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콘텐츠 영역

보전과 활용, 미래 가치 품은 '캠벨 선교사 주택' 방문기

이회영 기념관을 품은 서울시 우수건축자산 제3호
국토부 건축문화경관과 김보민 사무관으로부터 듣는 '우수건축자산' 의미

2025.04.15 정책기자단 정수민
글자크기 설정
인쇄하기 목록

쉴 새 없이 자동차가 쌩쌩 달리는 사직터널의 분주함과는 달리, 사직터널 위 언덕 일대는 조용하고 고즈넉한 주택가를 이룬다.

이곳은 한옥과 일본식 주택, 그리고 서양식 주택 등 파란만장한 한국 근대사를 고스란히 증명하는 근대 건축물이 모인 지붕 없는 박물관이기도 하다.

항상 버스로 사직터널을 통과하기만 하던 내가 이 언덕에 처음 올랐던 날은 '딜쿠샤'로 알려진 앨버트 테일러 가옥을 방문했을 때였다.

서울시 우수건축자산 제3호 캠벨 선교사 주택
서울시 우수건축자산 제3호 캠벨 선교사 주택

앨버트 테일러 가옥에서 3분만 걸으면 또 다른 서양식 주택인 홍난파 가옥이 있다.

1930년 독일 선교사가 지은 서양식 건물로 홍난파 선생이 말년에 살았던 곳이다.

전국의 여러 도시를 가면 시간이 허락하는 한 그 지역의 근대 건축물을 탐방할 만큼 근대 건축을 좋아하는 나는 근대 건축물을 많이 알고 있는 편이라고 자부했다.

하지만, 이 근처에 또 하나의 보물 같은 근대 건축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야 알게 되었다.

바로 캠벨 선교사 주택이다.

선교사 주택은 2동이 있는데 왼쪽 건물만 현재 이회영 기념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선교사 주택은 2동이 있는데 왼쪽 건물만 현재 이회영 기념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 남 감리회가 구한말 서울에 파견한 첫 여성 선교사이자 배화학당을 설립한 조세핀 캠벨은 조선 여성 교육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그가 살았던 집은 선교사 주택으로는 드물게 석재로 건축된 완성도가 높은 건물로 뛰어난 역사적, 예술적 가치를 지닌다.

재개발 사업으로 헐릴 위기에 처했던 캠벨 선교사 주택은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아 현재 우당 이회영 기념관으로 활용 중이다.

광복을 맞이한 1945년은 우당이 순국한 지 13년이 되던 해이다.
광복을 맞이한 1945년은 우당이 순국한 지 13년이 되던 해이다.

독특한 청록색 현관문이 인상적인 이회영 기념관은 저 멀리 청와대와 인왕산 자락이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회영 선생이 쓴 편지가 최초로 공개된 1층의 전시관과 <난잎으로 칼을 얻다>, <이은숙과 서간도시종기>가 전시 중인 2층, 관객 참여형 공간인 지하 1층, 이회영과 여섯 형제, 자녀들의 사진이 걸려있는 '이회영 층계' 등 건물 곳곳에서 이회영 선생의 일생을 만나볼 수 있었다.

조선 여성 교육에 평생을 바친 감리교 캠벨 선교사와 조국의 독립과 교육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감리교인 이회영 선생의 만남은 독립 80주년을 맞은 2025년에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이회영 기념관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이었던 '이회영 층계'
이회영 기념관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이었던 '이회영 층계'

캠벨 선교사 주택을 접하게 된 계기는 '우수건축자산' 제도 덕분이었다.

'건축자산'은 현재·미래에 걸쳐 사회경제·역사문화·경관적 가치를 갖고 있어 건축문화 진흥 및 지역 정체성 형성에 기여하는 건축물을 말한다.

이 중에서 체계적인 관리의 필요성이 인정돼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등록된 건물을 '우수건축자산'이라고 한다.

캠벨 선교사 주택은 서울시 우수건축자산 제3호로 등록됐다.

국가유산청의 국가등록문화유산에 등록된 앨버트 테일러 가옥 및 홍난파 가옥과 다르게 '우수건축자산'은 특이하게도 국토교통부에서 관리한다.

'근대 건축=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만 인식했던 나는 관리 주체와 정책이 다른 이유가 궁금했다.

이러한 관점에 주목하여 '우수건축자산'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김보민 사무관으로부터 정책에 대해 자세히 들어볼 수 있었다.

