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친척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학교 가방을 선물 받은 사촌 동생은 자신도 이제 학교에 다니는 '언니'가 된다며 가방을 메곤 집안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초등학교 입학식이 있었다.
잔뜩 신이 난 채 실내화 주머니를 흔들며 학교로 향하는 사촌 동생의 뒤를 따라가며 삼촌과 숙모는 "등하굣길 항상 주위를 살피며 다녀야 한다고 신신당부하긴 했지만, 여전히 횡단보도 근처에서는 걱정된다"라는 이야기를 하셨다.
사촌 동생의 등굣길을 함께해봤다. 생각보다 많은 학부모가 등굣길을 함께하고 있었는데, 이유를 물어보니 '아이의 안전'이 대부분이었다.
며칠 뒤, 함께 등교하고 싶다는 사촌 동생의 연락을 받았다.
마침, 쉬는 날이기도 해 흔쾌히 그러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초등학교에 등교하는 것이 몇 년 만인지 괜스레 설레며 사촌 동생과 함께했던 등굣길, 친구 손을 잡고 혹은 부모님과 함께 등교하는 아이들의 이야기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학교에 점점 가까워지니 내가 초등학교에 다녔을 때와는 몇 가지 달라진 점이 눈에 띄었다.
노란색으로 칠해진 횡단보도와 어린이 보호구역 표지판, 속도를 줄이는 차와 교통 안내를 돕는 교통안전지도자까지.
평소에는 잘 인지하지 못했던 '스쿨존'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의 어린이 보호구역 제한속도는 시속 30km, 큰 대로변은 시속 50km인 곳도 있다. 스쿨존에서의 교통법규 위반은 더 강하게 처벌된다.
스쿨존은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지정된 특별보호구역으로 흔히 '어린이 보호구역'이라고도 불린다.
초등학교와 유치원 주변 반경 300m 이내의 주 통학로가 도로교통법에 따라 스쿨존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신호기, 안전표지, 과속방지용 턱 등이 함께 설치된 경우도 많다.
사촌 동생의 등굣길이 안전한지, 조금 더 주위를 유의 깊게 보며 학교 앞 횡단보도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교통안전지도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만 하더라도 '녹색어머니회'라는 이름으로 학부모가 교통안전 지도를 했었는데, 사촌 동생이 다니는 학교 앞에선 교통안전과 교통지도교육을 받은 노인 일자리 참여자가 교통안전을 지도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등굣길 안전을 책임지는 교통안전지도자의 안내에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는 아이들.
교통안전지도자는 아이들에게 한 걸음 더 안쪽에서 기다리라는 이야기를 하며 아이들의 안전을 세심하게 살폈고, 맞은편 횡단보도 쪽에서는 학교 선생님이 안전 지도를 함께하는 모습이었다.
아이들은 빨간불이 들어와 있는 바닥표지등과 교통안전지도자, 선생님을 번갈아 바라보며 신호등의 색이 빨리 바뀌길 차분히 기다렸다.
그런 아이들이 멘 책가방에 눈에 띄는 키링이 있었다.
바로 스쿨존 제한속도인 시속 30km를 나타내는 듯한 숫자가 크게 적힌 장식고리(키링)였다.
그러고 보니 사촌 동생의 가방에도 동일한 장식이 달려 있어 물어보자, 학교 선생님이 등교할 때 지켜야 할 안전 수칙을 알려주며 키링을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모든 아이들의 가방에 동일하게 달려있는 모습이 귀여워 괜스레 웃음이 나면서도 운전자의 입장에서 스쿨존 안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스쿨존에는 신호 및 과속 단속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제한속도는 시속 30km로 어린이가 갑자기 튀어나와도 충분히 멈출 수 있는 속도로 설정되어있다고 한다.
대한민국 운전자에게 가장 익숙한 스쿨존 안전장치는 아마 '시속 30km' 이하 서행일 것 같다.
학교 앞 노란색 횡단보도에서는 지나다니던 차들이 일제히 속도를 줄이는 모습이었다.
내가 운전할 때 역시 스쿨존과 가까워지면 일반 도로와는 다른 색의 도로, 각종 표지판과 과속방지턱에 속도를 줄이고 조금 더 유의하여 주위를 살폈던 것 같다.
사실 평소에 운전하다 스쿨존 앞을 지날 때면 제한 속도가 시속 30km인 스쿨존 교통법규가 조금 과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황색 점멸등에서 빠르게 횡단보도 구간을 지나가려다 과태료를 낸 경험이 있는 지인 역시 "횡단보도 중간에서 멈출 수 없어 조금 더 속도를 냈는데 아주 간소한 차이로 과태료를 내게 되었다"라며 "스쿨존에서는 과태료가 훨씬 비싸 다음부턴 절대로 과속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카메라가 없는 구간에서도 시속 30km를 지키는 것은 필수다. 나와 아이들, 미래 대한민국의 주인공을 위한 배려다.
그러나 사촌 동생의 등굣길을 함께 해보니 학교 주변에 몰려있는 아파트 혹은 주택 단지, 운전자의 시야에는 가려져 있는 골목길과 사각지대 곳곳에서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고, 아이들이 많이 오가는 곳에서 안전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자라면 스쿨존에서는 특히 더 안전 수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겠다.
30km/h 서행 외에도 스쿨존에서는 급제동이나 급출발하는 것이 금지되며 정지선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또한, 스쿨존에서의 불법 정차 및 주차가 금지되니 유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어린이 보호구역 초등학교 정문 앞 도로에서의 불법 주정차는 안전신문고 주민신고제 대상이 된다.
스쿨존에서는 도로교통법에 따른 의무를 위반할 경우 가중처벌을 받게 되니 유의하자.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에 부푼 꿈을 가득 안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더욱 주의가 필요한 개학 시즌이다.