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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울려 퍼진 국악의 선율, 1828년으로 시간 여행

창덕궁 연경당에서 '효명세자'의 효심을 느낀 "창덕궁 풍류" 공연 관람
경복궁·창덕궁·덕수궁·창경궁에서 4월~5월, 9월에 총 29회 무료공연 개최

2025.04.15 정책기자단 정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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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중음악, 200년 시간을 뛰어넘어 살아 숨 쉬다

봄바람이 부는 4월의 궁궐은 과거의 숨결과 현재의 감성이 어우러지는 무대가 되었다.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를 품은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창경궁에서 펼쳐지는 국악 공연은 일반적인 문화 행사와는 결이 다른 한국의 정체성과 예술성을 되새기는 소중한 시간이다.

본 취재는 그중에서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창덕궁 연경당에서 열리는 국악 공연 '창덕궁 풍류'를 직접 참관하고 공연의 중심으로 들어가 본다.

소박한 창덕궁 연경당 정문, 조선시대 연회가 열리던 이곳에서 '창덕궁 풍류'가 재현된다
소박한 창덕궁 연경당 정문, 조선시대 연회가 열리던 이곳에서 '창덕궁 풍류'가 재현된다

◆ 1828년의 궁중 연회, 무대로 다시 태어나다

사회자인 국립국악원 정악단 김창곤 악장의 해설로 시작된 이날 공연은 옛 궁궐의 연회를 재현하는 것만이 아니라, 깊은 감동을 전하는 무대이다.

효명세자 어머니의 사순 잔치를 열었던 그날의 시대 배경을 잠깐 설명하자면, 조선 제23대 왕 순조, 그리고 왕비 순원왕후의 장남인 효명세자는 1828년 음력 5월 15일 어머니의 사순잔치를 이곳 연경당에서 열어 드렸다.

잔치에서 선보였던 음악과 춤은 효명세자 본인이 직접 창작하고 또 감독까지 한 것이라고 한다.

효명세자는 조선 후기 임금 중 예술에 가장 뛰어났던 정조대왕의 친손자로서 예술적 재능이 뛰어났다.

기존 전통을 재해석한 새로운 춤과 음악을 본인이 직접 구상했던 조선시대 최고의 안무가이며 또 글씨도 많이 남기신 문장가로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효명세자는 21살 너무나 어린 나이에 세상을 마감하였다.

시호인 '효명(孝明)'은 '효도할 효', '밝을 명'으로 시호의 의미에 깊은 효심이 담겨 있으며 그 깊은 효심으로 지은 집이 바로 연경당이다.

그럼, 왜 효명세자는 연경당을 건축했을까?

아버지 순조에게 존호를 올리는 연회를 열기 위해서이다.

돌아가신 후에 붙여 드리는 존칭을 시호라고 하고 살아계실 때 붙여드리는 존칭은 존호라고 한다.

왜 효명세자는 살아계신 아버지에게 존호를 올렸을까?

아버지 순조는 하나뿐인 아들 효명세자를 무척 아끼고 신뢰하여서 순조가 건강이 조금 나빠지니까 효명세자에게 대리청정을 맡겼고, 효명세자는 자신에게 대리청정을 맡기고 뒤로 물러나신 아버지에게 존호를 올리게 되는데 그 연회를 열기 위해서 지은 공간이 바로 이곳, 연경당이 그러한 목적으로 지어진 것이다.

임금의 거동을 알리는 힘찬 선율의 취타. 길군악 연주
임금의 거동을 알리는 힘찬 선율의 취타. 길군악 연주

◆ 예술혼을 담은 창작 정재 '무산향'과 '침향춘'

공연은 1828년 그날 선보였던 창작 정제를 중심으로 우리의 전통 음악과 전통 무용을 감상해 보는 자리인데 첫 연주로 국립국악원 정악단의 취타와 길군악이다.

'취타, 길군악'은 왕의 행차를 알리는 장중한 행진곡으로, 궁중의 위엄과 정제된 질서를 상징한다.

이어지는 '무산향'은 우아한 춤사위에서 나오는 장중함을 느낄 수 있는, 효명세자가 창작한 궁중정재로 1828년 연경당에서 처음 공연되었다.

무용수가 붉은 도포와 녹색 쾌자를 입고 머리에 야광모를 쓰고 양쪽 손에는 녹색 한삼을 낀 채, 혼자 추는 춤으로 왕세자의 마무리 인사 때 행해진 춤이다.

악기 하나하나의 조율, 복식 고증, 무대 배치까지 모든 요소가 실제 궁중 예술의 고증과 재현에 기반한다.

