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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me의 웹문화보기40] 블로그가 스트레스?

웹서비스 고유 목적 벗어나면 부작용 생겨

2004.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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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디어오늘>에 ‘블로그는 대세가 아니라 스트레스’ 라는 기사가 실렸다. 블로그 서비스를 열고 기자들에게 블로그 사용을 독려하고 있는 <조선일보> 정책에 대해 일선 기자들이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사적 영역이자 개인적 선택이어야 할 블로그가 회사의 강제 속에서 이뤄지는 것은 스트레스를 줄 뿐만 아니라 업무 부담만 가중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블로그는 ‘개인의 관심사’를 글로 ‘기록’하고, ‘발행’하고, 다른 이들이 편리하게 ‘구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이다.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블로그 사용을 권하는 건 그 강제력의 유무와 상관없이 잘못된 시작이다. 블로그를 업무의 연장선에 놓아버려 자발적 글쓰기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사에서 제공하는 블로그 서비스가 아니라도 자발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기자들이 있고 당사자들이 원한다면 기사 게재시 이메일 외에 블로그 주소를 공개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조선일보 기자 블로그

최근 정치인들이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유행처럼 만들고 있는데 대부분 기존의 홈페이지의 복사본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작업이 자원 낭비에 불과한 까닭은 블로그 개설 의도가 이 도구의 원래 사용 목적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 홍보를 위해 출연 영화배우가 블로그나 미니홈피를 개설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영화 개봉기간이 끝나고 나면 잘 운영되지 않는 건 당연하다. 정치인 블로그와 마찬가지로, 그들이 선택했던 도구의 원래 활용 목적이 그게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도구들과 마찬가지로 도구로서의 웹서비스들도 그 나름의 고유한 목적이 있다. 이 목적에서 크게 벗어난다면 크든 작든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인터넷 카페는 어떤가. 오프라인 중심으로 이뤄지던 동호회가 온라인으로 급속히 옮겨가고 수없이 많은 카페가 새로 생겨난 것은 전적으로 효율성 때문이었다. 오프라인의 여러 제약으로부터 자유롭고, 보다 편리하게 다른 이들과 관심사를 공유하고 인적 유대를 다지는 것, 그것은 인터넷 카페라는 도구가 만들어진 이유이며 목적이다. 일년에 겨우 몇 번 갖게 되는 오프라인 모임을 위해 인터넷 카페를 개설할 필요는 없을 것이며, 카페를 개설하기에 앞서 그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오히려 이메일이나 메신저나 개인 홈페이지나 혹은 전화가 더 효율적이진 않을지 한 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

최근의 검색 서비스 또한 검색 도구의 목적을 상실하고 있다. 검색 서비스는 필요한 정보를 쉽고 빠르게 찾아주는 것이 목적인데, 필요한 정보는 저 뒷전으로 밀리고 전면이 온통 관련 상품 정보로만 도배되는 건 아무리 수익 모델이라고 해도 너무 심하다. ‘정도껏 하라’는 말은 ‘본질을 잊지 말라’는 뜻이지 않는가.

지식 검색도 그렇다. 지식 검색의 가장 본질적 목적은 궁금증을 해결하는 것이고, 나의 경험적 지식을 다른 이들과 서로 나누는 것이다. 내가 모르는 것은 다른 사람들도 모를 수 있고, 내가 어떤 일에 곤란을 겪고 있다면 다른 누군가는 이미 같은 고민에서 어떤 방법으로든 벗어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식 검색 사이트를 살펴보다 보면 기상천외하고 재미있는 질문 답변들을 많이 보게 된다. 우문현답인 경우도 있고 재치 있는 답변들이 재미와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아예 본말이 전도되어 유머가 정보를 뒤덮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왕멀’ 이라는 이름의 블로그 사용자가 올린 글 중에 모 지식 검색의 질문과 답변을 인용한 부분이 있다. ‘해리포터’ 시리즈 영화가 개봉된 직후다.

질문 : ‘헤르미온느와 결혼하고 싶어요.’
답변 : ‘우리 교회로 오세요. 헤르미온느와 똑같은 사람 있어요.’

여러 사람이 같이 사용하는 공적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지식검색보다는 유머게시판이나 다른 개인적 영역의 웹사이트에 실리면 좋을 법한 내용이다.

웹 혹은 온라인 도구가 능사는 아니며, 블로그가 시대의 대세라고 하여 목적에 잘 부합하지 않는 데도 불구하고 블로그를 선택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메일이 분명 종이 우편에 비해 획기적으로 편리한 메시지 전달 수단이긴 하지만 급한 연락을 할 때엔 이메일보다는 전화가 더 적합한 도구일 것이다. 어떤 도구이든 원 목적에 부합하여 가장 적절하게 사용될 때 당사자도 좋고 지켜보는 이도 부담스럽지 않다. 웹의 어떤 경로를 통해 즐거움, 감동, 보람 같은 걸 느끼게 된다면 그건 전적으로 원래 목적에 최적화된 도구 덕분일 것이다.

국정넷포터 이강룡 / 웹칼럼니스트 readme@readme.or.kr

<이강룡(readme)님은> 99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하여, 인터넷한겨레 웹기획자, 와이더덴닷컴 TTL 웹PD 로 일했으며, 2002년 12월 '우리말글 바로쓰기' 사이트 기획으로 문화관광부 장관상을 받았습니다. 2003년 11월 열린책들 단편소설공모에 당선됐고, 현재는 블로그 'readme 파일' 을 운영하며 여러 매체에 웹 문화 칼럼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블로그]readm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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