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웰빙(Wellbeing)이라는 단어가 널리 사용되었다.
웰빙(Wellbeing)은 잘 지내는 뜻인데 최근 웰빙은 웰니스(Wellness)로 한걸음 더 나아간 것 같다.
웰니스는 웰빙(well-being)에 행복(happiness)과 건강(fitness)이 덧붙여져서, 신체와 정신은 물론 사회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의미한다.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웰니스관광지에서 약초 족욕 체험 중인 사람들
치유관광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이하 치유관광산업법)에 따르면, 치유관광산업은 건강의 회복과 증진을 도모하고,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관광 활동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치유관광산업 자원으로 경관, 온천, 음식, 맨발걷기길 등 유형 또는 무형의 자원이 있다.
이런 치유관광을 웰니스관광이라고 한다.
지금 국내에서는 치유관광보다 웰니스관광으로 통용되고 있다.
한약재를 파는 서울약령시에 서울한방진흥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선 매년 이맘때 웰니스관광지를 선정하고 있다.
필자는 평소 건강에 관심이 많아서 웰니스관광지를 주목하고 있다.
올해 발표한 우수웰니스관광지 88곳의 목록을 살펴보니 서울 동대문구에 소재한 서울한방진흥센터(kmedi.ddm.go.kr)가 있었다.
서울한방진흥센터가 있는 곳이 서울약령시장이다.
한약재를 파는 시장에 있는 서울한방진흥센터야말로 웰니스관광지로 손색이 없을 것 같다.
5월은 가정의 달로, 어린이날, 어버이날과 같은 행사로 인해 자녀와 부모님을 챙기다 보면 정작 나 자신을 잊은 채 바삐 지나가기 쉽다.
이럴 때 하루의 반나절이라도 온전히 나 자신을 챙겨보는 것은 어떨까?
나를 위한 휴식을 위해 웰니스관광지를 방문해 보자.
서울한방진흥센터는 서울약령시한의학박물관과 웰니스 체험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주말 오후, 서울한방진흥센터로 향했다.
서울 약령시 일주문을 지나 걷다 보면 상점가 사이에 한옥 건축물이 눈에 띈다.
서울한방진흥센터는 서울약령시한의약박물관과 웰니스 체험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약초 족욕 체험, 보제원 한방 체험, 온열안대 만들기 체험 등이 있어서 선택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서울한방진흥센터를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 보제원 한방 체험
웰니스 체험프로그램으로 약초 족욕 체험, 보제원 한방 체험, 온열안대 만들기 체험 등이 있다.
필자는 보제원 한방 체험(30분)에 이어 약초 족욕 체험(20분)을 하는 순서를 선택했다.
시작 시각에 맞춰서 3층 보제원한방체험실로 갔다.
체험실은 중앙의 데스크를 중심으로 두 공간으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우측은 손과 발을 기계로 마사지하는 곳이었다.
각자 자리에 앉아서 두 발을 마사지기에 넣고 또 팩을 한 손을 마사지기에 넣었다.
시작 버튼을 누르자 마사지기가 손과 발에 자극을 준다.
보제원 한방 체험은 손과 발을 마사지한 뒤 전신을 마사지하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손, 발 마사지가 끝난 뒤 좌측으로 이동했다.
각자 누울 수 있는 1인용 침대에 기계식 온열안마매트가 깔려 있었다.
똑바로 누운 뒤 눈에 발열안대를 했다.
직원이 준비되었는지를 묻고 각자의 기계식 온열안마매트를 작동시켰다.
목부터 어깨, 등, 허리를 거쳐 종아리, 발까지 순차적으로 마사지해 준다.
기계가 손가락으로 두드리듯 몸을 지압해 주니깐 처음엔 몸이 간지럽더니 점차 느슨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러다 필자도 모르게 살짝 잠이 들었나 보다.
"마시지가 끝났으니 그만 일어나세요."라는 소리에 가까스로 눈을 떴다.
아주 잠깐에 불과했지만, 몸의 긴장이 완화되면서 그만 단잠에 빠져들었다.
똑바로 누워서 전신 마사지를 받으니 피로가 한결 가시는 느낌이다.
체험실을 나오면서 손등을 만져보니 매끈했고, 전신의 피로가 풀린 느낌이다.
두 어르신이 마주 보면서 "비가 와서 몸이 찌뿌둥했는데 마사지 받고 나니 한결 나아졌어"라고 말하자, 일행이 동의한다는 뜻으로 "그래, 그래"라며 맞장구를 쳤다.
◆ 서울약령시한의약박물관
웰니스 체험프로그램 중간에 서울약령시한의약박물관을 관람할 수 있다.