가야금, 대금, 해금, 장구, 징 등의 전통 악기는 고유의 음색을 통해 당시 궁중음악의 섬세함과 절제를 표현하고, 이를 통해 현대 관객들도 조선 시대 음악의 깊이를 체험할 수 있다.

우아한 춤사위에서 나오는 장중함 '무산향'
우아한 춤사위에서 나오는 장중함 '무산향'

봄날, 침향정에 핀 모란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무용 '침향춘'은 1828년 연경당에서 처음 공연한 궁중정재로 휘건을 울릴 때 행해졌다.

꽃 중에 왕인 모란이 꽂힌 화병을 가운데 두고 두 명의 무용수가 꽃을 어루만지다가 빼어 들고 추는 춤이다.

모란꽃과 무용수가 함께하는 '침향춘'
모란꽃과 무용수가 함께하는 '침향춘'

청성곡에서는 단소와 대금의 절제된 음색을 통해 한국 정악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대금 독주로 하였다.

대금의 청공에서 울려 나오는 맑고 힘찬 소리에서 깊은 공감의 울림을 느낄 수 있다.

이번 공연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남성 무용수의 독무, 무산향이다.

절제된 움직임 속에서도 강한 에너지가 전해졌으며, 붉은 도포에 녹색 소매를 휘날리며 펼쳐지는 춤사위는 한 편의 서사시처럼 깊은 여운을 남겼다.

청성곡 대금 독주
청성곡 대금 독주

◆ 외국인 관람객들도 "원더풀!" 세계가 감동한 무대

공연의 피날레는 '표정만방지곡'과 '중 상엽산'이 장식했다.

오방색의 깃발과 함께 왕의 위엄이 만방에 퍼진다는 상징적인 메시지를 담은 기악 합주로 웅장하게 마무리되었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연경당 마당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복을 입은 무용수와 연주자들의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고, 공연이 끝날 때마다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특히 옆자리에 앉아 있던 외국인 관람객은 공연이 끝날 때마다 휘파람을 불며 "원더풀! 원더풀!"을 연신 외쳤다.

감상을 묻자, 그는 "200년 전의 퍼포먼스가 그 예술적 감성을 고스란히 살려, 현대에 이렇게 생생하게 되살아난다는 사실이 놀랍고 감동적이었다"고 전했다.

관람석 주변에는 공연 후 관람객들이 궁중 복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기는 모습도 보인다.

공연장 안팎에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된 안내문이 비치되어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를 도모했으며, 정보무늬(QR코드)를 통해 공연 소개 자료를 내려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공연에 몰입한 관람객들. 공연이 끝날 때마다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공연에 몰입한 관람객들. 공연이 끝날 때마다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창덕궁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곳으로, 자연과 건축이 조화를 이루는 한국 궁궐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산이다.

특히 연경당은 왕실의 가족 행사나 연회가 열리던 장소로, 이번 국악 공연이 열리기에 가장 적합한 무대였다.

공연을 통해 연경당은 다시 한번 조선시대 예술의 중심지로 재현되었고, 관람객들은 시간 여행의 동반자가 된다.

공연 후 정문에서 만난 한 관람객은 "큰딸과 함께 와서 전통 공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교육이 되었다. 전통문화가 더 많이, 자주 이런 방식으로 소개되었으면 한다"며 만족감을 표현했다.

연경당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부용지, 주합루, 규장각 등 창덕궁의 역사와 미학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연경당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부용지, 주합루, 규장각 등 창덕궁의 역사와 미학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 궁궐, 과거를 품은 오늘의 문화 플랫폼

이번 공연은 오랜 전통 속에서 길어 올린 예술이 오늘날의 감성과 만나 새롭게 해석되고, 현대의 무대 위에서 살아 숨 쉴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공연을 마치고 나온 한 국악인은 "전통예술이 지속 가능하려면 대중과의 접점이 중요하다. 궁에서의 공연은 자연스럽게 관람객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고 말한다.

국악 공연은 한국인의 정서를 담은 고유 예술이며, 그 속에는 자연에 대한 존중, 인간관계의 절제미, 공동체의 조화가 담겨 있다.

이는 세계인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하며, 실제 공연장에서도 외국인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궁궐은 이제 과거의 공간이 아니라 문화의 플랫폼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궁에서 울리는 국악의 선율은 평범한 음악이 아닌, 그것은 한국인의 정체성과 정신을 담은 깊은 울림이다.

☞ 창덕궁관리소 누리집 바로가기 royal.cha.go.kr/cdg

☞ 국가유산청 국가문화유산포털 바로가기 heritage.go.kr

☞ 국립국악원 누리집 바로가기 gugak.go.kr


정책기자단 정재영 사진
정책기자단|정재영cndu3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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