◆ 김보민 사무관과의 일문일답

Q. 우수건축자산 제도에 대해 간략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A. '건축자산'이란 현재와 미래에 가치를 갖는 건축물과 공간, 기반 시설을 말합니다. 고유한 역사 문화 가치가 있고 지역 정체성을 잘 드러내요. 우수건축자산의 후보 목록이라고 할 수 있는 건축자산 기초조사를 한 내용 중에 우수한 건축자산을 골라 지자체에서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하는데요. 전국에 현재 27곳의 우수건축자산이 있어요.

전시뿐 아니라 문화 행사 등이 열리는 우당 이회영 기념관의 1층 전시관
전시뿐 아니라 문화 행사 등이 열리는 우당 이회영 기념관의 1층 전시관

Q. 우수건축자산 제도가 국가유산청이 아닌 국토교통부 소관이라는 점이 인상적인데요. 건축유산의 '보존'과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국가유산청에서 다루는 건축유산과 국토부의 우수건축자산 간에는 어떤 정책적 차이점이나 특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국토부 건축문화경관과가 갖고 있는 소관 법률인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건축자산 중에 문화유산은 제외하게 돼 있습니다. 따라서 건축자산 중에 '국가유산기본법'에 따른 불국사, 경복궁 같은 '문화유산'이나 '자연유산법'에 따른 '자연유산'은 제외되고요. '건축자산'은 경제적 가치에도 관심을 두고 있어 건축자산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성장거점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앞서 말씀드린 내용과 연관하여 여쭙습니다. 우수건축자산의 지정 대상은 주로 근현대 건축물로 보입니다. 이 제도와 등록문화유산 간의 관계나 중복 지정 가능성에 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A. '한옥 등 건축자산법'과 '근현대문화유산법' 사이에는 연계조항이 마련돼 있는데요. '근현대문화유산법'에 따른 근현대 문화유산 중에 시설물과 건축물 및 가로와 경관을 '예비문화유산'으로 선정할 때는 '한옥 등 건축자산법'에 따라 등록된 '우수건축자산' 중에서 선정해야 합니다. 따라서 '우수건축자산'이면서 '예비문화유산'으로 중복 지정 가능성은 있습니다.

Q. 용어 차이에 대한 질문을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국가유산청은 '유산', 국토교통부는 '자산'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유산'은 공공성과 역사성, '자산'은 경제성과 활용 가능성 중심의 개념으로 느껴집니다. 이러한 명칭 차이가 단순한 표현상의 차이인지, 아니면 실제 정책 철학이나 제도 설계에서의 관점 차이로 이어지는지 궁금합니다.

A. '한옥 등 건축자산법'에서 '건축자산'이란 '현재'와 '미래'에 가치를 갖는 건축물과 공간, 기반시설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보존'이나 '유지 보수'가 아니라 '활용'해야 '보존'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 접근하고 있고요. '활용'과 '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미래'건축자산을 '조성'하고 '창출'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선교사 주택 너머로 인왕산과 청와대가 보인다. 나머지 1동은 또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까?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선교사 주택 너머로 인왕산과 청와대가 보인다. 나머지 1동은 또 어떻게 변모할까?

Q. 근대건축유산의 경우, 등록유산 지정 이전에 철거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재산권 제한이나 규제에 대한 우려로 인해 오히려 유산이 사라지는 아이러니한 일이 자주 발생했는데요. 우수건축자산 제도는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적 장치는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한옥 등 건축자산법'은 규제보다는 '진흥'에 방점을 둔 법령이고 정책인데요.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하면 건축이나 수선 등의 비용을 지원할 수 있고요. 건폐율과 같이 건축법이나 녹색건축법, 국토계획법 등의 규제를 느슨하게 적용(완화)받을 수 있는 법적인 특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점 단위의 개별 건축자산인 우수건축자산과 함께 지역 단위, 면 단위의 건축자산 진흥구역도 활성화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어요.

Q. 2026년부터 적용될 '제3차 건축자산 진흥 기본계획(2026–2030)' 수립이 예정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기본계획 안에서 우수건축자산 제도와 관련해 계획하고 계신 방향이나 구체적인 정책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제3차 건축자산 진흥 기본계획 연구 용역을 통해 건축자산의 진흥에 대한 법과 제도, 지자체 조례 등 현황을 조사하고 분석하며, 건축자산의 활용과 보전 가능성을 진단하려고 합니다. 또한 건축자산 진흥에 필요한 재원 확보방안과 건축자산 진흥정책의 성과를 확산할 수 있는 방안(건축자산의 가치인식 제고를 위한 건축문화교육, 홍보 및 국제교류, 전문가 양성 등)을 모색해 나갈 예정입니다.