다음 약초 족욕 체험까지 50분 시간이 남았지만,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두 체험 사이의 시간이 남아 있다면 2층에 있는 서울약령시한의약박물관을 관람하면 된다.
한의학에 대해서 알아가는 기회다.
대개 한의학하면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허준'을 떠올린다.
'동의보감'은 조선 시대 의관 허준이 중국과 조선의 의서를 집대성하여 1610년에 저술했다.
총 25권 25책으로 이루어져 있는 방대한 의학서다.
우리가 아플 때 방문하는 병의원은 서양의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서양의학은 증상이 발생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치료해서 개선한다.
반면에 우리의 한의학이 속한 동양의학은 전체적인 건강을 유지하고 회복시키는 방향으로 치료를 진행한다.
따라서 동양의학은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점이야말로 서울한방진흥센터가 웰니스관광지로 선정된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키오스크를 통해 간단히 내 몸의 조화를 찾는 한약 처방을 알아볼 수 있다.
박물관은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상설전시실에서 한약재와 한약기 등을 볼 수 있다.
또한 전시실 내 곳곳에 설치된 키오스크를 통해 간단한 진단과 처방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정확하고 정밀한 진단을 받으려면 한의사와의 상담과 진맥이 필요하다.
이곳에선 약식으로 간단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맨 처음 만나는 키오스크는 '몸의 조화를 찾는 한약 처방하기'다.
한약에는 갈근탕, 총명탕, 보중익기탕, 십전대보탕, 쌍화탕이 있다.
쌍화탕은 그동안 많이 들어보고 복용했던 한약이다.
지금 당장 필자에게 필요한 한약인 보중익기탕을 선택했다.
보중익기탕에 쓰이는 약재, 황기, 인삼, 백출, 감초, 진피, 당귀신, 승마, 시호가 화면에 떴다.
보중익기탕은 몸이 피곤해서 움직이기 싫거나 과로하여 몸에 열이 나고 두통이 있으며, 가만히 있어도 땀이 저절로 나고 식욕이 없을 때 체력증강제로 쓸 수 있는 처방이다.
약재를 알아뒀다가 증상이 심하고 오래 지속된다면 한의원에 가서 처방을 받아야겠다.
서울약령시의 역사도 알 수 있었다.
서울한방진흥센터가 위치한 서울약령시는 6·25전쟁 이후 청량리역과 마장동 버스터미널이 가까운 이곳에 경기, 강원 지역의 농·임산물을 팔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자연스럽게 조성된 시장에서 유래한다.
1960년대 후반부터 한약재의 주산지인 강원도와 교통 연결이 편리해지면서 한약재 등 특별한 물품을 취급하는 전문 시장으로 성장했다.
1990년대 '서울약령시'라는 정식 명칭을 부여받게 되었고, 지금도 시장 골목에 약재상이 즐비하다.
벽면에 설치된 키오스크를 통해 짧은 시간에 한방 기체조를 체험할 수 있다.
벽면에 설치된 키오스크를 통해 '한방 기체조'를 체험할 수 있었다.
화면 앞에 서니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 같이 전신을 비춰준다.
화면에 나온 동작에 맞춰서 몸을 움직여 보았더니, 필자의 동작을 인식해서 일치율이 올라가면 제대로 기체조를 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다음 동작을 보여준다.
동작이 좀 우스꽝스러워 보여도 끝까지 따라 하고 나니 운동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았다.
기획전시실에서 AI로 되살린 보제원의 역사를 알아볼 수 있다.
5월 말까지 운영하는 기획전시실의 주제는 '보제원에 가면: AI로 되살린 보제원의 역사'다.
좁은 공간의 전시물을 디지털로 구현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보제원은 무엇일까?
조선 시대에, 무의탁 병자나 환자를 무료로 치료해 주던 구휼(救恤) 기관이었다.
고려 시대부터 이어져 온 한국 의료와 복지의 상징적 공간이었다.
보제원의 역사가 고려(918~1392)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단순한 의료 구휼 기관이 아닌 전통 의학의 중요한 거점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보제원에 대해 궁금한 질문을 선택하니깐 화면의 옛사람이 대답해 준다.
관객이 원하는 키워드를 선택하면 거기에 따른 여러 문헌이 화면상에 나타난다.
'이야기로 듣는 보제원'에선 질문을 선택하니 화면에 보이는 옛사람이 대답해 준다.
디지털 전시가 AI 기술과 만나니깐 관객의 선택지에 따라서 다른 자료를 보여주는 게 쌍방으로 소통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 약초 족욕 체험
누각에 앉아서 약초를 푼 따듯한 물에 두 발을 담그는 약초 족욕을 체험했다.
