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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병 약제 생산업체 국가에서 지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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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에서 희귀병을 앓고 있는 환자는 5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중 보건복지부에 공식 등록된 희귀질환자로 확진을 받은 환자는 1만 3,000여명이다. 희귀병은 현재 약 2백여종에 달하며 이중 50여개의 질병 모임이 있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고통을 함께하고 있다.
희귀병은 말그대로 소수의 사람들이 앓고 있는 병으로 쉽게 완치되지도 않고, 진단과 치료가 어려운 병이다. 따라서 치료방법이나 치료약제 개발에 있어서 자연히 관심 밖의 대상이 되고 희소성이 커져 약값이 대부분 비싸다. 하루 이틀 병원 신세를 져서 낫는 병도 아니어서 이러한 치료비 부담으로 희귀병 환자의 가정은 빚더미에 올라앉기 일쑤다.
지난달 12일에는 한 아버지가 경추탈골증후군이라는 희귀병에 걸린 딸의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자신의 손으로 딸의 인공호흡기를 떼내 숨지게 한 일이 있었다. 비정한 아버지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죽하면 그랬겠냐는 동정을 보내며 희귀병환자들과 그 가족의 고통을 안타까와 했다.
희귀병 환자와 가족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목소리가 높아지자, 보건복지부는 희귀병 환자에 대한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고 전문 홈페이지를 열어 정보를 공유하는등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며, 내년 5월에는 만성병 관리법을 신설해 희귀병 환자를 위한 지원 근거를 법적으로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또 내년부터는 월 소득이 122만4,000원(4인 가족 기준) 이하인 차상위계층 중 혈우병 , 파키슨병등을 포함한 51개의 희귀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의료비를 전액 면제해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를 위해 529억원의 예산을 확보 할 것이라고 말해 그동안 많은 문제로 지적되어 온 희귀병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이 다소나마 해소될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치료비를 지원받더라도 치료할 약품이 생산되지 않는다면 아무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9월부터 국내의 한 제약회사는 희귀병인 만성육아종 치료제인 인터페론감마라라는 약의 생산을 중단했다. 25만명당 한명 정도의 빈도로 발생하는 만성 육아종은 태어날 때부터 병에 대한 면역력이 크게 떨어져 각종 질병에 쉽게 노출되는 병으로 현재 전국에 약 30명의 아동이 앓고 있는 희귀병이다.
인터페론감마의 유일한 대체약품은 엑티이늄이지만 한 병에 237달러로 한화로 치면 25만원이 넘고 보험적용도 되지 않아 약값만 200~300만원이 들게 된다. 또 병원에 살다시피 해야 하는 병의 특성상 입원비까지 합하면 결국 만성육아종에 걸린 부모들에게는 너무도 큰 액수여서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것이나 다름없다.
생산을 중단한 제약회사는 그동안 소량의 약품을 만들면서 생산성이나 품질확보에 어려움을 느꼈고 더 이상의 적자를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그 부모들이 가지고 있던 유일한 희망을 빼앗아 갔다. 기업은 이윤추구와 함께 사회적 책임도 함께 져야 마땅하지만,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사회적 책임을 다 할 수는 없다는 논리이다.
물론 그 제약회사가 문제의 약품만을 생산하는 것도 아니니 오롯이 적자를 보는 상황도 아니고 분명 다른 약품판매로 이익을 볼테고 제약회사 전체의 손익 계산을 따져 보아도 절대 적자가 아닐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한 약품에 포커스를 맞춰 적자 운운하는 것은 너무 야박한 기업의 논리이고 어느정도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희귀병 치료약품에 대한 우리 정부의 무관심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많은 희귀병 환자들과 가족들은 국가차원의 희귀병 연구센터를 만들어 진단과 치료는 물론 질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제약회사와 연계해 치료약을 개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앞서 상황에서도 보았듯이 어느 제약회사도 결코 이윤이 되지 않는 장사를 할리는 만무하다. 따라서 정부는 희귀병 치료제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희귀병 치료약품을 만드는 회사에 세제감면 혜택을 실질적으로 준다든지 연구비를 지원해주고, 또 당장에는 해당 약품 생산에 따른 직접적인 물질적 원조를 통해 제약회사가 결코 손해보는 장사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이번과 같은 치료제 중단이란 결정을 내리지 않게 된다.
한 사람의 생명은 온 우주와 맞먹는다고 했다. 아니 생명의 존엄함을 따지기 전에 만성육아종으로 고통받는 죄없는 전국의 30여명의 어린아이들과 그 부모들의 애타는 심정을 나몰라라 한다면 무기력한 이 나라에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한이 되지 않겠는가! 우리가 세금을 내는 이유속에는 분명 이렇게 죄없이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국가가 대신 따뜻한 손길을 전해달라는 무언의 합의가 있는 것이다.
국정넷포터 한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