'우리 동네 건축자산 놓칠 수 없지' 건축자산 홍보 동영상(출처: 국토교통부 유튜브)
'우리 동네 건축자산 놓칠 수 없지' 건축자산 홍보 동영상(출처: 국토교통부 유튜브)

Q. 앞으로 더 많은 우수건축자산을 효과적으로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해 국토교통부 차원에서 준비 중이신 정책이나 실행 방안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우수건축자산은 '활용'해야 보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많은 분들이 건축자산에 대해 알고, 활용할 수 있도록 국토부 출입 기자단 정책현장 방문, MBN(매일경제 TV) 특별취재, 국토부 SNS 홍보 영상, 건축가 간담회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정책 홍보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자체에서 더 많은 우수건축자산을 등록할 수 있도록 시상과 포상, 워크숍 등도 늘려갈 예정입니다. 한편, 제3차 건축자산 진흥 기본계획 공청회를 4분기 중에 개최하려고 하고, 기본계획은 올해 연말쯤 발표할 예정입니다. 

세종시 최초로 등록된 우수건축자산 제1호, 조치원 문화정원(출처: 국토교통부 유튜브)
세종시 최초로 등록된 우수건축자산 제1호, 조치원 문화정원(출처: 국토교통부 유튜브)

Q. 국민이 우수건축자산을 일상에서 더 쉽고 재미있게 향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어떤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국민의 입장에서 조언을 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A. 공무원만이 아니라 청년, 지역 주민, 주한 외교단, 아시아건축사대회(9월, 인천 송도) 방문단 등을 대상으로도 우수건축자산 답사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홍보와 현장 답사를 더 많이 진행해 일상에서 건축자산을 더 가까이 만날 수 있다면, 공공건축물 나아가 모든 건축자산에 더 많은 애정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스페인을 여행한다고 생각하면 바르셀로나에 가서 가우디 건축 여행을 하고 싶고, 호주를 여행한다면 시드니에 가서 오페라하우스를 보고 싶듯이 건축은 한 문명을 나타내는 잣대라고도 생각해요. 건축은 공간을 짓고, 시간을 쌓는 일이라 생각하는데요.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우리가 사는 공간과 시간에 더 많이 담길 수 있다면, 더 풍요로운 집과 일터, 삶의 자리를 만들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세종시 우수건축자산 제2호인 조치원 1927 아트센터 전경(출처: 세종특별자치시 누리집)
세종시 우수건축자산 제2호인 조치원 1927 아트센터 전경(출처: 세종특별자치시 누리집)

이회영 기념관으로 사용되는 캠벨 선교사 주택, 복합문화공간인 조치원 문화정원과 조치원 1927 아트센터(세종시 최초 우수건축자산 1호, 2호) 등 실제로 우수건축자산의 면면을 살펴보면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 또는 활용 계획인 것을 알 수가 있다.

우수건축자산은 이렇듯 미래 세대에 전달해야 하는 소중한 유산인 동시에 사용되지 않으면 죽어버리는 건축의 특성을 잘 반영해 보전과 활용, 더 나아가 새로운 가치 창출의 가능성을 찾아가는 시도로 느껴졌다.

내가 근대 건축을 특별히 사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물관에 들어가야만 볼 수 있는 기타 유산과 달리, 또 문화유산으로 박제된 근대 이전의 건축유산과는 달리, 근대 건축은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환경 안에서 주변과 어우러지면서 여전히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자연 속에서 세월의 변화를 감내하는 강인함과 철거 위기 속에서도 우리 곁에서 끊임없이 살아 숨 쉬고 있는 생명력에 무엇보다 마음이 끌렸다.

새로 알게 된 근대 건축물 체부동 성결교회. 빨리 보러 가야지~ (출처: 국토교통부 유튜브)
새로 알게 된 근대 건축물 체부동 성결교회. 빨리 보러 가야지~ (출처: 국토교통부 유튜브)

캠벨 선교사 주택을 포함해 체부동 성결교회(생활문화센터), 선린인터넷고등학교 강당… '우수건축자산' 덕에 새롭게 알게 된 근대 건축물이 있다(참고로 사직터널도 우수건축자산에 등록되었다!).

이참에 '우수건축자산' 투어를 떠나봐야겠다.

누군가의 삶이 오롯이 스며든 공간 속에서 지금의 우리와 이어지는 장면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만남이 일상을 조금 더 따뜻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줄 거라고 믿는다.

☞ (국토부 유튜브) 국내에 6,000여 개! 그중 단27개만 선정된 이유는?

정책기자단 정수민 사진
정책기자단|정수민sm.jung.fr@gmail.com
글을 통해 '국민'과 '정책'을 잇겠습니다.




하단 배너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