어느덧 약초 족욕 체험 시간이다.
2층 바깥 출입문을 열고 나가면 누각 아래에 약초 족욕 체험장이 있다.
외국인들도 체험 시각에 맞춰서 이곳에 도착했는데, 족욕 체험장의 인기를 반영하듯 안내문이 영어로도 표기되어 있었다.
족욕탕에 뜨거운 물을 받고 있으니깐 직원이 약재를 가져다준다.
약재를 푼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족욕을 하는 체험이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건강 비법으로 두한족열(頭寒足熱)이 있다.
두한족열은 머리를 차갑게 하고 발을 따뜻하게 한다는 뜻이다.
두 발을 따뜻한 물에 담그고 있으니깐 발에서 느껴지는 열기가 온몸으로 퍼지며 혈액순환을 돕는 듯했다.
필자처럼 손발이 차가우면 족욕이나 반신욕이 효과가 좋다고 한다.
비가 내린 뒤 기온이 떨어져서 제법 쌀쌀했는데, 처음 족욕 체험장으로 나왔을 때만 해도 순간 한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발이 따뜻해지니깐 추위가 가시는 듯했다.
마음 같아선 더 오래 머물고 싶었지만, 족욕 시간은 15~20분이 적당하다고 했다.
온도가 낮아도 장시간 발을 담그고 있으면 저온화상의 우려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 온열안대 만들기 체험
온열안대 만들기를 체험한 뒤 각자가 만든 온열안대를 가져갈 수 있다.
온열안대 만들기 체험도 했다.
온열안대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안대 주머니에 천연 재료인 결명자, 팥, 팔각, 박하를 넣으면 끝난다.
안대는 지역 장인들과 협업으로 100% 순면으로 제작했다고 한다.
눈이 피로할 때 안대를 따뜻하게 해서 눈 위에 올려두면 한결 피로가 가신다고 하니 잠들기 전 안대를 이용해야겠다.
서울한방진흥센터 곳곳에 의관복이나 의녀복을 입은 사람들이 눈에 띈다.
박물관 곳곳에 의관의녀복을 입은 관객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1층에서 의관의녀복을 대여해서 입어볼 수 있다.
TV 드라마에서 봤던 익숙한 옷이라서 친근감이 생긴다.
한방차를 마시는 것으로 서울한방진흥센터에서의 웰니스관광을 마쳤다.
센터에서의 체험이 끝나고, 입구에 있는 한방카페로 갔다.
한방 체험을 했으니, 마지막으로 한방차를 마시기로 하며 십전대보탕, 대추차를 주문했다.
필자와 동행했던 친구는 "한방 체험 덕분에 일주일 동안 일하면서 쌓였던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아. 이번에 웰니스관광지가 어떤 곳인지를 알게 되었어. 내 건강을 위해서 자주 방문해야겠어"라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한방진흥센터에서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보냈다.
우수웰니스관광지답게 내·외국인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었다.
일에 부대끼며 분주하게 지내왔던 나를 위해 선물을 주는 곳이다.
'건강을 잃으면 천하를 잃는 것과 같다'라는 말이 있듯 건강보다 더 우선하는 것은 없다.
평소 자신의 건강을 챙기기 어렵다고 하면 주말에 시간을 내어서 웰니스관광지를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기분 전환도 되고 건강도 챙길 기회가 될 것이다.
서울한방진흥센터 외에도 많은 웰니스관광지가 있다.
더구나 정부에서 우수웰니스관광지를 선정했다.
서울한방진흥센터의 툇마루에서 어릴 적 감성과 추억을 떠올려 본다.
문체부는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여행객들이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우수웰니스관광지 88선'을 공개했다.
'우수웰니스관광지 88선'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여정에 따라 다채로운 형태와 다양한 선택지로 즐길 수 있도록 자연·숲치유(26곳), 뷰티·스파(21곳), 힐링·명상(20곳), 한방(9곳), 스테이(8곳), 푸드(4곳) 등 6가지 주제로 운영한다.
한편 문체부는 '우수웰니스관광지' 선정뿐만 아니라 '치유관광산업법'에 근거해 '웰니스관광' 산업을 적극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치유관광산업법'의 시행에 필요한 하위법령 마련을 차질 없이 준비하고 관광공사와 함께 '웰니스관광' 산업 전문 인력 양성, 국내외 관련 박람회 개최 및 참가 등 적극적인 해외 마케팅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내의 여행지로 우수웰니스관광지를 적극 추천한다.
☞ 우수웰니스관광지 자세히 보기
☞ 서울한방진흥센터 누리집 (kmedi.ddm.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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