축중인 서귀포 시청사(市廳舍) 등의 관공서를 비롯 일반주택에 까지 점차 확산되고 있어 아늑하고 평화로운 제주도 향토성 조형이 새롭게 창출되고 있다.
이는 제주인(人)의 얼을 잇는 일이기도 하가.
가로수(街路樹0 문제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제주도에 가로수가 심어지기 시작한것은 1930년대 서귀면(현재 서귀포시(西歸浦市))에서 각 마을의 실정에 맞게 전개된 1가구1그루 나무심기운동과 맥락을 같이한다.
일반주택까지 초가형태 복고
이때 서귀포시의 신료마을 주민들은 일주(一周)도로변에 왕벚 5백그루를 식재(植裁)하여 벚꽃거리를 만든적이 있었는데 이것이 제주도 가로수 식재(植栽)의 효시이다.
그러나 제주도의 기후는 근해에 흐르는 난류의 영향으로 따뜻한 해양성이지만 한라산의 영향으로 일기변화가 심하여 해풍(海風)에 잘 견디는 수종을 선택해야만 했다.
흔히 제주도를 ‘태풍의 길목’이라고도 말하지만 풍속 m/초 이상의 폭풍일수가 연간 1백14일 이상이나 된다는 사실은 웬만한 수종(樹種)은 가로수로 선택할수 없는 한계를 지닌다.
그래서 1950년대에는 해풍에 비교적 강한 아카시아 플라타너스 포플러 은행나무 등을 식재하기도 했으나 1970년대 이후 제주도가 국제적 관광지로 각광을 받으면서 자생(自生)수종을 심어야 한다는 인식이 대두되어 이들 외래수종을 베어내고 제주도의 고유수종으로 대체했는데 지난 6월말 현재 제주도에서 관리하고 있는 가로수종은 26종에 3만5천여그루에 이른다.
공원(公園)속 제주도 만들기 한창
이를 수종별로 보면 구실잣 밤나무가 18.5%인 6천5백그루이고 해송 후박나무 왕벚나무 협죽도 등은 제주도의 5대 가로수 식재수종으로서 전체의 75%를 점유하고 있는데 이 가로수들은 제주도의 기후와 풍토에 가장 적합한것이다.
그러나 이들 가로수가 20여년을 자라다 보니 식재 간격이 10m내외로 밀착(密着)되어 있음은 물론 수고(樹高0가 높아지고 수관(樹冠)이 확장되면서 수려한 관광요소중의 하나인 자연경관의 조망(眺望)을 가리는 곳이 많이 나타나고 있어서 새로운 과제로 떠오른다.
또 도(道)전역에 협죽도 해송 등이 식재돼 시(市)·군(郡)별 특성이 없어져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또하나의 과제이다.
이에 금년 2월 수종의 신성이나 식재방법이 잘못된 곳과 한라산의 4계절 변화와 해안절경을 가로막는 차폐(遮蔽)수종을 정비하기 위해 부분적으로 과감한 정비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앞으로는 가급적 바다쪽으로는 가로수를 심지않고 이동중에도 바다를 볼 수 있도록 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일주(一周)도로변이나 도심지 공터에 우리 고유의 나무를 심기위한 소공원 조성사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현재 제주도내에는 87개소 12만7천여㎡의 소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공원(公園)속의 제주도’를 지키고 가꾸기 위한 도민들의 애향심이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